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영화 소식을 페북에서 듣고 떠올랐던 영화는 <서칭 포 슈가맨>이었는데, 음악영화, 그리고 포크라는 공통분모도 있었고, 왠지 잔잔할 것 같은 분위기도 그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만 있어보자... 읭? 코엔형제 영화야?!?!?! 언제는 코엔형제 팬이라더니 신작이 나온줄도 몰랐어?ㅋㅋㅋ 예전 프로필에 코엔형제 이름을 들먹거린건 역시 나의 주체못할 허세끼 때문이었어... 어쨌거나 이 영화가 코엔형제의 신작이라는 사실을 영화가 영화관에서 내릴때 즈음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고, 뒤늦게 부랴부랴 찾아서 보게 되었다. 사실은 보자마자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게을러서 ㅋㅋㅋㅋ 아무튼,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음악영화라 할 수 없다. 왜냐? 코엔형제 영화니까. 말 나온김에 오늘도 한번 허세끼가 되어보자.


 영화의 모티브는 무명에 가까운 포크 싱어 '데이브 반 브롱크'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많은 무명 예술가들이 모여서 살고 활동하는 그리니치 빌리지 라는 곳인데, 영화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밥딜런이나 지미 헨드릭스도 이 곳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밥딜런이 자서전을 통해 '데이브 반 브롱크'가 이 그리니치 빌리지의 왕이었으며, 지배자였다고 말했단다. 물론,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해당하는 말이었고, 현실적으로는 빈곤한 무명 포크 가수 였을 뿐이다. 컨트리 다음으로 잘 안듣는 장르가 포크긴 하지만, 포크의 매력은 그 장르를, 혹은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때로는 애잔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영화 답게 그의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곡으로 나오는데, 역시나 좋더라. 음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데 음악영화라니!!! 포크면 어떠랴. 영화속에 등장하는 '르윈 데이비스'의 음악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을 추우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아릿하게 만들어줬다.



JT와의 한장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흡연 욕구 불러일으키는 장면.


  음악이 많이 나오니까 음악영화는 맞다. 근데 이건 코엔영화야... 음... 방향이 조금씩 돌아간 채로 겹겹이 쌓여있는 슬라이스 치즈를 보는 기분? 뭔 얘긴지 이거 나만 알겠지..... 그리고 음.. 뫼비우스의 띠? 아.. 갑자기 수학얘기 하고 싶다. 아무튼 그렇다. 뉴욕의 작은 동네, 집도 없는 뮤지션, 인정은 받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인생과 나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 반복되고 중첩되는 삶의 많은 이미지들이 나의 그것들과도 이어져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앞면에서 출발하지만 뒷면으로 도착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론 거의 흡사한 장면으로 이어지던 영화의 처음과 끝장면에서도 뫼비우스의 띠가 연상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고양이의 역할이 인상깊었다. 영화에서 고양이는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르윈의 삶이 때로는 투영되고, 때로는 대조되는 존재로서의 역할(고양이 이름이 율리시스였다는 말에 뽱ㅋㅋㅋㅋㅋ), 그리고 전 여친이 낙태하지 않아 어디선가 길러지고 있을 그의 아이 같은.. 원치 않게 떠맡게된 짐이나 책임을 상징하는 역할.. 영화의 연출이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덧대고 중첩시키고 상황들을 촘촘하게 연결시킨것이 코엔형제 영화의 매력을 굉장히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당최 왜 지루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ㅋㅋㅋㅋㅋ


 아... 나라면 고양이를 버리고 갈 수 있었을까..... 사실 몇 번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보통은 스스로 과감하게 선택하기보다 누군가에 이끌려 떠밀리듯 선택했었고, 적어도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역할을 과감하게 버릴 생각은 못했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책임의식이 강해서, 뭐 이런건 아니고 그냥 우유부단. 사실 성격상으로 보면 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다 보니까 ㅋㅋㅋ 주어진 상황에서도 충분히 스스로 만족하고 살 수 있다. 약간 노예st. 고등학교 때 다 때려치고 음악이나 배워볼까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공부한게 아까워서 못 버림 ㅋ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르윈 데이비스는 만무방이고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스타일의 민폐남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인상적인 고양이 연기 + 오스카 아이삭도 마찬가지.


 영화의 첫장면과 비슷한 장면들이 끝에서도 반복되는데, 처음엔 뭐지?? 전후관계가 뒤바뀐건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르윈의 변화도, 드라마틱한 성공도, 나락까지 떨어지는 실패도 아니었다. 음악을 포기하는 일조차도 마음대로 안될 정도로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포크가수 르윈 데이비스의 인생의 한 장면을 뚝 떼어다가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걸 의도했던 것 같다. 그래.. 이게 인생이여..... 뭐 이런거??  한마디로 '인생'이거 하난데, 뭘 이렇게 구구절절 썼는지 모르겠다. 현실이었으면 르윈 또라이시키 ㅋㅋㅋㅋ 저렇게 사는 놈도 있구나. 하면서 뒤돌아서 씁쓸해했겠지. 복잡미묘한 감정 때문에. 


 아무튼 좋은 영화였다. 캐리 멀리건 예쁘더라. 성격은 뭐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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