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연극은 진짜 재밌다. 타의 반으로 시작하게 된 연극반이지만, 그래도 나름 잘 시작하게 되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특히 이 연극처럼 조금 독특한 작품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영화를 훨씬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연극도 영화만큼 좋다. 망했어.... 흑인음악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 연극은 연극과 근대미술,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설치미술이 혼재되어있다. 연극은 두 배우가 번갈아가면서 모노드라마 처럼 진행되는데, 길고 긴 대사들과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전위적인 퍼포먼스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겨온다. 무엇보다 여배우이자 몸으로 하는 퍼포머(?)인듯 보이는 조아라씨의 연기가 꽤 매력있었다. 대사가 많다 보니 가끔 버벅이기도 했지만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발음이나 발성도 훌륭해서 보고 있으니 자꾸 빠져들게 되더라. 연극 특유의 과도한 어조들도 이렇게만 한다면야 뭐..ㅎㅎ 풀메이크업을 하고 <여배우의 혼 속편>에서 나온 모습을 보고는 하나도 예쁘지 않았던 그 여배우가 예뻐보이기까지 했다. 화장의 힘인가.. 아니, 그것보다는 배우 특유의 매력에 매료된 것 같았다. 보는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만큼 매력적이었다.

 

 같이 연기를 했던 와카야마 역의 이상홍씨는 시각예술가이자 배우였는데, 전문배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연기나 발음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능청스러웠다. 특히 두 배우가 주고 받던 대사들은 굉장히 유쾌했다. 그리고 무대위에 설치한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은 모두 그의 작품이었다고 하니, 이 연극에는 와카야마 역의 배우 뿐 아니라, 배우이자 예술가인 '이상홍'이란 사람 자체가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여배우의 혼 속편>은 전편의 3/4 정도만 다루고 있다고 했는데, 마무리가 좀 찝찝하긴 했지만, 앞부분이 충분이 매력적이었던지라.. 이런 모노드라마는 확실히 입을 잘 털어야 한다. 대사들을 찰지게 만들고, 내 이야기인듯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홍상수의 영화나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이렇게 입 잘 터는 영화들이 내 취향이었듯, 이 연극도 꽤나 그런 맛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예술가로 살아도 좋으니 일본에서만 태어나지 말게 해달라.'는 대사나 아우라를 설파하던 코야마의 대사들, 몸에 흰 물감을 칠하면서 둘이 나누던 예술에 대한 대화들은 발랄했고 인상적이었다. 무대 디자인과 조명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무대를 반으로 쪼개서 사후세계와 현세를 표현한 것도,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들과 많은 조명들을 촘촘하게 사용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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