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냥 뭐.. 착해.' 

 딱히 칭찬할 말도 없고, 특징적인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을 소개할 때 쓰는 말이다. 사실 어릴 땐 잘난게 없으니 저 말이라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새부턴가 저정도 표현을 듣고 살면 남한테 폐는 안끼치고 살겠다 싶었다. 그게 호구처럼 살아온 내 인생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그래. 으른의 세계에서 착하다는 말은 호구라는 말과 등가였지. 손해보고 사는 것이 등신 천치 취급받는 요즘 세상이지만 뭐.. 그냥 나는 선 딱 그어가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착하다는 말이 싫지 않다. 물론 좋지도 않다. 그 안에 호구처럼 깔보는 시선이 있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갑자기 초딩때 2인용 책상 한가운데 삐뚤빼뚤 선 그어 놓고 지우개 넘어오면 잘라가던 친구들 생각나네. 그러고보니 나는 초딩 때 드럽게 재수없는 캐릭터였는데?! 

 

2. 호구같이 살면서도 상대방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딱히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냥 기대하다가 그런데서 상처받고 쓰잘데기 없는 감정 소모 하는게 싫어서 생긴 방어기제 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호구처럼 살아온 인생에도 가끔은 특별한 말이 필요하기도 하다. 물론 내 삶의 의미는 일터 안에 있지 않다. 안에서 받은 마이너스를 바깥의 플러스로 상쇄하곤 하지만, 그래도 그냥 뚫린 구멍 대충 덮어두고 모르쇠하는거지 그런 일들이 안에 생긴 균열까지 덮어주진 않으니까. 

 

3. 종종 그렇게 생긴 균열이 어루만져질 때가 있다. 요며칠 지속된 짜증도 오늘은 없다. 사람 참 어려운데, 사람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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