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루고 미루었던 영화 벌새를 이제야 보았다. 선명하게 남아있던 옛기억을, 옛감정을 고스란히 곱씹게 하는 영화였다. 

 

2. "꽃이 피면 돼."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과학, 수학이 무너져 내리던 그 때에, 선문답 같은 말씀을 하시던 그 순간이 선명하다. 이과 나부랭이가 보기에는 진짜 나랑 안맞는 문과스러운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걸로 해결되는게 대체 뭐가 있나. 근데 자꾸 곱씹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나 존재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믿음' 비스무리한 것은 희미하게 생겼다.

 "누가 너보고 이끌어 가라던?"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철학이 없어 고민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일인데 이렇게 준비없이 맞이해도 되는건가 싶었다. 여전히 나는 엉망이지만 '잘하고 있는건가'라는 의문이 들 때마다 되뇌이고 있다. 위로도 되고, 아주 조금은 겸손해진 것 같다.

 언젠가 술에 취한듯 중얼거리는 음성을 녹음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나한테 뭐 하고 싶은 말 없어요?'라는 질문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3. 영화에서는 '이상해'라는 표현을 썼다. 나도 좀 그런 것 같다. 아직까지도. 부재와 공백속에서 성장해가는 은희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랬다고 믿었는데, 글쎄, 사실 잘 모르겠다.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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