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간지나는 횽은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아는 횽이다. 프로듀싱을 받는 뮤지션 고객도 그렇고, 음악을 소비하는 고객들의 경우도 해당된다. 언제나 정점에 있는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차트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하며, 각종 시상식에서 다양한 분야에 노미네이트 된다. 요즘은 퍼렐이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 해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내가 좋아했던 많은 음악들에서 그의 음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운 예만 보더라도, 대펑, 켄드릭 라마, 프랭크 오션, 어셔, 로빈 뜈, 비욘세, 얼마전에 포스팅했던 팔로마 페이스 등등, 차트와 시상식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많은 음반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악 꼰대들이 좋아할 만한 음반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는 아쉬움(?)이 조금 있긴 하지만, 트랜드를 이끌고 그 안에서 킬링트랙을 뽑아내는 능력이야 현재 음악씬에서 퍼렐만한 사람이 있나 싶다. 게다가 (내가 퍼렐내라고 주장하는) 자기 색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 옛날의 프리모처럼 ㅎㅎ


 퍼렐 얘기를 하면서 그가 8년전에 냈던 첫 솔로 앨범 <In My Mind>얘기를 안할 수는 없다. 얘기하자면 Justin Timberlake 얘기부터 해야하는데, 왠지 또 이런 썰을 풀어 놓는 걸 보니 이 글도 망했다. 2004년즈음, JT의 첫 솔로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JT가 엔씽크 출신이라는 이유로 엄청 무시 했었는데, 그걸 깨버린 계기가 200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Senorita'를 부르던 모습을 본 이후였다. 일단 음악도 좋은데, 노래도 잘 부르고 무대매너도 쩌네?! 알고보니 그 앨범의 프로듀서가 바로 퍼렐이 속해 있던 넵튠스. 그 이후로 JT가 확실히 좀 다르게 보였는데, 2006년에 JT는 2집에서 1집의 몇몇곡을 같이 작업했던 팀버랜드와 본격적으로 같이 작업을 했고, 퍼렐은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하였다. 알다시피 JT는 2집을 통해 인기와 음악성을 다 잡고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고, 퍼렐은 차트에서 평타는 쳤지만 예상만큼의 좋은 반응은 끌어내지 못했다. JT 2집이야 진짜 2000년대 최고의 팝 앨범이라 불리고 있으니 직접 비교는 좀 그렇고 ㅋㅋ 어쨌거나 퍼렐의 앨범도 자주 들었고 많이 들었다. 잘 만들어진 퍼렐표 음악들이긴 한데.. 딱히 특출나다 싶은 점은 없다는 것? 다른 데서는 보여주지 않은, 자기 앨범에서 꼭 하고 싶었던 비밀병기가 있었다거나, 아니면 음악을 졸라 잘빠지게 만들어야 되는데 어느쪽도 아니고 밍숭맹숭하다는게 좀 아쉬웠다. 그냥 예상한 딱 그 정도. 기대치가 높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이거다.. Senorita.


 첫 솔로 앨범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끌어내진 못했지만 퍼렐은 꾸준히 프로듀서로서 좋은 행보를 가져왔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의 행보는 퍼렐의 감각과 센스가 정점을 찍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노래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로빈 띜의 'Blurred Lines'나 피춰링으로 참여한 대펑의 'Get Lucky'등이 그 예... 그리고 이번 앨범 'Girl'은 1집의 아쉬움을 가볍게 털어냈다. 비밀병기는 없었지만, 음악이 진짜 잘.빠.졌.다. 앨범 수록곡들이 그가 최근에 보여줬던 음악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Come Get It Bae'는 로빈 띜의 블러드 라인을, 'Hunter'는 어셔의 'Twisted'를 연상시키고, JT가 피춰링으로 참여한 'Brand New'는 JT의 앨범 수록곡, 대펑이 참여한 'Gust Of Wind'는 이번 대펑 앨범 노래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듯 하다. 물론 모두 연상되는 노래들도 모두 퍼렐이 작곡했던 곡들이다. 





 그렇게 보면, 뭐랄까.. 자신이 그 동안 여기저기 줬던 노래들을 다시 집대성해서 자기 앨범에 실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다만, 제목처럼 '여자'를 테마로 한 컨셉도 확실하고, 음악적 컨셉도 복고를 모티브로 했지만 퍼랠내는 확실히 풍겨주고 있다. 특히 타이틀 곡인 'Happy'는 퍼렐의 인생노래로 불릴 정도로 잘 빠졌다. 훵키한 리듬,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 한번만 듣고도 따라할 수 있는 중독적인 Hook. 다 갖췄네 다 갖췄어. 'Gust Of Wind'도 신나는 미디움템포의 디스코-펑크에 현악기를 얹고 대펑의 변조된 목소리까지 합쳐서 극찬을 받은 대펑의 'Random Access Memories'의 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앨범에서 현악기 세션을 꽤 많이 사용했는데, 흑인음악에서 주로 많이 쓰였던 브라스하고는 확실히 또 다른 느낌이더라. 브라스가 빠바바밤하고 울릴 때보다 현악기가 재재재쟁 할 때가 더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긴 하는데, 첼로를 비롯해 다양한 현악기들이 한꺼번에 치고 나올 땐 또 웅장한 느낌도 나고..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Brand New', 레게 느낌을 차용한 'Know Who You Are' 같은 노래들은 곧 따뜻해질 봄과 잘 어울릴 것 같고.. 특히 'Brand New'같은 곡은 싱글로도 인기가 꽤 많을 것 같은데, 두번째 싱글컷은 첫 트랙인 'Marilyn Monroe'더라. 뭐 어쨌거나 노래가 10곡 밖에 안되는 데다가, 처지는 노래 없이 타이트하게 구성한 덕분에 신나고 깔끔하게 치고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 전체로 들어도 부담없이 열곡 후다닥 지나갈 것 같다. 실제로 런닝타임도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ㅎㅎ


 다만 아쉬운 점은 그가 최근에 보여줬던 음악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점?? 사실 그래서 리뷰로 쓸 말도 별로 없다. 그냥 잘 빠진 아뤤비-디스코-펑크-힙합-팝 음반이여... 다르지 않다는 것. 좋게 보면 장점이고 나쁘게 보면 단점이지 ㅋㅋ 어쨌거나 한 낮에 차 안에서 듣는 드라이브 음악이나 일할 때 듣는 노동요로 이보다 더 제격인 앨범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게 들었고, 또 많이 들을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다르지 않아서 더 좋다고 해야하나 ㅎㅎ 뭐랄까.. 작년 JT의 새 앨범에서 우리가 바라고 있던 것을 퍼렐이 대신 해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ㅋㅋ JT 작년에 낸 앨범들은 솔직히 편하게 감상하기 좋은 앨범은 아니었잖아?ㅎㅎ 어쩌면 풀어서 거창하게 늘어놓고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낸, 앨범 낸 자기만 좋아하는 음반들이 계속 나오다보니까 이런 깔끔한 음반을 내준 퍼렐이 새삼 멋져보이기도 하다. 어깨뽕 같은 허세 이런거 빼버리고 어울려서 우리 다같이 놀자 뭐 이런거 같잖아?ㅋㅋ 긍정적인 여성관을 모티브로 한 음반컨셉도 그렇고.. 멋져보임. 다만 그 머리보다 더 큰 모자는 아직 안 멋져보임. ㅇㅇ.



그러니까 이런 모자...




퍼렐이 트위터 계정에 직접 공개한 패러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러고보니 앨범 리뷰는 이게 얼마만?! 쓰고 싶은거 많았는데 또 다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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