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 씨디들이랑 플레이리스트들을 돌려보며 좋았던 음반들을 무작위로 꼽아보니 해외음반들이 대략 50개정도였다. 해외편을 한번에 다 쓸 순 없고.... 나눠쓰자니 귀찮고....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일단 비교적 전공(?)인 흑인음악들부터 정리를 해보련다. 그런데 워낙 올해 흑인음반들은 굵직굵직한 음반들이 많이 나와서 역시 조금 뻔한 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니 특별한 플레이리스트는 기대하지 마십시오.


 일단 올해는 엄청난 신인들이 너무 많았다. 이미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앨범급이라고 매겨진 앨범들 중에 신인들의 작품이 참 많았다. 특히 힙합에서 한명, 알앤비에서 한명의 뮤지션은 경이적인 데뷔앨범 리스트에 추가 되어야 한다고 여겨질 정도로 좋은 앨범을 뽑아냈다. 특히 알앤비에서 'Hipster R&B'라고 불려진 새로운 하위장르의 뮤지션들의 활약은 네오소울이라는 신선한 장르로 많은 뮤지션이 탄생되었던 90년대 후반을 연상케했다. 


 자, 그럼.. 아놔...이.. 뭐부터 정리하지. 맘만 급함 ㅋㅋㅋㅋ 새주류를 이끌었던 힙스터 알앤비부터 정리해보자. 아래 음반들은 올 한해 트랜드를 이끌었던 앨범들. 그리고 지난편에 이어서 더욱 추천하는 앨범은 노란줄...




1. Frank Ocean - Channel Orange

 올해의 신인 뿐 아니라 근래에 이런 신인이 있었나(게다가 흑인, 남성, 알앤비 쪽에 한정시키면 더더욱) 싶고, 뿐만아니라 근 10년간 최고의 앨범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긴 네오소울이후로 고만고만한 복고만 재생산 되던 시점에서 트랜드 리더 역할을 했으며 완성도와 센스도 발군이었으니까.. 좀 오바라고 생각은 되지만 마냥 어처구니없는 호들갑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고전 소울을 베이스로 삼으면서 일렉트로닉, 특히 덥과 앰비언트, 프로그래시브한 음악까지 섭렵한 음악 식성, 게다가 가사도 매우 매력적이다. 이런 독보적인 음악관은 내가 프린스를 좋아하던 그 마음을 떠오르게 한다. 자세한건 리뷰참조.





2. The Weeknd - Trilogy

 힙스터 알앤비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했는데, 이 앨범을 들어보면 대충 감이 오리라 생각된다. 알앤비에 록, 덥, 앰비언트, 싸이키델릭, 트립합등 이것저것 정말 잘 섞었다. 덥, 앰비언트, 다운템포, 트립합 다 좋아하는 장르라 정말 깜짝 놀랄정도로 쩔었던 싱글들이 다수 포함되어있다. 앨범의 가장 큰 단점은 망할 너무 길어..... 이 앨범이 (모두 창작물로 구성된) 세장의 믹스테입을 합쳐서 정규 앨범으로 낸 거라서..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는 아쉬운감도 든다. 아무리 좋아하는 장르라도 세장의 앨범은 부담스러운 길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내가 프린스의 Emancipation를 잘 안 꺼내들어....(하지만 소장가치로 따진다면 꼭 한장 가지고 있어야 함.)




3. Miguel - Kaleidoscope Dream

  극찬이 너무 많았던 앨범이라 왠 또 호들갑이야 싶어서 대충 넘겼던 앨범이었는데.. 호들갑들이 끝나갈때 쯤 부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흐어..... 다양한 음악을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한 음악은 흡사 안개낀 몽환적 판타지 세계를 체험하게 해주는 듯 하다. 일단 둔탁하지 않은 808비트를 이용한게 한 몫한 것 같고,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사운드가 없으며 그렇기에 아득한듯 또렷하게 들리는 미겔의 목소리가 더욱 인상적이다. 위의 두작품과 다른 점이라면 보컬이나 멜로디 라인이 훨씬 더 또렷하다. 그래서 더 문득문득 생각나고 오래도록 기억이 났는지 모르겠다. 꿈결에서 들었던 소리나 이야기가 어느날 갑자기 문득 떠올라 계속 되뇌게 되는 그런 경험해본 적 있나?? 이 앨범이 그 경험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 




4. Jessie Ware - Devotion

 제시 웨어 진짜 엄청 섹시하다. 섹시한 남성 뮤지션들의 목소리는 좋아하는 목소리가 진짜 많았는데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뮤지션들중에 맘에 쏙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개인의 취향이지만 제시웨어의 목소리는 참 내 취향으로 섹시하다. 도도하고 도회적인 느낌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 주문 외우는 것 같아. 최면 거는 주문. 사실 뭐 위에서 이야기한 힙스터 알앤비와는 완벽하게 궤를 같이 하는 앨범은 아니긴 한데(위의 뮤지션과 다른게 영국 출신이어서 그런건지..), 소울과 팝과 일렉트로닉, 어덜트 컨템프러리가 잘 조화된 앨범이다. 프랭크 오션이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는 제시 웨어가 올해의 신인이었을 것이다. 사람 자꾸 홀려......

 


 사실 위 네장은 올 한해 어떤 연말결산에서도 언급될만한 앨범이라...어쨌든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이 앨범들 매우 내 취향이다. 사실 그동안 일렉트로닉과의 교합은 계속해서 진행되었지만 내 취향의 일렉트로닉과의 교합은 아니었으니까.. 일단 장르를 파괴하고 본인의 색을 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난 너무 좋다. 훗날 흑인음악사(?)에서 2012년이 어떤식으로 기록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위에 언급한 네명의 뮤지션중에 세명이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신인들이다. 이 셋 뿐이었으면 이 글의 시작을 신인들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말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새 트랜드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겠지. 아래의 네명의 뮤지션은 올해의 신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절대 뺄수 없는, 빼서는 안되는 뮤지션들이다. 




1. Elle Varner - Perfectly Imperfect

 사실 올 한해 힙스터 알앤비가 흥하지 않았다면 꽤 주목받았을 만한,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앨범이다. 팝/알앤비에 아주 충실한 앨범이다. 들으면서 가까이는 재즈민 설리번, 멀리는 앨리샤 키스의 데뷔까지 떠올랐던 뮤지션이다. 아, 마침 앨리샤키스와 같은 J레코드 소속이다. 개인적으로는 송라이터보다 싱어로서의 모습이 더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곡들도 괜찮게 잘 빠졌는데 처음 떠올랐던 뮤지션들과의 차별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만 노래는 그녀의 욕심이 (때로는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썼다고 느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곡들의 작곡에 참여한만큼 롱런의 가능성이 느껴지는, 간만에 만난 속 시원해지는 신인이다.

 



2. Michael Kiwanuka - Home Again

 앨범커버부터 올드한 LP판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킁킁.. 나의 덕심을 자극하는 앨범커버. 게다가 내용물도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커티스 메이필드, 밴 모리슨 그리고 오티스 레딩이 떠오르는 올드 소울을 포크를 기반으로 재현하였다. 그리고 BBC에서 올 초에 발표한 올해의 신인 목록에서 프랭크 오션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뮤지션이기도 했다.(프랭크오션은 2위) 그럼 1위 차지한 그 값을 한 데뷔였을까. 목소리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조금 심심한 감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호불호는 꽤 극명하게 갈릴만한 앨범이다. 물론 그건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 어느때 들으면 정말 좋은데 어떨 땐 그냥 스킵해버리는 앨범이기도 하다.(주로 조용한 한밤중에 듣기 좋았다.) 하지만 이 데뷔앨범에서 장인의 촉이 온다. 라파엘 사딬을 볼 때 느끼는 그 느낌. 언젠가 한방 빵 터뜨릴지도 몰라.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거 내 줄 줄 알았어!!하고 좀 뿌듯해 하게 ㅋㅋ




3. Josh Osho - L.I.F.E

 마이클 키와누카와 마찬가지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고 역시 이 앨범이 데뷔앨범이다. 나이는 엄청 어린데(92년생) 목소리는 엄청 나이 들어보인다(존 레전드도 생각나고, 여러가지 의미로 보면 씰도 생각나고..). 목소리만 들으면 4-50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듯 하다. 음악스타일은 소울을 기반으로 포크와 록을 잘 섞은 음악이다. 인상적인 점은 어린 나이임에도 삶의 굴곡이 매우 많았고(왠지 목소리에서 느껴지지 않아? 푹 삭은 목소리 ㅋㅋ), 그 점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의외로 음악은 상당히 팝스런 멜로디(때로는 그냥 모던록 듣는 기분도 든다.)를 품은데다가 어쿠스틱 기타와 스트링을 활용한 탓에 상당히 부담없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음반이 전체적으로 밋밋하다는 점..




4. Jeff Bernat - Gentleman's Aproach

 멜로우톤 음악이라고 하지. 누자베스 류의 말랑말랑한 재즈 힙합. 사무라이 참프루의 OST를 처음들었던 대학교 1학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지만 생각보다 그 열정은 금방 사그라 들었었다. 그리고 이런 류의 멜로우톤의 음악도 금방 질리는 음악이 되었다. 그래도 이 사람 음악 처음 듣고 좋아서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런 음악이 확 꽂히는 그런게 있다니까.. 게다가 목소리가 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또렷하긴 하지만 너무 강하지도 너무 가늘지도 않은 말랑말랑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역시 다른 음악에 비해서 빨리 질리긴 했다...






 흑인 음악편 이라고 해놓고 장르가 좀 편협한게 있긴 하다. 힙합을 이야기 하고 싶긴 한데 힙합은 열심히 안 챙겨들은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엄청 선별적으로 좋다는 앨범만 골라 듣는다. 그리고 아래 세 장의 앨범이 좋다는건 아무도 부정못할 듯. 




1. Killer Mike - R.A.P. Music

 Killer Mike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그의 솔로 커리어가 아니라 아웃캐스트의 'Stankonia'다. 나의 힙합은 계속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 이 앨범은 그래도 진짜 좋았다. 랩도 음악도 꽉꽉 들어차있다고 느꼈다. 노래를 들을 때 쭉쭉 뽑아내는 고음에 다들 짜릿함, 카타르시스 뭐 이런걸 느끼잖아. 랩은 폭격을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단순히 목소리가 강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격렬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으면서도 랩이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그리고 이 모든것이 음악에 반하지 않고 음악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렇다. 그리고 이 앨범이 그렇다.




2. Nas - Life Is Good

 뮤지션으로서가 아니라 MC로서 본다면 Nas는 예나 지금이나 나의 Favorite중의 한명이다. 라임도, 플로우도, 목소리도 대단하지만 가감없는 그의 가사가 그를 최고의 MC로 꼽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앨범은 '나 씨X, 나스야!'라고 외치는 듯한 앨범이다. 나한텐 사심 약간 섞어서 올 한해 최고의 힙합 앨범. 




3. Kendrik Lamar - good kid, m.A.A.d city

 프랭크 오션과 함께 올해의 신인이자 올해의 앨범을 다투는 켄드릭 라마. 둘다 이미 믹스테잎으로 존재감과 음악성 모두 인정받았지만 사실 더 주목 받았던 것은 켄드릭 라마 쪽이었다. 힙합에서 랩은 그를 평가하는 제 1의 지표니까. 켄드릭 라마의 랩은 일단 주제나 말하는 방식이 의식있고 지적이다. 게다가 참신하고. 위의 나스 앨범과 더불어서 오랜만에 가사를 차분하게 되짚어 가면서 들었던 앨범이다.





 아래 뮤지션은 어디 끼워넣을 카테고리가 없어서..;; 그치만 정말 빼 놓을 수 없는 좋은 음반이다.




1. Gary Clark Jr. - Blak And Blu

 카테고리로 따진다면 록이 맞긴 한데.. 여기서 이야기 해야한다. 이유는 내 맘임 ㅋㅋㅋㅋ 꽤 소울풀한 블루스 록 기타리스트 개리 클락 쥬니어의 메이저 데뷔앨범이다. 신인으로 치기에는 그동안의 활동이 너무 많았더라ㅋㅋㅋ 들어본적은 없지만서도.. 원래 록음악을 잘 듣는 사람들이 기타솔로의 짜릿함을 즐기잖아.. 난 사실 그런 기타솔로가 좋다는 생각은 거의 못하는데 찐득한 블루스 음악에서의 기타솔로는 좀 다르다. 으허허허 찌릿찌릿 함ㅋㅋ 흑인의 진한 감성이 묻어나서 더욱 좋은 앨범이다. 듣는 순간 뿅갔음. 개인적으로 손에 꼽고 싶은 올해의 앨범중 하나.




2. Trey Songz - Chapter Ⅴ

 트레이 송즈 원래 별로 안 좋아한다. 트랜디한 어반(Urban) 알앤비는 어릴 때 워낙 그 쪽 위주로 흑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그거 같아서 확 질려버렸다. 트레이 송즈도 매번 앨범이 나올때마다 들어보긴 했지만 '응 뭐 괜찮네.'이러고 금세 질려버리곤 했었는데, 이번 앨범은 그래도 꽤 오랫동안 생각난 앨범이다. 확실히 그의 커리어 하이.. 게다가 이런 류의 트랜디한 알앤비 중에서 본다면 최근 몇년간 나온 앨범중에서 가장 좋은 앨범이었다.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더 좋은 앨범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단한 앨범이다. 자매품으로는 Tank의 This Is How I Feel.(탱크횽 미안 ㅋㅋㅋ 횽 음반도 좋은데 트레이송즈 음반이 더 좋았음)




3. Robert Glasper - Black Radio

 이 앨범도 올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앨범이다. 그런데... 이 이름만 보면 자꾸 맥스웰이 떠올라....... 왜냐하면 맥스웰의 내한공연 건반세션으로 오기로 되어있었거든. 앨범은 알앤비 소울 쪽 유명하다 싶은 뮤지션들이 다수 참여했고, 노래들은 힙합과 재즈를 합치고 소울을 곁들였다. 원래 로버트 글래스퍼는 블루노트 소속의 재즈 뮤지션인데, 원래 알앤비, 힙합 쪽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많았다. 재즈 뮤지션이지만 연주보다 프로듀싱에 더 힘쓴 듯 한(하지만 절대 재즈 연주자로서의 정체성도 놓치지 않았다.) 앨범이라 흑인 음악 팬이라면 꼭 들어봐야할,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앨범이다. 아, 이 앨범의 Remix음반도 나왔는데 그 앨범 역시 들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4. Melanie Fiona - The MF Life

 특별하게 돋보이는 점도 없고, 딱히 단점도 없고.. 그렇다고 완성도 쩌는 명반도 아니고.. 딱히 쓸 말이 없는 이런 음반은 리뷰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웰-메이드' 음반. 어반 알앤비와 복고 소울을 적당히 잘 배합했고, 무엇보다 노래를 참 잘한다. 흑인 소울 싱어 답게 충분히 소울풀하고 터질 때 터진다. 듣기 좋은 음반.. 사실 이런 그냥 '잘 만든'음반이 딱히 내 스타일은 아니어서, 돌아봤을 때 '음반 참 잘 만들었었는데' 싶긴 한데 딱히 기억나는 점은 없다. 이런 앨범이 1년만 지나도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지는 앨범이야.. 그래서 써 놔야돼 ㅋㅋㅋ





 지금 며칠에 나눠서 이거 쓰고 있는데.. 세상에.... 쓰면서도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잉여 잉여 캐잉여 ㄷㄷ 이렇게 거창하게 하려던게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직 한편 더 써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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