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여친이랑 찍은 사진을 올리고 나니 '세월은 못속여라♬♬'라는 재기발랄한 댓글이 달렸다. 20대 초중반까지 나름 동안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요즘은 부쩍 '너도 나이를 먹는구나'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재기발랄한 댓글을 단 주인공은 내가 대학교 1학년때 과외를 했던 학생이었는데, 페북메세지로 나에게 '저 올해 결혼해요'라고 하더라. 헐. 여러모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부쩍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젊어보이긴 글렀으니 좀 더 멋지게 늙는 법을 고민해야겠다.


망함.


 뭐 늙어가는 걸 하소연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건 아니고(게다가 난 아직 청춘이라고 굳게 믿고 있음. 결혼도 안했는데 뭘.) 요즘 나오는 나이 좀 먹으신 중견 흑누나들의 음반들이 정말 좋아서 개소리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흑누나들은 분명, 내가 중고딩시절에 데뷔하셨거나, 한참 큰 인기를 끌던, 굉장히 트랜디한 분들이었는데, 어느새 십여년이 흘러 꽤 많은 커리어를 쌓은 중견가수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누나들만 나이를 먹어가는게 아니지......ㅜㅜ

 

 아무튼 원래 앨범별로 따로따로 앨범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쓰다가는 하나도 제대로 못쓸 것 같아서 멋진 흑누나들 앨범을 뭉뚱그려 하나로 소개하려고 한다. 30대의 어마무시한 우먼빠워(는 레디시 빼고...)를 ㅋㅋㅋ 첫 스타트는 작년 연말 결산을 쓸 때 쯤 예고도 없이 등장해주신 비욘세누나의 앨범 <Beyonce>




 욘세누나의 앨범이야 다들 들어보지 않았음?? 퍼렐이나 더 드림, 팀버랜드처럼 트랜디한 알앤비 음악들을 막 쏟아내는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저스틴 팀버레이크, 미겔, 후랭크오션, 드레이크 등 힙스터들의 우상들, 심지어 체어리프트의 보컬 폴라첵도 참여했다. 앨범에 참여한 사람들 면면만 봐도 이건 거의 드림팀... 욘세누나와 제이지횽이니까 가능했던 거겠지... 많은 프로듀서들이 좋은 곡들을 제공하고, 욘세누나는 그 모든것을 잘 취합해 정말 멋진 앨범을 완성했다. 가성과 진성을 넘나들고, 여전사와 강렬한 섹시함을 넘나들며, 팝, 힙합, 소울, 가스펠, 트랩 뭐 가릴 것 없이 그녀만의 스타일로 노래들을 소화하고 있다. 프로의식을 가지고 엄청 공들였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앨범이다. 확실히 욘세누난 이 시대 최고의 디바.. 진짜 멋진 누나야.. 돈이 많아서 그런...것도 좀 있고 ㅋㅋ 근데 친해지고 싶진 않아. 물론 누나도 같은 생각이겠지만. 사실 좀 무서움 ㅋㅋㅋ 잡아 먹힐 꺼 같아 ㅋㅋㅋㅋ


 'Drunken in Love'는 더 좋을 수 없는 트랩뮤직이고, 퍼렐이 참여한 'Blow'는 단순하지만 듣고 난뒤에 확실하게 각인될 만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너무 퍼렐이야. 선공개 했던 'XO'도 인상적인 팝-소울 넘버고, 'Partition'은 그냥 졸 섹시ㅜㅜㅜㅜ 감각적인 뮤비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들을 때마다 온 몸이 배배 꼬여 ㅋㅋ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임. 한 곡 더 추가하자면 '***Flawless' 아.. 듣고 있으면 노래를 참 찰지게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풀었다가 조였다가.. 섹시+와일드+터프하게 노래함. 누구도 이 누나만큼 이 노래 소화 못할 듯. 

 본인 스스로를 'Modern-day Feminist'라 부르고 다니는데, 그에 걸맞는 가사들도 인상적이다. 완전 신여성이다잉. 14곡 17뮤비라는 파격적인 구성도 비욘세니까 할 수 있는 듯. 결론은 이 앨범은 올해의 앨범급입니다.


 그리고 다음타자는 Ledisi의 <The Truth>


난 이 표지 좀 그래...


 사실 그 동안 Ledisi의 커리어중에서 딱히 떨어지는 앨범은 없었다. 2000년 첫앨범부터 지금까지 쭉 들어서 크게 아쉬움이 남는 음반은 없었고, 최근 앨범이었던 'Turn Me Loose'나 'Pieces Of Me'도 꽤 괜찮게 들었던 앨범이다. 'Pieces Of Me'같은 경우는 차트 성적도 꽤 좋았고.. 이번 앨범은 근래에 들엇던 레디시의 음반 중 가장 좋게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많이 돌려들은 앨범이기도 하다. 특출나진 않아도 웰-메이드 Adult Contemporary R&B음반의 전형이라고 보면 될 듯. 과거의 음악을 세련되고 모던하게 가져온,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잘' 빠진 음반이다.


 첫 곡 'I Blame You'를 듣자마자 꽂혔는데, 부드럽고 댄서블한, 과거의 향수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만한 멋진 레트로 소울 트랙이다. 시원하게 뻗으면서도 맛깔나게 그루브를 탄다. 비욘세의 'Love On Top'도 생각나는데, CD로 여러번 듣기엔 좀 질리는 감이 있는(특히 후반부 전조 때문에..) 그 노래에 비하면 'I Blame You'는 화려하지만 적정선을 지키면서 끝까지 그루뷔함을 놓치지 않는다. 두번재 곡인 'Rock With You'도 마찬가지로 레트로와 모던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매끈한 트랙. 타이틀곡인 'The Truth'는 왠지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 좀 나는데..(앨리샤 키스?!?!) 어쨌거나 노래는 참 기똥차게 부른다. 사실 타이틀 자체는 좀 내 스탈이 아님 ㅋㅋㅋㅋ 오히려 '88 Boxes'같은 노래가 더 좋았다. 이 노랜 왠지 좀 존 레전드 느낌 ㅋㅋㅋㅋㅋ 심플한 반주 위로 그녀의 보컬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러고보면 다 어디서 들어본거 같고 낯선 노래들이 없어.. 근데 그게 이 앨범의 가장 큰 강점임ㅋㅋ 심지어 마지막 곡은 영화 '청춘 그루브'OST 생각남 ㅋㅋㅋㅋㅋㅋ 앞서 말했듯이 특출나진 않지만 진짜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음반이라고 ㅋㅋ 들을꺼 없나 고민하는 분들한테 선뜻 권해줘도 전혀 찝찝하지 않을 앨범이다. 무엇보다 레디시 누나가 노래를 참 잘해.. 근데 음반 표지는 좀 부담시럽다.


다음은 Ashanti의 <Braveheart>


이 누나가 아직도 이렇게 이쁠리가 없는데....


 아샨티는 내가 고3을 맞이하던 고2 겨울방학에 기숙사에 콕 쳐박혀서 엄청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첫 앨범 발매한 신인이었는데 빌보드 앨범차트 1위 찍고 진짜 잘 나갔지.. 'Foolish'는 진짜 많이 들었던 음악. 그때만해도 이 누나 나이가 20대 초반이었는데.. 이제 30대 중반임. 사실 아샨티는 최근 안중에 없던 가수인데, 고3때 두번째 앨범인 <Chapter 2>까지만 좀 많이 듣고 그 다음 앨범부터 별 관심이 없었음... 사실 이 앨범 전 앨범이 2008년에 나왔다는데, 들어본 기억도 없다.... 이 앨범도 '뭐 좋겠어..'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플레이 시켰는데, 엄청 잘 들었다ㅋㅋㅋ

 사실 내 기억속 아샨티는 디바형 가수는 아니고, 좀 예쁘게 노래를 부르는 편이었는데, 어릴 땐 그래서 좋다가, 나이 좀 먹고는 그래서 좀 별로였던 것 같다. 근데 이 앨범 듣고 편견이 많이 가셨음. 화려하진 않아도, 갸날프고 연약하지만 섬세하고 굉장히 센서티브하게 노래를 잘 부른다. '목소리는 좋지만 노래는 그냥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내가 좀 부끄러웠다. 


 일단 프렌치 몬타나가 참여한 슬로우잼 풍의 노래 'Early In the Morning' 진짜 섹시하다. 적어도 비욘세가 가진 터프하고 와일드한 섹시함보다 이런 쪽으로는 더 매력적임. 좀 품어주고 싶은 목소리 ㅋㅋ 'Scar'의 후렴구는 앨범에서 가장 도드라지고, 섬세하면서도 힘있는 보컬톤도 잘 어울린다. 'Runaway'도 마찬가지고. 특히 아샨티는 콜라보레이션 했을 때 꽤 좋은 시너지를 낸다. 제레미와 함께한 슬로우잼 곡 'Love Game'도 그렇지만 Rick Ross가 참여한 'I Got It'은 트랜디한 트랩비트에 튀지않게 어울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노래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준다. 

 너무 트랜디한 사운드가 좀 질리는 감도 있긴 하지만, 잘 만들어진 앨범임은 부인할 수 없을 듯. 다음엔 트랜드와 관계없이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들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은 Kelis의 <Food>



 한 동안 레디시의 음반을 자주 들었는데, 요즘은 컬리스 누나의 이 음반을 자주 듣는다. 아.. 이 앨범도 엄청 잘 만들어짐 ㅋㅋㅋ 위에 열거한 모든 앨범을 통틀어 가장 내가 기존에 좋아하던 스타일의 앨범이다. 레디시의 앨범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긴 햇지만 컬리스야말로 그동안 발매한 앨범중에 버릴 앨범이 없지 ㅋㅋ 앨범은 소울, 훵크, 가스펠, 포크, 아프로비트까지 총 망라했고, 앨범에서 굉장히 잘 버무렸다. 다크하면서도 훵키하고 앨범 전반에 걸친 힘찬 혼 섹션이 인상적이다. 전에도 데이빗게타나 스크림처럼 의외의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를 진행했었는데(실제로 일렉트로닉에 관심이 많다고.. 특히 스크림의 'Copycat'은 꽤 좋았다. 이번 앨범의 몇몇 곡에서 느껴지는 다크한 무드도 그녀가 좋아하는 90년대 트립합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도 록그룹 TV On The Radio의 David Andrew Sitek과 함께 했다. 이런거 정말 좋아... 한가지에만 머무르지 않는 모습.. 이 앨범도 그냥 단순하게 R&B 앨범이라고 표현하기 쫌 애매하다. 굳이 붙인다면 R&B앞에 Alternative정도 붙여줘야겠지. 과거의 소울과 훵크등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재료를 굉장히 다양한 곳에서 가져왔다.


 첫 곡 'Breakfast'부터 상큼하게 팔벌려 환영하더니 다음 곡 'Jerk Ribs'에서는 묵직한 훵키함이 몸을 감싼다. 특히 힘찬 혼 섹션이 매력적인 노래. 그리고 훵키함은 'Cobbler'에서 제대로 보여준다. 잘게 쪼갠 비트만 들어도 입질이 오지 않음?ㅋㅋㅋ 약간 아프로 비트 느낌도 나면서 보컬보다 '음악'자체가 귀에 확 들어오는 노래다. 다운템포 된 'Runnin'이나 'Floyd'에서는 툭툭 내뱉은 보컬이 몽환적이면서도 꽤 섹시한 느낌도 난다.(물론 'Floyd'의 가사는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멀지만 ㅎㅎ 싱글맘 얘기임 ㅋㅋㅋ 'Rumble'에서는 전 남편 나스 관련된 노래ㅋㅋ 그래, 그 곳은 천조국...) 'Bless the Telephone'은 잔잔한 포크송으로 앨범에서 가장 튀는 곡이다. 앨범의 흐름과는 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좀 받았는데, 노래 자체로는 꽤 괜찮다. 마지막 곡 'Dreamer'는 좀 드림팝느낌도 나는 미래지향적 노래.


앨범을 듣고 나면 이 누나가 가진 음악적인 욕심이 엿보인다. 막 하고 싶은거 많고, 그래서 하고 싶은대로 다 하는데, 그 앨범이 참 멋지게 잘 나와... 이 앨범 진짜 추천 꽝꽝 박아드림.




 사실 앨범리뷰는 좀 제대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자꾸 제대로 쓰려다보니 못쓰고 놓치는 것 같다. 뭐 이렇게라도 써야지. 베이비페이스 횽이랑 토니 브랙스톤 누님이 함께 한 앨범도 꽤 좋았지만 토니 브랙스톤은 중견이라고 하기엔 좀 많이 지난 이미지라 패쓰. 토니 브랙스톤은 나랑 동시대의 느낌이 아니야... 이전시대분임. 그래서 그 분은 누님(이지만 레디시랑 4살 밖에 차이 안난다는게 함정). 음..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모르겠으니까 이말년의 와장창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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