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토 유니온 같은 Funk 음악을 좀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어쨌든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꿋꿋이 가는 모습이 멋있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얼굴 시커멓고 옷 이상하게 입은 아저씨 있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김반장 아저씨였던 것 같다.

 

 "논다"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에서 시작하여 사람의 행복과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놀 때 뭐해요?" 술마셔요(...). 어른들이 참 노는 것을 못한다. 생각해보면 요즘 청소년들도 쉴 때 모여서 노래방가고 사진찍고 SNS하고 술마시고 이러고 놀고 있다. 어른이 잘 못 노는데 어린 애들이라고 뭐 다를까. 특히나 우리 윗세대는 그게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걸 보고 배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술에서, 특히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고 노는 문화가 달라져야 하는데. 다양성도 부족하고 풍요로움도 없고. 일단 나부터 술 좀.....

 

 개인적으로는 퍼커셔니스트(이름을 까먹었다.)가 레게와 덥의 역사를 훑어 주면서 덥 음악을 틀고 같이 들어보는 시간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레게가 가진 의미를 현재와 자신에게 비춰보며 레게가 자신들에게 끼친 영향들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ㅇㅇ 레게는 멋진 음악임. 관객들의 고민을 즉흥 잼으로 노래하는 김반장의 자유로운 모습도 좋았고. 보통 "천천히 해도 됩니다."라는 말을 하는 강사들 얘기 들으면 인중 때리고 싶어지는데, 김반장은 안 그랬다. 김반장은 진짜 그렇게 살고 있는 스웨거니까. 하지만 난 그렇게 살 자신이 없으니 그냥 빨리빨리 살겠다....

 

 

 

 

 지난번 엠씨 메타의 강연에 이어 이번엔 남궁연씨의 강연을 다녀왔다. 국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고 하더라. 사실 이 날 낮에 좀 일이 있어서 정신없이 다니가다 저녁을 챙겨먹고 멍때리고 있었는데.. 7시 넘어서 생각나는 바람에 진짜 정신없이 챙겨서 뛰어갔다. 출발전에 졸리고 귀찮아서 가지말까도 고민했지만.. 다녀와서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강연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혜화에 가면서 내가 아는 국악에 대해 돌아봤다. 아버지가 민예총 관련해서 뭘 했었던거 같았는데... 아무튼 놀이패 몰개 아저씨들하고 꽤 친했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이런저런 공연도 많이 다녔다. 사물놀이 공연부터 대동제까지. 뭐, 이건 다 초딩때 기억. 이후로 아버지가 산조에 관심이 많으셔서 집에서 산조가 흘러나올 때가 많았지만 난 관심이 없었다. 사실 산조가 뭔지도 몰라 아직도. 요즘의 국악이라하면 이자람이나 잠비나이, 고래야, 숨 뭐 이런 타장르와 섞여있던 음악들, 그리고 창동에서 봤던 두 번의 국악 공연이 전부였던 것 같다. 공통점이라면 '전통'보다는 국악과 공연의 현대화에 조금 더 집중했던 음악들이었다. 가장 결정적으로 해금이나 생황과 같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찾아 들었던 음악들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국악은 듣지 않는다. 안 들어... 나만 그러는게 아니라 다들 안 들어.. 모든 음악은 기본적으로 특유의 '맛'이 있다. 국악도 그 특유의 '맛'이 있겠지. 그런데 나한테 그렇게 맛있진 않아.. 마치 메탈음악처럼..

 

 이 강연이 내게 흥미로웠던 이유는 내가 겪어온 국악에 대한 인상과 경험들을 비추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연에서 제일 처음 꺼낸 단어는 '컴플렉스'였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국악을 비롯한 많은 한국문화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렇다. 꽤 많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김치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김치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다른 옷들보다 더 고차원적으로 만들어진 한복(한복은 2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옷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을 즐겨입진 않아도 우리 문화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의 이면엔 컴플렉스가 깔려있다. 워낙 서양문화가 대중문화로서 음악, 패션을 비롯해 모든 곳에 주류로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우리 문화는 소외된, 우리만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의무감에 지켜가고 있는 문화니까 자꾸 우리 문화의 좋은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맨날 두 유 노 김치? 두 유 노 갱냄스타일? 두 유 노 유나킴? 이거 다 컴플렉스...

 

"사실 우리 문화는 이만큼 훌륭한 문화야. 너희들이 알지 못할 뿐. 알게 되면 깜짝 놀랄걸?"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정부주도로 국악을 복원시키기 위해 힘을 쓰기 시작했는데, 복원의 모토가 전통의 보존에 있었다고 한다. 여러 민요들이 구전되어있었지만 정리되지 못했었고, 체계화시켜서 전통을 정립하고 싶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 애초에 음악연주를 위한 '콘서트홀'이 없는 우리 문화에서 음악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란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실외음악, 그리고 BGM에 가까운 국악의 특성상 악기들이 튜닝도 잘 안 되어 있다고 하더라. 게다가 당시 유행하던 우리 음악은 '산조'였다고 한다. 몰랐는데, 산조는 재즈로 치면 거의 프리재즈에 가까운, 연주자를 위한 음악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생겨난것은 17세기(?)즈음.... 굉장히 최근 음악이었던 것이다. 기록없는 과거는 점점 소멸되고 있었는데, 당시에 많이 연주되던 산조부터 시작해서 전통을 정립하려니 이게 제대로 정립이 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끊임없이 '전통'을 찾아 복원하고 이어가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그게 하필 대중음악도 아니고 연주음악인 산조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멀어져갔다. 이쯤되면 포기하고 고칠줄도 알아야 하는데, 몇억들여 김치파이터 애니메이션도 만든 정부라면 충분히.. 뭐.. 컴플렉스가 많으니 문화의 융합도 어렵다.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데, 받아들였다가 우리 것이 사라질까 두려운거지.

 

 그러면서 보사노바의 이야기를 했다. 보사노바의 역사는 100년도 안됐다. 그렇지만 이 음악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쉽게말한다면 브라질의 리듬을 재즈로 표현한 음악이 보사노바다. 브라질의 전통음악에 질린 젊은 층들이 새로움을 갈구하다가 미국의 재즈음악을 듣고 그들 나름대로 재해석해 탄생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이 집구석에서 만들었던 이 음악을 스탄게츠가 미국으로 들고가서 연주하였고, 이 신선함에 세계가 매료되었다. 사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화가 들어오고, 기존의 문화와 새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것.. 하지만 국악은 이 모든것을 차단하고 전통을 고집하고 공연을 만들어왔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는 공연으로. 요즘 누가 국악 공연들을 돈 주고 가서 봐..

나희경 - Um Amor.  우리나라의 보싸노바.

 

 

 요즘엔 확실히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잠비나이와 숨 같은 그룹이 그렇다. 잠비나이의 경우, 포스트록을 국악기로 연주했더니 완전히 신선한 음악이 되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악에 대한 이해(잠비나이 멤버는 모두 국악전공)와 포스트 록이나 메탈과 같은 장르음악에 대한 이해(잠비나이 멤버 이일우는 메탈밴드 출신)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요즘은 눈에 띄는 신선한 흐름이 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던 국악기에 세계가 반응을 하고 벨라 유니온이랑 계약하고 앨범내는건 잠비나이가 처음이잖아? 국악기로 렛잇비 이런거 연주하는 것만 듣다가 잠비나이 음악듣고 진짜 미쳤다고 했었는데.. 빨리 세계진출해야한다고 ㅋㅋㅋ 남궁연씨가 국악기로 세계진출 타진하다가 수많은 실패를 했다고 하더라. 많은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은 1. 우리가 좋은 음악을 수출할 것이 아니라, 먼저 들려주고 좋아하는 것을 찾을 것.(그러니까 김치 강요 그만하고 하고 싶으면 삼겹살, 치킨 이런거 세계화 해..) 2.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섞을 것. 잠비나이처럼 하라는 것이겠지.

 

잠비나이 - 무저갱(Feat. 이그니토)

숨 - 오후 5:16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물론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은 마치 '문화재'의 보존과도 같은 일이니까. 하지만 더이상 국악이 '문화'로써 향유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실패를 거듭하던 남궁연은씨는국악이 문화로써 향유되기를 바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그 일부를 강연중에 보여주기도 했다. 재즈피아니스트와 소리꾼의 만남, 민요를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재해석한 음악, 여러가지 실패한 공연과 성공한 공연들까지.. 특히 새타령을 편곡해서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를 이용해 연주한 음악은 굉장히 매력있었고 아름다웠다. ECM에서 나온 노래 같았어. 음원으로 나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 밴드로 흑인음악을 깔아놓고 판소리를 한 것도 ㅋㅋㅋ  사실 소울음악도 한 샤우팅 하거든 ㅎㅎ 약간 Funky한 소울음악을 깔아두고 소리를 얹었는데 굉장히 이질적이면서도 굉장히 신선했다. 그리고 그냥 신선함에서 그친 것은 아니고 확실히 매력있었다. 그리고 이런 화합은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로 하여 천천히 융합시켜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쪽의 음악을 다른 한쪽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대가와 대가가 모여 수정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니까 꽤 괜찮은 음악이 탄생하더라고...

 

 확실히 민요의 멜로디는 아름답다. 특히 여러 재즈뮤지션들이 민요를 재해석해 부를 때 느끼는 부분이었다.(는 나윤선씨의 음악이 머리에 가장 깊게 들어와있다.) 고려시대에는 그 시대의 음악이 있었고, 조선에서도 그랬다. 현재에도 현재의 음악이 있다. 아니, 있어야 했다. 현대의 국악이 있고, 그것을 향유하고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국악의 복원도 꾸준한 관심을 받을 수 있겠지.

 

 

 강연을 들은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머릿속에 정리되지 못한 것들을 두서없이 써봤다. 강연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인상깊은 말은 많은데 머릿속엔 뒤죽박죽.. 보통 이러면 글로 쓰면서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확실히 나는 그냥 이과생ㅋ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다섯줄요약

 

1. 컴플렉스 덩어리인 정부주도의 국악 정책은 오로지 '전통의 복원'.

2. 서양문화가 주류가 된 상황에서 전통은 모든 사람의 관심 밖. 세계도 마찬가지.

3. 흐름을 만들 것이 아니라 줄기만 잡고 자연스럽게 흐르게 둘 필요가 있었음. 문화니까.

4. 국악이 자연스럽게 대중문화의 흐름과 융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면 전통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5. 김치는 그냥 나만 좋아할래. 세계화는 치킨으로 하자.

 

 그러고보니 남궁연씨가 국악의 독특한 리듬을 복잡계로 분석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시던데.. 나는 십여년전부터 아버지한테 들었던 이야기였는데, 아직 연구된게 없었나? 있을텐데..


 인문학 360에서 진행하는 인문예술콘서트-오늘에 다녀왔다. 차우진 평론가가 진행하고 MC메타가 강연자로 나왔다. 주제는 한국적 힙합의 언어와 운율. 한국적 힙합이라는 말은 좀 거부감이 있지만 한국적 힙합이라기보다는 우리말로 만들어진 힙합음악에서 나타나는 운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이었다. 힙합은 화성, 멜로디, 리듬 중에서 오로지 리듬을 가지고 만들어진 음악이고, 그 리듬을 만들어내는것은 반복되는 비트와 그 위에 읊조려(?)지는 가사 밖에는 없다. 따라서 미국에서 유행하던 힙합음악을 우리나라로 들여오는데는 우리의 언어를 이용해 라임을 만들고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강연은 한국 힙합의 1세대인 가리온의 메타가 한국말로 랩을 만들어온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사실 한국말랩을 발전시켜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랩도 다 다뤄야 제대로 이야기가 될법한 주제지만.. 메타 혼자서 걸어온 길만 돌아봐도 두시간 강연이 부족했다.
 우리나라 힙합이 걸어온 길을 시작부터 봐온 사람으로써(쩌는 힙부심 ㅇㅇ) 대충 아는 내용이었지만 메타 주변에 있던 힙덕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예를 들면 하이텔 검은소리의 탄생과정과 첫 오프모임, 그리고 주석, JU, 성천 등 1세대 이야기 등 ㅋㅋ 특히 한자성어를 드럽게 많이썼던 엠씨 성천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벌쓰 하나를 썼을때, 가로 세로가 퍼즐처럼 말이 되는 가사를 쓰고 싶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글자 하나하나에 한 벌쓰 분량의 메세지를 쑤셔넣고 싶었다는 이야기등 ㅋㅋ 어렵게 가사 쓴다고 욕 많이 먹던 성천 다운 발상이었다.
 메타의 가사가 가지고 있던 특징들도 몰랐던 부분까지 즐겁게 듣다왔다. 수미쌍관이나 끝말잇기처럼 이어진 가사들, 그리고 김경주 시인, 평론가 김봉현씨랑 함께하는 프로젝트 포에틱 저스티스나 역시 김봉현씨랑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모두의 마이크 이야기..까지. 랩이 가진 운율이야 뭐 그냥 알던 내용이 많았지만 메타형이 가지고 있는 힙합에 대한 철학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가사를 쓰기 위해 시를 쓰고, 노트 반권 분량의 에세이를 쓰기도 하고, 즉흥적인 가사를 쓰기도 하면서 힙합이 획일화 되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모습. 진짜 멋있다고 느꼈다.


 인문예술콘서트는 남궁연, 신관웅, 그리고 또 누구더라.. 뮤지컬 감독인데.. 아무튼 그렇게 이어진다더라. 시간이 허락되면 계속 갈 예정.

 어제는 폴 매카트니가 내한을 했다. 아마 비틀즈 멤버 중에는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이 아닐까 싶긴 한데.. 분명 감격적인 순간이겠지만 난 비틀즈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고, 티켓 값은 너무 비쌌고..... 물론 다녀 온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공연이 모두 다 애들 장난처럼 보였다며 최고의 공연이라 엄지 손가락을 척 내세웠지만, 생각보다 많이 배아프진 않았다. 나는 비틀즈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으니까....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조금 배아픈걸지도 모르겠다.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Hey Jude"를 부르고 나~ 나~ 나~ 나나나나~를 반복시키며(?) 폴 경은 퇴장을 했는데, 앵콜을 외치는 대신에 관객들이 떼창을 계속 이어버려서, 다시 등장한 폴 경이 그 떼창에 맞춰서 다시 베이스를 연주했다고 하더라. 분명 세계의 수 많은 비틀즈 팬들에게도 회자될만한 장면이었을 것 같다. 역시 우리나라 공연문화는 참 재밌어. 

 

 그리고 나는 폴 매카트니가 오던 그 날 대림미술관에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을 보러 다녀왔다. 대림미술관은 주말에는 어느정도 웨이팅을 감수하고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문제는 다른데서 터졌다. 레이블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가 주최한 플리마켓, [Play Market]이 열리던 날이었던 것... 가는 날이 장날.....사람 많은게 싫은 나에게 왠지 엄청난 인파로 사진전 감상하기도 힘들까봐 좀 많이 걱정스러웠다. 결론은 플레이 마켓까지 잘 즐기고 옴.





 플레이마켓에서 열린 여러 오픈마켓들을 쭉 둘러보는데, 재밌는 기획들이 많더라. 단연 눈에 띄던 행사는 요조의 연필깎아주기(...)와 하상욱의 셀카찍어주기 뭐 이런거였는데.. 요조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얼굴이 이상(?)했는데, 연필 깎아주는 가격이 오천원이라 조금 놀랐고, 하상욱은 이날 돈 엄청 벌었다더라. 그냥 셀카는 500원이고 다정한 셀카는 천원.... 선우정아씨는 한쪽에서 어머니가 팔라고 싸주신 수세미(!)를 팔고 있었고, 소이는 그녀의 수필집에 써있던 대로 손가락에 검은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있었다. 아, 옥상달빛은 구슬치기를 하고 있더라ㅋㅋㅋㅋ 옷이나 악세사리, 그릇 같은 것도 팔고 이런 즐거운 놀이문화까지 즐기는 기획 자체는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나는 씨디들을 반값에 팔길래 선우정아의 <It's Okay, Dear>를 중고 가격인 7000원에 득. D-lounge에서는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뮤지션들의 작은 공연들이 열리고 있었는데, 6시에 선우정아의 공연만 보기로 하고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을 보려고 갔는데..





...줄이 너무 길다. 30분이나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잠깐 했지만, 온 김에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사실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 열리기 전까지 폴 매카트니 와이프가 사진 작가라는 사실 조차도 몰랐다. 나는 비틀즈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어쨌건 예상대로 폴 경과 그의 가족들의 사진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더라. 몇몇 사진은 참 따뜻하고 예뻤다. 사진이, 또 사람들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엔 결혼식이나 엠티 갈 때 카메라 가져가서 닥치는대로 셔터를 눌러댔었는데... 다양한 표정들의 사진들이 찍히면 그것들을 선별하고 약간의 보정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즐거웠었다.


 그리고 나는 폴의 사진보다는 지미 헨드릭스나 재니스 조플린, 짐 자무쉬 같은 인물들의 사진만 눈에 더 들어왔다. 재니스 조플린의 사진을 보고 "여자였어?"를 외치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 생각에 살짝 서글프기도 했다.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짐 자무쉬.



 근처 카페에서 잠깐 쉬었다가 선우정아의 공연을 보러 갔다. 선우정아는 말을 참 잘했다. 하이웨스트나 자신이 팔던 수세미 같은 이야기로 스스로를 낮추고 희화화 하는 것도 꺼리지 않았는데, 그 이상으로 인상적인 것은 뮤지션으로서의 태도였다.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만큼은 거만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자기 음악에 대한 자부심도 보였고, 공연과 그녀의 음악에 대한 자의식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뱁새"나 "봄처녀", "비온다", "알 수 없는 작곡가", "Workaholic" 말고 또 있었나.... 아무튼 이런 대표곡들을 들려줬다. 아, "Workaholic"을 부를 때는 쇼미더머니4에 나가도 될 정도의 프리스타일 가창(?)을 보여줬다. 노래도 그렇고 스캣도 그렇고 무대매너도 그렇고, 확실히 음악적인 부분은 음악안하면 뭐했을까 싶을 정도의 천상 뮤지션.... 자신은 연주자가 아니라면서 자기 노래 코드가 어렵다고 한탄했지만 키보드 한 대만 놓고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은 무대들을 보여줬다. 다음에 선우정아가 단독 콘서트를 한다면 갈 용의가 있을 정도로 괜찮은 공연이었음.







 사람이 많아서 살짝 짜증나기도 했지만, 플레이마켓이야말로 내가 어릴 때 꿈꾸던 그 것의 확장판이 아닌가..싶은 생각도 들었고, 공연도 기대이상으로 재밌었다. 사진전은... 뭐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 그나저나 서촌도 이미 너무 핫플레이스가 되어버려서, 괜찮은 가게들도 굉장히 많았고, 온갖 힙스터들과 힙한 패피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뜨고 상업화되고 다시 지고, 다른 곳이 다시 뜨고 이러길 반복하면 언젠가 서울시에 힙하지 않은 지역이 없어지겠다. 




+ 플레이마켓에서 샀던 선우정아 2집. 싸인이라도 받을걸 그랬나.




 이상하게 팀 버튼 감독은 정이 잘 안간다. 몇몇 작품은 꽤 재밌게 봤고, 그의 독특한 세계를 꽤 멋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실제로 따져보면 그가 감독한 영화도 절반쯤 봤으려나.. 팀 버튼 전은 그날따라 시간도 남고, 남아도는 M포인트도 소멸시킬겸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그의 그림과 단편영화를 보면서 이건 진짜 또라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또라이가 아니고선 이런 상상력을 가질수가 없어... 뭐랄까.. 굉장히 다크하고 침울하고 기괴하지만 유쾌하고 지적인.. 영화도 그림도, 이런 다양한 느낌을 동시에 품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그리고 찍어온 여러가지 습작들부터, 초기 중, 장편영화와 단편영화들은 실제 상영이 되고 있었고, 배트맨이나 가위손에서 쓰인 의상, 크리스마스 악몽에 나온 퍼펫 인형, 여러가지 캐릭터들의 도안 등, 그의 팬이라면 아마 환장할만한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난 그냥 재밌게 본 정도. 몇몇가지 인상깊었던게 있었는데, 이거 또 본지 한 2주 됐다고 다 까먹음;;;; 그 와중에 배트맨 사운드트랙에서 프린스 이름 찾고 신나하고 그랬음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또라잌ㅋㅋ



 그리고 이건 득템 ㅋㅋㅋㅋ 팀버튼 트럼프 카드인데, 에이스, 쟈니, 퀸, 킹, 조커 카드가 팀버튼의 캐릭터로 꾸며져있다. 글씨랑 스다하클 모두 직접 그린듯한 모습으로 프린팅 되어있었고. 보는 순간 너무 귀여워서 이건 사야돼!!싶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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