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란 나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특별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던 2009년 새벽이 아직 생생하다. 당시 서울에서 지내던 나는 돌아가시기 며칠전 주말에 내려가기로 했었는데 사정상 다음 주말에 가기로 했었다. 그리고 다시 못뵈었지. 지나고나서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날 밤에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  


 염을 하기 전에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라며 한번씩 보고 가시라는 말을 듣고 보았던 할아버지는 더없이 아프고 초라해보였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시고 왈칵 울음을 터트리셨다. 그리고 곧 이내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잘 가쇼" 한마디 내 뱉고 돌아서셨다. 할아버지 생전에 할머니는 술에 취하실때마다 이 인간이 지겹다며 나한테 하소연도 많이 하셨는데, 요즘은 그렇게 할아버지의 좋았던 모습만 이야기 하신다. 할머니의 말투에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일 때, 괜히 마음이 찡하다. 나로선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모르겠다. 아무것도. 그 때 쯤이 되면 나도 무언가를 좀 '아는'사람이 되어있을까.


 수요일에 방송된 라스 김광석편을 보면서 갑자기 돌아가시던 그 날이 떠올랐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이 노래는 울 아부지 18번인데.. 어릴적 아부지가 부르던 이 노래를 듣던 기분과 지금의 기분이 많이 다르다. 먼 얘기였는데, 어느새 나는 '서른즈음에'가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고, 울 아부지가 이 노래에 어울리는 나이가 되어가신다. 이런 감정이 들어도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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