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든 영화냐 라고 묻는다면 '시간때우기 용으로는 나쁘지 않아.' 정도로 대답할 것 같다. 장점과 단점이 이만큼  적나라하고 분명하게 드러난 영화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영화가 참 재밌었다. 공감도 많이 되고..ㅎㅎ


1. 영화를 보고나서 알게 된 일인데, 봉태규는 소문난 힙덕이란다. 아마 이 영화의 감독이자 조연으로 출연한 변성현씨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힙합'과 '힙합뮤지션'을 얼마만큼 맛깔나게 표현했는가? 힙합은 Bad, 힙합뮤지션은 Good. 일단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친 힙합을 하는 Rampages임에도 '메기 썅년'이외에는 딱히 컨셉과 부합하지 않는(OST를 생각했을 때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음악에서 공감을 얻기 힘들었고(음악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둘이 랩을 참 못한다.. 물론 직접 OST에 참여한 것은 칭찬해 줄만한 일. 근데 배우가 발음이 왜 이렇게 구린거야... 반면에 힘들게 언더그라운드에서 랩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조금 과장되지만 맛깔나고 디테일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언더 힙합쪽에서 밥한끼에 비트를 건네주는 일이 허다하며, 저작권 개념이 제대로 안잡혀있고, 그것을 당연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워낙 씬이 좁아 터져서..





2. 봉태규의 연기는 역시나!! 매력적인 찌질함과 절규하던 마지막 모습. 이 친구 연기 진짜 잘한다. 정말 독특하고 비현실적이라 조금 껄끄럽기는 했지만 매력이 엄청 넘치던 곽지민. 깐족깐족, 약간 어색한 연기를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잘 채운 변성현. 다만 같이 주인공을 연기한 이영훈의 연기는, 멍청함과 허세 그 둘 중에 어느것도 완전히 채우지를 못했다. 안 어울렸다.


3. 시나리오와 연출. S비디오와 그로인해 다시 뭉치게 되고 서서히 밝혀지는 그 시절의 진실들. 뻔한 소재, 뻔한 전개다. 그런데, 여주인공이던 곽지민이 짧게 툭툭던지던 말투만큼, 길지 않은 호흡으로 툭툭 뱉으면서 연결해나가는 연출은 장르가 가진 장점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다. 샘플들을 중간중간 짜깁기해 만드는 힙합음악처럼,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이 늘어질 틈을 주지 않는다. 물론, 그 중심에는 봉태규가 자리하고 있고. 쓰레기통속에서 대충 휘적거리다 꺼낸 말처럼 불만과 허세, 치기로 가득찬 나레이션도, 은근한 공감과 은은한 울림을 안겨줬다. '청춘'이라면 누구나 울렁이는 마음속 '그루브'를 느낄 정도로.


비트가 울리면, 마이크를 잡아.

덕분에 어제는 하루종일 힙합음악이 땡겼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The Beat Goes On이라서 띄워보는 노래는 이 것.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이 것.


사람은 100%드러난 잘못에만 진짜로 미안해해.
재밌는건,
잘못이 드러나기 전까지 느끼는건,
잠깐의 죄책감정도라는 거야.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영화 속 곽지민은 3인칭 말투를 쓰는 컨셉이 오그라들긴 했지만 또라이 같은 캐릭터를 정말 매력있게 잘 소화했다. 특히 목소리랑 매치가 너무 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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