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코로나가 없고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그 날이 뭔가 이제는 평행세계 속 다른 차원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오기는 왔나보다. 못봤던 사람들을 5월에 몰아서 보기도 하고, 만나기 애매했었던 약속을 잡기도 한다. 어쨌든 좋네. 좋다.

 

2. 특히 제자들을 많이 만났다. 졸업한 친구들의 나이와 생각과 이야기를 들으니 그 맘 때즈음의 내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고민을 들으면 할 말이 없어지는건 예나 지금이나 늘 똑같더라. 그래도 술마시면서 하는 옛 이야기는 늘 재밌기도 하고.. 아무튼 좋았다. 

 

2-1. 옛날 얘기를 한참하다보니 열두시가 다 되어갔다. 아쉬움을 안고 집에 가려는데 얘들이 술을 한 잔 더한다네?? 그 땐 나도 그랬지.. 열두시가 넘었는데 그게 뭐??...라고 하기엔 내가, 아니 내 몸이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수업하는데 역시나 그 몸이 무거운 느낌이 싫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게 '나 자기 관리 잘 해'가 아니라 살기 위해 한다는 것을 그 아이들은 알까.... 

 

2-2. 그러고보니 요즘 팔꿈치를 다쳐서 한 달 넘게 클라이밍을 못하고 있다. 직장도 힘들고, 매주 스트레스 풀던 그것도 못하고 있고..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게 참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그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또 뼈저리게 느꼈다. 발목 좀 다쳐도 금방 낫고 다시 뛰어다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애들한테 얘기해봐야 뭐.. 아저씨 잔소리지 뭐.. 아무튼 한 달 반만에 다음주에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설렌다.

 

3. 지난 주말에 거리를 많이 걸었다. 명동예술센터에서 국립극단 연극을 한 편 보고, 을지로에서 맥주를 마시고 광장시장을 구경하고 오랜만에 낙산공원도 거닐었다. 미쳤네. 뭘 그렇게 많이 걸었어... 아무튼 다시 북적거리던 명동과, 사람이 미어터지던 광장시장을 보면서 그 광경이 싫지 않았던걸 보니 코로나가 길긴 길었던 것 같다. 진짜 사람 많은거 진절머리나게 싫었는데.. 그게 좋네??? 사람이 북적북적하던 그 일상적인 풍경이 조금은 그리웠던 것 같다. 

 

4. 국립극단의 공연은 '기후비상사태 : 리허설'을 봤다. 뭘 할 줄 알았는데, 고민만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끝났다. 알아야 하지.. 수많은 기후 위기 대책은 기업과 국가만 있지 개개인은 멀어져 있고, 당장 불편을 감수하고 이런 저런 실천을 하기에는 돌아오는 보상이 미미하다. 아니 뭐 보상이 보이질 않으니까. 게다가 이십여년을 들어온 기후위기가 현실적인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있고.. 뭐 이런저런 생각들을 연극으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작가와 연출가의 고민이 많이 묻어있었다. 아주 재밌진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할거리들은 조금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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