어자피 내가 누구한테 상이든 명예든 줄 입장은 아니고, 이런 결산은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쓰는 글이다. 그냥 올해 이런이런 음악들이 나왔고 난 이런 음악들을 즐겨들었구나 하는 정도를 정리해보는 글. 정리를 해놓지 않으면 은근히 몇년 뒤에 까맣게 잊고 지내던 음반들도 있더라구. 올해 생각나는 음반들을 쭉 생각해보다 보니 좋은 음반들은 상당히 많았지만 주로 해외음반이 대다수였다. 해외 음반들은 도저히 리스트를 추려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일단 만만한 국내편부터.....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장르에서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왔다. 작년에는 대박작보다는 양질의 좋은 음반들이 엄청 많이 나왔는데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긴 하다만.. 작년보단 좀 아쉬운 감도 있다. 작년이 워낙 풍성했어. 어쨌든 장르별로 다양하게 꽤 좋은 음반들이 많이나왔다. 아래의 결산은 아주아주 개인적으로 좋게들었던 음반들을 뽑았기 때문에 완전 편파적인데다가 내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다. 하드한 록 음반 아예 안들어.....


 보통이런 결산을 하면 올해의 음반, 올해의 싱글, 올해의 가수 뭐 이런거 하던데 난 다 귀찮아서 음반만 열개 꼽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간단한 감상평까지 덧붙여서. 참고로 EP등은 제외하고 정규 앨범 중에서만 열개를 뽑았다.....려고 했으나 도저히 더 이상은 추리기 싫어서 12개 뽑음 ㅋㅋㅋㅋㅋㅋ 망 ㅋㅋㅋㅋㅋㅋ 내 맘이야... 순서는 무작위. 뽑는것도 힘든데 순위까지 매기는 귀찮은 짓은 못해. 아래에서 색칠한 앨범은 뭐... 색칠한 이유가 있겠지.....




정차식 - 격동하는 현재사

 난 어덜트 뮤직이 좋다. 보통 어덜트 뮤직하면 끈적끈적 섹시한 음악을 떠올리기 쉬운데, 물론 당연히 그런것도 좋지만 단순히 '성행위'에 대한 은유나 묘사가 있는 음악보다 '어른의 정서'가 가사나 사운드에 질펀하게 포함되어 있는 음악들이 좋다는 말이다. 정차식의 두번째 앨범은(물론 첫번째 앨범도 그랬지만) 이 어른의 정서가 잘 묻어나있다. 게다가 참 '한국적'이다. 목소리도, 가사도, 7-8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편곡이나 멜로디도, 참 '어른스러운'(게다가 사내다운!!) 앨범이다. 툭툭 읊조리는 보컬이 정말 좋다. 한 밤중 골목길을 터덜터덜 오르는 술취한 사내의 목소리다.




잠비나이 - 차연

 이 블로그를 통해, 그리고 내 페북을 통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했었던 그들, 잠비나이. 국악기로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운드의 실험같은 앨범이다. 장르로 따지면 포스트록에 가장 가까운데, 포스트록의 문법을 어느정도 따르면서도 거문고나 아쟁과 같은 독특한 악기를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국악기를 사용은 했지만 지나치게 한국스럽지도, 또 그저 포스트록에 악기만 차용한 수준도 아닌, 적정선을 유지했다는게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한 건 리뷰 참조.




무키무키만만수 - 무키무키만만수

 왠지 칭찬들이 자자한 음반은 듣기가 좀 꺼려지는 더러운 성격의 소유자라서 이 음반도 꽤 늦게 들었다. 무심하고 시크하지만 패기를 가진 덕후느낌(!)의 음반이다. 분명 무키와 만수는 또라이 덕후일 것이다. 왠지 그런느낌이 강하게 들어.. 너무 잘 하려 하지도 않고 생각나는대로 두드리고 무심하게 악기를 얹은 뒤, 머리보다 입에서 먼저 나오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인 앨범인데, 그래도 달파란의 프로듀싱 덕인지 모양새는 또 갖췄다. 이런 음반이 처음은 아니다 보니 기념비적으로 독특한 음반은 아니지만, 2012년에 이런 음반도 있었다,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다.




SAZA최우준 - SAZA's Blues

 이 앨범 그야말로 진짜 '진국'이다. 진짜배기 한국형 블루스. 보통은 다른나라의 장르에 한국형이라는 말이 붙으면 본질이 왜곡되거나 퇴색되기 마련인데, 이 앨범은 블루스의 액기스를 한국식으로 잘 재현했다. 그들의 정서를 현대 우리네 삶의 애환으로 치환하고 청승맞지 않은, 유쾌하고 쿨한 정서로 풀어냈다. 타이틀도 그렇고 앨범 곳곳에 재치, 위트가 넘쳐나는 앨범이다. 더 잘됐어야 하는 앨범인데....


아침 - Overcome

 EP의 신선함이 정규앨범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조금 어색했던 1집에 비해 훨씬 더 색이 뚜렷하고 완성된 앨범이 나왔다. 전작만큼 다이내믹하면서도 전작과는 다르게 잘 정제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분명한 진화의 모습. 자세한건 사심과 잡담만 가득한 리뷰를 참조.


3호선 버터플라이 - Dreamtalk

 워낙 인디씬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되지 않은지라 3호선 버터플라이의 지난 앨범들은 들어보지 못했다. 8년만에 발매된 이 음반은 그들의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래서 더욱 빛나는, 관록의 앨범이라고들 말하더라. 그리고 난 몽롱한 음악과 마력의 보컬에 푹 빠졌다. 가끔 헤드폰으로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 있는데 이 음악이 그런 음악이다. 조용히, 또 깊숙히 몰입하고 싶어지는 앨범.




프라이머리 -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프라이머리 스쿨부터 해서 꾸준히 좋은 앨범들을 내 왔지만 두장짜리 씨디로 이토록 멋진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라니!!! 도드라진 구석은 없는 앨범이다. 자칫 평범하고 무난하기 쉬운데, '도드라짐'을 판단하는 기준선 자체가 높은 앨범들이 있다. 다시 말해 대박곡은 별로 없지만 뺄 곡도 별로 없고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높아서 아쉬운 곡도 평작은 되는 앨범. 이 앨범이 그렇다. 저마다의 색을 가진 노래들이라 그 긴 앨범을 다 들어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못받았다. 장하다!!!!!!




뜨거운감자 - Who Doesn't Like Sweet Things

 '고백'으로 뜨거운감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실망할 앨범이고, 지금까지 '뜨거운 감자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수긍할 앨범이다. 게다가 올 3월에 나온 김C의 솔로 미니앨범은 어땠던가. 그 앨범에서 받은 충격에 비하면 이 앨범의 변화는 무난한 수준이다. 그리고 사심 가득하게 김C의 가사가 너무 좋다. 앨범명부터 좋다. 얼마전에 무도에 나온 그를 보는데, 그 병약한 캐릭터에 빵빵터졌었다. 확실한건, 음악하는 김C는 너무너무 건강하다는거다. 무대에서는 두말할 나위없고. 




쿠마파크 - Kumapark

 첫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지인에게서 자주 들었던, 내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정규 앨범이 없어서 들어볼 기회는 없고 라이브를 볼 기회는 번번히 틀어져서 매우 아쉬웠던 그룹, 쿠마파크.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즈힙합은 아니고, 재즈, 힙합, 턴테이블리즘이 혼재되어있으며 소울풀하면서 펑키하다. 뭐래.. 사실 장르경계가 불분명한 앨범이다. 즉흥성은 재즈인데, 랩과 노래도 있고, 턴테이블이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뭐,  재즈힙합이라고 다 멜로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좀 산만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들의 실험엔 엄지손가락.




림지훈 -  Organ, Orgasm

 흐어.... 정차식의 앨범에 비하면 이 앨범은 조금 더 레알 어덜트뮤직. 정차식의 음반이 좀 더 마초이즘에 가깝다면 이건 남자의 순정, 아득함, 쓸쓸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남성적 관능미가 자리잡고 있다. 손가락으로 몸을 연주하듯 한 앨범이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폭풍이 휘감겨 오듯이.




10cm  - 2.0

 지난 앨범 "1.0"은 솔직히 별 볼일 없었는데, 이 앨범 괜찮다. 음악적으로 다양해졌는데 두루뭉실하던 전작에 비해 색이 뚜렷해졌고 탄탄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몇곡에서 보여준 탱고와 뽕끼는 정말 인상적. 다만 생각보다 덜 질펀하고 생각보다 덜 섹시해.. 왠지 뭔가 더 터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있다면 한번쯤 숨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간보지 말고 '본격'으로 나가보자고 ㅋㅋ




나얼 - Principle Of My Soul

 나얼, 혹은 브아솔의 노래들이 나올때마다 은근히 까긴 까지만.. 그래도 이런 흑인음악을 제법 근사하게 구현한 음악은 일단 좋다. 처음엔 나얼식 고음남발과 발라드가 조금 아쉬웠는데, 대중을 생각한 곡들이라 하니 일단 수긍은 간다. 'Soul'이 아니라 'My Soul'을 들려주고 싶었던 거지. 그렇지만 난 그의 흑인음악들이 좋다. 필리소울을 중심으로 한 복고 소울 음반 하나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글로는 괜찮은 곡들이 많지만 앨범으로는 역시 조금 아쉽다.




+ 앨범하나 더.





진보 KRNB

 이건 정규앨범은 아니니까. 하지만 참 잘 만든 앨범이다. 일단 '다시 만들기'에 대한 고뇌가 충분히 느껴지는데다가 한국에서 없었던 음악적 시도도 충분히 시행되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아, 이름처럼 이토록 진보적인 음반이라니.ㅋㅋㅋ 습작처럼 만들어진 이 앨범에서 진보의 크나큰 가능성을 보았다. 어서 2집 내줘!!!! 극찬이 들어간 앨범리뷰는 이곳에서 확인.



귀차니즘으로 흐지부지 되어가는 2012결산 - 2. 흑인음악편 보러가기

귀차니즘으로 흐지부지 되어가는 2012결산 - 3. 해외음악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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