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몇 가지 혜택 중 하나다. 바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창동의 공연장 플랫폼 창동 61. 가끔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에 좋은 공연을 할 때가 있다. FNL은 Friday Night Live의 약자로 6100원이라는(61이 뭘 상징하는 걸까...) 아주아주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공연을 제공한다. 이 날의 컨셉은 "언니들"이었는데, 좋은 음악을 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들을 컨셉으로 하는 공연이었다. 한마디로 걸크 뭐 그거.

 

 공연 제목대로 금요일에 하는 공연이었는데, 토요일, 일요일이 HLF가 예정된 날이어서 사실 엄청 망설였다. 체력을 좀 비축해둬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그래도 예매했던건 일단 좌석 공연에, 공연장은 집 앞이어서.. 무엇보다 김사월과 3호선 버터플라이가 나온다는데.. 충동적으로 질러버렸다. 예상대로 후회없는 공연이었음.

 

​선착순 100명에게 1 Free Drink 제공이었다. 예매를 그럭저럭 일찍 한 편이어서 받을 수 있었는데, 뭐였더라..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였나... 국산맥주는 클라우드만 가끔 마셨는데, 하이트를, 안주도 없이, 뭐 섞은것도 아니고 오롯이 맥주만, 먹었다. 이것이 정녕 파는 맥주인가?!?!?!?!?  이걸 누가 사마셔??????? 그러면서 다 마심 ㅋㅋㅋㅋㅋㅋㅋㅋ 마셔야 더 즐거우니까. 무엇을 위한 맥주였던 것인가. 

 

 첫 공연이었던 김사월. 옆에는 공연을 도와준 키보디스트였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일주일 넘었다고 벌써 잊었다. 김사월의 공연은 두번째였는데, 워낙 좋아하는 목소리니까. 사실 전반부에 신나는(김사월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노래들을 할 때는 박자가 무너지는 듯 하여 아쉬움도 좀 있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며 특유의 조용하면서도 시니컬한 노래를 할 때는 그 매력이 어우... 퇴폐미 어우.... 악취, 접속 같은 노래 정말 좋았다. 아, 젊은 여자도 ㅋㅋ 키보드하고의 케미도 좋았고. 공연이 끝나고 화장실에 갔다가 백스테이지에 김사월이 나와서 깜짝 팬미팅(?) 시간이 있었다. 나는 쿨해서(?) 사진은 안찍었지만, 사진 찍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노래와 달리 현실의 김사월은 소녀소녀한 매력이 있었음.

​ 빌리 어코스티는 예전에 좋다길래 지나가듯 들었던 기억이 있는 밴드다. 지나가면서 듣고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안들었다.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너드 세명이 지하 창고에서 지들끼리 심취해서 노는 느낌 ㅋㅋㅋㅋ  이게 그냥 욕은 아니고, 무대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노는게 '멋있어 보이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오로지 본능에 충실하게 공연한다는 느낌. 야생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으면서도 연주도 잘하고 노래도 잘한다. 술마시고 무대 오른건 아니겠지...... 

​ 언젠가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누구냐고 물어본적이 있었는데, 감작스러운 물음에 누구를 답해야 할 지 몰랐었다. 좋아하는 팀이 너무 많아서기도 했지만, 밴드음악을 들어온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취향이 불분명했었던 것 같다. 지금 물어본다면 두 팀 정도는 먼저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니네 이발관하고 3호선 버터플라이. 그 중에서도 3버플은 유난히 라이브 영상을 많이 본 밴드였는데, 이제서야 처음으로 라이브를 보게 되었다.

 이 날 공연의 가장 큰 언니였던 남상아씨의 보컬을 현장에서 들은 느낌은 상상이상이었다. 제멋대로 삐죽거리는 음정을 넘어서는 그녀의 감정, 감성.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좋았다. 공연은 최근 앨범인 Divided in Zero에 수록된 노래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앵콜곡 "깊은 밤 안개 속"이었다. 사실 공연을 가면서 가장 기다렸던 곡이기도 했다. 이 라이브를 본 그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를 그대로 저장해서 꺼내보고 싶은데... VR이 조금 더 현실화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혁명적인 라이브 영상들이 나오겠지.

​ 즐거웠음. 다음은 HLF 후기. 언제 쓸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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