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리뷰어의 소박한 목표.
 초등학교 2학년때 우리 엄마가 날 수학학원에 보내면서 내 인생의 대부분이 결정되어버렸다. 동화책과 위인전기와 수많은 명작모음은 멀리하고 수학을 가까이 하기 시작한게 그 때부터다. 그 흔한 논술 공부 한번 안해봤고, 대학 레폿에서도 난해한 문장구조로 누구나 이해 할 수 없는(?) 그런 新 어체를 개발하여, 출석도 다하고 시험공부도 열심히 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학점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건 자랑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수능 언어영역은 정말 기똥차게 잘했다.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었다. 근데 글은 드럽게 못썼다. 무진장 일취월장 한 게 이 정도 수준이니 말은 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빵점이야.

 뭐 어쨌건 그렇게 글도 드럽게 못쓰던 내가 2009년에 리뷰를 쓰겠다고 설치기 시작했다. 음악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지만 아마 그 당시 한창이던 허세 + 연예인병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디엔가 폭발시킬 곳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썼던 리뷰는 누구도 찾아보지 않았으면 싶을정도로 진심 못봐주겠는데, 그냥 나중에 보면 어이없고 웃길 것 같아서 지우지는 않고 보관중이다. 읽지마, 아무도..ㅋㅋ 나만 읽을꺼야. 하여간 특별한 목적없이 적당히 공유하고 공감하고, 적당히 자랑질 좀 하면 되겠다 싶던 나에게 어느날 부턴가 큰 목표가 생겼다. 사람들이 공감할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리뷰쓰기가 겁난다. 말로는 여기저기 진짜 좋다며 나의 Favorite이라고 추천을 하고 다녔지만,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나의 턱없는 표현력으로는 나의 감동을 표현하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내가 그 뮤지션을 흠집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건 나의 하찮은 리뷰들을 읽어봤거나 나와 페이스북이든 개인적으로든 소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내가 Prince의 빠돌이라는 것. 그렇다. 내 목표는 Prince의 모든 Discography를 리뷰하는 것. 한 달에 세개 쓰고 있는 리뷰를 1년동안 프린스 리뷰만 써야 다 쓸 수 있겠지만, 나의 후천적인 게으름으로 가능성은 2.3%가 채 되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아직도 프린스의 모든 앨범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그게 목표다.  굳이 내가 이 내용을 여기다 쓰는 이유는 쓰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녀야 끝내려고 노력이라도 할 것 같아서ㅋㅋ

프린스의 앨범커버들. 지금까지 나온 앨범이 몇 개인지 세보지도 않았는데.. 하여간 무진장 많다.게다가 방심하면 그 사이에 또 늘어날게 뻔해.


 


 얼마전에 싸이뮤직 메인에 내 이름이 뙇!!하고 공개되는 바람에 보자마자 죄진거마냥 놀라고 민망해서 미칠지경이었는데, 그 와는 정 반대로 어디선가 Prince라는 이름만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미칠 것 같다. 게다가 Prince의 팬이라는 누군가를 만나면 초딩 때 첫사랑을 10년만에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 이상의 그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래서 프린스가 정착하기에 너무나도 척박한 우리나라 토양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리!' 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나씩 소개하려고 한다.(사실 지난번에 그의 최고작 Purple Rain을 홧김에 술김에 리뷰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아무도 안 읽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_-*)




프린스식 Funk의 진수, "Dirty Mind"
 하여간 오늘 리뷰 할 그의 앨범은 1980년에 발매된 프린스 3집 "Dirty Mind"다. Prince는 그 동안 수많은 장르에 도전했었는데, 그의 초기작들은 비교적 Funk에 치중해 있었다. 물론, 이전의 Funk와는 차별화를 둔 실험적인 Funk였지만... 본격적으로 리뷰를 하기전에 국내에선 비교적 생소한 Funk라는 장르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붙여본다면, 사실 Funk와 Soul은 흑인 음악으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차이가 있다면 Soul이 멜로디와 보컬의 기교와 목소리가 중심인 반면, Funk는 잘개쪼갠 리듬감과 그루브감이 중심이다. 실제로 연주자들이 즐거운 음악은 Soul보다 Funk라고 한다. 난 연주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Funk의 어원은 흑인들이 하는 성관계를 할 때 느끼는 기분을 표현하는데서 왔다고 한다. 그만큼 Funk는 섹시한 음악이고, 흥분되는 음악이다. 온 몸으로 땀 흘리고 절정으로 치닫다가 전율하는, 그것(?!)만큼 황홀한 음악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성적인 묘사가 많은 음악이기도 하다. 물론 Prince는 성적인 묘사로 대표되는 Funk 뮤지션이기도 하고.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미스터 다이나마이트 James Brown이나, Sly and the Family Stone, Tower of Power, George Clinton, Average White Band, Ohio Player 등이 있겠다. 
 사실 이렇게 써놓긴 했지만 Funk가 뭐에요? 라고 물으면 나도 몰러.... 걍 들어 신나니께...

프린스 'Dirty Mind'의 앨범 커버. 아오 이 즈질.


 프린스가 이 앨범을 발표할 즈음의 Funk는 Kool and the Gang와 Earth, Wind & Fire로 대표되는 빅밴드형태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미 재정상태가 엉망이 될 정도로 밴드의 몸집만 불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만큼 더 크게, 더 풍성하게, 더 화려하게 연주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 와중에 프린스는 악기들을 최대한 내려 놓았다. 물론 앨범을 프린스 작사, 작곡, 녹음, 연주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하던 독재체제 였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악기의 수가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 이유에서 였든지 아니었든지 프린스는 과감하게 뺐다. 중요한 것은 이 것을 '어떻게 뺐느냐'라는 건데,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면서도 본인의 색을 확실하게 어필했다. 악기의 수를 덜어내고 비워낸 허전함을 날카롭고 독특한 그루브감으로 채워넣었다. 화려한 몸짓의 묵직한 훅이 아니라 간결하고 빠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잽으로 승부한 앨범이다. 그리고 툭 찔러넣은 잽에 평론가와 후배 뮤지션들이 죄다 뻑간거고. 물론 나도.



산으로 간 리뷰, 여기서부터가 곡들 소개입니다. 
서론이 무진장 길었다. 나도 모르게 오늘도 역시나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학점을 못받지. 본격적으로 앨범 "Dirty Mind"를 살펴보자. 이 앨범은 1980년, 프린스가 만으로 22살에 만든 앨범이다. 트랙수는 겨우 8개. 물론 당시는 LP의 시대였기 때문에 아주 적은 트랙수는 아니다. 런닝타임은 30분. 지금으로 치면 EP 수준의 트랙수와 런닝타임이다. 하지만 이 Dirty Mind를 명반으로 올려 놓는데, 이 짧은 런닝타임도 크게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짧고 컴팩트하게 채워 넣은 여덟곡, 타이트한 짜임새덕에 버릴 곡 없이 명곡으로만 가득 채워진 앨범이 탄생된 것이다. 
 앨범은 앨범과 동명의 노래 Dirty Mind로 시작한다. 정박에 딱딱 떨어지는 비트와 베이스 역할을 하는 전자음, 그리고 기타와 앨범내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음의 신디사이져. 팔세토 창법의 보컬이 얹혀져서 많이 흥분하지 않고 가볍게 시작한다. 키보드,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미니멀함, 그리고 같은 멜로디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겹도록 반복되는데, 이는 프린스식 음악의 특징이기도 하다. 악기는 경량화 되었지만 노래의 무게감도 경량화 된 것은 아니다. 한번 쉬어주고 프린스의 보컬은 절정을 향해 달리지만 끝까지 달리지는 않는다. 첫 곡이라고 페이스 조절한다. 절제하니까 감질난다. 그래서 더 좋다. 이 사람, 밀당할 줄 안다. 하긴, 이 사람도 젊을 땐 희대의 카사노바라고 소문도 났었으니까. 

 두번째 곡은 신나는 New-Wave Pop, When You Were Mine이다. Funk적인 요소를 살짝 줄이고 멜로디를 강조하고 신나는 리듬감으로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랙으로 탄생했다. 프린스의 간질간질 목소리와 절정부를 대신하는 고음의 신디사이저의 조화! 탁월하다. 프린스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곡을 커버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디 로퍼가 데뷔 앨범에서 이 노래를 커버했었다. 국내의 많은 사람들은 신디로퍼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난 반달세. 프린스의 감질나는 팔세토 창법이 이 노래엔 한 수 위라고 프린스 빠돌이는 외칩니다. 

 세번째 곡은 Do It All Night. 프린스의 노래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주제는 D.M.S.R.이다.(D.M.S.R.은 프린스의 5집 1999에 수록된 노래로, Dance, Music, Sex, Romance의 앞 글자만 딴 것이다.) 뭘하고 싶은 걸까. 사실 D.M.S.R. 어느것을 넣어도 다 성립되긴 하지만, 노래 제목을 뙇!! 보는 순간, 개인적으로는 세번..ㅉ...음.. 아니다. 여하간 가장 가까운 것은 아쉽지만(?) 네번째 Romance인듯 하다. 뭐, 정확히 말하면 Sex와 Romance 사이 어드메쯤이라고 해야겠지만. 하여간 이 섹시한 Funk음악을 들으면 요즘의 내 신념과 딱 닮아있어서 너무 흥겹다.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서 몸이 너무 피곤하지만 놀 땐 죽을만큼 힘들어도 끝까지 밤새 놀아야 후회가 없다는 신념. 

 신나게 흔들고 나면 네번째 트랙 부드러운 R&B Ballad, Gotta Broken Heart Again으로 넘어간다. 많은 R&B와 Neo Soul뮤지션들이 영향받거나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Prince를 많이 꼽는데, 사실 프린스의 전성기는 록적인 요소와 많이 맞닿아 있어서 처음 Prince의 노래들을 접하고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반응들이었다. 그런데, 프린스 앨범마다 멜로디가 예쁜 Ballad트랙들은 거의 다 삽입되어 있다. 이 노래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예쁜 Soul트랙. 나의 친 누나는 내가 맨날 프린스, 프린스, 노래를 부르면서 추천해줘도 이런 발라드 트랙들만 좋아한다. 흥.


Dirty Mind

When You Were Mine

Do It All Night

Gotta Broken Heart Again



 내가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 앨범이 LP로 출시된 앨범이라는 점이다. LP는 앨범의 절반이 다 플레이 되고 나서 뒤집어서 반대편을 들어야한다. CD처럼 처음부터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한번 멈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트랙을 네개씩 두 개의 면으로 나눠서 생각하니, 이제서야 트랙 배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앨범의 전면은 비교적 무난한 가사와 멜로디들로 무장되어있다. 어느정도 대중성을 고려한 듯한 인상이다. 그에 반해 B면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이상향이나, 폭발적인 야함(?)을 제대로 분출한다. 

 B면의 첫곡은 Uptown인데, 신나는 Funk + Dance Jam으로 프린스의 이상향을 설명하고 있다. White, Black, Puerto Rican/Everybody just a-freakin 과 같이. 아, 아시안은 없네. 차별하나. 하여간, 인종, 성별, 나이와 관계 없이 모두다 똑같은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린스가 백인의 중산층 동네에서 자라난 흑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수긍할만한, 게다가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더 설득력있고 공감할만한 가사다. 30분중에 5분 32초라는 가장 긴 런닝타임을 할애한 이 노래의 방향성은 이 다음 앨범인 'Controversy'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노래는 쉬지 않고 Head로 이어지는데, 폭발적인 야함은 바로 여기다. 기타를 연습하던 부원 한명이 드러워서 못해먹겠다며 뛰쳐나갔다는 일화도 있으니 말 다했지. Head라는 단어를 귀엽게 계속해서 반복하는 이 노래의 주제는 구강성교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노래만큼은 프린스식 초창기 생날 Funk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보컬부터 악기 수, 악기 소리까지 상당히 경량화 시켰고, 덕분에 아주 날카롭고 독특한 그루브감에다가 변태적인 섹시함까지 제대로 갖췄으니 이게 진짜 프린스다.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는데, 이번엔 근친상간을 이야기 하고 있는 Sister인데, 1분 30초 밖에 안되는 짧은 Rock & Roll트랙이다. 무슨 노래가 인터루드도 아니고 1분 30초 밖에 안된단 말인가. 근데 이거 미친듯이 신난다. 신나다가 절정에서 끝나버린다. 신나는 리듬에 가사도 강렬한데다가 짧아서 더 임팩트 있는 트랙.

 마지막 곡은 Party up이다. 제목스럽게 노래도 무작정 흥겹다. 밤새 먹고 놀고 즐기자라는 의미로 생각하면서 노래를 들었는데, 듣다 보니, "We don't wanna fight no more!"라고 주장하는 반전이 담긴 노래다. 사람들은 짧고 허무한 인생을 보상받으려고 더 큰 명예욕을 얻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이름이 더 남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고. 프린스는 그들에게 놀기에도 짧은 생이라고 말한다. Party up! 나도 격하게 공감한다. 싸울시간에 놀자.


Uptown

Head

Sister

Party up





꼭, 언젠가 이 앨범을 다시 찾아볼 일이 있길 바라면서..
 이 앨범은 Prince라는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린 앨범이기는 했으나, 빌보드 차트 성적은 45위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것은 5집인 "1999"에서 였고. 그래도 Electro Funk의 대안격으로써, 또, Funk와 Alternatve Rock의 교량역할을 했던 시발점으로써, 또 Funk를 메인스트림으로 올려 놓았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많은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나처럼 이렇게 그를 거슬러 올라가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프린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설고 불친절한 앨범일 수도 있겠다. 허나 그는 아직까지 매년 앨범을 발매하는, 창작의 화수분같은 사람이다. 혹시라도 그의 음악을 듣고 그가 좋아졌을 때, 다시 한 번 이 앨범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럼 프린스 만세 삼창을 하며 리뷰를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다같이~ 프린스 만쉐! 만쉐! 만쉐이!!!!!!!!


이 사람, 가슴털이 자랑이다. 드러내 놓지 않은 사진이 없어. 드럽지만 드럽게 좋아합니다!!






※ 이 글은 2011년 9월에 쓴 글을 약간 수정(도 거의 안했음;;)한 글입니다. 드럽게 길어서 읽기 짜증나게 생겼네요. 누가 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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