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아티스트
진보
타이틀곡
FANTASY
발매
2013.03.11
앨범듣기


 확실히 나는 우리나라 음악보다 해외 음악을 더 즐겨듣는다. 재즈나 팝, 록의 경우는 국내 음악도 제법 챙겨 듣긴 하는데, 일렉트로닉이나 흑인 음악들은 확실히 국내 음악은 잘 안챙겨듣는다. 특히 흑인음악의 경우 유난히 시큰둥한 경향이 있었는데, 아마도 국내에서 흑인음악이라 일컬어지는 많은 음악들이 거세하지 못한 뽕끼 덕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힙합은 장르적 특성상 국내에서도 나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던 반면에, Funk나 Soul은 늘 아쉬움이 남곤했다. '한국적'이라는 이름으로 소몰이와 뽕끼가 가득하거나, 아니면 어설픈 흉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 그나마 좋았던 음반과 뮤지션들은 인기가 없어서 사장되기 일쑤였다. 어쨌거나 그 와중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뮤지션들이 있다. 오늘 이야기할 진보와 자이언티도 그들 중 하나다. 그리고 요즈음 누구보다 독보적이고 돋보이는 결과물을 내고 있다고 보고있다.





 진보는 앞서 이야기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뮤지션'의 대표적인 예다. 진보의 2집 [Fantasy]가 지난 달에 발매가 되었는데, 솔로 커리어 상으로는 이제 겨우 2집이지만 들여다보면 끊임 없이 좋은 활동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1집이 발매 된 이후로 마인드 컴바인드와 일진스 등으로 프로젝트성 앨범들도 발매가 되었고, 작년에는 평단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 믹스테잎 [KRNB]를 발매하였으며, 프라이머리 앨범을 비롯해 많은 피춰링으로 꾸준히 좋은 활동들을 보여주었다. 재밌는 점은 이 앨범들이 띄고있는 색들이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다양한 시너지나 음악적 컨셉을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는 사운드, 게다가 네오소울, 훵크등 고전적인 요소와 진보적인 사운드를 결합하면서도, 진보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과거에 충실하면서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 뮤지션으로서 꽤 멋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2집 [Fantasy]를 들으면서 지난번 믹스테잎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홀딱 반해버렸다.





 작년에 발매된 믹스테잎 [KRNB]는 습작이었다. 꽤 훌륭한 습작이었지. 사운드를 해체하고 장난끼넘치게 재조합을 했는데, 다양한 흑인음악들을 향한 예상치 못한(게다가 제대로 된) 오마쥬가 인상적이었다. 재미지게 만들면서도 창의력 넘치는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이것도 해볼까? 저것도 해볼래. 뭐 이런 느낌?ㅋㅋ (앨범 리뷰 보러가기) 흑인 음악의 다양한 면면을 색다르게 재현해본 믹스테잎이 잠깐의 외도 였다면 이번 앨범은 확실히 진보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있었는데,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것들을 오묘하게 합성해놓은 작가주의적 사진. 그림은 아니고 사진이어야 된다ㅋㅋ 현실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그래서 합성을 통해 작가 스스로가 창조해낸 어떤 세계. 뭐 대충 그런 사진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앨범 커버가 가진 느낌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앨범도 구체적인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형용하기 힘든 오묘하고 독특한 신비주의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섹시함이 가장 큰 분위기를 차지하지만 순간적으로 다양한 느낌,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장르로 이야기하자면 일렉트로 퓨쳐-훵키-소울 ㅋㅋ 그냥 내가 붙인 말이고, 확실한건 다양한 흑인 음악(혹은 타 장르까지도)을 일렉트로 사운드를 이용해 앨범안에 우겨넣었다. 우주적(?)이기도 하고 미래적이기도 하면서 매우 섹시하다.



어? 음.. 이런 합성은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요런st의 사진


앨범이 가진 이미지랑 비슷한 느낌은 이런거.. 이런거에 섹시한 여자 사람 사진 좀 들어가고 그럼 맞겠다. 색은 오묘한 슬쩍 붉은 빛은 감돌아야 할 것이고.



 처음의 세트랙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앨범이라는 점은 확실히 감지할 수 있다. 다양한 사운드로 때로는 대담하고 때로는 오밀조밀하게, 또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채운 Funky한 인트로 'Neon Pink Ocean'를 통해 진보의 또 다른 판타지 세계로의 진입을 알리고 있다. 이어지는 'Fantasy'도 팝적인 멜로디를 가져온 섹시한 소울곡으로, 중간중간을 야릇한 일렉트릭 사운드로 채웠으며, 세번째 트랙 'Cops Come Knock'도 이전트랙의 느낌을 물 흐르듯 수용하면서도 적은 가사와 눈에 띄는 멜로디 없이도 충분히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이미 사운드만으로도 신비하고 섹시한데다가 짧은 호흡으로 노래하는 진보의 목소리도 섹시함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와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잘 어울리는 디지페디와 콜라보 뮤직비디오까지.. 뚜렷하고 흔들림 없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이 앨범을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뮤직비디오에는 이런 쎽쓰한 언니가 많이 나온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은 밑에 있는 고기 얘기다.ㅇㅇ



 익살스러운 사운드의 뉴웨이브 스타일의 곡 'Loverbot', 요즘 트랜드인 몽환적인 사운드를 소환하는 'Reboot The Universe', 잘게 쪼갠 비트가 아웃캐스트의 'My Favorite Things'를 떠오르게 했던, 'Don't Be Sad When You're Sad' 등등, 앨범은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고, 하나의 판타지한 세계를 일관된 사운드로 명민하게 표현하면서도 싱글 단위로는 다양한 장르(주로 흑인음악이지만)의 음악을 포섭하고 있다. 앨범은 확실히 가사나 멜로디보다 사운드가 가진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는 편이고, 그렇기에 가사 자체가 적다. 때로는 원곡이 따로 있는데, 인스트루멘탈 버젼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다가 그나마 있는 가사도 영어인 경우가 많다. 이게 앨범 전체에서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는데는 큰 역할을 하긴 했는데(게다가 사실 진보가 노래를 엄청 잘하는건 아니잖아?ㅎㅎㅎ), 확실히 드러나는 단점은 대중성..... 아.. 나는 이런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가진 음악을 좋아하지만 대체 이런 음악을 누가들 그리 좋아한단 말인가 ㅋㅋㅋㅋㅋㅋ 너무 매니악한 음악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는 1집 [Afterwork]의 애매모호함을 확실히 떼어버리고 진보만이 할 수 있는 앨범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1집과는 달리 참 추천하기 쉽지 않은 음반이 되어버렸다.(물론 1집도 선뜻 추천하기 쉬운 앨범은 아니었지만...;;) 이런 오리지널리티면 다른데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흥해야 되는데.. 진보횽도 내면서 큰 이슈는 기대안한거 맞지?ㅋㅋㅋ



 아니 적당히 비교하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진보 리뷰가 되어버렸다. 이를 어쩌지??!! 어쩌긴 어째.. 내가 쓰는 글은 언제나 이렇다. ㅇㅇ 목표대로 잘 쓸 수 있다면 내가 이런 비루한 블로그나 운영하고 있지는 않겠지. 아무튼 자이언티에 대한 글은 다음 글에 써야겠다. 왜냐하면 한꺼번에 쓰다가는 언제 글을 올릴지 모르기 때문에.....;;








 뮤비들이 하고 싶었던게 뭔지는 알겠지만 솔직히 쫌 오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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