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2013)

The Conjuring 
7.6
감독
제임스 완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릴리 테일러, 론 리빙스턴, 조이 킹
정보
공포 | 미국 | 112 분 | 2013-09-17




영화로 보고나니 저 아래쪽 그림자가 눈에 띄네 ㅎㅎ



 이렇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포영화가 얼마만이냐.. <더 웹툰>을 영화관에서 보고 엄청나게 후회를 했기 때문에 한참 떠들썩하던 그 때 영화관을 가지 않았다. 갔으면 또 산만한 중고딩들 때문에 몰입이 안됐겠지. 이러나 저러나 꽤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나친 기대감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었고,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공포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영화였다.


 - 아래는 스포일러 포함.


 일단 내가 엄청 기대를 했던 이유는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슬로건 때문이었다. 영화 내용속에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한 상태라면, 사람이 공포감을 갖도록 몰아넣는 분위기, 그리고 완벽히 드러나지 않는 시야, 저음으로 울리는 진동만으로도 충분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어디선가 갑툭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 무시무시한 분장술 덕에 머리털이 삐쭉서는 경험을 하더라도, 맥락없는 공포는 허무감만 안겨주기 마련이다. 오히려 손에 땀을 쥐고, 눈 가리고 귀 막고 싶은 그 상황을 극대화 시키는 쪽이 훨씬 매력적인 공포다. 물론 그게 더 어렵긴 하지만 ㅎㅎ


 일단 초반부의 분위기는 좋았다. 집을 거부하다가 죽어 버린 개, 우연히 발견된 지하실, 조금씩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는 악령의 기운. 전형적인 하우스 호러 영화대로 흘러가긴 했지만, 연출력이 꽤 좋다고 느꼈다. 지하실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문 뒤편, 침대 밑, 옷장 속, 가린 눈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앞서 이야기한 공포 분위기들을 잘 이끌어갔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언뜻 떠올랐을 정도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공포의 영역을 넓혀나왔다. 옷장 속에 튀어나와 박수를 치던 손이나, 어설픈 귀신분장이 실소를 터트리게 만들긴 했지만..;;


 중반 이후로 이 영화는 오컬트에서 악령을 쫓아내는 엑소시즘에 집중했는데, 이 때부터 약간 지루했던 것 같다. 정확하게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매력적이었는데, 모든 정체를 드러내고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그 순간부터 매력이 뚝 떨어졌다. 이런 전형적인 전개는 싫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꽤 잘 만든 공포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만 유난히 성공할 정도로 아주 무서운 공포영화도 아니었고, 독보적인 연출기법이 있었던 것도,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던 것도 아닌데, 뻔한 선에서 연출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을 그 안에서 극대화 시켰다고 해야하나.. 뻔한 연출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발현해낸 것 같은 느낌이다. 비유하자면, 발에 채일정도로 흔해 빠진 식재료로 누구나 만드는 요리지만, 거장 쉐프의 손길이 닿은 명품 음식??? 뭐, 솔직하게 완전히 내 입맛은 아니긴 했지만 ㅋㅋㅋ


 자꾸 언급하게 되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그랬는데.. 철지난 파운드 푸티지 기법으로 맛깔난 요리가 나왔었다. 참고로,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결말은 세가지 버젼이 있는데, 내가 봤던 것은 오리지날 버젼이다. 극장용은 결말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싹뚝 잘라서 입맛대로 촬영했는데, 완전 별로였다. 사실 그 마지막 엔딩이 엄청나게 강렬했었는데.. 진짜 뻔하디 뻔하게 잘라붙여놨다.


 '쏘우'로 유명한 제임스 완 감독의 이번 영화를 보면서, 나름 한 방면에서 꾸준히 뽑아내는 뚝심? 그리고 호러에 대한 강한 애착?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전적인(?) 공포물들을 한데 잘 엮은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좀 마이너한 장르긴 한데.. 이 쪽에서 이런 존재감을 보여주는 감독도 흔치 않으니까 ㅎㅎ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모든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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