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41

헤어질 결심

영화관에서 한 번 보고, OTT로 한 번 보고, 다시 보고 싶은 장면들을 몇 번 더 돌려보고.. 박찬욱 감독님은 뭐 누구나 좋아할테고 나도 그의 작품을 거의 대부분 좋아했고, 일부 작품은 아주 많이 좋아했었지만. 그래도 뭔가 최애감독은 아닌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좋았다. 영화가 이러니 저러니 말하는 것 조차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작품. 아니, 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고. 그리고 OTT로 나오기 전에는 만추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았다. 좋았지만, 달래지지 않아.

영화 이야기 2023.01.20

벌새

1. 미루고 미루었던 영화 벌새를 이제야 보았다. 선명하게 남아있던 옛기억을, 옛감정을 고스란히 곱씹게 하는 영화였다. 2. "꽃이 피면 돼."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과학, 수학이 무너져 내리던 그 때에, 선문답 같은 말씀을 하시던 그 순간이 선명하다. 이과 나부랭이가 보기에는 진짜 나랑 안맞는 문과스러운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걸로 해결되는게 대체 뭐가 있나. 근데 자꾸 곱씹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나 존재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믿음' 비스무리한 것은 희미하게 생겼다. "누가 너보고 이끌어 가라던?"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철학이 없어 고민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일인데 이렇게 준비없이 맞이해도 되는건가 싶었다. 여전히 나는 엉망이지만 '잘하고 있는건가'라..

영화 이야기 2020.11.09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순위

왓챠에 매긴 모든 평점이 4.0 이상인 감독이 몇명 있을 것 같은데.. 확실한건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렇다. 딱히 영화적 장치도 없는 무쓸모 대화가 그렇게 재밌을 수 없고, 클라이막스에서 터지는 B급스러운 난장이 좋다. 이제 은퇴를 몇 작품 안남겨두고 있는데... 남자는 원래 한 입으로 세말쯤 가능함. 3점짜리 영화가 나올때까진 영화를 계속 만들어줬음 좋겠다. 아무튼 아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영화 순위. 1. 저수지의 개들 - 영화적 재미는 바스터즈가, 영화적 감각은 킬빌이 훨씬 좋았는데.. 뭔가 날 것의 느낌이 나서 좋다. 이렇게 별 것 없는 얘기로 이렇듯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다니! 2.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크리스토퍼 왈츠의 숨막히는 연기(관성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숨멎..)와 B급스러운 극..

영화 이야기 2019.10.25

영화 2018

2018에 본 영화를 정리해본다. 음악은 정리 못하겠고, 영화는 그나마 왓챠 때문에 리스트라도 있으니까 ㅋㅋ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 도전같은 느낌.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좋은 드라마. 깔끔하게 잘 구성한 다큐멘터리. 국뽕 맞아서 별 반개 추가해서 별 세개 반. 전에 올리긴 했지만.. 패터슨은 한 편의 시 같은 영화. 잔잔하지만 눈을 뗄 수 없었던, 나한테는 2018년 최고의 영화. 별 네개 반. 뻔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촛불을 온 몸으로 경험했기에 더 와닿았던. 포스터는 김태리가 예쁘니까. 별 네개. 이번에도 기어코 완성한 기괴한 성인 동화. 이런 소재를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별 네개. 간만에 재밌게 본 킬링 타임 영화. 스티븐..

영화 이야기 2019.01.21

노원 더숲, 동성아트홀

12월에 뒤늦게 러빙빈센트가 보고 싶어 상영관을 찾던 중에 노원문고에서 운영하는 작은 영화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원 더 숲. 가격은 일반 멀티플렉스랑 비슷한데, 좌석은 다섯줄밖에 안되지만 의자도 편하고 정말 괜찮았다. 대기하며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카페. 작은 전시도 하고 공연 비슷한 것도 하는 듯. 아래는 대구 동성아트홀. 페터슨을 보려고 찾았다. 새로 오픈했다던데,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다.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평일이기도 했지만. 영화는 진짜 충격적일정도로 좋았다. 짐 자무쉬 ㅜㅜ 작은 영화관들이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장사도 잘 안되고. 특히 동성아트홀은 가격도 굉장히..

영화 이야기 2018.02.04

영화(2017년 11월-12월)

두 달 동안은 그래도 영화를 꽤 많이 봤다. 그나마 왓챠 때문에 뭘 봤는지도 알 수 있고,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포스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론 음악도 이렇게 정리해야겠어.... 결과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 대사와 열연만으로도 이런 서스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필모그래피를 알아 갈 수록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쉽다. 별 네개 반. 나나는 예뻤다. 별 두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전형적인 히어로물. 재밌다. 별 세개반. 냉전시대를 꿰뚫는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 뒤로 갈수록 피로감은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엉뚱한 매력 덕에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 별 세개. 클로버필드라는 영화를 모르고 봤기 때문에 나는 꽤 재밌게 봤는데...

영화 이야기 2018.01.03

영화(2017년 5월-6월)

5월에는 틈만나면 영화를 봤는데... 6월에는 여력이 하나도 없었다. 두세편 정도 제외하고 모두 5월에 본 영화들. 1. 겟 아웃 : 곡성과 로튼 토마토로 엄청 홍보하던 겟 아웃. 아쉽게도 곡성이 가진 엄청난 파괴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신선한 영화, 하지만 잘 만들어지지는 않은 영화. 다만 개인적으로 매력있었던 것은 이 영화에 '흑인'이 가진 문화, 그리고 '흑인'이기 때문에 받았던 여러가지 폭력적인 시선(하지만 시선을 건네는 이들은 느끼지 못했던)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자면, 보통 신체적인 우월함을 칭찬하는 의미로 '흑형'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이 또한 굉장히 거북한 언어라는거.. 그런 섬뜩함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잘 엮었다는 것이 좋았음. 인종차별에 무디거나 관심없던..

영화 이야기 2017.07.02

영화(2017년 3월-4월)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일주일에 영화 한편 볼 시간이 없겠나 싶어서.. 최소한 일주일에 영화 한편은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있다면 이렇게 쓰고 있는 중이지. 주말 저녁마다 이래. 뭐 아무튼 쪼개고 쪼개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고는 있다. 왓챠에 기록한 내가 본 영화가 대충 600편이 조금 안되는데, 보고싶어요를 클릭해놓은 영화가 250편 정도 되는 것을 보니 앞으로 5년정도는 무슨 영화를 봐야하나 고민 안해도 될 듯 ㅋㅋㅋㅋㅋ 아무튼 몇 편 되지는 않지만 3-4월에 본 영화들 정리. 써 놓고 보니 8개 모두 시간이 아깝다거나 별로라고 느껴진 영화는 없었다. 다 나름대로 재밌긴 했음. 이게 다 왓챠 덕분.

영화 이야기 2017.05.12

영화(2017년 1-2월)

시간이 없고 너무나 바빴지만 시간이 조금이라도 비어있다 싶으면 하나씩 봤던 것 같다. 설 특선 영화를 포함해서. 간단 리뷰. 1. 로건 : 가장 최근에 본 영화이자 유일하게 올 해 영화관에서 본 영화. 아, 3월에 본거네. 알고보니 밀정 이후로 영화관 처음 갔더라.... 마치 레옹같았던 영화. 이전 영화 속 로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밌게 보고, 감동적으로 볼 영화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가져다 주는 고민과 내적갈등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영화들이 있다. 다크나이트나 맨 오브 스틸 같은.. 다크나이트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도 충분히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 재밌었음. 별 네개. 2.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동숲옹은 정말로 멋있다. 이렇게 뜨겁고 열정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면서도 차..

영화 이야기 201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