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아티스트
Maxwell
타이틀곡
Lifetime
발매
2001.08.14
앨범듣기


 내한기념이 내한취소기념이 되었다가 이제 내한 기원리뷰다. 맥스웰이 나이지리아였던가.. 거기 간다던데. 다 틀렸어.. 그치만 아직 포기 안했다던 그의 말을 (립서비스였다고 할지라도) 한번 더 믿어보려고한다. 사실 맥스웰을 믿기에는 그 동안 양치기소년짓을 한게 한두번이 아니라 좀 그렇긴 한데, 뭐 밑져야 본전 아니겠나. 올해 앨범은 나올꺼 같긴한데, 올해 말이 되보면 알겠지.. 커피새끼는 과연 다시 커피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어쨌건 맥스웰 그래봐야 앨범 네장인데 이 시리즈도 다 못해내면 프린스는 택도 없겠다 싶어서 얼른 이것부터 마무리 하려고 한다. 프린스는 뭐, 평생에 걸쳐서 쓸 듯. 한바퀴 다 돌려 쓰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다시 쓰고 싶을꺼야. 지금 느낀 감상이랑 10년뒤에 느낀 감상이랑은 또 다를테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 치우고, 이 앨범은 나한테 굉장히 소중하고 의미있는 앨범이다. 중학교때까지 차갑고 폭력적이고 스산한 먹통힙합밖에 모르던 먹통 중2병 소년이 고등학교에 가서 알앤비와 소울음악을 듣기 시작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앨범이 두 장 있는데, 그 첫번째가 Usher의 [8701]이었고, 두번째가 맥스웰의 이 앨범 [Now]였다. 당시 케이블 채널에는 엠넷을 비롯한 음악채널이 몇개 있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많이 틀어줬던 Mtv에서 맥스웰의 'Lifetime' 뮤직비디오가 나왔었다. 첫느낌은 먹통힙합의 차가운 느낌과는 다른 뉴욕 도시남st의 세련됨과 건반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 부드러움, 결정적으로 후렴구에서 간드러지는 가성... 힙합을 들으면서 느꼈던 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 것들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시작이었다. 


 3집을 들었을때는 맥스웰이 다른 알앤비 뮤지션들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일단은 당시엔 내가 알앤비쪽은 많이 들어보지 못했던데다가 이 앨범 자체가 처음 맥스웰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크게 거부감이 없는 앨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2집에서 맥스웰을 알았다면???? 소고기 사묵겠...이 아니라 한참을 힙합만 더 들었겠지...ㅋㅋㅋㅋ 2집은 맥스웰을 알아가는 사람에겐 맨 마지막에 들어야 한다고 해야할 앨범이다. 

 전작들에 비해서 브라스를 비롯한 악기 비중을 줄이고 보컬과 멜로디의 비중을 늘렸다. 지난 앨범까지의 보컬은 그냥 노래를 이루는 악기중에 조금 더 돋보이는 악기처럼 여겨졌는데, 이 앨범은 보컬이 보컬로 들린다. 귀에 비교적 잘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도 있고.. 타이틀이었던 'Lifetime'부터가 그렇다. 비교적 친숙한 멜로디 라인이 반복되는데다가, 가성으로 확실한 방점까지 찍어 주셨으니 커피God, 2집에서 홀로 수행한 결과로 이제사 만민들을 그에게로 이끄시나니.... 'For Lovers Only'도 앨범에서 손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곡인데,(도입부에 세 음만으로 이미 눈 질끈) 따뜻하고 미끈하고 부드럽다. 이 앨범이 나오기전에 알켈리가 작사 작곡한 곡인 'Fortunate'가 영화의 OST로 쓰이면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아마 맥스웰 커리어 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싱글이 아니었을까..), 거기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앨범 말미에는 Mtv-Unplugged에 수록되었던 케이트 부쉬의 'This Woman's Work'까지 삽입되었으니, 확실히 대중들에 더 다가가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다만, 이 노래는 Mtv-Unplugged버젼이 확실히 좋다. 근데 Mtv 앨범에서 듣고 3집 앨범에서 또 들어도 또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대중친화적인 노래들을 삽입했다고 하지만, 완전히 그의 색을 버린것도 아닌데, 'No One'이나 Funky한 베이스 라인이 인상적인 'Temporary Nite', 마지막 곡인 'Now/At the Party'등은 여전히 세련되고 Funky한 그루브가 넘실대는 Mood Song들이다. 게다가 첫 곡 'Get to Know ya'는 어떤가.. 이 노래는 '안녕하세요 맥스웰 입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아이비ver.)라고 말하는 곡임ㅋㅋㅋㅋ 앨범 내내 자제하던 브라스도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에서만 조미료처럼 쓰였다. 'Silently'는 불협인듯 어울리는 화음들로 빚어낸 그의 가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하지만 이제는 그토록 부드럽고 섹시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고...ㅜㅜ) 트랙이고, 'Symptom Unknown'도 한밤중 들으면 한없이 나락속으로 빠져드는 마성의 노래다. 









 지금 들어도 참 좋다. 1집의 Mood Song느낌을 더 좋아하던 나에게는 비교적 아쉬운 앨범이지만 확실히 나한텐 의미가 있는 앨범이니까.. 개인적인 순위만 놓고 본다면, 4집과 1집은 여전히 순위를 구분할 수 없고, 그 다음이 3집, 그리고 2집인데, 맥스웰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3집을 먼저 추천할 것 같다.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다른 명반들을 영접할 마음의 준비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러니까 어서 내한하자. Summers'앨범도 얼른 발매하고....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ㅜㅜㅜㅜ




+ 추가로





Maxwell's Urban Hang Suite

아티스트
Maxwell
타이틀곡
Welcome
발매
1996.02.27
앨범듣기


 커피횽님이 오신다는건 내 블로그를 통해서 이미 몇번이나 밝혔던 일이고, 어쨌든 난 무려 더럽게 비싼 FR석의 무려 맨 앞자리를 무려 혼자서 예매하고 간다. 미국에서 조차 공연을 잘 안하시는 커피횽님이 무려 한국을 와주시는데, 아무런 준비없이 영접할 수는 없지. Prince의 Discography를 훑듯이 그의 Discography도 하나하나 훑어보자. 뭐, 그래봐야 정규앨범은 겨우 네장. 이 정도면 할만하지.ㅎㅎ 





 일단 맘먹었으니 첫 앨범 "Maxwell's Urban Hang Suite"부터 시작해봐야 하는데 앨범들이 다 유명해서(특히 이 앨범은 더(근데 굳이 왜 하는거냐)) 굳이 리뷰를 쓰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그래도 쓸래. 기록이니까. 구구절절 네오소울이 어쩌니 저쩌니 얘기하는것도 이제 너무 진부한 떡밥이라 좀 그렇긴 한데, 이 앨범 얘기를 하면서 네오소울 얘기를 안하는 것도 좀 웃기다. 네오소울의 기원을 Acid Jazz 쪽에서 찾는 사람도 있고, 네오소울이라는 용어도 록과 소울의 크로스오버를 했던 어떤 뮤지션이 붙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결국 지금 쓰고 있는 '네오소울'이라는 용어의 기원을 돌아보면 그 시작이 이 앨범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 앨범이 발매된 시점은 96년이고 D'angelo의 "Brown Sugar"는 95년작으로 이 앨범이 1년 늦긴 했으나, 이 앨범의 레코딩이 94년이었으니, 이게 먼저다, 이게 나중이다는 사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처럼 무의미한 논쟁이다. 난 결국 짬짜면이라고 결론 지었다. 둘다 처음이여...... 정식으로 이들의 음악에 네오소울이라는 용어가 붙여진건 더 이후의 일이었다. 에리카바두의 데뷔작 "Baduizm"까지 합쳐서. 그럼 셋다 처음이네? ㅇㅇ 나도 몰러.. 그게 중요한감.....





 은근히 사람들이 잘 모르던데, 이 앨범 무려 컨셉앨범이다! 그것도 맥스웰의 개인적은 경험을 모티브로 삼은 컨셉앨범. 그 경험은 무엇인고 하니 흔하디 흔해빠진 사랑얘기...인데.. 다들 눈치 챘겠지만 아기자기 예쁘고 깜찍한 사랑이 아니라 매우 Adult한 Love다. 음악만 들어봐도 알잖아. 'Whenever Wherever Whatever'정도를 제외하면 다 흐느적흐느적 끈적끈적한거..(그래서 이 앨범에서 'Whenever Wherever Whatever'만 좋아하는 주변 지인도 많이 있다.) 아무튼 여자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Sex하고 헤어질뻔하다가 다시 만나고 결혼하는 내용이다. 생긴건 좀 산적이나 짐승st인데, 헌신적이고 차칸남자였어... 뭐, 하긴 목소리 들어봐도 좀 밝히지만 엄청 자상할꺼 같긴 해.. 사생활은 모르지만.


 음악적으로 보자면 마빈게이+프린스+샘 쿡+알 그린+커티스 메이필드 정도? 개인적으로는 마빈게이가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프린스 30%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앨범을 많이 설명하는 단어로 도회적(Sophisticated)이란 말을 쓰는데.. 대체 그 도회적이라는 말은 언제 갖다가 붙이는겨... 그 알잖아. 뉴욕의 높은 빌딩을 배경으로 와인잔 들고 야경볼때 나오는 음악 ㅋㅋ 무엇때문에 도회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대충 세가지 결론을 내려봤음. 일단 가벼운 그루브감을 가지고 있지만 촐싹대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 둘째로 음악이 부담없고 스무Th해야 하며  고음이나 드라마틱한 구조로 자극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근데, 가장 중요한건 브라스 소리인듯ㅋㅋㅋㅋㅋㅋㅋ 트럼펫하고 섹소폰소리 ㅋㅋㅋㅋㅋ 특히 인트로와 아웃트로 격인 'Urban Theme'과 'Suite Theme'을 들어보면 가장 강렬한건 역시 브라스 소리들.. 이게 반이여...



짐승st이야 아무리 봐도. 고릴라쯤?



 음악적인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전반적으로 노래들은 Funky하다. 그런데 엄청 신나는게 아니라 느릿한 그루브감을 준다. 몸이 들썩거리긴 하는데, 일반적인 Funk곡처럼 들썩들썩! 엉덩이를 씰룩씰룩!이 아니라 문어다리마냥 흐느적흐느적 한다는 것. 'Welcome'이나 'Sumthin' Sumthin'', 'Dancewitme'같은 곡들이 대표적이다. Funky함을 깔고 소울과 스무스재즈들이 넘실넘실~ 베이스랑 기타, 앞서 말한 브라스도 기본이지만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기계음들도 이것저것 많이도 갖다 썼는데, 모든 악기들이 참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내준다. 절대로 산만하지 않아..


 아, 물론 이 앨범..뿐만이 아니라 맥스웰의 모든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역시 그의 팔세토 보컬이다. 목소리가 곱고 촉촉하면서도 섹시함이 철철 흘러 넘친다. 남자 목소리가 촉촉하기 쉽지 않은데.. 'Ascension' 같은 노래에서 가성 애드립 같은거 듣다보면 소름 막 돋아.... 그리고 맥스웰의 음악은 보컬가지고 자랑질을 하지 않는다. 앞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음악속에서 보컬이 도드라지도록 고음이나 과한 기교를 쓰지 않을 뿐더러 다른 악기를 죽여서 보컬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보컬과 기타 한대로 부르는 'Whenever Wherever Whatever'정도를 제외하면..)  이쯤되면 보컬도 다른 악기와 다름없는거다. 지나친 보컬로 흐트러지는 감정선도 없고, 도드라짐이 없는 라운지 음악 같아서 더 도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지도 모르겠다.



Sumthin' Sumthin' (Live)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곡은 앞서도 이야기한 'Whenever Wherever Whatever'이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는 따뜻함과 다른 노래들보다 덜 끈적하고 담백하게 부르는 보컬이 잘 어우러진 노래다. 게다가 가사도 '당신이 내 안의 뜨거운 사랑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이든 드릴께요. 내 안의 피든, 한 줌의 숨까지도 다 드릴께요'와 같은 뜨겁고 헌신적인 사랑의 가사가 아닌가. 그래. 이 노래에 빠져드는 여심들 모두 인정.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곡은 역시 '...Til The Cops Come Knockin''이다. 아 이건 겁나 섹시해. 그냥 막 섹시해. 이 노래 들으면 짝짓기 후에 잡아먹힌다는 사마귀가 생각난다.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와서 잡아 먹는데, 아픈줄도 모르고 황홀해서 잡아먹히는거야. 왠지 맥스웰이 그럴꺼 같지 않아? 그래, 그럴꺼 같지 않다...라면 어쩔 수 없고.... 아무튼 곡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내가 전에 썼던 글로 대신한다.(리뷰 보러가기)  Hit Single이었던 'Acension'과  밝고 경쾌한 Funky Soul 'Sumthin' Sumthin'', 바닷가 새벽안개처럼 습윤한 분위기 속에 둥기둥가 Funky한 베이스라인이 맘에 드는'Dancewitme'나 농도짙은 쓸쓸함을 느낄 수 있는 'Lonely's the Only Company'까지.. 노래들은 다 좋다. 꼭 컨셉앨범이어서 싱글보단 앨범으로 들어야 된다기 보다는, 노래가 다 좋아서 앨범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가 음악 감상용 뿐만이 아니라 야밤에 혼자 틀어 놓고 허세 좀 부릴 수 있는 BGM으로도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 허세지수 막 상승 ㅋㅋㅋ 밤에 분위기 잡고 조용하게 드라이브할 때도 괜찮고.



...Til The Cops Come Knockin' (Live)


 맥스웰 횽님에 대한 첫 리뷰다 보니 또 장황하게 이것저것 많이 썼다. 정작 앨범얘기로 치면 얼마 안되는데.. 아마 다음 리뷰부턴 짧게짧게 쓸 수 있을 듯.. 그러고보니 이 앨범 20살때 샀는데, 누나가 씨디훔쳐갔다. 근데 케이스만 훔쳐감ㅋㅋㅋㅋㅋㅋㅋ 씨디는 따로 잘 보관되어있는데, 언제 다시 둘이 상봉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앨범은 맥스웰의 앨범중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이다. '시작'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앨범중에서 가장 좋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고..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역시 4집..... 그래서 내가 5집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고....... 이 커피새끼야.(앨범얘기만 나오면 흥분한다...) 아무튼 기다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다음 앨범 2집 "Embrya"에서 또 만나요!




Ascension (Live) 이건 MTV Unplugged 영상.




 화제성도 이젠 한 물 가버린 나는 가수다지만, 요즘 그래도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시나위와 국카스텐을 비롯한 라이벌 구도나 한영애 같은 뮤지션의 노래가, 무리한 편곡이나 고성에 질려하면서도 자꾸 찾아보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가 시즌 1에 잘나가면서, 많은 이슈들과 긍정적인 영향,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는데, 긍정적인 영향중의 하나가 사람들에게 '편곡자의 역할'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하광훈님이나 돈스파이크 같은 뮤지션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고.. 보통 작사나 작곡은 알아도 편곡은 뭐하는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가수다에서는 좋은 편곡도 있었고, 무리수도 많았지만, 편곡을 통해 같은 노래가 얼마나 새롭게 재해석 될 수 있는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일반적으로 가수들이 내는 리메이크 음반에서는 그런 가능성을 외면한채, 그저 '다시 부르기'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음... 예외가 있다면 나얼의 리메이크 음반정도? 그 외에도 몇몇 프로젝트식으로 발매된 리메이크 노래들이 재해석에 충실한 곡들이 있었지만 앨범 단위로는 거의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여기 아직 무명에 가까운 한 가수의 습작처럼 만들어진 믹스테잎이 한장 있다. 언더에서 묵묵히 한국의 R&B를 이끌어 가고 있는 Jinbo의 믹스테잎 <KRNB>. 앞서 거창하게 말했지만 이 앨범은 정말로 'Remake'에 충실한 앨범이다. 그간의 리메이크는 멜로디라인과 가사를 그대로 살려둔채, 편곡만 바꾸는 정도였다. 목소리, 애드립 정도가 가수가 할 수 있는 최대 변형이었고, 깔짝깔짝 스트링 추가, 순서만 바뀐채 변함없는 곡의 구조는 그저 우리에게 "아, 이런 목소리에도 잘 어울리는 노래네?"하는 정도의 감흥밖에 주지 못했다. 


 Jinbo의 믹스테잎은 그간의 '적당히' 제조되던 리메이크 공식을 깨버렸다. 대부분의 곡들이 가장 포인트가 되는 멜로디 부분만 살리고, 곡의 장르와 구조, 그리고 컨셉, 필요에 따라서는 가사까지 진보에 의해 '재창조'되었다. 가끔은 원곡이 어떤 곡인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 이건 진보가 창작한 것도 아니고 창작 안한것도 아녀......








 가장 재밌게 들었던 곡은 'Love Game'이었다. 보아의 'Game'을 원곡으로 한 노래인데, 신디사이저를 전반적으로 내세운 Funk곡이다. 죠지 클린턴스럽기도 하고 Prince스럽기도 하다. 중간중간의 애드립도 Funk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특히나 중반부에 길게 연주한 간주부분은 그간의 우리나라 음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부분이다. 7-80년대 Funk밴드만큼 죽여주는 간주부분은 아니었으나 상당히 신선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 습작처럼 연주한 노래를 듣고 인상깊었던 소녀시대 'Gee'의 커버곡 'Damn'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얼마전에 갔었던 F.ound Week 공연 때 라이브로도 봤었는데, 이 노래 끈적끈적 정말 좋다.(가사도 슬로우잼에 맞게 바꿨다.) 무엇보다 상큼한 걸그룹의 노래와 대비되는 슬로우잼 스타일의 진보의 목소리가 뭐랄까.. 깜찍한 모습의 걸그룹과 그런 그들을 응큼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해야 하나.. 가사도, 이를 받아들이는 청자들의 마음도 수위를 넘나드는 섹시한 즐거움을 준다. 









 서태지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를 리메이크한 '너와 함께하면 행복해'는 원곡이 주는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 초반부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중반부에 빠른 비트로 바뀌면서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멋지가 변화했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진보만의 느낌도 안배한 그야말로 웰-메이드 리메이크가 되었다. 원곡(김건모의 '빨간우산')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놀랍도록 Funky하게 편곡된(아니, 어릴 때 듣던 이 노래가 이렇게 Funky했었나?!) '아름다운 그녀'도 인상적이었고, 애절하게 변화된 2NE1의 '아파'를 리메이크한 나빠도 좋았다. 개개의 싱글들이 딱히 떨어지는 곡도 없고, 같은 흑인음악이라지만 색깔들이 너무 달라서 노래마다 듣는 재미가 있다. 원곡뿐만이 아니라 어떤 스타일을 시도했는지, 누구를 모티브로 녹음을 했는지 비교해서 생각해보는 재미!


 재밌는 음반이다. 곡 자체의 완성도도 높은데다가 원곡과 전혀 다르게 재창조되었기 때문에 원곡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첫번째로 마스터링. 이건 뭐.. 정규앨범도 아니니까 쿨하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두번째로 좀 산만하다. '흑인음악'과 '리메이크'라는 키워드로 엮이긴 하지만 아니 그 두 개의 카테고리가 워낙 넓어야지. 각각의 곡들은 참 좋은데, 앨범단위로 듣는 메리트는 딱히 없다는 것 정도. 그래서 다른 앨범들보다 유난히 싱글별로 찾아듣게 된다는 점. 세번째로는, 진보의 진짜 색깔이 궁금하다는 점..이라기 보다는 빨리 정규 앨범 내달라구.....ㅜㅜ 아니, 공짜로 배포했는데 뭐 이렇게 바라는게 많어.... 좋은 음악 들려줘서 고맙습니다. 진보느님. 





앨범 전곡은 이 곳에서 다운 받으세요.



Rhythm & Repose

아티스트
Glen Hansard
타이틀곡
High Hope
발매
201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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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원스의 여주인공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내한했었다. 스웰 시즌(Swell Season)에서 나와서 솔로활동을 하다가 1집을 발표했는데, 감성이 참 괜찮았다. 음악적으로는 조금 평범한 듯 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아쉬운건 악스홀 내한도 못갔고, 제천 영화제에 왔을때도 못 봤다. 노래도 잘했다던데..  아무튼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원스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글렌 핸서드의 첫 솔로 앨범이다.





 뮤지션에게 '감정과잉'은 어떤 의미일까? 이 앨범을 들으면서 집에 오다가, 나가수1에서 감정과잉으로 항상 지적받았던 윤민수씨가 생각났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늘 온 몸으로 노래부르는 가수였고, 기교도 상당히 좋은 가수였다. 아쉬운 점은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감정과잉. 감정을 적당히 숨기질 못한다. 영화건 현실이건, 슬픈일이 있다고 마냥 펑펑 울어대는거, 가끔은 좀 꼴보기 싫고 찌질해보일때가 있지 않나? 윤민수의 노래에선 가끔 그것이 느껴져 불편할 때가 있었다. 명곡으로 불렸던 '그 남자 그 여자'의 경우도 끝까지 감정선을 잘 잡아준건 장혜진씨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의 윤민수의 포효는 처음에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뒤로갈수록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과잉에 기교과잉. 엉엉 우는데 자꾸 노래욕심을 낸달까. 자꾸 노래속 화자가 가수 윤민수로 변해서 노래자랑을 하는 기분이란 말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구요.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감정과잉'의 좋은 예가 바로 이 글렌 핸서드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영화 <Once>의 OST의 경우 가장 유명한 곡은 'Falling Slowly'이고, 피아노 선율과 독특한 박자가 인상적인 'When Your Minds Made Up'이나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If You Want Me', 'The Hill' 같은 감성적인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Lies'나 'Say It To Me Now' 같은 곡에서 글렌 핸서드의 폭발하는 감정도 상당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매우 잘 어울리는 감성이라고도 생각했고.



Once에서 'Say It To Me Now'를 부르던 장면



 솔로앨범에서는 그의 이러한 성향이 매우 잘 드러난다. 거친 터치로 그려진 앨범 커버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흐릿하지만 번뇌와 슬픔이 묻어나는 눈동자와 깊게 찌푸린 미간. 앨범은 그의 기타를 중심으로 화려하지 않게 구성되었지만, 그의 터져나오는 감성을 잘 체감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져있다. 첫곡 'You Will Become'부터 슬프고 우울한 느낌을 전달하더니, 네번째곡인 'High Hope'과 다섯번째 'Bird of Sorrow'에서 짙게 폭발한다. 초반부 그의 목소리는 강하지만 여리고, 담담해보이지만 떨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게 감정을 꾹꾹 누르다 후반부에 슬픈 감정을 여과없이 토해낸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슬프고 비극적인 목소리, 그리고 엄청난 호소력.. 특별한 기교는 없고 그저 내지르기만 할 뿐인데, 슬픔과 진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Bird of Sorrow'의 후반부는 어우.......... 어우.......... 이어지는 'The Storm, It's Coming'도 마찬가지고, 가벼운 그루브감을 선사하는 'Love Don't Leave Me Waiting' 마저도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우울'의 감정선을 이어간다. 더 좋은 것은 앨범 중간에 이렇게 폭발하듯 쏟아내 놓고는 뒤쪽 트랙을 모두 잔잔한 트랙들로 마무리 했다는 점이다.(물론 우울한 노래들로만 채워진 앨범은 아니다.) 할 수 있지만 과용하지 않고, 감정선을 유지한채 짙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트랙구성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High Hope'이나  'Bird of Sorrow'는 따로 떨어트려놨을 때보다 앨범 속에 있을 때 더 돋보이고 더 강렬하게 와 닿는 곡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곡으로 듣지 말고, 앨범으로 들어........ 그게 정답이야.......





 멜로디나 노래 구성을 볼 때, 이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나 대단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다시말해 음악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은 없다는 이야기다. 지나치지는 않은 앨범이지만, 그렇다고 모자르지도 않은 앨범이다. 뮤지션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룬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Damien Rice와는 조금 다른 슬픔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말이 나왔으니 추가 영상 몇개.


쌀 아저씨와의 버스킹영상.

이런 사람들의 버스킹이라니 ㅋㅋㅋ 

근데 노래는 그냥 별로 ㅋㅋㅋㅋㅋ 게다가 찍은 사람 노래 너무 못부른다....




아 라이브도 짱.




Channel Orange

아티스트
Frank Ocean
타이틀곡
Thinkin Bout You
발매
2012.07.13
앨범듣기


 작년에 발매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그의 믹스테잎 [Nostalgia, Ultra] 시절에는 그의 존재는 전혀 몰랐다. 다만 어느새부턴가 아직 정규앨범도 안나온 이 친구의 이름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을 보고(사실 노래 못지 않게 바이섹슈얼 커밍아웃과 제이지, 칸예 등등과 연관해서 자주 눈에 띄었다.), 'Novacane'과 새 싱글을 비롯한 몇몇 노래들을 들어볼 무렵 그의 문제작 [Channel Orange]가 발매되었다. 앨범을 한바퀴 돌리고 나서, 수만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첫째로 싱글을 들었을 때 이미 느꼈지만, 이 친구는 목소리 버프가 없다. 폭풍 가창력, 음슴. 속삭이는 듯한 달콤함, 음슴. 녹아내릴 듯한 섹시함, 음슴. 개인 취향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친구 목소리 버프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목소리가 가진 매력이 없다. 흑인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가진 그루브감이나 이런것은 둘째치고, 목소리 하나만 놓고 보면 건조하게까지 느껴진다.






 둘째로, 앨범을 들어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다 듣고 나서 생각나는 Hook이 없다. 몇몇 곡에서 멜로디 라인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멜로디가 없다. 그러니 킬링 싱글이라 불릴만한 곡도 없다. '야 진짜 이노래 개짱이야!!!!'라고 추천할 곡이 없다고... 특히 우리나라 애들한텐 더더욱 ㅋㅋ 우리나라 애들 막귀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고.. 단번에 어필할만한 요소가 별로 없어서 그런다. 게다가 이 친구가 가진 장점은 언어적 한계때문에 우리나라 애들한테 덜 드러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이 친구 앨범을 듣고 가장 많이 떠올랐던 사람은 Maxwell이었다. 물론 맥스웰의 목소리는 심각할 정도로 대단하기도 하고, 세련되고 도시적인 음악은 멜로디 라인과 관계없이 사람을 끄는 면이 있어서 많이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벗뜨, 트랜드와 관계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측면과, 자신이 음악과 앨범을 끌어가는데 강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상관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앨범은 맥스웰의 첫 앨범 못지 않게 본인의 강한 정체성과 자의식이 반영된, 전혀 신인같지 않은 신인의 1집같지 않은 1집이다. 욕심을 크게 갖지 않고(어쩌면 욕심이 지나친 사람일 수도 있고..) 뚝심과 센스를 가진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명반이다. 



 사실 앨범 평은 굳이 내가 안해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미 피치포크 9.5점을 비롯해 유수한 평론 매체들에게 만장일치로 만점 혹은 그에 가까운 평점을 받았으니 내가 여기서 말해 뭐해.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앨범 들어. 두 번 들어. 그리고 가사 꼭 봐. 두 번 봐라. 그러면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만장일치로 좋은 의견을 내세웠는지 이해가 갈테니까. 이 정도면 거의 올해의 신인은 둘째치고 올해의 앨범 급이다. 근데, 역시 한가지 주의해야 될 점은 수 많은 사람들이 칭찬했다고 나도 억지로 엄지손가락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ㅎㅎ 솔직히 가사를 이해하지 않고 이 앨범을 들으면 그럭저럭 좋은 앨범, 혹은 '이 앨범이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앨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Frank Ocean의 음악을 감상하는 주된 포인트는 직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상적이라거나 현학적이지도 않은, 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점, 혹은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담담하지만 통찰력있게 표현한 가사다. 영어실력이 썩 좋지는 못해서 가사를 보고 좀 찾아봐야 겨우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해하고 나면 어라?! 이 어린노므시키가?!라는 소리가 절로 난다. 시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때론 담담해서 잔인하게도 느껴지는 그의 스토리텔링이 이 앨범의 포인트라고 생각하니, 그제서 이 앨범은 컨셉, 음악, 멜로디, 그의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베스트 곡을 몇곡 뽑아보면, 첫째로 Bad Religion. 마치 김연우의 이별택시가 생각나는 가사다. 물론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정도는 아니고, 조금 더 절제되고 시적으로 정제된 듯한 가사에 앨범에서 가장 애절한 곡이다.(자꾸 우리 것을 까는 것 같아서 덧붙이는데, 이별택시의 가사는 정말 괜찮다. 그 찌질함이 포인트니까.)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혹은 사랑)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공허함과 허무함, 좌절감.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흔하다는 짝사랑 곡인데 이런 진중한 가사는 없어진지 오래라...(This unrequited love/To me it's nothing but a one-man cult/And cyanide in my Styrofoam cup. - "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나에겐 그저 사이비 종교와 같아. 스티로폼 컵 속에 담긴 청산가리와도 같아."  알아보니 어느 사이비 종교에서 누가 스티로폼 컵에 청산가리를 담아 마시게 해서 집단으로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일이 있다더라. 그걸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타이틀 곡 Thinkin Bout You. 어디선가 디안젤로 뺨따구 날리는 가성이라고 하는 글을 봤지만 그건 아니고 아무튼 가성이 인상적이긴 하다. 들을수록 감기는 느낌의 곡인데, 자꾸 그의 바이섹슈얼 선언과 그의 첫사랑 남자가 떠올라서 좀 찝찝하기도 하다.ㅎㅎ







 한참 유행하던 덥스텝 느낌을 차용한 Crack Rock은 몽환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설정이 인상적인 곡이다. 코카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한가지 방식으로만 풀어가지 않고, 사건의 당사자처럼 verse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다음 10분짜리 대곡 Pyramids. 하찮은 스트립클럽 같은 곳에서 일하는 창녀라도 내가 사랑하면 클레오파트라여, 안그려? 슬픈건 화자가 직업도 없는 루저야. 기둥서방이라 이거지. 그래서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걸 봐도 별 말을 못해. 현실의 삶에 담담해진 클레오파트라와 그녀가 클레오파트라임을 알고 있는 하찮은 루저. 이 모든 것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자니 짧은 소설 한편 보는 것 같다. 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가사 답게 음악도 대곡인데다가 구성도 버라이어티 하다. 신인이 이런 대담한 구성을 했다는게 대단하다는 거지.







 퍼렐 윌리암스가 프로듀싱에 참여해서 그런지 유난히 밝고 튀는 Sweet Life은 Hook이 가장 도드라진 노래고, 앨범은 안만들고 영화나 찍고 있는 Andre 3000의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Pink Matter 역시 빼놓으면 섭섭하다.(둘이 왠지 엄청 잘 어울려!!!!!!는 조금 위험한 발언인가 ㄷㄷ) 물론 위에 이야기한 여섯곡을 제외하고도 앨범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와 독특하지만 디테일하게 표현된 가사가 돋보이는 곡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결론은 이 앨범, 앞서 말했듯 '곡이 좋은 노래'를 좋아하는 청자들에겐 그저그런 앨범이다. 앨범을, 노래를 천천히 곱씹는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앨범이 될 것이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개인적으로도 가사냐 곡이냐를 본다면 가사보다는 곡이 먼저니까. 그렇지만 역시 모든 앨범도 그 앨범만의 감상포인트들이 있는 법. 요 앨범은 가사펴놓고 혹은, 번역된 가사를 보면서 구절을 곱씹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편이 조금 더 좋은 감상법이라는 것이다. BGM으로 쓰기에 적당한 곡들은 아니어서 얼마나 플레이 하고 싶어질지는 미지수. 그치만 가끔 아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것과는 별개로 이 앨범은 상당히 좋은 앨범으로 기억될 것이다.







Around the World in a Day

아티스트
Prince
타이틀곡
Around The World In A Day
발매
198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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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프린스 리뷰를 쓰는 것 같다. 사실 처음에 이 앨범의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몇몇의 좋은 싱글들이 있지만, 불꽃같은 이 시기의 프린스 앨범사이에서 파괴력도 없고, 특별한 컨셉도 없어 보이는 무난한 팝앨범이기 때문이다. 82년, 마이클잭슨은 [Thriller]를 대성공시키고 다음 앨범인 [Bad]를 낼때까지 5년이란 시간을 공들였는데, 84년에 [Purple Rain]을 터뜨린 프린스는 1년만에 이 앨범 [Around The World In A Day]를 발매했다. 그리고 평단에겐 혹평을 들었지. 이 때만해도 어쩌면 프린스는 '천재'라는 칭호를 받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괴짜'정도라면 모를까. 기복이 심해서 ㅎㅎ 그 때야 그렇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앨범은 참 프린스 다운 행보를 보여줬다고 본다. 흥행에 연연하지 않고, 평단과 대중들의 기대감을 은근히 비틀어버리는 싘한 남자, 그것이 프린스의 매력이지.



이 싘한 남자



 프린스의 퍼플레인에 열광하던 사람들의 기대감과 다소 어긋난 앨범이지만, 그래도 이 앨범, 빌보드 앨범 챠트 1위에도 올랐다. Top 10 싱글도 두 곡이나 나왔고, 더블 플래티넘도 기록했다. 이 정도면 상업적으로는 그럭저럭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퍼플레인의 후광이라고 말하기엔 과도한 앨범 성적이니, 이 앨범이 그냥 지나칠만한 그저 그렇기만한 앨범은 아니라는 물증정도 되려나. 다만 앞뒤로 좋은 앨범들이 꽉꽉 들어차있다는게 이 앨범의 최대 걸림돌 ㅋㅋㅋ 뒤에는 1999, 퍼플레인, 그리고 곧 뒤에는 퍼레이드에 싸인 오 더 타임 까지 있으니까. 그러고보면 정말 이 때의 프린스는 그냥 막 찍어도 좋은 앨범이 나왔던 것 같다. 전성기는 전성기라 이거지. 그러고보니 이 앨범이 85년에 나왔으니,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일 때 낸 앨범(...)에다가 내 태어난 해에 나온 앨범이니 앞으로 애착을 더 가져야겠다....... 쓰고보니 문득 스치는 박탈감. 미친색킼ㅋㅋㅋㅋㅋㅋ 그 멋진 앨범들이 그 어린나이에 나왔다니.



Around The World In A Day(1985)



 아무튼 요 앨범은, 요상한 신비주의와 사이비 종교같은 느낌의 앨범이다. 독특한 싸이키델릭함이 곳곳에 보인다. 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노래가 Paisley Park와 Pop Life. Paisley Park의 경우 누군가에겐 프린스 노래치고 조금 심심한감이 들겠지만, 여자들이 웃으며 시소를 타는 모습으로 형상화 된 그의 유토피아(노래 속 페이즐리 파크)를 싸이키델릭한 음악과 함께 절묘하게 표현한 곡이다. 좋다. 아, 그리고 7인치 싱글로 나왔을때 요 노래의 B-Side곡이 디안젤로가 겨우겨우 리메이크한 She's Always In My Hair다. Pop Life도 앨범이 인정을 덜 받아서 그렇지 아주 가볍고 경쾌하게 잘 만들어진 Funk곡이다. 이 때 즈음에 나온 Funk곡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하다. 



아마도 지 생일에 부른 노래 영상 같은데, 이 버젼 괜찮다.ㅇㅇ 다리찢기 ㄷㄷ


 Condition Of The Heart는 아주 잘 만들어진 발라드곡이다. 특히 그 인트로가 이어지다가 스며들듯 등장하는 피아노의 멜로디, 그리고 여러가지 악기들과 효과음들이 섞이다 등장하는 프린스의 목소리! 그 부분때문에 자꾸 생각이나... 그 부분이 기다려져...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Rasberry Beret은 앨범에서 프린스의 팝적인 감각을 가장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는 노래다. 전작 When Doves Cry와 비교하게 되는데, 그 곡에 비교한다면 이 쪽이 스트링섹션을 이용해서 그런지 훨씬 부드럽고 밝고 경쾌하다.





 비교적 조용하거나 경쾌하고 팝적인 노래들이 전반부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후반부는 조금더 강하고 더 휘몰아치는 곡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Tamborine이나 America도 그렇지만 특히 마지막 두 곡 The Ladder와 Temtation은 왠지 전작을 연상케 하는 트랙들이다. 물론 전작에 비하면 조금 식상한듯한 멜로디에 아쉬움도 느껴지긴 하지만, 그건 역시 전작이 워낙 괜찮았기 때문에....


 저평가 받은 앨범이지만 마냥 저평가 받기만 할 앨범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전성기니까. 그냥 그 시절엔 망한 앨범도 이 정도... 프린스의 모든 앨범들을 놓고본다면 음.. 그래도 중간정도는 가지 않을까? 중간이상 갈지도. 그냥 임팩트가 좀 부족해서 더 약하게 느껴질 뿐인 것 같다. 완성도 높고 좋은 곡들이 강렬하지를 않아서...


Write Me Back (Deluxe Version)

아티스트
R. Kelly
타이틀곡
Lady Sunday
발매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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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미쳐있는 덕후들을 보면 그 시작이 가족, 친지인 경우가 많다. 랩을 듣기 시작하던 내 사촌동생에게 내가 내민 것은 나스의 일매릭이었고, 그는 나보다 더 지독한 힙덕이 되었다. 랩도 막하고 다니고. 그리고 내가 일매릭을 듣기 시작한건 물론 누나 때문이었고. 정확히는 우탱클랜으로 시작했지만 ㅎㅎ


 아무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도 음악이 메인은 아니고 서브수준이긴 했지만 엄청난 음덕이셨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누나와 나도 음덕이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집에서 갖가지 음악 경연프로그램을 가장 잘 챙겨보시는 분은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가 누구냐, 성가대에서 그 어렵고 희귀하다는 알토 파트를 맡고 계시고 누구보다도 대중적이지만 정확한 귀를 소유하고 계신 분이다!!! 나는 가수다 볼 때 상위권 3명을 신기하게도 매번 맞추심... 헐.. 난 매번 틀림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나는 가수다가 나올 때면 우리집 권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어머니의 취향에 따라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데,(사실 나도 같이 즐기는 편...) 오랜만에 누나가 내려와서 나는 가수다를 대기하며 무한 걸스를 봐야하는 시간에 남자의 자격을 보게 되었다. 다 본건 아니고 엔딩부분만 봐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하루 여행을 담은 편이었던거 같은데, 엔딩곡으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곡은 바로 이 곡. 여름, 그리고 왁자지껄한 여행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특히 후렴구가. 뭐, 가사는 둘째치고.


 

 알켈리의 신보를 들으면서 몇 주 전에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분과 페북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요지가 뭐였냐면, '알켈리는 '양산형 가수'가 되어버렸다.' 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공감해 주셔서 고마웠다. 음.. 뭐랄까.. 분명 알켈리의 음악은 좋다. 앨범 듣고 실망한 기억이 거의 없다. (딱 한번, [12play]를 듣고 반해서 듣게 되었던 [R.]에서 기대치에 비해 길고 지루해서 실망했던 적은 있었음.) 근데, 또 엄청 감동한 적도 없다. 12Play를 끝으로 말이지. 전작에서도 '복고'라는, (트렌드이긴 했지만) 색다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듣다보면 '역시 좋긴 한데, 알켈리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복고, 가스펠, 미드템포, 섹스송등, 다양한 분위기로 변화를 꾀해도, 늘 그 만의 고유한 색으로 덧칠되기 마련이었다. 이거 엄청난 칭찬이고, 좋은건데!!! 근데 뭔가 2%가 부족해!!!!!!!! 양질의 노래를 꾸준하게 들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잦은 노출로 인해 식상함도 들고.. '역시 좋네.'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뮤지션이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프린스도 분명 비슷비슷한 앨범들을 다수 발매하는 양산형가수긴 한데, 그는 퀄리티가 다르니까!!!라고 마무리 지음. 지독한 프린스 빠심을 가진 두명이었거든.)





 이번 앨범은 전작인 [Love Letter](리뷰 보러가기)와 전체적인 기조를 유사하게 가져가면서, 알켈리 특유의 말랑말랑 러브송들도 수록된, 알켈리표의 다양한 음악들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좋은 앨범이다. 위에서 말한 Love is도 그렇고, 신나는 여름분위기 물씬 풍기는 Party Jumpin'은 더운 여름도 거뜬하게 날 수.....는 없어.. 요즘 여름은 좀 그래...ㅜㅜㅜㅜ 아무튼 녹아내릴 것 같은 날씨에도 신나게 한 걸음 내딛을 수 잇는 힘을 주는 노래다. 많이는 아니고 딱 한 걸음 정도..... 요즘 여름은 그렇다니까..ㅜㅜ 개인적으로는 위의 두 곡 외에도 필리소울 느낌을 담은 Share My Love, 듣자마자 아이즐리 브라더스가 떠올라서 임팩트있게 느껴진 Green Light가 좋았다. 도회적 느낌의 두번째 싱글 Feelin' Single과 복고 로큰롤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All Rounds On Me도 매우 신났고.







 그리고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 사람 MJ 모창 왜이렇게 잘하지. You Are My World듣는데, 지난 번보다 더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 아쉬운 건, 이 곡으로 인해 알 켈리의 이 앨범이 더 좋았던 것이 아니라 MJ에 대한 아쉬움, 아련함만 더 커졌다는 것.ㅋㅋㅋ 결과적으로 나한텐 역효과였다. 물론 알켈리의 의도는 그게 역효과는 아니었겠지만. 그도 그가 떠난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아 있겠지. 그리고 그걸 아마도 노렸겠지?





 전작은 별 네개를 줬다면 이번은 3.5개..는 좀 박한가. 3.8개 정도. 전작도 근래의 앨범들 중에서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이번 앨범도 분명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 여겨진다. 개인적인 애착으로는 전작보다도 나을 정도다. 내 취향의 노래가 더 많아. 게다가 계절과 맞물려서 계절과 잘 어울리는 노래들이 많아서 이번 여름 가끔 플레이할 것 같다. 이미 그러고 있기도 하고. 근데 그 깎인 0.2는 앞에서도 얘기했듯,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다는 데서 온 아쉬움이랄까. 더 안타까운 점은.. 그런 R. Kelly가 다음 앨범에서 딱히 새로운 시도를 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정확히는 시도해도 결국 '알켈리네' 라고 할 것 같다는 점...) 12Play는 정말 엄청난 앨범이었는데 말이지....




+ 쓰고나서 보니 잡담이 반에 나머지 반은 아쉽다 얘기 투성이 ㅋㅋㅋㅋㅋ 근데 분명 좋은 앨범임은 틀림 없다. 전작은 사고싶은 맘까진 안들었는데, 이건 사고싶기도 함.ㅋㅋㅋㅋ






더 파워풀 하고 더 섹시해진, 대중적인 인기마저 끌어온 프린스의 여섯번째 앨범.
 더 파워풀해지고 더 섹시해졌다. 섹시함이 더 묵직해졌다면 공감이 되려나. 정말로 대단한 수작이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앨범 중에 하나이고,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상당히 호평받은 앨범이다. 명반 맞다. 근데 프린스의 명반 리스트 세개를 꼽으라면 보통 이 앨범은 포함되지 않는다. (내 기준은 아니고 평단은 주로 Dirty Mind, Purple Rain, Sign O' the Time을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멋진 앨범이라니!!

표지가 야하다..



 호들갑 좀 떨어봤다. 그만큼 이 앨범은 프린스의 최 전성기라고 불리는 80년대 스타일의 시작을 알린 앨범이다. 사실 이전까지의 프린스식 Funk는 평단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적으로는 실패한 앨범이었다. 스타일의 변화를 준 이 앨범부터 프린스의 인기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사실 Funk라는 장르 자체가 70년대 말이 끝물이었다. 수 많은 Funk 밴드들이 몰락하거나 디스코 쪽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프린스도 더이상 Funk만을 물고 늘어질 순 없었던거겠지.. 앨범은 프린스가 처음으로 2LP로 구성을 시도했다. 11곡에 불과하지만 2LP다. 그 말은 노래 한곡당 런닝타임이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4분짜리 2곡, 5분짜리 3곡이 짧은 편에 속하는 곡들이고 8,9분짜리 트랙들도 다수 존재한다. 프린스의 팬이 아닌 사람들이 8,9분짜리는 계속 듣고 있는 것은 고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서 확실히 팝적인 접근을 많이 했다. 덕분에 빌보드 차트 20위권안에 세 곡이나 올라왔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도 누렸다. 한 마디로 프린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도전해 볼만한 트랙들이 존재한다는 거다. 그럼 지금부터 한 번 도전해 봅시다.

Funk와, Rock, Soul, Pop까지. 표지만큼 야한 Song들의 향연.
 첫 곡 1999는 웅장한 전자음을 활용한 Funk다. 펑크 대마왕 죠지 클린턴(George Clinton)식의 P-Funk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나중에도 Grafitti Bridge라는 앨범을 말하면서 얘기하겠지만 프린스는 죠지 클린턴을 상당히 좋아했고, 같이 콜라보 작업도 많이 했다. 전작의 Funk들이 간결했다면 이 앨범의 곡들은 대체적으로 힘을 더 실은 느낌이다. 이 곡에서도 마찬가진데, 보컬의 강렬함도 더해졌고, 음악도 이전의 Funk들보다 색을 더 입혔다. 그것도 강렬한 색들로. 싱글컷 되어 빌보드 챠트 12위까지 올랐다. 특히 이 노래는 Alicia Keys가 그녀의 첫 앨범 Songs In A Minor에서 커버했던 How Come You Don't Call Me?와 함께 싱글에 실렸다. How Come You Don't Call Me?는 B-Side였는데,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고, 나중에 B-Side곡 모음집에 실렸다. 

 두번째 곡 Little Red Corvette은 프린스가 이 앨범을 통해서 Rock Fan과 대중들에게 손을 뻗쳤다는 것을 분명이 느낄 수 있는 노래다. 갖가지 전자음은 신디사이져 하나로 단순화 시키고(이는 이 노래 뿐이 아니라 앨범 전체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경쾌한 바운스감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라인.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Pop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곡으로 빌보드 챠트 6위! 프린스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탑 10에 진입한 곡이 되시겠다. 신나는 곡들은 연달아 계속된다. Delirious는 상당히 드럼과 신디사이저가 주를 이루는 곡인데, 락적인 리프로 구성되었다. 확실히 전작보다 친절함이 느껴지는 곡들이 연달아 나온다. 발랄하고 경쾌하다. 역시 싱글컷 되었고 빌보드 챠트 8위를 차지하였다. 요 세곡이 첫번째 LP의 A-Side곡이다. 요 세 곡만 들어봐도 프린스가 시도하고자 했던 이 앨범의 대중 지향적인 방향성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Side-B에는 두곡이 들어있다. 두 곡다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Let's Pretended We're Married는 제목만 봐도 뭘 말하고 싶은지 분명하다. 함께 잠자리를 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입에서 잘 나오는 말, 그리고 여자들이 절대 믿지 말아야 할(혹은 알면서도 속아주는) 말. 두근두근 뛰는 비트 만큼이나 떨리고 야한 곡이다. 7분이 넘는 런닝타임임에도 싱글컷되어 빌보드 52위에 올랐다. 물론 1999도 6분이 넘는 런닝타임임에도 12위에 오르긴 했지만 이 노래는 꽤 단순해서 싱글컷 되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곡이다. 다음곡은 D.M.S.R.이다. 앨범에서 꽤나 좋아하는 Funk곡이다. Dance, Music, Sex, Romance의 앞글자를 딴 곡이다. 아주아주 단순하지만 Funky한 리듬과 단순한 가사가 아주 지겹도록 반복되는데 이 노래 들을 때마다 너무 신나서 같이 춤추면서 프린스와 함께 떼창을 한다. 아주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적당한 후끈한 온도로 끝까지 쭉 즐길 수 있다는게 이 노래의 가장 큰 장점. 이 노래를 즐길 수 있다면 이미 당신도 프린스의 노예 ㅋㅋㅋ

 두번째 LP의 A Side 세 곡은 다시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 곡들이다. 아, 첫번째 곡 Automatic은 빼고; 신디사이저를 잘 사용한 Funk인데, 런닝타임이 10분이다. 보통 저렇게 길면 서서히 끌어올리다가 절정을 찍고 변주를 한다거나 다른 분위기로 전환을 한다거나 어쨌건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데, 프린스는 그런거 없음ㅋㅋㅋ 처음부터 서서히 그런거 없고 걍 시작해서 쭉 간다. 그게 프린스 스타일이다. 시작은 상콤하게 느낌 좋은데 프린스 팬이 아닌 이상 10분이나 들어줄 사람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물론 난 이거나 저거나 다 좋지만.(팬심돋네..) 두번째 곡 Something In the Water는 싸이키델릭한 Funk-Rock곡이다. 생각해보니 이 곡도 편하진 않다. 마지막 곡만 편한가보다. 마지막 곡 Free는 감성적인 발라드 트랙이다. 80년대에 발매된 프린스의 발라드 트랙들이 참 괜찮은 곡들이 많다. 이런 곡들을 통해 80년대에 R&B씬과 Pop씬에 미친 영향력이 꽤 크다. 특히 이 앨범부터.



 마지막 B-Side의 첫곡은 화끈하게 시작한다. 프린스의 섹스판타지를 엿볼 수 있는 Lady Cab Driver인데, 프린스가 택시를 잡는 상황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거기 탄 운전수 여자가 겁나 섹시한거다!! 근데 날 꼬시네?? 그래서 뭐 #$%^*&*#%하게 되었다는 그런 야시꼬리한 상상을 구현한 노래다. 이 노래 후반부에 대놓고 야한 목소리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쓸쓸한 밤에 혼자 듣고 싶지 않은 곡이다. 언젠가 프린스의 섹시함은 잠자리가 최고조 일때 나오는 섹시항 교성같은 섹시함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곡이 그렇다. 프린스의 노래중에서도 '섹시함'(이 아니라 그냥 ㅈㄴ야함)으로 손에 꼽을 곡이다. 아, 이 노래에 대한 오마주로 레니 크라비츠가 1집에 Mr. Cab Driver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역시 단순하고 신나는 Funk곡인 All The Critics Love U In New York에 열심히 몸을 흔들다 보면 마지막 소울 발라드 트랙 International Lover가 나온다. 온 몸이 나른해지는 오묘한 분위기와 나레이션과 노래, 진성과 가성, 속삭임과 교태를 오가는 프린스의 목소리.. 좋다. 신나게 뛰어다닌 마지막을 편안하고 몽롱하게 마무리 하기 좋은 곡.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야한곡이다. 야한곡 너무 많아.

다음부턴 간결하게 쓸께요. 노력할께요.
 아무튼 후대에 꽤나 큰 영향력을 미친 좋은 앨범이다. 음악계에서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줬다. 특히 이후의 팝, 알앤비, 일렉트로-록씬에 꽤나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아주 보란 듯이, 혹은 너네 따위가 좋아하는 음악 순순히 해주기 싫다는 듯이 다음 앨범은 이 앨범의 지향성을 많이 까먹은 앨범이다. 조련하는거 같아. 이럴 때 보면. 

 결론은 프린스 리뷰는 쓰다보면 너무 길다. 아 진짜 이전의 프린스 리뷰들이 너무 길기만 해서 이번엔 짧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쓰다보니 한곡한곡 또 다쓰고 자빠졌다. 다음부턴 좀 줄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오늘의 프린스 리뷰도 끝!!


추천곡 몇 곡 올려드립니다. 사실 다 좋은데..ㅜ


Prince - 1999


Prince - Little Red Corvette


Prince - D.M.S.R.


Prince - Lady Cab D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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