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한 마음을 달래고자 맥주를 마시면서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요즘은 라스도, 해투도 재미없어. 얼마전까지 낄낄대며 보던 쇼미더머니도 오늘이 막방이었고, 시즌1부터 열혈 애시청자였던 댄싱9도 지난달에 끝났다. 이제 남은건 무도 뿐... 무도 끝나면 진짜 우울증 올 지도 몰라. 아무튼 오늘은 쇼미더머니 시즌 3의 막방과 히든싱어의 이선희 편을 보았다. 그리고 술 김에 또 되도 않는 소리 끄적이려고..... 사실 오늘 아침부터 뭔가 길게 끄적이고 있던게 있는데 그걸 먼저 써야 되는데;;




2. 쇼미더머니3는 진짜 완전 대박친거지. 시즌 1부터 챙겨봤지만 이번 시즌이 제일 재밌던거 같다. 그 어느때보다 뚜렷한 캐릭터들과 각자 가지고 있던 많은 사연들(그리고 그 사연을 가지고 지나치게 감성팔이도 안했다.), 유행어도 많았고, 구성도 완전히 자리 잡은 듯. 털ㄴ업, That's no-no, 힙합 밀당녀!, 락스코. 이런 저런 논란이 많았지만, 그건 어쨌거나 쇼미더머니가 대중의 관심속에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1) 오글거려 보고있기 힘들었던 힙합 밀당녀는 그냥 프로그램의 희생양이라 보면 되는데, 본격적으로 논쟁이 붙은 첫 이슈는 락스코였지. 고등학교때 한창 유행이던 린킨 파크, 콘 같은 뮤지션의 랩-메탈을 시전한 바스코형님. "내가 하면 다 힙합이다"라는 자신감 ㅋㅋㅋ 그런데 그 조차도 매력있더라. 십 여년간 한 우물을 파온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어쨌거나 바스코가 한 노래는 록을 힙합에 접목한 하이브리드 '힙합'이 아니라 록에 랩을 접목한 랩 '메탈'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 비트부터 모든 음악의 구성이 록인데 랩만 한다고 힙합이 되는건 아니잖아? 아이언의 마지막 무대도 마찬가지었고. 그걸 누가 힙합으로 봐.... 바스코보다 훨씬 심했어. 하이브리드여도 힙합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유지를 했어야지.


 2) 스웩(Swag)은 확실히 힙합만이 가진 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방지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과시의 가면을 쓰는 것 조차 그들의 문화이자 놀이다. 매력있지. 하지만 스웩 하나로는 좀 부족해. 에미넴이 8마일에서 마지막 랩배틀 때 감동을 주었던 이유는 모든 것을 내려놨기 때문이고, 그 내려놓음조차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서 스윙스가 '내겐 엄마의 건강이 더 중요, 손주 드릴 때까지 안 입어 검은 정장'이라며 방구석에 숨어서 쪽팔릴까 안나오는 현역들을 비꼴 때, 바스코가 아들 섭이의 이야기를 할 때, 바비가 힘들었던 가정사들 들먹이고 형편없는 아이돌 래퍼들을 디스 할 때, 아이언이 어두웠던 자신의 과거를 가감없이 드러낼 때, 비슷한 류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냥 '나 존나 잘났음. 이유 그런건 모르겠고 그냥 잘났음'하는 근거없는 허세가 아니라 '난 이렇게 자라왔지만 너희들 앞에서 이만큼 증명했어'라는 자신감. 뭐 단순히 성장과정을 들이대란 얘기는 아니지만, 가면보다 멋있는건 솔직함에서 오는 것 같더라고. 그리고 이런게 진짜 스웩이지. 거기에 더해서 적어도 자신이 뱉은 말을 책임 질 만한 증거(음악)는 들이대야 하지 않겠어? 그 옛날 피타입이 말하던 '보여주고 증명하라'. 그거임. 


 3) 그냥 의미없이 말만 빠르게 하면 될 것 같은 랩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잘하고 못하고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니까 아이돌 그룹에서 노래 못하고 얼굴반반한 애들 랩시키는 짓 좀 그만해.... 그 어느 음악보다 직접적이고 말이 많은 장르가 힙합이기 때문에, 말만 잘하면 켄드릭 라마가 'Control' 대전을 시작한 것 처럼 광역도발도 가능할꺼고, 실력 없다면 쪽팔려서 못해먹는다. 그래서 쇼미더머니가 재밌다. 힙합은 어떤 장르보다 전투적이다. 쪽팔리기 싫으니까 목숨걸고 하는 거지. 비트와 밀당한다며 갖은 폼은 다 잡아놓고 랩은 X도 못하면 그게 웬 망신이야. 그런데 아쉽게도 좁아터진 우리나라에서 경쟁, 도발, 디스, 이런게 쉽지 않잖아? 한 다리 걸치면 다 친군데. 그 옛날 동부, 서부의 힙합 전쟁은 투팍과 비기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이 났지만 그로 인해 힙합과 랩이 질적으로 얼마나 발전했는데. 근거없는 자기 자랑, 사랑타령 이런게 여기선 없다. 치열하다. 그래서 재밌다. 힙합에 대해 그릇된 인식도 많이 심어준 프로그램이지만, 그런것을 감안해서 보는 안목만 있다면 참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 내가 가르치는 애들이 하는 쇼미더머니 얘기를 듣다보면 확실히 산으로 가는 얘기들이 많더라. 힙합을 위협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한 듯 ㅋㅋㅋㅋㅋ 올바르게 전도해주려다 귀찮아서 패스함.


 4) 랩을 잘하는건 씨잼, 그들 말대로 배틀랩의 최강은 올티(다만 그것만 반복되다보니 감흥은 처음만 못하더라.), 독특하고 매력있던건 아이언, 랩도 잘하고 발전도 많이 했고 스스로를 증명한 바비도 멋있었고, 락스코니 어쩌니 해도 바스코는 그냥 힙합이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사람 자체가 힙합임 ㅋㅋㅋㅋ 갑자기 스케치북 나와서 공중파 처음이라고 덜덜 떨던거 생각나네. Hero는 진짜 멋졌고, 그 무대 진짜 짠했는데.



이 땐 진짜 힙합스코.


3. 히든싱어 이선희편을 보는데, 첫 노래 "J에게"가 시작하기 전에 1집 수록곡인 "아- 옛날이여"가 잠깐 나오더라. 와.. 1집이면 진짜 어릴 땐데 그 때도 이 정도 목소리를 가졌단 말이야??ㅋㅋㅋㅋ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은 목소리를 들으니까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생각나더라. 프레디 머큐리가 노래에 감정도 잘 담고, 퀸의 비범한 음악도 인기에 한 몫을 했지만, 가장 큰 매력은 시원하게 뻗는 그의 목소리가 아닐까.. "Bohemian Rhapsody"에서 마마~ 아 돈 원 투 다이~ 할 때 누구나 다 찌릿찌릿하지 않나? 그냥 고음이 아니라 뻥 뚫린 듯 시원한데, 그게 또 단단하게 꽉 차있다(?). 뚫린겨 막힌겨... 풀발기하다 못해 터져버린 것 같은 목소리다. 두 분 모두 비교불가 최강의 목소리지. 진짜 강하다는 의미의 최강.

 우리 나라에도 목소리가 시원한 뮤지션들이 몇몇 있다. 돌아가신 김광석님의 목소리도 그랬고, 윤도현의 목소리가 그랬고,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의 목소리가 그랬다. 그래도 다시 들으면서 느꼈지만 이선희누님이 짱인듯. 이선희 누님은 몸에 63빌딩 비상 계단을 지니고 다니시는건지.. 어떻게 그런 목소리가 나오지. "아름다운 강산"들으면 누구나 선동될 것 같지 않음??? 멋지다. 언니부대가 생길만해. 물론 나는 이런 류의 목소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듣자마자 경외감이 드는걸 어째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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