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류작성을 하도 했더니 2015년이 벌써부터 익숙해졌다..라고 생각했는데, 블로그 제목으로 2015를 쓰니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새롭네. 2014년 연말 결산을 약 열흘전에 시작했는데, 연수니 뭐니 바쁘다고 미뤄뒀더니 갑자기 하기 싫어졌다. 날짜 다 지났는데 하지말까..


2.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고3 1년간 모의고사만 10회 이상을 봤다. 수능 한 달 전에는 거의 매주 모의고사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운명의 그 날, 고3 내내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던 점수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이나 입시제도를 볼 때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은 아니었겠지.. 재수가 싫어 마지못해 지원했던 학교들은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면접을 갔던 한 학교에서는 '아, 이제 이 곳을 다니게 되겠구나..', 혹은 대기실에 놀러(?) 온 선배들과 말을 트며 '이제 계속 보고 다닐 선배들이구나.'라고 생각했으니 설레발도 이런 설레발이 없었다. 하지만 썼던 세 학교는 모두 탈락. 심지어 하향이라고 썼던 곳에서 1차 탈락할 정도 였으니 내가 썼던 곳들이 당시 꽤나 인기학과였음은 분명하다. 고3 담임선생님이 굉장히 미안해하셨지. 어쨌거나 어이없고 허탈했다. 고3 1년동안 생각도 안 해본 곳에 지원하는 것도 억울하고 짜증났는데 감히 날 떨어트려?!?!

 그냥 갑자기 학교 선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사립학교들을 지원했던 과정들을 돌아보니 저 때랑 닮아있는 것 같아서. '이 정도면 해볼만 하다'라고  생각했던 학교들은 모두 떨어졌고, 너무나 가고는 싶었지만 '경험으로 생각하자.'라던 학교는 붙었다. 학교 경력이라고는 전무한 내가 첫 해에 원하던 곳에 합격한 것은 그동안 나를 시험했던 수 많은 불운에 대한 보상이려니....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는 요즘이다. 원서접수부터 최종합격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왕복으로 5시간은 걸리는 거리를 6번을 왔다갔다 했던 날들이 막 스쳐간다. 왜 이 학교는 일정을 몰아서 안하는지 살짝 원망스러웠는데.. 어자피 떨어트릴꺼 몰아서 좀 보면 얼마나 좋겠냐며..ㅋㅋㅋㅋㅋ


3. 어울리지 않는 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그렇습니다. 저 학교 들어갔어요..... 이 것은 학밍아웃, 아니 교밍아웃?? 원래 초임 선생님은 열정이 막 넘쳐야 되는데 세상의 (약간의) 단 맛과 (대부분의) 쓴 맛을 보았기 때문인지 다른 초임보다 열정지수가 낮은 것 같아 고민은 좀 된다. 그래도 좋아할만한 조건은 다 갖춘 학교다. (곧 이사하지만) 학교가 굉장히 예쁘고, (공부는 인문계치고 못하지만) 착한 아이들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체계화된 인성교육 프로그램, 게다가 (곧 공학으로 전환되지만) 여고... 서울이라 돈 모으고 집 사기는 글렀다는게 함정이지만, 자랑스러워 해도 될 만큼의 좋은 학교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다만 앞으로 20여년은 그럴 일 없을 것 같다는게 함정....


4. 최근에는 근원수필을 읽었다. 비틀어진 세상을 보면서 외치는 자기 비하와 자기 연민,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꼬장꼬장함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여유와 단단한 심지를 동시에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책을 읽고 있다. 어렴풋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퍽퍽하고 와서 꽂히는걸 보면 이 분이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뜬금없이 블로그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잠깐했다. 책을 내는건 그런 분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나 같은 일개 평민은 생각하고 느끼는 걸 표현할 방법이 마땅찮다. 하찮은 깨달음이고 다른 사람의 공감은 얻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한테는 소중한 생각이고 깨달음인데, 아무런 기록도 없으면 서운하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안서운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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