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모카 마타리 아이스.
Drive - 김현철(feat. 죠지).
아파트뷰.
가을.
새 폰 산 기념으로 사진도 하나 투척. 오늘 내린 커피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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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찐한 디스코라니! 지난달에 나온 제시 웨어의 신보 "What's Your Pleasure?"를 듣고 첫 앨범부터 정주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맥락에서 뜬금없이 디스코를 잔뜩 품은 앨범을 낸 걸까 싶어서. 1,2집은 들을만큼 들었는데, 2017년에 나온 앨범은 재생하고 나서야 긴가민가 알듯말듯. 웬만하면 제시웨어의 앨범을 잊을리 없는데, 어지간히 존재감이 없었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뉴트로라기보다는 그냥 복고에 가까운 앨범이 조금 별로인 사람도 있겠지만, 디스코의 기본적인 흥겨움이 어딜가랴.. 그 중에서도 이 노래는 요즘 꽂혀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프린스 초기작들도 생각나고 특히 베이스라인은 이건 뭐... 워... 반복되는 펑키한 베이스 리프와 적재적소 터지는 다양한 신디사이저와 퍼커션, 심플하지만 확 꽂히는 단순한 가사. 이건 진짜 찐. 

 

1. 몇 년전에 노트북에 이상이 생겨 서비스 센터에 다녀왔다. 노트북을 맡기고 기다리는데, 순간 비밀번호 해제를 하지 않았다는게 생각났다. 그리고 바로 기사님이 오셨다. 순간 나는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는데, 당시 비밀번호는 나의 최애 뮤지션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도 찬란한, 심지어 본명인, 나의 Prince느님. 하지만 차마 내 입으로 "제 비밀번호는 프린스입니다."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 알파벳 하나씩 또박또박 "P.R.I.N.C.E요"라고 말했다. 기사님은 알파벳을 되뇌이시고는 굳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나의 눈에 자신의 눈을 맞추시고는 "아, 프린스요?"라고 말씀하셨다. 수줍게 "예"라고 대답한 나를 두고 돌아서신 기사님의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기사님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그런 이야기를 했겠지. 오늘 오전에 자기 비밀번호를 왕자라고 저장하는 미친놈이 다녀갔다고. 그 날 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2. 지난 달부터 클라이밍 상급반에 올라갔다. 클라이밍 강습반은 한 사람이 매달려 있으면 대기하는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응원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완등후 내려오면 하이파이브도 쳐준다. 아주 훈훈한 분위기다. 상급반 둘째날, 볼더링 문제 하나를 요령없이, 힘으로 완등하고 내려왔다. 왠지 머쓱한 느낌이 들었는데, 내 자리 뒤에 앉아 있던 사람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아, 너무 힘으로 올라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수줍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당황하는 듯한 그의 반응을 보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그 사람은 손목이 아파 손을 뒤로 꺾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스트레칭하는 손에다 굳이 하이파이브를 한거고. 이 코로나 시국에. 굳이. 그리고 나는 그 날 강습 내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날 밤도 잠이 오지 않았다.

 

3. 늘 첫인상은 신경이 쓰인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꽤나 초연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경은 쓰인다. 한 번 보고 다시 안 볼 것 같은 사람에게 풍기는 인상도 신경이 쓰이는데, 계속 부딪혀야 하는 사람이라면 오죽할까. 문득 학기초에 학교 분위기가 생각났다. 조용하기 짝이 없는 남자반이야 어색한 학기초만 지나면 난장판이 되지만, 여자반의 분위기는 정말 숨이 턱턱 막힌다. 같이 밥 먹으러 갈 사람이 필요하니까. 수학여행에 손잡고 다닐 짝이 필요하니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꾹꾹 눌러담았다가 결국 2학기에 폭발하는 일도 다반사다. 

 

4. 나는 사람보는 눈이 형편없다.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사람중에 좋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사실 대부분 알고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다. 사실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없... 선우정아 노래 중에 한 구절을 듣고 되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악마조차 울고 갈 만한 욕심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거기서 거기야." 때론 꼰대에 때론 욕심과 이기심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알고보면 괜찮은 사람이더라고. 

 

5. 관상은 과학. 요즘 내가 제일 혐오하는 말이다. 관상 잘 본다는 사람들도 혐오하고. 내가 사람보는 눈이 형편없어 그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겨우 몇 번 들어맞은 경험으로 자신의 관상보는 능력을 일반화 시킨, 확률적 오류에 불과하다고 본다. 외모로 판단하는건 너무 폭력적인 것 아니야? 그런 댓글도 많이 보이는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어 너무 피곤하다. 오늘도 울컥. 근데 너는 그 피곤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냐. ㄴㄴ 아님. 잘 생각해보면 나도 사실 그것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사소한 행동부터, 외모, 피부색, 성별, 인종, 나이 뭐 이런건 둘째치고 지나치게 확고한 주관, 다짜고짜 하는 반말, 할 말 없으니 뱉어보는 개인사 질문, 글 쓸 때 잘 못 쓴 표준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뒤끝 없다는 말로 포장한 감정 배출, 뭐 이런 것들. 나도 사람을 만나면 3초에 한 번씩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 같다. 오늘도 반성.

 

6. 문득, "그 사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던데?"라는 말도 때로는 굉장히 폭력적인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말을 하지 말아야겠어. 닥치고 듣기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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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꽁 2020.09.01 00:26

    후후 오랜만에 다녀갑니다. 벌써 9월이네요...

    • Musiq. 2020.09.01 07:46 신고

      헐. 진짜 오랜만이시네요. 2020도 이제 1/3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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