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명량을 봤다. 


 이순신이라는 역대 최고의 영웅, 그리고 볼만한 해전씬, 백성이 나라보다 우선이라는 메시지가 영화를 흥행으로 이끌고 있는 듯.. 근데 영화는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다.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진구 등 좋은 배우들 다 써놓고 캐릭터는 산으로.. 이야기도 힘 없이 어슬렁어슬렁 해전씬까지 끌고 간 느낌. 김원해씨를 제외한다면 명확하게 그려진 캐릭터도 없고, 이순신장군이 가진 딜레마와 고민도 흐릿하고 애매모호하게 어물쩡 넘어간 것 같다. 어떻게든 해전씬까지만 가자! 가면 끝장이야. 이렇게 느껴졌음. 오로지 해전씬만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인공이 명량대첩임. 


 해전씬은 몇몇 부분을 제외한다면 확실히 좋았다.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고.. 특히 포들을 아래로 모아 백병전을 승리로 이끄는 장면은 굉장히 멋있었음. 다만 나는 이 영화가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지길 바랐는데, 판타지와 오글거리는 신파가 끼면서 감흥이 좀 줄어든 것 같다. 바다에서 죽어간 혼이 주는 비장함과 딱 필요할 때 등장한 회오리까지는 좋았다. 영화니까. 

 그런데 

1. 필요할 때마다 정확히 날아와 꽂히는 화살(최종병기 활 때문인가.. 필요할 때 가까운데 몇번 꽂힌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거 너무 먼거리에서도 지나치게 자주, 또 너무 정확하게 꽂혔다.)

2. 큰 배를 끌어내는 백성들의 작은배들(이게 뭘 말하고 싶은건지는 알겠는데, 비현실적이고 오글거려서 보고 있기 힘들었음.), 

3. 다 죽어가는 진구가 5m 밖에서도 듣기 힘든 목소리로 이정현에게 소리치는 모습(그래도 이정현이 치맛자락을 흔들 땐 울컥하더라.) 등.. 

 무겁고 묵직하게 진행해가던 영화 분위기와 대비되는 오글거림이 자꾸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전장과 상황의 처절함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으면 했다. 굳이 저런 장치를 넣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엄청난 대승을 거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 만으로도 감동을 반은 먹고 들어갈텐데...

 특히, 굳이 해전에 백성들의 역할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억지로 메시지를 던지는게 불편했다. 위기-극복-위기-극복-위기-극복이 너무 자주 반복되는 것도 피곤했고. 해전씬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가면서 이야기를 더 끄집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한민 감독의 전작들도 그렇지만, 장면은 잘 만들어내도 이야기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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