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영화 소식을 페북에서 듣고 떠올랐던 영화는 <서칭 포 슈가맨>이었는데, 음악영화, 그리고 포크라는 공통분모도 있었고, 왠지 잔잔할 것 같은 분위기도 그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만 있어보자... 읭? 코엔형제 영화야?!?!?! 언제는 코엔형제 팬이라더니 신작이 나온줄도 몰랐어?ㅋㅋㅋ 예전 프로필에 코엔형제 이름을 들먹거린건 역시 나의 주체못할 허세끼 때문이었어... 어쨌거나 이 영화가 코엔형제의 신작이라는 사실을 영화가 영화관에서 내릴때 즈음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고, 뒤늦게 부랴부랴 찾아서 보게 되었다. 사실은 보자마자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게을러서 ㅋㅋㅋㅋ 아무튼,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음악영화라 할 수 없다. 왜냐? 코엔형제 영화니까. 말 나온김에 오늘도 한번 허세끼가 되어보자.


 영화의 모티브는 무명에 가까운 포크 싱어 '데이브 반 브롱크'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많은 무명 예술가들이 모여서 살고 활동하는 그리니치 빌리지 라는 곳인데, 영화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밥딜런이나 지미 헨드릭스도 이 곳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밥딜런이 자서전을 통해 '데이브 반 브롱크'가 이 그리니치 빌리지의 왕이었으며, 지배자였다고 말했단다. 물론,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해당하는 말이었고, 현실적으로는 빈곤한 무명 포크 가수 였을 뿐이다. 컨트리 다음으로 잘 안듣는 장르가 포크긴 하지만, 포크의 매력은 그 장르를, 혹은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때로는 애잔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영화 답게 그의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곡으로 나오는데, 역시나 좋더라. 음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데 음악영화라니!!! 포크면 어떠랴. 영화속에 등장하는 '르윈 데이비스'의 음악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을 추우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아릿하게 만들어줬다.



JT와의 한장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흡연 욕구 불러일으키는 장면.


  음악이 많이 나오니까 음악영화는 맞다. 근데 이건 코엔영화야... 음... 방향이 조금씩 돌아간 채로 겹겹이 쌓여있는 슬라이스 치즈를 보는 기분? 뭔 얘긴지 이거 나만 알겠지..... 그리고 음.. 뫼비우스의 띠? 아.. 갑자기 수학얘기 하고 싶다. 아무튼 그렇다. 뉴욕의 작은 동네, 집도 없는 뮤지션, 인정은 받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인생과 나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 반복되고 중첩되는 삶의 많은 이미지들이 나의 그것들과도 이어져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앞면에서 출발하지만 뒷면으로 도착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론 거의 흡사한 장면으로 이어지던 영화의 처음과 끝장면에서도 뫼비우스의 띠가 연상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고양이의 역할이 인상깊었다. 영화에서 고양이는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르윈의 삶이 때로는 투영되고, 때로는 대조되는 존재로서의 역할(고양이 이름이 율리시스였다는 말에 뽱ㅋㅋㅋㅋㅋ), 그리고 전 여친이 낙태하지 않아 어디선가 길러지고 있을 그의 아이 같은.. 원치 않게 떠맡게된 짐이나 책임을 상징하는 역할.. 영화의 연출이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덧대고 중첩시키고 상황들을 촘촘하게 연결시킨것이 코엔형제 영화의 매력을 굉장히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당최 왜 지루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ㅋㅋㅋㅋㅋ


 아... 나라면 고양이를 버리고 갈 수 있었을까..... 사실 몇 번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보통은 스스로 과감하게 선택하기보다 누군가에 이끌려 떠밀리듯 선택했었고, 적어도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역할을 과감하게 버릴 생각은 못했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책임의식이 강해서, 뭐 이런건 아니고 그냥 우유부단. 사실 성격상으로 보면 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다 보니까 ㅋㅋㅋ 주어진 상황에서도 충분히 스스로 만족하고 살 수 있다. 약간 노예st. 고등학교 때 다 때려치고 음악이나 배워볼까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공부한게 아까워서 못 버림 ㅋ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르윈 데이비스는 만무방이고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스타일의 민폐남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인상적인 고양이 연기 + 오스카 아이삭도 마찬가지.


 영화의 첫장면과 비슷한 장면들이 끝에서도 반복되는데, 처음엔 뭐지?? 전후관계가 뒤바뀐건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르윈의 변화도, 드라마틱한 성공도, 나락까지 떨어지는 실패도 아니었다. 음악을 포기하는 일조차도 마음대로 안될 정도로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포크가수 르윈 데이비스의 인생의 한 장면을 뚝 떼어다가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걸 의도했던 것 같다. 그래.. 이게 인생이여..... 뭐 이런거??  한마디로 '인생'이거 하난데, 뭘 이렇게 구구절절 썼는지 모르겠다. 현실이었으면 르윈 또라이시키 ㅋㅋㅋㅋ 저렇게 사는 놈도 있구나. 하면서 뒤돌아서 씁쓸해했겠지. 복잡미묘한 감정 때문에. 


 아무튼 좋은 영화였다. 캐리 멀리건 예쁘더라. 성격은 뭐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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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2013)

The Conjuring 
7.6
감독
제임스 완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릴리 테일러, 론 리빙스턴, 조이 킹
정보
공포 | 미국 | 112 분 | 2013-09-17




영화로 보고나니 저 아래쪽 그림자가 눈에 띄네 ㅎㅎ



 이렇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포영화가 얼마만이냐.. <더 웹툰>을 영화관에서 보고 엄청나게 후회를 했기 때문에 한참 떠들썩하던 그 때 영화관을 가지 않았다. 갔으면 또 산만한 중고딩들 때문에 몰입이 안됐겠지. 이러나 저러나 꽤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나친 기대감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었고,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공포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영화였다.


 - 아래는 스포일러 포함.


 일단 내가 엄청 기대를 했던 이유는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슬로건 때문이었다. 영화 내용속에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한 상태라면, 사람이 공포감을 갖도록 몰아넣는 분위기, 그리고 완벽히 드러나지 않는 시야, 저음으로 울리는 진동만으로도 충분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어디선가 갑툭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 무시무시한 분장술 덕에 머리털이 삐쭉서는 경험을 하더라도, 맥락없는 공포는 허무감만 안겨주기 마련이다. 오히려 손에 땀을 쥐고, 눈 가리고 귀 막고 싶은 그 상황을 극대화 시키는 쪽이 훨씬 매력적인 공포다. 물론 그게 더 어렵긴 하지만 ㅎㅎ


 일단 초반부의 분위기는 좋았다. 집을 거부하다가 죽어 버린 개, 우연히 발견된 지하실, 조금씩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는 악령의 기운. 전형적인 하우스 호러 영화대로 흘러가긴 했지만, 연출력이 꽤 좋다고 느꼈다. 지하실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문 뒤편, 침대 밑, 옷장 속, 가린 눈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앞서 이야기한 공포 분위기들을 잘 이끌어갔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언뜻 떠올랐을 정도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공포의 영역을 넓혀나왔다. 옷장 속에 튀어나와 박수를 치던 손이나, 어설픈 귀신분장이 실소를 터트리게 만들긴 했지만..;;


 중반 이후로 이 영화는 오컬트에서 악령을 쫓아내는 엑소시즘에 집중했는데, 이 때부터 약간 지루했던 것 같다. 정확하게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매력적이었는데, 모든 정체를 드러내고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그 순간부터 매력이 뚝 떨어졌다. 이런 전형적인 전개는 싫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꽤 잘 만든 공포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만 유난히 성공할 정도로 아주 무서운 공포영화도 아니었고, 독보적인 연출기법이 있었던 것도,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던 것도 아닌데, 뻔한 선에서 연출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을 그 안에서 극대화 시켰다고 해야하나.. 뻔한 연출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발현해낸 것 같은 느낌이다. 비유하자면, 발에 채일정도로 흔해 빠진 식재료로 누구나 만드는 요리지만, 거장 쉐프의 손길이 닿은 명품 음식??? 뭐, 솔직하게 완전히 내 입맛은 아니긴 했지만 ㅋㅋㅋ


 자꾸 언급하게 되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그랬는데.. 철지난 파운드 푸티지 기법으로 맛깔난 요리가 나왔었다. 참고로,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결말은 세가지 버젼이 있는데, 내가 봤던 것은 오리지날 버젼이다. 극장용은 결말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싹뚝 잘라서 입맛대로 촬영했는데, 완전 별로였다. 사실 그 마지막 엔딩이 엄청나게 강렬했었는데.. 진짜 뻔하디 뻔하게 잘라붙여놨다.


 '쏘우'로 유명한 제임스 완 감독의 이번 영화를 보면서, 나름 한 방면에서 꾸준히 뽑아내는 뚝심? 그리고 호러에 대한 강한 애착?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전적인(?) 공포물들을 한데 잘 엮은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좀 마이너한 장르긴 한데.. 이 쪽에서 이런 존재감을 보여주는 감독도 흔치 않으니까 ㅎㅎ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모든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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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봉만대 (2013)

8.5
감독
봉만대
출연
봉만대, 곽현화, 성은, 이파니, 여현수
정보
| 한국 | 102 분 | 201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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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볼 생각 없었는데 의외로 평이 좋길래 봤다. 생뚱맞고 독특한 B급 호러 섹시 에로 캐릭터 코미디 페이크 다큐 정도?ㅋㅋㅋ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꽤 재밌다. 특히나 그저 '레알 B급'으로 전혀 안중에 없었던 봉만대 감독이, 본인 스스로를 비틀어 매력 철철 넘치는 캐릭터로 탈 바꿈시켰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니까 한국 영화가 좆같아 지는거야. 에로영화의 족보도 모르는 것들이 벗겨대기만 하니까 싸구려 컨텐츠만 만들어 내는거라고 씨벌럼들이. 니들이 에로를 알아? 좆 같은 새끼들. 많이 벗겨서 잘 먹고 잘 살아라 씨발럼들아."


 으하 저 착착 감기는 일침 보게나 ㅋㅋ 병신같지만 멋있어..... 사실 에로물이야 말로 발연기에 저예산에 뜬금없이 벗어대는 막장스토리가 난무하는 B급들 천지 아니던가... 그런데 영화속에서 봉만대 감독이 에로씬을 촬영하는 모습은 단순하게 벗고 보여주고 흔드는 포르노와 에로가 다르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숨결, 그리고 손의 움직임, 무작정 까발리지 않는데서 오는 야릇한 기대감,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앵글.. 뭐 하긴 어느 한가지에서 최고가 되려면 확실히 대충 적당히 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진짜 '장인정신'이 필요함ㅋㅋㅋ 그게 사람들이 정말 하찮게 여기는 그런것들 이라도.. 그럼 AV도 마찬가지 일까.......ㅋㅋㅋㅋㅋ 몰라.....


 배우들의 연기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는데, 부족한건 부족한대로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거 같다. 곽현화도 어설프고, 배우로도 자주 보이는 임필성 감독의 연기는 늘 그렇듯 어설펐고 ㅋㅋ 그래도 성은의 눈물은 제법 진정성이 느껴졌고, 제작자로 출연한 이상화씨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갑작스럽게 살인마 역을 맡게 되어 영화 촬영하다가 여현수한테 한참 처맞고 외치는 일갈ㅋㅋ


"너 지금 촬영 빌미로 나 까냐? 그 씨발 봉감독, 떡 영화 찍으라고 불렀더니 액션 장면을 찍고 있어. 액션 장면 찍을 꺼면 내가 정두홍을 불렀지."에서 진짜 빵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얽히고 설킨 갑을 관계와 해결될 법하면 다시 꼬여버리는 상황,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생기는 시너지가 매력적인 영화다. 적당히 섹시하기도 하고 ㅋㅋ 그리고 억지스러운 감동영화보다 훨씬 더 '휴머니티'도 갖춘 영화다. 사회적으로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 직업들이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사람이니까.. 사람사는 모습을 진실되게 보여주는 것 만큼 좋은 휴머니티기 어디 또 있겠나.. 어쨌거나 시간 되면 편하게 누워서 킬링타임용으로 보는걸 추천함. 



+ 보다가 이재용 감독 영화들이 생각났다. <여배우들>하고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 이 영화도 그렇고 이재용 감독의 영화도 그렇고 독특한 실험, 메이킹 필름으로 촬영장과 실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는 캐릭터, 리얼리티가 드러나는 영화라서 그런듯. 이재용 감독의 영화가 배우들에게 상황만 던져주고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를 강조했다면 이 영화는 확실하게 설정된 캐릭터 위로 펼쳐지는 코미디 영화다. 이러나 저러나 다 맘에 드는 영화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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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er Toon 
8
감독
김용균
출연
이시영, 엄기준, 현우, 문가영, 권해효
정보
공포, 스릴러 | 한국 | 104 분 | 2013-06-27


 지난 주말에 봤다. 월드워Z를 보려다가 진짜 오랜만에 호러영화를 영화관에서 봐보고자 시도했다. 시도의 결과는 대충 1/4정도의 성공??ㅋㅋㅋ 이유는 영화 자체를 놓고 봤을 때 나름대로 괜찮은 지점들이 있어서 절반의 성공이라면 영화관이라는 장소가 호러랑 영 어울리지 않아서 또 절반을 깎았다. 그래서 1/4ㅋㅋㅋㅋㅋ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름 호러영화들을 좋아하고 잘 챙겨보는 편인데, 대학교 1학년때부터 집에서 혼자 헤드폰 쓰고 불끄고 봐왔다. 그냥 보면 재미없을 영화도 불끄고 헤드폰 쓰니까 엄청 무서운거야 ㅋㅋㅋㅋㅋ 그 때 그렇게 처음봤던 영화가 '분홍신'ㅋㅋㅋ 사실 좀 망한 영화인데, 그저 공간을 가득 울리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만으로도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었다. 그 괜히 등 뒤를 한 번 돌아보고 싶달까?? 쭈뼛 서는 느낌도 들고 ㅋㅋㅋㅋㅋ 뭐.. 내 취향이 다 그렇지뭐....





 공교롭게도 대학교 1학년 처음 혼자보는 호러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그 영화 '분홍신'이 이 영화의 감동인 김용균 감독의 작품이었다. 인연인가??? 왠지 지난주말에 이상하게 호러영화가 보고 싶더라. 이왕이면 집에서 혼자 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아무튼 그건 제쳐두고 간단하게 감상을 이야기 하자면,


1. 현실감 떨어지고 오글거리는 대사, 상황. 대본 누가쓴겨.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대충 플롯은 알겠고, 방향설정이 잘 못된거 같지는 않은데, 왜 그렇게 오글거리게 꾸며놓은거야... '공포'에 충실하려는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껴졌다. 게다가 대사가 그게 뭐야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왜 자꾸 설교해 ㅜㅜㅜㅜ 나 영화에서 오글거리게 설교하는거 너무 싫어 ㅋㅋㅋ


2. 플롯을 지나치게 꼬아서 지루해진 후반부. 뭐 이건 '쩡!!'하고 내 놓은 반전도 아니고(그랬다면 더 싫었을수도..) 애초에 해놓은 상황 설정을 설명 + 여러 인물들의 꼬여버린 사건이 후반부의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설명하는 과정이 좀 지루했다. 이래서 그런거란다 아가야..라는 무슨 전래동화 읽어주는 할머니도 아니고... 너무 친절해. 게다가 꼬여버린 사건들도 '이거 같지? 사실은 저거야!'의 반복. 좀 지치더라.


3. 호러영화는 클리셰를 벗어날 수가 없는데, 그래도 공포 그 자체에는 충실한 편. 사람들이 진짜 무서워 죽을 뻔 했다는 좋은 평들을 읽고 갔는데,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가끔은 공포영화의 공식에 너무 충실한 느낌이 들어서 심드렁할 때도 있었지만, 음향효과나 시각적으로나 상황으로나 공포는 잘 꾸며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권해효 아저씨가 나온 씬들은 정말 섬뜩. 시체실이 주는 공포감도 그렇지만 쇳소리, 으스러지는 뼛소리, 시체 놓는 장소로 끌려들어 갔을때 공간이 주는 답답함 + 꽁꽁묶여 입까지 막혀버린 답답함, 시기 적절한 귀신의 등장(?) 등.. 다만 ,뒷자리 여자의 뜬금포 비명이나 옆자리 남자의 "아 씨발 뭐 나올꺼 같아"라는 등의 잡담 주의. 몰입도 다 떨어져...... 그래서 더 아쉽다. 이거 혼자서 봤다면 쭈뼛쭈뼛 했을텐데..


4.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양이나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귀신이 등장하는 깜짝쇼st의 호러영화는 조금 심드렁한 편이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내가 그 상황에 얼만큼 몰입할 수 있느냐 하는 것, 또 그로인해 얼만큼의 심리적 압박을 받느냐 뭐 이런게 더 중요한데.. 나도 모르게 숨 참게 되는 긴장감.. 한마디로 쫄깃쫄깃 쫄리는 마음 ㅋㅋㅋ 서스펜스하고는 쫌 다른 쫄림이 호러에 있는데, 그게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등장(With 요란한 효과음)보다 5초간의 정적이나 마주치는 눈빛, 가려진 어떤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더 무서울 수 있다. 터질 때 그냥 터지는건 너무 뻔하잖아.


결론 : 공포영화를 적당히 무서워하면서 즐기는 사람한테는 꽤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호러는 역시 집에서 불끄고 헤드폰쓰고 혼자 봐야 제 맛. 집에서 봤다면 모르지만 아니므로 평점은 별 두개 반.





엄기준은 수염기르니까 왜 자꾸 유준상같냐.. 목소리도 말투도 그렇고..



이시영 좋아하는데....... 연기는 좀 그랬어. 이시영 나온 작품을 본게 별로 없긴 하지만... 그냥 공포랑 안 어울리는건가..




P.s. 신세계나 스타트렉 같은 영화를 훨씬 재밌게 봤는데 왜 이 영화만 리뷰를 쓴건지 모르겠다. 특히 스타트렉, SF 만화이미지의 유치하지만 쓸데없이 고퀄리티라는 느낌이 드는 재밌는 영화였다. 리뷰는 귀찮아서 안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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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ker 
7.3
감독
박찬욱
출연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더모트 멀로니, 재키 위버, 니콜 키드먼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99 분 | 2013-02-28





 신세계와 스토커 둘 중에 무엇을 볼까 잠시잠깐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일단 스토커. 너무 궁금해서 일단 이거 먼저 봐야했다. 결론은 이 영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창을 닫아주세요. 나름 경고입니다.ㅎㅎ



 스릴러 영화 중에는 생각보다 결과가 뻔한 영화들이 많다. 악당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데다가 영화적 흐름은 뻔하지만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영화(서스펜스란 최대한 많은 영화적 정보를 주고 사람들의 쫄깃한 심정을 만들어내는 장치라고 볼 수 있는데, 영화 '추격자'에서 동네 구멍가게 씬을 생각하면 된다. 구멍가게 안으로 들어간 하정우에게 슈퍼 아줌마는 친절하게(?) 그를 서영희에게 안내한다. 속으로 '씨발 안돼!! 이 멍청한 슈퍼 아줌마!!'를 외치고 싶어지겠지? 그 심정이 서스펜스다.)도 있고, 영화 내내 어떤 암시를 빼곡하게 채워놓고 숨겨놓는 감독의 장난질(?)을 숨은그림 찾듯이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수 있는 영화도 있다. 전자의 경우엔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꺼고, "영화를 왜 블로그로 복습해야 하느냐!!"하는 사람은 싫어할꺼고 ㅎㅎ




   일단은 이 영화 호불호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갈릴 것 같고, 실제로도 그러고 있긴 한데, 만약 이 영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스릴러'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갔다면 실망할 만한 영화다. 그렇다. 이 영화는 뻔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쫄깃한 서스펜스 따위도 없다. 그렇기에 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재미없'거나 '겉멋에 도취 된 감독의 허세만 가득'한 영화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시선이다. 아니 뭐, 누구에게나 똑같이 좋은 영화는 없지 않은가.. 


 영화는 정말 뻔하게 흘러간다. 아빠가 죽고, 한번도 본적이 없던 삼촌이 나타나는데, 이 사람 수상하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많은 스릴러 영화에서 수상한 사람은 의외로 범인이 아닌데, 이 영화는 그런걸로 속일 생각은 없다. 그렇다. 수상한 삼촌이 범인이다. 사실 삼촌의 구체적인 정체와 과거는 후반부에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사실 삼촌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영화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라고 나는 느꼈다.) 게다가 삼촌인 악당인 건, 영화가 중반부로 넘어가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된다. 악당이 뻔하면 죽이는 거라도 간지나고 맛깔나게 죽여야 되는데, 삼촌이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을 서스펜스를 살려 잘 표현하지도 않았다. 딱히 갑작스럽게 뒤에서 칼을 들이대지도, 서서히 목을 조여오지도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이런 반응을 보여야 된다. 박찬욱은 스릴러의 '스'자도 모르는 똥멍청이!! 내가 만들어도 그거보단 잘 만들겠다!! 물론, 니가 만들어 봐야 3류영화 밖에 되지는 않는다.




 이 정도면 크지 않은 상영관이었다고 쳐도 영화를 함께 본 사람이 20명정도 였던 것도, 끝나고 근처 어느 여자가 어이없는 듯한 짧은 탄식을 내뱉었던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밌다. 감독이 만들어낸 미장셴(특유의 분위기나 화면 구도 등등..)은 여전히 매혹적이었고(매혹적이라는 표현이 흔한 표현이지만 이 영화는 진짜 매혹적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는 영화 장면장면을 복기해보게 되는, 많은 상징과 암시를 품고 있었다. 생일마다 받은, 조금씩 커져가는 운동화와 하이힐, 박제된 새의 둥지에 있던 알, 발에 잡힌 물집, 친구를 죽음을 목격하고 돌아온 뒤의 샤워씬, 왠만한 베드신보다 에로티시즘이 돋보인 피아노씬 등등. 기억나는 영화적 장치의 주인공은 '삼촌'이 아니라 여주인공 '인디아'다. 감춰졌던, 혹은 아빠에 의해 길들여지던 그의 본능이 '사춘기를 거쳐 성숙하듯' 피어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성장담이다. 이토록 삐뚤어지게 자라난 것을 성장담이라고 하는 건 좀 웃기긴 하지만 ㅎㅎ


 특히나 샤워씬은, 흐느낌과 신음의 절묘한 경계가 '박찬욱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괴하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고,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던 그 장면은 벗지 않아도 음악과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섹슈얼한 장면을 만들어낸,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중에 하나다. 그리고 아버지의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던 어른 인디아를 비추며 끝나는 엔딩씬.. 치맛속으로 들어가는 거미 한마리에도 움찔하게 된다. 장면장면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각각의 장면들도 그렇지만, 영화의 OSTㅜㅜㅜ 좋다. OST는 진짜 중요해. 장화홍련봐. 영화의 처음과 끝이 OST임 ㅋㅋㅋㅋ




 쓰고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돌려보더라도 '아 요런게 숨어있었구나'라는 것을 좀 느끼고 싶어서..ㅎㅎ 아무래도 인디아가 중심이다보니 인디아의 입장에서만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엄마의 입장에서, 삼촌의 입장에서 보는 느낌은 또 많이 다를것 같아서. 삼촌이야 대충 알겠는데, 엄마 입장에서 보는 맛은 진짜 좀 다를것 같다. 돈주고 다시보기는 그렇고 나중에 영화 내리고 나면 봐야지. 






P.S 근데, 여주 케이트 블란쳇 닮지 않았음????? 이쁘진 않은데 매력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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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7.9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독보적인 자기만의 스타일과 철학이 있는 감독이 있는 반면, 헐리웃을 비롯한 기존의 영화를 한국화시켜서 독특한 장르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 있다. 전자가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과 같은 감독이라면 후자는 김지운 감독이나 류승완 감독이 그런 축에 속한다. 하지만 후자에 속하는 그 둘도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김지운 감독은 정말 다양한 장르를 장르적 특성에 맞춰 찰지게 잘 살려내는 능력이 있다면 류승완은 장르보단 스타일을 잘 살려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없는 표현력으로 썰을 풀려니 좀 힘들긴 한데.. 김지운 감독은 코믹부터 호러, 웨스턴, 느와르등의 장르를 국내 정서에 맞춰 절묘하게 살려냈다면 류승완의 영화들은 타란티노, 주성치와 같은 감독과 특정 영화들이 떠오른다. 특히나 플롯이나 시나리오에 크게 구애 받지 않아도 되는 거친 매력의 비주류 영화들을 매력적으로 찍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난 영화 '부당거래'부터 좀 더 주류에 가까운 영화를 찍기 시작하더니 '본 시리즈'스타일의 첩보액션블록버스터 영화를 찍기에 이르렀다. 다른것보다 류승완의 액션영화 아닌가! '짝패'같은 영화는 그렇다쳐도 완전 B급영화를 표방한 '다찌마와 리'에서조차 액션신은 상당히 공을 들였던 그가 아니던가!





 영화의 포인트는 '하정우의 액션'과 '인민 류승범'과 '전지현의 얼굴'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석규 횽님 죄송요. 횽님은 존재감이 좀 약했음. 좌회전 얘기할 때 빼고 ㅋㅋ) 하정우 액션이야 사방에서 칭찬하니 더 칭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이런 역할을 맡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딱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군인역도 그렇고 터프한 액션도 그렇고 ㅋㅋ 예상대로 참 잘 어울렸고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했다. 인민 류승범은 그냥 역할에 너무 잘 녹아들어서 ㅋㅋㅋㅋㅋ 류승범은 어쩜 그렇게 조폭을 해도, 마약을 팔아도, 이몽룡이 되어도, 검사가 되어도 양아치스러울까 ㅋㅋㅋㅋ 이번 역도 '북한 인민 양아치'ㅋㅋㅋㅋㅋㅋ 류승범 완전 좋아 ㅋㅋㅋ 어디가서 제발 디제이만 안했으면 좋겠어 ㅋㅋㅋㅋㅋ





 전지현은 흰 블라우스에 검은 스커트, 트렌치코트, 단정한 가르마까지, 뭐 거의 완전히 북한녀자에 빙의된 모습인데  그렇게 입고 나와도 어쩜 그렇게 예쁠까ㅋㅋㅋ 초반에 벽타고 나올때 잠깐 '도둑들'이 떠올라서 조금 적응 안되기도 했지만(실제로 요원의 역할로 나올줄 알았기 때문에 더 적응이 안되긴 했었다. 워낙 전작과의 역할 변화도 컸고..) 다소 걱정되었던 초반과 달리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줬던것 같다. 저렇게 이쁘고 가녀린 여인이 슬픈 얼굴로 무심한 듯 '언제 내 말을 들어주기나 했음까?' 하는데 마음이 안 무너지는 사람이 있을까... 갑자기 그녀를 지키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드는 하정우에 200% 몰입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익숙하지 않은 베를린의 풍경이 공감을 방해했다고 하던데, 난 오히려 낯설어서 더 몰입이 되었다. 베를린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역사적 배경 이런건 차치하고서라도 낯설고 차가운 이국적 풍경이 친구를 잃어야 했던 한석규나 국가에 배신당한 하정우, 전지현의 외로움, 쓸쓸함과 더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는 건 나 뿐인가.. 다만 불친절한 초반부에 나도 살짝 길을 잃은 감이 있어서 아쉽긴 했다. 쉴틈없는 전개로 영화 '테이큰' 같은 효과를 노린건 이해하겠지만 그건 목표나 상황이 너무 간단했던 거였고, 이건 살짝 뜸을 들여도 되지 않았을까.. 또 좀 지루해졌으려나..

 사람들이 '본 시리즈'를 떠오르게 한다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 '본 시리즈'보다 낫지 않다는 말에도 동의. 그래도 국내외 정서를 참 잘 녹여냈고, 낯선 상활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한, 큰 제작비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멋진 영화였다. '부당거래'만큼 좋은 영화는 아니더라도, 류승완의 필모그래피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속편 '블라디보스톡'도 기대가 되고 ㅋㅋ 스타일을 가져와서 이 정도로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건데.. 예상외로 혹평이 많아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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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2 (2004)

Kill Bill : Vol. 2 
8.1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우마 서먼, 데이비드 캐러딘, 루시 리우, 비비카 A. 폭스, 유가휘
정보
범죄, 액션 | 미국 | 138 분 | 2004-05-14



 확실히 연작은 이어서 봐야 제맛이다. 특히 킬빌처럼 스토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 갑자기 호빗을 보러 가기 전에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복습하고 갔던 일이 생각난다. 세편을 연달아 보는 재미는 있었는데 너무 길어...... 네시간짜리 영화까지는 잘 볼 수 있는데, 그 이상되는 건 집중력이 딸린다.. 그래서 내가 드라마를 못봐 ㅋㅋㅋㅋ 그 재밌다는 미드들도 열편이 채 넘어가기 전에 오른손을 ->방향 버튼 위에 올려 놓고 보니 뭐...





 각설하고,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처럼, 이어서 봐야 잔재미들을 느낄 수 있지만 굳이 이어서보지 않아도 크게 지장은 없는 작품이 있는 반면, 이 영화는 반드시 전작을 봐야하는 작품이다. Kill Bill 2가 처음 나왔을 때, 프리미엄 시사회에서는 1편과 같이 묶어서 보여줬다고 한다. 그만큼 전작이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꽤 크다라는 거지.. 그렇다고는 하지만 절대로 한편으로 묶일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랬다간 타란티노 횽님이 서운해해..



나 이 포스터 너무 맘에 들어..


 늘 이야기 하는 거지만 난 자기색이 있는 사람이 좋다. 내가 색이 없어서........ (음악에서는 프린스, 잭 화이트 등등 내가 좋아하는 많은 뮤지션이 그렇고 영화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렇다. 몇몇 더 꼽자면 코엔형제, 로버트 로드리게즈, 홍상수 등등..) 영화는 사무라이 영화부터 시작해서, 서부 웨스턴, 홍콩과 중국의 무협액션에 멜로(?)까지 그가 좋아하는(뚜렷한 스타일을 가진)장르들에 대한 오마쥬로 가득차 있다. 각각 장르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물들 사이의 구도나 특유의 미장셴, 화면을 타고 흐르는 감정선까지 각각의 장르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살렸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금발머리 미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그렇게 주입하더라)가 있다. 금발머리 미녀와 사무라이, 금발머리 미녀와 비급무공, 금발머리 미녀와 이소룡의 노란 쫄쫄이, 금발머리 미녀와 황량한 사막에서의 1:1결투. 뭐 어느 하나 어울리는게 없다. 각각의 장르적 쾌감을 잘 섞고 잘 살렸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조합을 하나로 엮었기에 더욱 빛난영화였다. 물론 어느 한가지도 납득시킬 수 없는 조합이었기에 엮는것이 가능했겠지만..  금발머리 미녀를 중심으로 이질적인 장르와 장르를 넘나들때 생기는 쾌감이란!! 게다가 타란티노의 음악적 센스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장면마다 흘러나오던 시의적절한 음악(특히 루시리우와 88인회가 등장하던 장면..)은 '으아~~~~~~~(김흥국 아저씨 ver.)'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최근에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저수지의 개들부터 정주행했는데,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은 펄프픽션과 바스터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이상의 즐거운 오락영화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어릴적 받던 종합과자선물세트를 기억하는가.. 안에 내용물은 내가 좋아하는 과자도 있고 아닌 과자도 있었지만 받아 들고 열었을때 다양한 과자들이 쌓여있던 그 설렘, 그 뿌듯함!! 킬빌은 영화계의 종합선물세트다.








 영상들 진짜 기깔난다.(이 표현 진짜 오랜만인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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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7.9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피터잭슨에다가 반지의 제왕의 후광을 받고 있는 호빗. 근데 망함 ㅋㅋㅋㅋㅋ 이 정도 흥행이면 망한거지. 근데 이 영화 난 재밌게봤다. 일단 IMAX로 보라고 만든영화는 IMAX로 봐야한다. 아마 내가 이 영화를 좋게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가 이 영화를 IMAX로 봤다는 점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상에 그대로 압도되었다. 영화를 보기전에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별로 상관은 없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복습을 했었는데, 내 조그만 노트북 화면으로 보던 그 중간계가 이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압도된 채로 영화를 보았다. 초당 프레임 수가 많다보니 액션 시퀀스가 더욱 세밀하게 느껴졌고, 초원을 달리거나 하늘을 날거나 하는 장면은 그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게 해주었다. 앞으로 영화에서의 영상은 얼마나 발전하게 될 것인가..... 영화 초반 그런 생각을 잠깐 하였다. 일단 이 불편한 안경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단순히 영상기술만 칭찬할 영화는 아니다. 런닝타임이 길다보니 조금 늘어지는 감은 있지만 호빗의 성장담은 매력적이었고, 고블린 소굴을 뛰쳐나오던 액션 시퀀스는 아기자기함과 화끈함을 동시에 갖춘, 판타지의 매력을 너무나도 잘 살린 장면이었다. 이 난장이 패거리는 영화 300의 스파르타 전사보다 전투를 더 잘해 ㅋㅋㅋㅋㅋㅋ 


 트릴로지의 시작으로 치자면 그리 나쁜편은 아니다. 다만 전작의 1편이 워낙 초반부터 박진감 넘치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 좀 비교가 될 뿐.. 이 영화도 합치면 런닝타임 10시간은 될꺼 아녀.... 캐릭터 설정과 상황 설명과 초반부 여정이 지지부진했던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단 영화를 보려고 마음을 먹은 분이라면(뭐 이젠 타워나 레미제라블에 가려서 관심은 확 줄었지만.. 적어도 타워보단 훨씬 재밌는 영화일 듯 한데..) 큰 스크린에서, 이왕이면 아이맥스에서 즐길 것을 권하는 바이다. 물론, 조금 비싸겠지만 비싼 값은 충분히 한다고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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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2012)

8.2
감독
조근현
출연
진구, 한혜진, 임슬옹, 배수빈, 이경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35 분 | 2012-11-29
글쓴이 평점  






1. 웹툰은 호흡이 길어서 구구절절한 사연과 인연을 공감할 시간이 충분했었다. 근데 영화는 똥망. 짧은시간에 사연들 소개하다가 사연도, 중심부 줄거리도, 캐릭터도 전부 지지부진해졌다.  대선전에 내보내려고 이리 급히 만든건가 하는 생각도 슬쩍 드는데, 그랬던 거라면 진짜 너무 아쉽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가 열 받아서 울컥울컥. 극이지만 실화가 모티브가 됐다는게 역시 크긴 하다. 뭐랄까.. 원래는 영화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배경, 플롯, 그들 동기에 대한 당위성들이 이미 현실속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 자체로 몰입되었다고 해야할까. 한가지 분명하게 원작 웹툰보다 나았던 점이라면 조금이나마 속을 달랠 수 있었던 통쾌함.(물론 아주 조금이나마였다. 분은 전혀 풀리지 않아.) 그 장면만 생각하면 아직도 내가 진구 대신 그 뻔뻔한 면상을 패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3. 망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진구의 존재감. 제대로 물 만났다.


4. 영화 감독이 누군지 봤더니 예전에 장화홍련이나 형사, 음란서생 등의 미술감독 했던 분이던데, 감독으로는 이번이 데뷔작이더라. 초반은 참 좋았는데 확실히 극을 끌고가는 건 아쉬웠다. 미술감독 했던 작품들은 색감이나 시각적으로 ㅎㄷㄷ 한 작품들만 있던데..


5. 임슬옹은 연기는 둘째치고 너무 못생겼어...... 보다가 너무 못생겨서 깜짝깜짝 놀랐닼ㅋㅋㅋㅋㅋㅋㅋ 연기 발성도 안 좋아서 웅얼웅얼. 이건 소심한 영화 속 캐릭터의 문제가 아닌 듯.


6. 솔직히 이런 소재면 영화가 어느 정도만 받쳐줘도 무작정 추천할텐데, 이건 좀..... 영화로서는 확실히 별로. 


7. 엔딩크레딧의 수많은 후원자들 보면서 또 한번 울컥. 원랜 5점 주고 싶은데, 영화화된게 뿌듯해서 1점, 후원자들 보면서 1점. 합쳐서 7점.





도가니, 광해, 26년까지. 장광 아저씨 요즘 존재감 쩌네.


강풀과 주연배우들.


나는 배우다.


혜진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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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8.5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장광
정보
드라마, 시대극 | 한국 | 131 분 | 2012-09-13
글쓴이 평점  



 이병헌은 우리엄마가 참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좋아한다. 이유는 영화 '달콤한 인생' 때문이다. 물론 영상미나 음악도 좋았지만,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에 대한 사랑, 말끔하게 차려입은 검은 수트, 중저음의 목소리, 17대 1도 거침없이 상대하는 뚝심과 주먹, 배신과 복수, 우수에 찬 눈빛까지.. 완전 이건 '남자에 대한 로망의 집합체'다. 조금 비현실적이지만 뭐 어때. 그러니까 로망이지. 이후 작품들도 좋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이 영화가 최고였다.





 사실 영화초반 의구심이 좀 들었다. 광대 '하선'이 엉덩이를 씰룩대며 광대짓을 하는데, '이런 역할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뭐랄까, 그동안의 이미지가 너무 '남자'였달까. '놈놈놈'도, '악마를 보았다'도, '지.아이.조'도, 심지어 드라마였던 '아이리스'도, 다른 남자들보다 두배 이상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것 같은, 부러질지언정 꺾이진 않을것 같은 역할들 뿐이었다. 광해군 역이라면 연상이 되는데, 광대 역은 도저히 상상히 안되는거다. 그런데 이럴수가! 잘 어울린다. 대사는 능청스럽기 짝이없고, 슬랩스틱은 너무 자연스럽다. 수컷냄새만 물씬풍기던 불혹넘은 아저씨가 용포입고 사모관대쓰고 뛰어다니는데 귀엽기까지 한다. 원래 잘 생겨서 주연을 맡아오던 사람들이 망가지는 역을 하면 만족감은 들지언정 감탄을 하지는 않게 되던데, 이병헌은 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내내 이병헌 얘기 뿐인데, 사실 이영화는 이병헌이 전부다. 류승룡, 김인권, 한효주, 심은경, 장광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은 뚜렷하지만 모두 이병헌을 향해있을 뿐이다. 덕분에 더욱 집중력을 얻게 되었다. 이병헌의 캐릭터와 연기를 빼고 할 말은 별로 없다. 스토리는 뻔하고, 너무 입바른 소리만 해댄다. 그래도 재밌다. 감독이 한가지를 제대로 팠고, 그 지점이 매우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영화 볼때 주의 사항은 너무 과하게 의미부여하지 말 것. 대선과 맞물려서 여러가지를 시사하는 것 같지만, 글쎄.. 너무 뜬구름 잡는 식에다 너무 바른 말들이라 생각해봐야 시간낭비. 그리고 영화 <데이브>하고 비교되면서 표절이니 뭐니 망신이니 뭐니 하지만, <최종병기 활>과 같은 맥락에서 별로 의미 없는 논란인듯하다. 아니 이런 컨셉이 뭐 한둘이어야지.. 이런 영화가 천만영화의 자격이 있니 뭐니 하지만, 무슨 천만 영화가 엄청 작품성이 좋아야 천만영화 되는건가... 재밌다. 재미로 보는 영화다. 그걸로 끝!! 물론 과한 스크린 점유는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사실 이병헌 하면 이 이미지지.


예쁘다!!!!!!


류승룡은 요즘 너무 '핫'하다. '내 아내의 모든것', '활' 등등..


아마도 최고의 명장면. 찍을때 엄청 민망했다던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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