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서 살짝 걱정도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연극인 것 같아 신청했다. 이 연극은 창작극이고 거의 초연이라고 한다. 창작극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본 것 같았다. 고전을 재해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문학을 비롯한 문화예술의 가치가 보편성에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창작극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안에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연출 방식도 마찬가지고 연극이 던져주는 메세지도 그렇고. 


 물론 이 연극이 지금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특수성을 잘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사회에 이슈가 되는 병폐들을 그려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은 특수한 개인을 나타내기 보다는,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예를 들어 고시생(백수)를 의미하는 인물, 사업에 실패한 가장, 외모에 치중하는 20대 '처녀', 평범한 회사원 등.. 그리고 각각의 인물은 보편적인 모습보다 집단의 특수함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치중한다. 인물의 인격은 좀 부조리하다고 느껴졌지만, 그런 극단적인 모습들이 블랙코미디를 만들어냈고, 실소를 불러일으킨다. 현대사회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 순응하고 안도하는 집단의 광기도 확인한 것 같았고,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면서 상대적으로 현실 관계에 무감각해지는 태도,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분노와 이중적인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누구나가 싸이코패쓰다.


 다만 아쉬운 것은 추리극의 형태를 띄고 있던 초반을 지나, 개개인의 실체를 드러내는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플롯이 좀 정형화된 플롯이라고 해야하나... 물론 초반부 추리극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추리가 주가 되는 연극은 아니긴 하다. 그래서 그냥 추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를 그대로 차용하려고 생각했을지도.. 대신 작가나 연출가는 이야기보다 캐릭터에 더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캐릭터가 드러나는 과정이 많이 늘어진다고 느꼈던 것 같다. 숨가쁘다고 했는데, 별로 숨가쁘지 않았어.. 게다가 극단적으로 표현된 캐릭터 조차 클리셰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아서.. 뭐 사실 없는 병폐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표현 방식을 달리 할 수는 없었을까...라고 창작 한 번 안해본 새X가 그냥 쉽게 지껄여봅니다ㅋㅋㅋㅋㅋ 내가 쓰는 글이 다 그렇지 뭐... 어쨌거나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왕 극단적으로 갈거면 좀 더 특이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대부분의 배우분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감탄하고 나왔다. 배우분들의 내공들을 느낄 수 있었음. 특히 배우들의 합이 참 잘 맞는다고 느껴졌음. 반면에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딱히 도드라지는 구석은 없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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