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마지막 편이다. 그리고 앞의 두편보다 고른 앨범도 많고 글도 훨씬 길어질듯 하다. 개인적으로 나머지 장르라고 일컫긴 했지만, 팝, 일렉트로닉, 록, 기타등등을 모두 써야 하다보니까... 앞의 두 편을 쓰는 동안 또 생각나는 좋은 앨범들이 몇몇 더 있어서 리스트만 더 길어졌다.(덕분에 빼버린 앨범도 몇 개 있고...)


 뽑아 놓은 면면을 들여다보니 올해 선호했던 음악 성향이 대충 드러나더라. 팝적이고 편한 앨범, 혹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앨범도 분명 있지만, 빼곡히 채워 넣은 음반보다 해체하고 나열한 음반을, 겉으로 드러낸 음반보다 속으로 깊숙히 들어간 음반을 선호한 경향이 있다. 이게 딱히 좋은건 아닌거 같긴한데, 들었을 때 편한 음반도 물론 좋지만 듣고나서 인상 찌푸리면서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음반들의 비중이 자꾸 늘어간다. 처음 들었을 때 꽂히는 음반보다 듣고 곱씹었을 때 뭔가를 느낄 수 있은 음반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뭐 어느 쪽이든 정답이 있겠냐만은, 꼰대같은 평론가 스타일은 안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Fiona Apple - The Idler Wheel is Wiser than the Driver of the Screw, and Whipping Cords will Serve You More than Ropes will ever Do

  제목보고 멘붕.. 그냥 난 The Idler..로 머릿속에 남아있다. 제목이 한줄아 넘을 줄이야...ㄷㄷ 괴팍한 남성은 탐웨이츠, 괴팍한 여성은 피오나 애플. 적어도 내 머릿속에는 그렇게 입력되어있다. 괴팍이라는 단어보다 더 잘 설명할 자신이 없다.. 그리고 이 앨범은 더함. 지나친 과작의 뮤지션이라 이번 앨범도 7년만에 나온거고(나야 좋아한지 몇년 안됐으니 7년을 기다린건 아니었지만) 이게 겨우 네번째 앨범에다 겨우 10트랙뿐이라고 불만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Werewolf"같은 노래 하나면 난 수긍할 수 있다.... 그녀의 올타임 베스트 행진은 현재진행형.



Leonard Cohen - Old Idea

 흐어... 코헨옹...... 어찌 그런 나이에 이런 음반을.. 아니지. 이런 연륜이기에 이런 음반이 가능했던 걸 꺼야. 그가 써낸 가사에는 사랑과 욕망, 믿음, 신념, 배신에 대해 (그간의 가사가 그래왔듯이) 깊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더 대단한건 그게 또 잘 정제되어서 품위있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는 방금 싼 똥을 보고 '이 똥이 사실은 된장이야'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신뢰감이 깊은 목소리가 아니던가. 그의 경험과 오래된 생각과 통찰, 그것들에 대한 담담한 읊조림에서 많은걸 얻어갈 수 있었다. 이런 분들이 진짜 어르'신'이다.



Bat For Lashes - The Haunted Man

 올해 보았던 앨범 커버중에 가장 인상적인 앨범 커버였다.(남자 팔 뒤쪽이 궁금하다거나 남자가 부러워서라거나 그런건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처음엔 자극적이었지만 앨범을 찬찬히 뜯어보면 뜯어 볼수록 이 앨범 커버가 결의에 차 보였고, 한편으로는 많이 쓸쓸해보였다. 음악은 지난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신스팝과 드림팝을 바탕으로 포크, 바로크 팝을 아우른 음악이지만 결연함과 외로움이 더 짙어진 듯 보였다. 전반적으로 좀 더 다크해. 뭐랄까, 그녀 속에서 치열한 어떤 것들이 대립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앨범 커버를 보면서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어줍잖은 위로는 전혀 필요 없을 것 같다. 당당하게 두 발로 선 그녀를 멀리서 응원하고 싶다. 뭐래냐......



The xx - Coexist

 The xx를 팝으로 놓기도 애매하고 일렉트로닉으로 놓기도 애매하고.. 덥스텝이 바탕이 되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팝이나 록 성향이 더 짙다고 여겨서 이쪽으로... 사실 The xx는 나름 꽤 센세이셔날했던 지난 앨범 덕으로 우리나라에도 다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나도 그 팬중 하나.... 근데 의외로 앨범이 조용히 발매됐다. 나도 앨범이 나오고 한달쯤이나 지난 뒤에 지인의 싸이에서 우연히 신보 소식을 들었으니까.. 근데 그런 사람이 나뿐이 아니네?ㅋㅋㅋㅋ 앨범은 여전히 잘 만들어졌다. 다만 '여전히'기 때문에 신선함은 조금 반감 될 수도 있겠지만, 팬들이라면 누구나 반갑게 맞이할만한 앨범이다. 좀 짧다는거 빼고.



 

Norah Jones - Little Broken Hearts

 1집에 지나친(?) 성공과 2집의 급진적 변화 이후의 앨범들이 그냥 그런 앨범들의 연속이었는데, 5집에서 드디어 진짜 이 누나의 역량이 발휘되는구나 싶었다. 몇몇 싱글 빼고는 별볼일 없었는데, 이 앨범은 싱글도 좋고 앨범으로도 좋았다. 댄저 마우스와 함께 프로듀싱을 한건 신의 한수 였을지도.. 팝적인 감각과 적당히 몽환적인 노래들이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고 느꼈다. 과거보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앨범들이 더 기대된다. 그리고 역시 내한공연을 가지 않은건 많이 아쉽다.






일렉트로닉


Grimes - Visions

 올 초에 끄적였던 블로그 글을 보면 올해는 트랜드나 신보에 연연하지 말고 듣고 싶은거 들어야지!!라고 했는데.. 돌아보면 작년보다 더 열심히 들었다. 이 앨범은 심지어 국내 발매도 안된 음반이다. 자꾸 내 아에 끓어 오르는 허세 욕구가 자꾸 앞서 나가고 싶어해.... Grimes는 케이팝 빠순이에(음악적으로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목소리는 엄청 귀여운척(본인은 언어장애를 재현했다라고 한다더라)해서 좀 까이긴 하는데, 음악만큼은 로파이와 드림팝을 섞은 전형적인 요즘 힙스터들의 음악이다. 차갑지만 가볍고 마치 이 세상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런면에서는 약간 뷔욕이나 엔야도 떠오른다. 초반 Genesis와 Oblivion을 듣고 완전 매료당했다 ㅋㅋㅋ 그리고 한 동안 뜸했던 슈칼슈에서 3월에 이 친구 내한 일정을 잡았다. 88년생 귀요미 보러 가야겠어!!!



Purity Ring - Shrines

 올해 첫 정규 앨범이 나온 따끈따끈한 신인 듀오다. 위에서 이야기한 그라임즈와 어떻게 보면 비슷한 점이 있는데, 실제로 두 팀은 같은 소속사다. 그것도 드림팝 계열로 유명한.. 이 친구들도 신디사이저를 잘 활용한 신스팝/드림팝을 하는데, 드림팝답게 몽환적인 공간감을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얹힌 또렷하고 상큼한 매력이 돋보이는 Megan의 보컬이 상당히 조화롭다. 그라임즈의 목소리는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있는데(물론 그 때문에 더 또라이 같긴 하다.) 메간의 목소리는 더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 사운드 스케잎 훌륭하고 가사도 평범치 않아서 좋다. 



Crystal Castle - (Ⅲ)

 올해 일렉트로닉 쪽에서 음반들이 많이 안나왔던 것도 아닌데, 이름있는 많은 뮤지션들이 지들 이름값을 못했다. 이 크리스탈 캐슬 빼고. 그러고 보니 연달아 여자 보컬이다. 앞의 둘에 비하면 앨리스의 보컬은 카랑카랑하고 더 전투적이지. 노이즈와 스산한 기운을 품은 음악에 멀리서 절규하듯 소리치는 앨리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흑백으로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 영화 보는 생각/중세가 배경인 공포영화를 보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꽤 댄서블한데도 불구하고 말이지. 다크한게 매력적인 음반에는 틀림없으나 사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앨범이 더 좋다.



Andy Stott - Luxury Problems

 첫 트랙 Numb을 들었을 때 완전히 압도되었던 첫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어떤 앨범의 오프닝보다 강렬했고 소름돋았다. 좋아서 소름돋고 이런게 아니고 진짜 쫄려서 소름돋았다고 ㅋㅋㅋㅋㅋ 그리고 6분 30초동안 완전 쫄려서 넋을 잃었다. 주술거는거 같아.. 끝까지 반복이고 끝까지 음산한데, 끝까지 집중력이 유지된다. 아직도 들으면 두근두근..... 앤디 스톳은 괴물같은 리뷰들을 쏟아내던 KEFKRIT에서 작년 연말결산 2위로 매겼길래 알게된 덥스텝 뮤지션이다. 그리고 올해나온 이 앨범도 개인적으로는 그 앨범만큼 좋았다. 국내 발매는 안되었고, 들어보고 싶은 사람은 저한테 슬쩍 말씀해주세요.



 

Breakbot - Be Your Side

 본적은 없지만 내한도 꽤 많이 왔었고, 국내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Ed Banger소속 뮤지션이라 이미 첫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유명했다. 그쪽 뮤지션들이 그렇듯 신나고 경쾌하다. 다만 브릿밧은 조금 올드스쿨풍의 음악이 주를 이루고 무엇보다 엄청 밝고 달달하다. 이거 쓰는 동안 막 엄청 진지하고 다크하고 몽롱하고 무거운 음악들만 계속 듣다가 이거 들으니까 갑자기 신나네 ㅋㅋㅋㅋㅋ 위의 팝부터 일렉트로닉까지 밝은게 하나도 없었구나. 아무튼 이 앨범 가을에 나왔는데, 아주아주 화창한날 빨빨거리고 돌아다닐때 자주 들었다. 








Jack White - Blunderbuss

 그의 커리어가 진행될 수록 나 자꾸 빠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 앨범도 엄청 좋았던 것은 아니었고, 그룹에서 솔로가 되었지만 그 동안 프로젝트 밴드들에서 보여주던 음악하고 크게 다른 음악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근데 첫 곡부터 완전 맘에 들었다.. 잭화이트가 좋아서 좋은게 아니라 진짜 앨범이 좋았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귀찮아서 그런거 아님.



  

Chairlift - Something

 록인지 일렉트로 팝인지 알게 뭐야... 요즘은 장르별로 뒤섞여서 정체성이 모호한 앨범들이 많다. 장르 구분하는거 짜증나... 아무튼 밴드음악이긴 한데 진짜 잘 만들어진 일렉트로 팝이다. 복고적이면서도 미래적이고 우아하다. 보컬인 폴라첵의 목소리나 창법이 엄청 뭐랄까.. 좀 8-90년대 국산 애니메이션에 나올법한 그런 창법이다. 칭찬인가?? 나도 모른다. 좀 뭐랄까 보컬이 꾸밈없이 스트레이트하다고 느꼈고 그게 음악하고 꽤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Passion Pit - Gossamer

 말랑말랑 귀여운 일렉트로 팝-록 앨범. 이 설레는 음악은 귀찮아서 안 쓰는게 아니라 리뷰 참조 하시라고...



fun. - Some Nights

 내가 알기론 fun.은 올해 엄청 핫했는데. 맞나?ㅋㅋ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도 We are young으로 엄청 오래 1위하고. 아무튼 얘네 음악 들으면 좀 퀸의 Light Ver.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비할바는 아니지만)목소리도 약간 비슷하고 같이 화음넣어 떼창하는 부분은 특히 더 생각난다. 뭔가 진취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음악도 그렇고.. 왠지 공연장가서 보면 엄청 재밌을꺼 같은 밴드다. 내년 여름을 한 번 기대해봐야지. 



The Vaccines - Come Of Age

 록이 워낙에 관심 장르가 아니다 보니까 그 쪽에서 장르구분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가끔 기타록(이 맞는 장르인지는 모르겠지만)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작년의 Yuck도 그랬고.... 아무튼 백신스의 음악은 꽤 고전적이다. 옛날 음악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상하게 엄청 젊다. 올드한데 노티는 안나. 공연장에서 봤으면 더 신났을 것 같은데.. 사실 이 밴드는 슈퍼소닉 땜에 알게 된 밴드라 ㅋㅋㅋㅋ 슈퍼소닉때 엄청 재밌었다고 하더라........ 그래.. 그랬니...







+ 하나더.




Burial - Kindred EP

 EP라서 따로 떼 내었다. 내가 주변에서 덥스텝 얘기 나올때마다 들어보라고 추천은 하고 다니는데 반응은 별로다 ㅋㅋㅋㅋㅋ 아마 스크릴렉스나 나이프 파티 같은 강렬하고 신나는 덥스텝, 혹은 제임스 블레이크처럼 정적이고 감성적인 덥스텝을 상상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난 베리얼이 진짜 최고다.... Untrue 앨범 정말 끝내줬는데. 이 EP도 역시 국내 발매가 안되서 다른데서 얻어서(?) 들었는데, 약간 앤디 스톳 특유의 분위기하고 비슷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곡수가 짧아지고 각 곡의 런닝타임이 길어졌는데, 덕분에 노래 안에서 풀어헤쳐버리고 싶은 것들을 모두 다 풀어버린 느낌. 이렇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그 긴 런닝타임을 끝까지 채울 수 있다니... 대단한 앨범이다. 개인적으로는 앤디 스톳의 앨범보다 더 좋았다.







 드디어 다 씀..... 왜 시작을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 록 쪽 쓰면서는 귀찮아서 음악도 다시 안들어보고 썼다 ㅋㅋㅋㅋ 급 떨어진 퀄리티.... 아무튼 내 기준에서는 엄청 좋은 앨범들임에는 틀림없다. 헐, 쓰고나서 다시보니 장르별로 다섯개씩이네 ㅋㅋㅋㅋㅋ 의도한 바는 아니다. 전혀. 그리고 내년부터는 그냥 리스트만 써야지.....ㅜㅜㅜㅜ 이게 뭐하는 짓이여........



귀차니즘으로 흐지부지 되어가는 2012 결산 - 1. 국내편 보러가기

귀차니즘으로 흐지부지 되어가는 2012 결산 - 2. 흑인음악편 보러가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