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Frank Ocean의 새 앨범 리뷰를 쓰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곡들중에 하나로 Bad Religion을 꼽았었는데, 'Taxi Driver'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번개같이 머릿속을 파바박 스쳐간 노래가 여럿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 혹은 택시가 가진 특유의 정서를 노래하는 곡들이 제법 많았다. 요거 써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써보려고 ㅎㅎ 왠만하면 라이브버젼이나 뮤비를 올렸으니 원음은 알아서들 찾아들어보시길.
1. Frank Ocean - Bad Religion
아무래도 시작하는 곡은, 이런 주제를 떠올리게 한 이 곡으로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 정신병에 걸려버린 것 같다며, 택시기사에게 잠시만 자신의 주치의가 되어달라 말하는 화자는, 이루어지지도 않은 너무나도 힘든 그 사랑은 나쁜 종교와도 같다고 말한다. 억지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고, 나쁜걸 알지만 믿을 수 밖에 없으며, 스티로폼 컵 속의 청산가리를 먹으면 죽는 다는 것을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택시는 가끔 신세한탄의 장이 되곤 한다. 내 일을 남에게 떠드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나는 보통 택시기사의 말을 받아주는 편이 대부분이지만.ㅎㅎ 노랫 속 화자는 기도가 필요하다는 택시기사의 말이 전혀 도움되지 않았지만, 한바탕 울고나서 기분은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2. 이별택시 - 김연우
윤종신이 작사한 김연우의 이별택시. 윤종신은 '찌질함'의 대명사 맞다. 곡은 절절하게 슬플때가 많긴 하지만 가사를 곱씹고 현실에 대입해보면 진짜 찌질남 ㅋㅋ 내가 당하는 여자의 친구였다면 걔 왜그러냐며 질색을 했을 것 같은 ㅋㅋㅋㅋ 가사 속 그말대로 청승좀 떨지맠ㅋㅋㅋㅋㅋㅋㅋㅋ라지만 역시 한편으로는 감정이입되서 택시 아저씨의 눈치도 안보고 엉엉 우는 그 사람에 슬퍼진다....라지만 갑자기 왠지 엉엉 우는 화자가 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주먹을 쑤셔놓고 울고 있을 것 같은 코믹한 장면이 떠올라 살짝 피식하게도 됨ㅋㅋㅋㅋ 복잡 미묘하지만 역시 참 좋은 노래다. 가사를 쓴 윤종신도, 이걸 부른 김연우도 참 가상한 선택들을 하셨다.
3. Prince - Lady Cab Driver
뭐.. 날 아는 사람들은 이미 예상했겠짘ㅋㅋㅋㅋㅋ 프린스의 대박작품 1999에 수록된 Lady Cab Driver. 요즘엔 여성 택시 기사분들도 많이 늘긴 했는데, 여전히 이 곡에 나오는 것처럼 대박 섹시한 여성 택시 기사는 없ㅋ다ㅋ. 요즘 세상에 젊고 이쁜 처자가 택시를 몰았다간 일단 'ㅇㅇ 택시녀'로 일단 검색어 순위에 오를 것이고, 그 다음은 술 취한 잠재적 범죄자들의 타겟이 되겠지. 참, 험한 세상이다. 뭐, 하여간 상상은 자유니까. 섹시를 넘어버린 변태 프린스의 변태 송.
4. Lenny Kravitz - Mr. Cab Driver
프린스 곡도 나왔으니 이 곡도 나와야지, 레니 크라비츠의 1집 수록곡 Mr. Cab Driver. 프린스에 대한 오마쥬곡 정도로 보면 되겠다. 물론 섹시한 남자 기사가 나와서 레니 크라비츠랑 뭐 @(#$&@(&%하는 그런 곡은 아니고(요즘 커밍아웃이 대세긴 하지만 ㅋㅋㅋ) 외모로 사람 판단해서 차별대우 하지마 씹쌔끼야!!!하는 곡임 ㅋㅋㅋ 둥둥거리는 베이스가 인상적인 곡. 얼마전 내한때도 불렀었지. Fuck You, I'm a Survivor.
언제적 라이브냐.
5. R. Kelly - Taxi Cab
알 켈리의 2010년 발매 된 Love Letter 수록곡이다. 알켈리 니가 섹스송의 대가 라는건 알겠는데 공공장소에서 그런짓 하지마 응?? 하다하다 택시에서 Make Love하면 택시 기사는 뭐가 됨. 택시기사는 보이지도 않나..가 아니라 택시기사도 같이 즐ㄱ.....읭??? 아무튼 그렇다. 여전히 섹스한 가수의 여전히 섹스한 송이다.
6. Tori Amos - Taxi Ride
사실 가사는 신경써서 들어본 적 없는 곡이고, 굳이 택시 라이딩 안하고 그냥 걸어도, 자전거 라이딩을 해도, 자차를 타고 라이딩을 해도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봄에도 괜찮지만 약간 더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여름이 가장 잘 어울릴 듯. 그게 바닷바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굿. 토리 에이모스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모든 앨범을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들어본 앨범중에 꽤 괜찮은 편이었던, 6집 Scarlet's Walk에 수록된 곡이다.
7. Vampire Weekend - Taxi Cab
콜롬비아대학 출신의 인디 록밴드 Vampire Weekend의 2집 Contra 수록곡. 아.. 다시 들어봐도 이들의 1집, 2집은 진짜 좋다. 보통 솜씨가 아님ㅋㅋ 다양한 악기, 다양한 스타일을 정말 심플하게 주조해내는데 결코 비어보이지 않는다. 이 곡도 가사만큼이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음악이다. 어쿠스틱하게 편성된 악기들이라서 더 맘에 들기도 하고.. 내 말에 맞장구 쳐주는 사람이 제일 좋다. 참 바람직한 택시기사다.
8. Joni Mitchell - Big Yellow Taxi
아기자기 하면서도 신나는 노래. 나름 조니미첼의 노래중에서도 유명한 편이다. 조니 미첼이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하와이에 쉬러 갔다가 그 곳의 자연환경에 감탄해서 만든 곡이라고 한다.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와 푸른 야자수 잎을 보면서 감탄하다가, 아스팔트 주차장 위의 콘크리트 차를 보고 안타깝고 너무 슬펐다고.. 그렇다. 자연을 왜 자꾸 갉아먹어..... '공존'이 얼마나 중요한데, 사람들은 너무 많이 잊고 산다. 마지막에 그녀는 Big Yellow Taxi가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떠나버렸다고 이야기 한다. 있을 때 잘하자. 사랑도. 자연도.
라이브로!
9. 잔돈은 됐어요 - 다이나믹 듀오(Feat. 개리, 범키)
역시 신세한탄의 장..ㅎㅎ bar도 비슷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확실히 이 곳이 좀 더 서민적이다. 소주한잔 마시고 돌아가는 짧은 시간. 짧은 위로. 내 또래의 이야기여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곡이다. '잔돈은 됐어요, 아저씨.'
10. Bernard Herrmann - Theme From Taxi Driver
마틴 스콜세지 감독 최대의 역작(이라고 생각하는) 택시 드라이버의 OST. 9곡 하고 더 이상 생각나는 곡이 없길래 마무리 짓는 글 쓰다가 급생각남 ㅋㅋ 아, 진짜 이 영화 대박인데.. 진짜 남자의 영화 ㅋㅋ 로망도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고, 마초같지만 찌질하기도 하고. 영화 내내 반복되는 이 테마곡은 영화가 끝나고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한 듯, 가녀린 듯한 섹소폰 소리가 너무 인상적이다.
열 곡! 더 생각나는 곡도 없고 딱 맞췄네. 미션 썩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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