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번호가 41번이었고 입장은 분명 6시 30분 부터였을 것이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빨라야 공연 시작 5분 전 쯤 도착하겠더라. 하지만 결코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공연장도 작고 예매도 얼마 안 됐을것이 뻔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흑덕인 내 사촌동생의 말로는 500장중에 예매가 100장, 지인표가 150장 정도 였다고 한다. 진짜 이 공연을 예매하고 간 사람은 진짜 댐펑크의 팬이거나 흑덕이거나... 나는 100명안에 들었다. 참고로 난 둘 다... 그리고 최근에 댐펑크를 검색해서 내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이 굉장히 많았는데(아마 어제 들어온 460명중에 절반 이상이 댐펑크를 검색해서 들어왔을 것)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내 블로그를 한 번 쯤 들어와보지 않았을까? 그냥 그런 생각을 하니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 유행따라 힙합 대충 듣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기 온 사람들은 그래도 좀 흑덕들이 많지 않았을까?ㅎㅎ 일단 내 흑덕 사촌동생과 몇몇 이웃 블로거 분들은 가신다고 했으니.. 아, 내 바로 뒤에는 자메즈가 있었다. 신기했다. 


 공연의 여흥이 좀 남아서 잡소리가 좀 길었다. 공연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음악과 무대매너가 좋았던 것은 당연했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었다는 것이 아마 플러스 알파.. 어쨌거나 그 날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다 엄지를 추켜세우고 나갔던 것 같다...는 내 느낌 ㅋㅋㅋㅋ 사실 내가 끝나고도 흥분이 잘 안가라앉아서 다들 그렇게 보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Funk의 맛, 게다가 라이브 밴드 연주가 주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세컨 세션 & 윤석철님의 조인트 오프닝 공연.

 공연을 기획한 소울 스케잎 형님이 한쪽에서 음악을 계속 틀고 있었고, 오프닝 공연 소개를 해주셨다. 세컨세션이라는 우리나라 funk밴드와 피아니스트 윤석철님의 조인트 공연이었다. 윤석철님은 흑인 음악이면 가리지 않고 다 소화하시는 구나.. 굉장히 평범한 복장으로 무대에서 연주하시는게 인상적이었다. 세컨 세션의 음악도 꽤 좋았던 것 같은데, 사실 본 공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아.... 오프닝이 끝나고 본 공연까지 30분 정도 갭이 있었는데, 달아오른 사람들의 흥이 가시지 않도록 소울 스케잎 형님이 계속 음악을 틀어주었다. 기획자의 센스가 돋보였던 지점.. 하지만 오래 틀지 않겠다던 말과 달리 30분을 기다려야 했던 게 생각보다 지루하긴 했다. 음악은 센스있었지만 이게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이라..

 이윽고 Dam-funk 횽님이 스톤쓰로우가 새겨진 맨투맨 티를 입고 덩치큰 두 명의 세션과 함께 등장. 진짜 무슨 거인 셋 ㅋㅋㅋ 초반부터 "Somewhere, Someday", "We Continue", "Serveilliance Escape" 과 같이 <Invite The Light> 수록곡 중에 신나는 곡들은 연달아 들려주었는데, 이게 앨범에서 듣는거랑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는거랑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 분명히 같은 리듬에 같은 연주인데, 라이브가 주는 힘이 있다. 현장 분위기 진짜 좋았다. 앨범을 들을 때도 가볍게 끄떡이기 좋은 음악이긴 했는데, 현장에서 들으니 이건 뭐... 진짜 이건 레알 Dope. 아무래도 쿠당탕 강하게 때리는 리얼드럼이 주는 힘이 남다르다. 앨범에서는 아무래도 마스터링이 되어 볼륨을 조절하는데, 공연에서는 드럼이 주는 강력한 타격감이 앨범과는 비교가 안됐던 것 같다. 시작전에 언더스테이지에 있는 바에서 맥주 한캔을 사 마셨는데, 왜 한 캔 밖에 안샀는지 후회가 됐다. 이런 음악을 맥주 없이 들어야 한다니... 중간에는 스눕질라(a.k.a. 스눕독)횽님과 같이 만든 7days Of Funk의 노래를 들려줬는데, 공연장이 순식간에 G-Funk 음악으로 물들었다. 중간에 가장 강력했던 포인트 지점. 

 전반부와 중반부가 Funk가 주는 흥겨움에 좀 더 집중을 했다면, 후반부는 좀 더 싸이키델릭한 음악들을 들려줬다. 전반부에 사람들이 들으면서 소리를 지르고 신나게 춤췄다면, 후반부는 공연과 연주에 집중하며 몽환적인 음악 속에 몸을 맡겼다. 아마 관객들은 이 지점에서 조금 지루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되는데... 보통의 P-Funk들은 우리나라 정서랑은 잘 안맞으니까.. 나는 뭐..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저 우리나라에서 댐 펑크를 봤다는 것에 너무 감격해서 눈 감고 감상함 ㅋㅋㅋㅋ 아쉬워 하기보단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즐겼던 것 같다.


 멜로디가 없는 음악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아니 통할리 없지.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Funky한 음악들도 80년대 P-Funk쪽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꽤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왔다기 보다는 클러빙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그것들을 꽤나 즐긴 것으로 보였다. 비록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는 하나도 없었지만.. 기껏해봐야 Somewhere~ 뭐 이 정도?? 보컬없는 연주 음악으로도 이만큼 성공적인 공연, 가능합니다. 일렉트로닉이 아니어도ㅎㅎ 뭐.. 그렇다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Funk가 유행할 일은 없을 테지만...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소울스케잎이 "오늘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Funk한 날이 될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래, 이 보다 Funky한 날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날보다 Funk한 날은 당분간 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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