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to

아티스트
나윤선
타이틀곡
아리랑
발매
201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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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윤선의 이 멋드러진 신보를 듣는게 이젠 딱히 놀랍지도 않다. 이건 앨범이 '놀랄정도로 완성도있는 앨범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이 정도 높은 퀄리티의 음반을 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처음 들었던 나윤선의 앨범은 3집인 [Nah Youn Sun With Refactory]였지만, 그 때는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녀의 팬이 된 건 2008년에 6집 앨범 [Voyage]를 들으면서였다. 당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해에만 수백번은 플레이 했을 것이다. 가슴이 꽉 막히고 답답할때, 그냥 너무 아름답고 멋져서 넋놓고 있는 동안 그것들이 다 녹아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 힐링이니 멘토니 이런게 유행인데 다 필요 없어.. 결국 시간은 흐르게 되어있고, 순간을 버티게 해주는 이것들이 나에겐 진짜 힐링캠프다.


 6집, 7집은 경이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젠 8집까지 경이의 연속이 되었다. 초기 그녀의 앨범들이 여러가지 시도와 도전의 연속이었다면, 최근 앨범들은 그녀의 정체성이 더 확고해지고 완숙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기타 울프 바케니우스(Ulf Wakenius)와 콘트라베이스 랄스 다니엘손(Lars Danielsson)과의 호흡은 이 앨범에서도 대단하고, 공연등을 함께하며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아코디언 주자 뱅상 뻬라니(Vincent Peirani)까지... 아, 왠만하면 깨지지 말았으면 하는 조합이다. 정말로.



 문득 2년전이었나, 그녀의 공연을 보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가장 큰 함성은 그녀의 스캣송 'Breakfast in Bahgdad'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울프와 벵상 뻬라니의 화려한 프레이징과 쇼맨쉽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들을 완전히 압도해버리던 그녀의 보컬에 그 곳에 있던 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 날 나의 베스트 곡은 저런 화려한 곡이 아니라 'My Favorite Things'나 샹송 'Ne Me Quitte Pas'같은 노래였다. 기타한대에 의지해서 속삭이듯, 속에 쌓인 울분을 꾹꾹 눌러가며 아주 조금씩 토해내듯,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는 그녀의 목소리를 가장 좋아한다. 고혹적이다. 눈물날 정도로 아름답다.


 첫 곡 'Lento'부터 그러한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그녀의 첫 곡들은 다 좋다. 처음 들었던 'Tango de Celos'도 그랬지만, 6집 첫 곡 'Dancing With You', 7집 첫 곡 'My Favorite Things'까지, 화려하지 않게 시작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앨범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절제된 연주속에 나오는 그 순간순간의 여백, 음악은 잠시 비워졌지만 그 비워진 곳곳은 청자의 감정으로 가득가득 메워진다. 비워졌지만, 넘칠정도로 가득찬 곡이기도 하다. 'Empty Dream'의 슬픈 멜로디 곳곳도 쓸쓸함의 감정으로 가득차있다. 





 뱅상 뻬라니의 참여로 인해 달라진 분위기를 확실히 감지할 수 있는 곡들은 단단하고 담담하게 한 발자국씩 나가는, 누에보탱고 곡들을 떠오르게 하는 'Lament'이나 왈츠의 선율을 감지할 수 있는 'Full Circle'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아코디언보다는 확실히 반도네온이 매력적이지만, 아코디언은 또 그만의 정서가 있다. 뭐랄까.. 똑같이 쓸쓸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반도네온은 더 열정적이고 강렬한,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은 이미지인 반면, 아코디언은 어딘가 더 구슬프고 혼자서는 못 살 것 같은 찌질내가 좀 난다. 그리고 그 구슬픔이 가장 잘 구현된 곡은 패티김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초우'다. '강원도 아리랑'이나 이번 앨범에 수록된 '아리랑', 그리고 '사의 찬미'와 같이 그녀의 한국 노래 리메이크들, 특히 우리 정서가 들어간 그녀의 리메이크 곡들은 항상 매력적이었는데, 이 '초우'는 아..... '한' 그리고 옛날 트로트들에서 나오는 '뽕끼'의 정서를, 이렇게 세련되게 가져올 수 있다니, 늘 감탄할 뿐이다. 'Hurts'나 'Ghost Riders In The Sky'는 리메이크 곡들이지만 전작의 리메이크곡들 처럼 오히려 그녀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해주는 노래들이다. 완벽하게 재해석 되어있고, '나윤선화' 되어 있다. 특히 울프의 기타한대에 맞춰 노래하는 'Hurts' 정말 좋다... 눈물나게 쓸쓸하면서도 눈부신 곡이다. 그리고 빼놓으면 안되는 곡이 스캣송 'Moment Magico'. 그녀의 스캣송 중에는 제 3세계 느낌나는  'Breakfast in Bahgdad'를 가장 좋아하지만 이 곡 역시 상당히 매력있다.





 제목부터 매력적인 'Soundless Bye'나 나윤선 특유의 청아한 가성이 돋보이는 'Waiting'에, 누가 들어도 구슬픈 멜로디를 가진 우리의 '아리랑'까지.. 전반적으로 음악이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7집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번 앨범의 구성은 살짝 아쉬운감이 들기도 한다. 지난 앨범처럼 다이나믹한 구성이 더 좋은데.. 물론 이런 앨범의 특성이 단점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가수 같았으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구성인데, 들으면서 다른 감정에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몇몇가지 정서로 압축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몰입되고, 더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는 듯 느꼈다.


 아쉬움도 이야기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혹적인 목소리를 소유하고, 또 여전히 매력적인 음악들이다. 전성기이고, 정말 고공행진 중인 것 같다. 2년전 내한 이후로 작년도, 올해도 벼르던 공연에 못가고 있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엔 꼭 꼭 가야겠다. 8집들 노래 들으러.. 아무튼 고맙습니다 엉엉 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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