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아름다움과 재난영화의 아슬아슬함을 동화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한시간반동안 취한듯 홀린듯 영화를 봤다. 그리고 왜 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뼈에 사무쳤다. 미안하다 내 눈아. 미안하다 내 귀야. 호강 기회를 놓쳤구나.. 우주 재난영화만 아이맥스로 볼게 아닌데..
마지막 30분이 지나고, 마침내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 모든것이 기화되어 내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맛있는 독주를 마셨을 때 기분이 떠 올랐다. 가슴속부터 올라와 식도를 훑고 코 끝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알콜섞인 향내같은.. 뭐 그런 장황한 개소리를 늘어놓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어렴풋하고 잡히지 않는 많은 생각, 아니 그냥 느낌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야기, 동화, 색감, 현실과 이념, 철학까지. 이안감독은 정말 장인이다. 홀리고 혹하게 하는 꾼이 아니라 진짜 치밀하고 뚝심있는 장인.

사실 칭찬을 마구 늘어놨지만 내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ㅎㅎ 그래서 계속 보는 것을 미뤄왔는데, 취향을 무시할 수 있을만큼 재밌게 잘 봤다. 기존에 느꼈던 '좋아하는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 멋진 작품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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