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이다. 2CD의 방대한 분량으로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2년 이상의 공백기간을 가진적이 없던 천재 프린스느님의 족적을 보아온 나에게 4년이란 시간은 무진장 긴 시간이었다. 선공개 싱글들이 펑키하거나 소울풀해서 오 이번음반은 좀 내 스타일인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Art Official Age>는 예상 그대로 Funky하고 소울풀한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록 음악을 하는 프린스를 좋아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Funk 뮤지션 프린스를 더 사랑한다. 

 일단 오랜기간 앙숙관계로 분쟁을 하던 워너브라더스와 계약을 하는 파격적인(?) 행보 덕분에 홍보도 순조로웠고, 앙숙한테 돈주기 싫어서 리마스터링 안하기로 유명하던 그가 처음으로 퍼플레인 리마스터링버젼을 발매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오랜만에 국내에도 앨범이 정식발매된다. 한국에서 프린스 팬질은 참 눈물겹다.. 이제 투어만 남았다. 내가 밖에 못나가겠으니 프린스를 불러오라!!



믿쑵니다!!



 일단 프린스가 45년동안 가사상태에 있다가 깨어나 미래세계에서 신문물에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담은 컨셉앨범이란다. 왠지 좀 자넬모네가 생각나는데, 자넬모네는 여자 프린스니까 그렇다 치고.. 뭐 게다가 미래이야기를 하는 프린스가 처음은 아니니까. 음악은 앞서도 이야기 한대로 펑키하거나 소울풀하거나. 초기 프린스 스타일의 Funk부터 현대적인 팝까지 모두를 버무려 소화시켰다. 컨셉도, 음악도 정말 프린스스럽다.(=만족스럽다.) 첫 곡부터 대풩식의 기타 리프와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펑키-싸이키델릭-일렉트로니카(?) 'Art Official Cage'를 보여준다. 두 번째 곡 'Clouds'는 선공개곡이었는데, 아.. 이 노래 스타일이 내가 가장 먼저 반했던 프린스의 Funk음악이다. 프린스 특유의 드럼, 스무스한 신스와 펑키한 베이스, 게다가 미래적인 삐로롱소리는 뽀나스. 2004년 발매된 <Musicology>에서 들었어도 어색하지 않을 음악. 리앤 라 하바스의 피쳐링은 덤. 잘 어울린다. 4번째 곡 'The Gold Standard'에서는 좀 더 노골적으로 프린스의 과거로 돌아간다. 초창기 프린스 스타일의 펑크가 그대로 녹아있다. 구닥다리 스타일이지만 프린스덕후인 나에게는 선물같은 곡이다. 한창 정력적일때 만들고 부르던 노래를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U Know'-'Breakfast Can Wait'-'This Could Be Us'로 이어지는 앨범의 중반부는 템포도 죽이고 사람도 뜨겁게 녹여 죽이고 있다. 특히 섹시한 베이비메이킹 러브송 'Breakfast Can Wait'은 예전에 공개되자마자 좋아했던 아기자기한 노래고, 이어지는 'This Could Be Us'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사실 아주 약간은 녹슨) 프린스의 가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슬로우잼이다. 흐어.. 녹아내린다. 진짜 좋다.


 후반부 트랙들은 딱히 눈에 띄는 곡이 없었는데, 선공개 때부터 푹 빠져버린 'Funk n Roll'이 버티고 있다. 헤비하고 노이지한 초반부 기타 사운드를 지나면 의외로 갑자기 엄청 미니멀해진다. 미니멀한 펑크는 한 때 프린스의 상징이기도 했는데, (과거의 미니멀함과는 전혀 다르면서도)여전히 이렇게 미니멀하면서도 멋진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반부는 드럼과 효과음, 코러스 뿐이다. 후반부에 록킹하게 반전하는 것도 좋았고. 록킹한 버젼으로 <PlectrumElectrum>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다. 다만 나는 이 버젼이 더 좋을 뿐.



머..멋진 기타 솔로다.



 언급하지 않은 것들 중에도 'Breakdown', 'Time'도 꽤 괜찮게 들었다. 특히 'Breakdown'은 프린스 본인이 맘에 들어 한 만큼 나도 좋았다. 해질녘 들으면 감성 +5. 결과적으로 나에겐 버릴곡이 없는 음반.. 듣자마자 맘에 들었고, 요즘 달고 살지만 들어도 들어도 계속 좋은 음반이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이후 프린스의 완성형은 <3121>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음반은 장르를 넘나 들면서도 단단하게 밸런스가 잡혀있다. 이 음반은 그렇진 않다. 앨범으로 따진다면 <3121>보다는 별로지만 프린스의 어떤 한 단면을 좀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음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그 부분이 정말 맘에 들었고. 괜찮게 들었던 로터스플라워/MPL사운드보다도 좋았음.


 문제는 <PlectrumElectrum>인데.. 내가 록하는 프린스보다 펑크하는 프린스를 좋아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는데, 이 음반은 왠지 좀 남는게 없다. 3rd eye girl이 부르는 노래는 왠지 프린스 노래랑 잘 안어울리는 기분이고, 'Pretzelbodylogic', 'Anotherlove'를 비롯해 몇몇 곡을 제외한다면 생각보다 큰 감흥없이 들었다. 


 이러나저러나 두 앨범다 나는 좋다. <Art Official Age> 서너번 들을 때 <PlectrumElectrum>한 번 듣는 정도이긴 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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