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폴 매카트니가 내한을 했다. 아마 비틀즈 멤버 중에는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이 아닐까 싶긴 한데.. 분명 감격적인 순간이겠지만 난 비틀즈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고, 티켓 값은 너무 비쌌고..... 물론 다녀 온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공연이 모두 다 애들 장난처럼 보였다며 최고의 공연이라 엄지 손가락을 척 내세웠지만, 생각보다 많이 배아프진 않았다. 나는 비틀즈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으니까....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조금 배아픈걸지도 모르겠다.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Hey Jude"를 부르고 나~ 나~ 나~ 나나나나~를 반복시키며(?) 폴 경은 퇴장을 했는데, 앵콜을 외치는 대신에 관객들이 떼창을 계속 이어버려서, 다시 등장한 폴 경이 그 떼창에 맞춰서 다시 베이스를 연주했다고 하더라. 분명 세계의 수 많은 비틀즈 팬들에게도 회자될만한 장면이었을 것 같다. 역시 우리나라 공연문화는 참 재밌어. 

 

 그리고 나는 폴 매카트니가 오던 그 날 대림미술관에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다. 대림미술관은 주말에는 어느정도 웨이팅을 감수하고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문제는 다른데서 터졌다. 레이블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가 주최한 플리마켓, [Play Market]이 열리던 날이었던 것... 가는 날이 장날.....사람 많은게 싫은 나에게 왠지 엄청난 인파로 사진전 감상하기도 힘들까봐 좀 많이 걱정스러웠다. 결론은 플레이 마켓까지 잘 즐기고 옴.





 플레이마켓에서 열린 여러 오픈마켓들을 쭉 둘러보는데, 재밌는 기획들이 많더라. 단연 눈에 띄던 행사는 요조의 연필깎아주기(...)와 하상욱의 셀카찍어주기 뭐 이런거였는데.. 요조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얼굴이 이상(?)했는데, 연필 깎아주는 가격이 오천원이라 조금 놀랐고, 하상욱은 이날 돈 엄청 벌었다더라. 그냥 셀카는 500원이고 다정한 셀카는 천원.... 선우정아씨는 한쪽에서 어머니가 팔라고 싸주신 수세미(!)를 팔고 있었고, 소이는 그녀의 수필집에 써있던 대로 손가락에 검은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있었다. 아, 옥상달빛은 구슬치기를 하고 있더라ㅋㅋㅋㅋ 옷이나 악세사리, 그릇 같은 것도 팔고 이런 즐거운 놀이문화까지 즐기는 기획 자체는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나는 씨디들을 반값에 팔길래 선우정아의 <It's Okay, Dear>를 중고 가격인 7000원에 득. D-lounge에서는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뮤지션들의 작은 공연들이 열리고 있었는데, 6시에 선우정아의 공연만 보기로 하고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을 보려고 갔는데..





...줄이 너무 길다. 30분이나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잠깐 했지만, 온 김에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사실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 열리기 전까지 폴 매카트니 와이프가 사진 작가라는 사실 조차도 몰랐다. 나는 비틀즈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어쨌건 예상대로 폴 경과 그의 가족들의 사진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더라. 몇몇 사진은 참 따뜻하고 예뻤다. 사진이, 또 사람들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엔 결혼식이나 엠티 갈 때 카메라 가져가서 닥치는대로 셔터를 눌러댔었는데... 다양한 표정들의 사진들이 찍히면 그것들을 선별하고 약간의 보정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즐거웠었다.


 그리고 나는 폴의 사진보다는 지미 헨드릭스나 재니스 조플린, 짐 자무쉬 같은 인물들의 사진만 눈에 더 들어왔다. 재니스 조플린의 사진을 보고 "여자였어?"를 외치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 생각에 살짝 서글프기도 했다.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짐 자무쉬.



 근처 카페에서 잠깐 쉬었다가 선우정아의 공연을 보러 갔다. 선우정아는 말을 참 잘했다. 하이웨스트나 자신이 팔던 수세미 같은 이야기로 스스로를 낮추고 희화화 하는 것도 꺼리지 않았는데, 그 이상으로 인상적인 것은 뮤지션으로서의 태도였다.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만큼은 거만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자기 음악에 대한 자부심도 보였고, 공연과 그녀의 음악에 대한 자의식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뱁새"나 "봄처녀", "비온다", "알 수 없는 작곡가", "Workaholic" 말고 또 있었나.... 아무튼 이런 대표곡들을 들려줬다. 아, "Workaholic"을 부를 때는 쇼미더머니4에 나가도 될 정도의 프리스타일 가창(?)을 보여줬다. 노래도 그렇고 스캣도 그렇고 무대매너도 그렇고, 확실히 음악적인 부분은 음악안하면 뭐했을까 싶을 정도의 천상 뮤지션.... 자신은 연주자가 아니라면서 자기 노래 코드가 어렵다고 한탄했지만 키보드 한 대만 놓고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은 무대들을 보여줬다. 다음에 선우정아가 단독 콘서트를 한다면 갈 용의가 있을 정도로 괜찮은 공연이었음.







 사람이 많아서 살짝 짜증나기도 했지만, 플레이마켓이야말로 내가 어릴 때 꿈꾸던 그 것의 확장판이 아닌가..싶은 생각도 들었고, 공연도 기대이상으로 재밌었다. 사진전은... 뭐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 그나저나 서촌도 이미 너무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려서, 괜찮은 가게들도 굉장히 많았고, 온갖 힙스터들과 힙한 패피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뜨고 상업화되고 다시 지고, 다른 곳이 다시 뜨고 이러길 반복하면 언젠가 서울시에 힙하지 않은 지역이 없어지겠다. 




+ 플레이마켓에서 샀던 선우정아 2집. 싸인이라도 받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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