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이야기다. 연극을 신청한건 11월 말이었는데, 공연을 볼 때쯤이 되고 나니 굉장히 민감한 이슈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평일 저녁 공연임에도 아르코 소극장은 만석이었다. 그리고 남은 공연들도 이미 매진이라더라. 단순히 소재 때문에 이렇게 인기 있는 공연이 되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정말 모든 면에서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연극이었다. 앵콜 공연이 있다면 주변에 꼭 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하고 싶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과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극에 끼어들어 말하고 싶을만큼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 같다고 느꼈으니 뭐.. 정말 한 분도 빼놓지 않고 다 좋았다. 아르코 극장이 조명이 잘 갖춰져서 그런지 조명도 정말 잘 썼다고 생각했고, 음향도 나무랄데 없었다. 확실히 국립 극단의 소극장이나 아르코 소극장처럼 잘 갖춰져 있는 무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았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전개된 극도 인상적이었고, 액자식 구성을 너무나 훌륭하게 연출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연출은 끈적하고 늘어지기 보다는 간결하고 냉철했다. 터뜨리지 않고 목 끝까지 차오르다 신음소리만 남긴채 삼켜버린 기분.. 그래서 마음을 더 후벼판다.


 더는 이야기를 못하겠다. 연극보다 기구한 현실이 눈 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기 때문에, 붙이는 말마다 사족이 되는 것 같다. 좋은 연극이었고,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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