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가. 영화나 피춰링이 아닌 그의 노래, 그의 앨범을 두 손에 받아드는 것을!! 전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만큼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데다가 전 세계적인 파급력을 지닌 뮤지션도 흔치 않다. 첫 앨범은 700만장 이상을, 지난 앨범은 10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지 않았던가... 아이돌 그룹의 리더였던 그는 어느새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를 좇아가는 훌륭한 뮤지션으로서의 행보를 아주 잘 이어가고 있는 듯 했다. 새끈하게 잘 빠진 1집, 그리고 그저 잘 만든 팝앨범 이상의 완성품을 보여줬던 2집, 거기까진 정말 좋았는데, 너무 오래쉬었다. 이 앨범이 나오기 까지는 자그마치 7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 앨범의 기대치는 그 7년이라는 시간만큼 늘어났다.
아주 높은 흥행 스코어나,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앨범 뒤에 내는 앨범이 그런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성공적이었던 전작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 말이다. 앨범발매를 미루고 갈아엎는 등, 좋았던 전작이 독이 되고 발목을 잡는 거지. 마이클잭슨의 경우도 그랬다. [Thriller]앨범의 대성공 이후에 [Bad]를 내는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장인정신 넘치는 일부 과작의 뮤지션(맥스웰, 피오나 애플 같은..)도 마찬가지 경우일 것이고.. 그런데 이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그런 장인정신 때문에 이리도 오래걸렸다는 생각이 안든다. 좋은 앨범에 대한 욕심이 보이지 않는 다는건 아니지만, 그동안 외도가 너무 많았다. 음악적인 이유로 늦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지가 바빠서 못낸거 같단 말이다....... 그의 연기엔 별 관심 없는 나같은 음덕에겐 화딱지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7년의 기대치를 채워야한다. 여기저기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쎄.. 여전히 잘 만들어진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전작하고 비교했을 때, 관점은 조금 다를지라도 전작 못지 않은, 어떤 면에서는 분명 더 나은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좀 아쉬워.. 7년의 기대치도 그렇고, 왠지 더 좋은 앨범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어쨌거나 첫 싱글이었던 'Suit & Tie'는 모두가 그의 새 앨범에 대한 큰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도입부를 지나면서 팝이 그냥 통통 튀어올라 마구마구 Pop, Pop하자나? 마디가 끝날때마다 나오는 브라스하며, 뒷부분 제이지(Jay-Z)의 피춰링까지! 아주 그냥 그야말로 Pop이야. 이미 싱글이 발매되자마자 어디에서나 흔하게 JT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곡.. 4분 30초가 지나면서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다. 이 사족과 같은 1분은 뭐지..... 없는게 더 깔끔할 것 같은데.. 어쨌거나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첫 싱글이었는데, 두번째 싱글 'Mirrors'가 발매되면서 이전의 앨범들과 사뭇 다른 느낌을 확실히 감지할 수 있었다. 초반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뭐여.. 이거 왜 안끝나 ㅋㅋㅋㅋㅋㅋㅋ 8분이라니?! 이건 한곡이 한곡이 아니야.. 분위기가 여러번 바뀌고도 매끄럽게 잘 마무리 되긴 했는데, 이거 어떻게 받아들이란 거야.. 문득 칸예 웨스트의 걸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두번째 싱글 'Runaway'를 발표하던 때가 생각났다. 이 싱글도 무려 9분이 넘는다. 이건 선전포고다. 그냥 평범하고 녹록한 앨범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가 욕심 좀 부려본 앨범이라는 그런 선전포고. 팝이긴 팝인데 프로그래시브 팝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From SNL. 라이브 영상은 아래에.
긴가민가 갸우뚱 했던 앨범의 컨셉은 음악이 발표되면서 확실해졌다. 앨범이 발표되는날 일이 있어 어딜 가고 있었는데, 40분정도면 끝나야할 10트랙의 짧은 앨범이 한시간이 지나도 끝나질 않는거다. 7-8분짜리 긴 노래를 듣는데 크게 거부감이 없는 나에겐 이런 긴 노래들을 듣는데 불편함이 없긴 하지만, 노래마다 짧지만 강력한 펀치들을 마구 뻗었던 전작들과 비교하면 이건 확실히 대중들을 KO시킬만한 앨범은 아니다. 뭐, 그래도 간드러지는 목소리 하나는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이긴 하지만 ㅎㅎ
달콤한 가성으로 노래부르는 첫곡 'Pusher Love Girl'부터 남다르다. 8분짜리 오프닝 곡이 어딨어 ㅋㅋㅋ 확실히 녹록치 않는 곡이긴 하지만, 중심테마를 잡아두고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연히 다른 두가지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이어붙여져 있다. 요즘 트랜드인 피비알앤비 스타일의 곡 'Strawberry Bubblegum'이나 앨범에서 손꼽을 만큼 매력적인 'Tunnel Vision'도 마찬가지다. 앞부분을 듣다가 스킵하고 뒷부분으로 넘어가면 확실히 다른 음악이다. 하지만 전 곡을 들으면 물흐르듯하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특히 트랜디한 알앤비-소울의 느낌과 전자음을 잘 활용한 진보적인 사운드를 한 곡안에서 탁월하게 조화시켰다. 특히 'Tunnel Vision'은 다양한 사운드를 조잡할 정도로 겹쳐놓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잘 어우러져있어서 7분에 가까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라틴 리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Let The Groove Get In', 앰비언트 느낌을 낸 앨범의 마지막 곡 'Blue Ocean Flow'까지, 음악은 다양한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짧지 않은 그 곡을 들으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실험은 꽤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왠지 JT는 이 음반을 상당히 뿌듯한 마음으로 냈을 것 같다. 대중을 만족시키기 보다는 '자기만족'에 가까운 앨범이라서 ㅎㅎ
그래도 남는 아쉬움은 앞서 이야기 한대로 몇몇 곡은 곡의 길이가 좀 쓸데없이 길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족의 느낌. 몇몇 곡은 3-4분대로 조금 타이트하게 가져갔어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딜럭스 버젼으로 발매되면서 두 곡이 추가 되었는데, 4분대의 트랙으로 그럭저럭 평타는 치는 곡들이긴 한데, 'Blue Ocean Flow'로 마무리되는 스탠다드 버젼이 훨씬 좋게 느껴진다. 왠지 안전빵으로 '옛다 들어라 중생들아!' 하는 느낌으로 두 곡 더 넣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어울리지 않아....... 아무튼 그러하다. 그래도 난 씨디도 사고(딜럭스 버젼으로 산걸 후회하고 있다.) 잘 듣고 있다. 2집보다 자주 꺼낼꺼 같진 않지만 ㅎㅎ 그나저나 이 글 시작하고 열흘이나 지나서 마무리하는 이 귀차니즘을 어찌할꼬... 아직 쓰고 싶은 앨범들이 엄청 많은데.
이 라이브 좋다. Live on SNL
어쨌거나 영국차트 1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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