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자들이 교생이 되어 학교를 다시 찾았다. 나이 먹었다는 것만 또 실감했지. 지난 월요일에 그 제자 중의 한 명이 '어젯밤에 학교 가는게 너무 설레서 잠이 안왔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나는 출근하기 싫어서 일요일 밤마다 잠이 안오는데... 오늘도 안 올건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언젠가는 설렜던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그 희미한 감정위에 일상이 쌓이고 쌓이면서 잊혀졌을 뿐. 아무튼 교생들이 나오던 그 2주간, 좋으면서도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지나고나니 참 아쉽더라. 

1-1. 오래된 편지들을, 오래된 쪽지들을 꺼내 읽어봤다. 적어도 다음주까지는 열심히 지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주일을 살자.

 

2. 열심히 살기로는 우리 엄마가 참 열심히 사시는데.. 쌍둥이 조카를 봐주느라 평일은 누나네 집에 가서 시달리면서 매주 토요일에는 성음악 학원을 다닌다고 한시간을 달려서 6시간을 수업을 들으셨다. 그러기를 3년, 오늘 졸업미사 및 졸업연주회를 하셨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지휘하시는 모습을 보니 뭔가 찡하고 멋있다고 느꼈다. 

2-1. 우리 엄마는 30여년을 교직에 있으시다 몇 년전 퇴임을 하셨다. 그리고 3년간 다니시던 성음악 학원도 졸업을 하셨다. 끝마친다는 기분은.. 어떨까. 재수와 함께한 고등학교 졸업도, 임고에 떨어진 대학교 졸업도, 갑작스럽게 정리했던 학원 운영도, 뭔가 제대로 끝마친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3. 가끔 공연장에서 만나던 사촌동생이 결혼을 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사촌동생이 중학생 시절 우리집에 놀러왔었고, 그 때 나스의 일매릭을 틀어줬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습지만ㅋㅋㅋㅋ 그래도 나스는 못참짘ㅋ 게다가 일매릭인데?ㅋㅋ 나름 음악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예전에 술 진탕먹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축의금을 받느라 식장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신랑 입장음악으로 맥스웰의 The Urban Theme을 트는 걸보고 돈세다가 빵터졌다 ㅋㅋㅋ 축가는 대학교 동아리 사람들이 I'll Make Love To You를 부르지 않나(아니 아마추어인데 또 왜 이렇게 잘 부르는거야..) 아무튼 내가 봤던 결혼식 중에 가장 소울풀한 결혼식이었다. 소울충만하게 잘 살거라. 

 

20년을 들었는데 여전히 가슴떨리는 음악은 몇 안되는데.. 이게 그렇다. 앨범을 풀로 재생하는 내내 이렇게 좋기만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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