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핀처의 영화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을 만든 핀처의 영화다.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한동안 스릴러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왔고, 가장 최근의 스릴러 작품인 밀레니엄은 뭐랄까.. 원작 소설에 감독의 스타일이 먹혀버린 느낌이랄까..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마치 브랜드 같은 그의 이름과 썩 잘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타이트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그의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주제를 드러내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숨겨진 의미나 단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진짜 기똥차게 잘해 ㅋㅋㅋㅋ
스릴러로 시작한 이 영화는 진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 서스펜스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 물고 물리는 새로운 사건들이 새로운 전개를 만들지만, 나오는 전개마다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그렇게 휘몰아 치다가 반전하고, 또 휘몰아치다가 반전하는데, 장면과 서사, 시점의 전환이 디졸브 되는 것 처럼 자연스럽다. 관객은 그가 친절하게 이끄는대로 따라가면서도, 예상치 못한 전개를 거부감 없이 흡수한다.(아니, 캐릭터에서는 분명 거부감이 생겼을수도 있겠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강렬한 스릴러라니!
"머리를 갈라 뇌를 확인하고 싶은" 결혼생활의 심리를 뻥튀겨놓았다. 모르지만 알 것 같다. 여론과 언론을 대하는 중반 이후의 장면은 블랙코미디로써 손색이 없다. 진짜 둘이 재결합하는 순간부터 너무 웃겨서 배잡으면서 봤는데, 영화관 분위기 너무 깨는거 아닌가 싶어서 끜끜대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아가며 봤다. 아, 이건 뭐 나한텐 <인사이드 르윈>과 더불어 올해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개봉한다면 또 모르지만 ㅎㅎ
소재는 막장인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그 안에 사람의 심리와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그렇고.. 막장이야기는 우리가 한 수 위인데, 이런 각본과 연출력은 좀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보리를 핀처에게로!
이 어마어마한 썅년
한 줄 평 :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한 막장 활극. 장보리를 핀처에게 보내자.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헝거게임 : 모킹제이(2014) (0) | 2014.11.25 |
---|---|
인터스텔라(2014) (0) | 2014.11.25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 (0) | 2014.10.16 |
명량(2014) (3) | 2014.08.04 |
포항 (전주 국제영화제(JIFF) 상영작) (0) | 2014.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