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1 야자시간은 좀 많이 놀았던 것 같다. 딱히 야자를 짼건 아니었지만, 늘 잡생각과 공상, 망상에 빠져있었다. 가끔 가사를 썼고 ㅋㅋㅋ 그래도 공부는 한답시고 책상을 창문쪽으로 돌려놓고 자습을 할 때가 가끔 있었다. 문제는 창 밖을 보는게 멍때리기 더 좋다는 것 ㅋㅋㅋ 1학년 교실에서 보는 창밖 풍경에는 수안보 쪽에서 시내방향으로 들어오는 길이 있다. 몇 번 국도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중부내륙이 뚫리기 전이 었으니까, 경북에서 넘어올 때 문경새재를 지나 꼬불꼬불한 조령고개를 넘어서 돌아오는 길이다. 아마 그럴걸? 사실 잘 모른다. 그 때 나는 차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그 길을 넘어오는 수많은 차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 차들은 평일인데 대체 이 밤에 어딜 다녀오는 길일까. 분명 태반은 일하고 돌아오는 차들일텐데 나는 그냥 좀 부러웠던 것 같다. 이 시간에 학교에 갇혀있지 않고 어딜 다녀온다는게.. 

 

2. 초등학교 때는 가족들과 답사여행을 많이 다녔다. 커다란 지도책은 필수였고, 국도 번호와 지방도 번호를 찾아가며 물어물어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나야 뭐 그냥 뒷자리에 있었을 뿐이지만 덕분에 지도보고 찾아가는 방법은 어린 나이에도 잘 배웠던 것 같다. 경상도 쪽도 초등학교 4학년 즈음에 열흘정도 다녀온 것 같은데.. 마지막날 졸린 눈 비비며 눈을 떴을 때 아까 이야기 했던 그 길을 지나 돌아오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 문경새재를 자주 다녀오기도 했고.. 그러고보면 유난히 저녁 시간 즈음에 그 길을 자주 다녀왔던 것 같다. 아마 야자시간의 그 부러움 섞인 감정은 그 때문에 나온 것 아닌가 싶다. 차를 타고,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

 

3. 나이를 먹고 나서는 늘 차를 타는게 귀찮았다. 차를 사고는 거의 장거리 운전만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유난히 재미가 없다. 도로도 높은데 턱도 높으니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차하고 길. 그나마 잘 보이는건 우뚝 선 아파트, 빌딩들. 아파트에 켜져있는 수많은 불빛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기 사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까. 여긴 어떤 동네일까. 저 집에도 여러 가족들이 함께 살겠지. 여기도 살아보고 싶다. 혼자 사는 건 대부분 편한데, 사회적 동물인지라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가끔 혼자 서울로 돌아오는 그 차안에서 쓸쓸함을 느꼈던 것 같다. 

 

4. 방에 등이 나갔다. 똥같은 얘기 그만하고 갈아야겠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라이밍 하고 싶다.  (0) 2021.01.0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2021.01.01
  (0) 2020.09.08
첫인상  (2) 2020.08.31
2020.07.29  (0) 2020.07.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