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않다면 뒤로가기 클릭.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모티브에서 시작했지만, 살인의 추억이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라는 컨셉에서 시작했다면, 이 연극은 '그놈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를 컨셉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묵직한 한방이 있었다.

 연극은 과거의 시점에서 시작하지만, 현재와 과거를 반복해서 오가면서 진행된다. 영화였다면 30여년이나 차이가 나는 과거와 현재는 배경만 봐도 그 경계가 뚜렷했을 텐데, 연극의 특성상 기껏해야 대사에서 그 차이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툭 던진 작은 대사에서 배경이 달라졌다는 암시가 있었지만 흘리기 쉬웠고, 과거로 다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시점이 나왔을 때에서야 두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연극의 특성이 이 연극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최대한 뒤로 미룰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한 방이 더 묵직했던 것 같았고.

 하지만 연극이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었다. 플롯들을 조금 더 차곡차곡 쌓아갔어야 하는데, 플롯이 겹겹이 쌓아지 못하고 단순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배경이나 장면 전환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플롯도 약간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었고.

 

 연극의 빈 공간과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캐릭터들로 굉장히 영리하게 채웠다. 매력있는 캐릭터가 많았고, 그 캐릭터를 두 명의 멀티맨들이 채웠다. 덕분에 연극이 지루하지 않고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 효과를 얻었는데, 그래서 연극이 꽤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연극이 끝나고 나올 때 사람들이 결말을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 친절하지 않은 연극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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