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에 감성을 증폭시키고 싶은 날이 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이만큼 적합한 밴드도 없다. 트립합처럼 지나치게 우울하지도 않고, 울분을 토해내듯 감정을 끝까지 몰고 가지도 않는다.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에 나오는 가사처럼, 침을 '퉤' 뱉어버리고나면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다. 요즘 자기전에 늘 듣는 앨범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가 유럽진출을 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디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싱글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Ariana Grande - Problem (ft. Iggy Azalea)  (0) 2014.05.07
Future - Benz Friendz (feat. Andre 3000)  (0) 2014.04.29
Deez - Sugar  (4) 2014.04.15
Baden Powell - Deve Ser Amor  (0) 2014.04.08
Toots Thielemans - Bluesette(Live)  (0) 2014.04.04



 대학교 졸업반때 이소라의 오후의 발견을 참 즐겨들었었는데, 그 때 매주 토요일이었나.. 생선작가가 나와서 주옥같은 노래들을 소개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그 때 생선작가가 이 노래 3초만에 빠져든다고 장담했었는데, 도입부가 3초가 넘어서 3초는 실ㅋ패ㅋ였지만 어쨌든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빠져들었던 노래가 있었다. Phoenix의 'If I Ever Feel Better'. 가볍고 훵키한 리듬과 달콤한 멜로디 ㅋㅋ 대펑의 밴드버젼 같은 느낌이었달까 ㅎㅎ

 하여간 그 이후로 계속 좋아하던 밴드였고, 지난 앨범 'Wolfgang Amadeus Phoenix'은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전에 다섯번째 앨범 'Bankrupt!'가 발매되었는데, 대략 전작하고 비슷한 느낌인데 동양적인 느낌을 줘서 변화를 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선공개된 싱글 'Entertainment'의 병맛나는 뮤비도 화제가 되었었고..) 다만 전작만큼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전작은 듣고 좋아서 호들갑 떨며 리뷰 썼는데 이번은 안 그럴듯.. 좋긴 좋은데 이 앨범보다 더 쓰고 싶은 앨범들이 많아서;; 







'하루에 싱글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egory Porter - Hey Laura  (2) 2013.09.18
Janelle Monae - Q.U.E.E.N  (0) 2013.09.17
Amy Winehouse - Back To Black  (2) 2013.04.28
Musiq Soulchild - Love  (0) 2013.04.25
Daft Punk - Get Lucky  (2) 2013.04.22


누가 잘나가는 대학 출신들 아니랄까봐 이런 사진 찍기는...


 원래부터 뭐든지 심플한걸 좋아한다. 옷을 비롯한 내가 사는 대부분의 물건의 디자인은 일단 심플해야 한다. 그래야 좋아함. 뱀파이어 위켄드의 음악도 쓸데없이 조잡하지 않다. 굳이 억지로 채워넣지 않았다. 리버브 들어간 보컬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하지만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들으면 한번에 꽂히는 멜로디, 제목처럼 한발자국 한발자국 나아가는 듯한 음악. 맘에 든다. 3집이 기대된다.




'하루에 싱글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Donny Hathaway - You've Got a Friend, A Song For You (Live)  (0) 2013.03.30
Jessie Ware - Running (Live @ 2013 BRITs Launch)  (6) 2013.03.30
Ciara - Body Party  (0) 2013.03.15
Bilal - West Side Girl  (0) 2013.03.10
Rhye - Open  (0) 2013.03.10


Overcome

아티스트
아침
타이틀곡
Overcome
발매
2012.09.06
앨범듣기



 리뷰를 반 정도 쓰다가 엎어버렸다. 이 앨범은 이성적으로 쓰면 안되는 앨범이야. 아니, 아침이라는 밴드 자체가 그렇게 리뷰를 쓸 수 없는 밴드야. 그냥 내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서........... 그렇다. 노래를 듣고 가사를 되짚으면 되짚을수록, 이건 내 이야기, 그것도 지금의 내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겠지. 





 이 앨범에서 아침은 여전히 냉소적이고, 여전히 불안하며, 여전히 방황중이고, 여전히 염세주의에 빠져있다. 그리고 여전히 음악은 밝고, 신나고, 상큼하다.(물론 차분한 노래들도 있다.) 다시 말해, 여전히 '아이러니'하다. 아니, 아이러니한게 당연한거 아녀??? 넌 안 아이러니 하냐. 세상이 아이러니인데. 다만 지난 노래들과 차별화 된 점이라면, 훨씬 더 직설화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전작에서는

 '귀신들은 저멀리서 웃고 있는데, 달님은 모든 걸 알면서도 무심한 척, 손톱손질중.' - 불신자들 中. 

 '아하하하 나중엔, 아하하하 다음엔, 아하하하 꽃이 핀다 뻔한 변명' - 거짓말꽃 中

 '그녀는 뭔가 결심한 듯 갑자기, 헤드라이트를 조명 삼아서 그녀는 갑자기 댄스를 시작해' - 02시 무지개 中

와 같이 가사도 제목도 특이하고, 때로는 괴기스러운, 현실보다 망상에 가까운 가사들이 인상적이었다. 현실도피를 바라는 사람이 책상에 멍하니 앉아 펼치는 공상/망상과 같달까.. 가끔은 독특하지만 무릎을 탁칠만한 비유도 인상적이었고.. 그에 비하면 이번 2집 <Overcome>의 가사는 현실에 더 가깝다. 현실로 돌아와서 한 걸음 내딛으려는 시도일까. 제목인 'Overcome'처럼 극복하겠다는 의미일까. 그런건 아니다. 의외의 따뜻함이 어렴풋하게 숨어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시크'한 그들이다. 앨범 제목조차 '아이러니'하다. 이번 앨범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누구나 하고 있는 생각이지만 선뜻 먼저 꺼내기 어려운, 아프니까, 혹은 상처받을까봐 숨기는 말들을 툭툭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는, 다시 말해 무표정으로 상처되는 말을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는 친구?! 



우리들은 항상 사과하느라 바빠, 숨느라 바빠.

우리들이 전부 다 망쳤으니까. 망쳤으니까.


...


사실 그 앤 절대 너를 안 좋아할 걸. 안 좋아할 걸.

착하다고 한 게 과연 칭찬일까. 칭찬일까.


...


그렇게,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모르고

우리를 몰라주고

오늘도, 세상은 오늘도,

다른 사람들만 감싸고 도네.


 - DOH! 中



 장난끼 가득한 전자음과 발랄한 멜로디의 이 노래는 이 앨범의 핵심이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생각은 못하고, '이건 다 세상탓이야. 더러운 세상. 정치인도 더럽고, 있는 놈들은 더하고, 게다가 내가 쟤보다 못한게 대체 뭔데!!!!!!' 하... 세상은 이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였다. 찌.질.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찌질이 맞지 뭐. 근데 그 찌질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그렇게, 자위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피해의식, 패배주의 덩어리지만, 조금은 위로가 되니까. 사실, '을'로 태어나면 '을'로 계속 살아가게 되는게 이 세상아닌가. 알수록 이 노래의 화자가 나의 일부를 쏙 빼다 박은 것 같아 자꾸 듣게 되는 곡이다. 다행인건 그래도 축구대표팀 경기를 본날 패했을때, '내가 봐서 졌어. 내가 보면 지더라.'정도의 피해의식을 가지진 않았다. 사실 2차성징땐 그런 종종 생각도 했었다. 꽤 심한 피해의식을 가졌었지. 아, 아는 누나가 그랬는데, "넌 참 착해 = 이 병신아"라더라. 그리고 그 누나는 나에게 착하다는 말을 참 많이했었다.



김경주님 in GMF 2011


 

 (횡설수설중이다.) 앨범속의 화법은 현실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화자들을 만들어냈다. 사회에 한발 내 딛자마자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린 아는 여자의 이야기. '되돌아 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라는 순환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삶과 미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중첩되어 들리는, 종착역 없이 돌고도는 2호선의 풍경. 어자피 망할꺼 인생 스포트 라이트 비출 때 저질러야 하는데.. 그날 밤 뺨 맞더라도 키스나 한번 해볼 것을 후회하는 화자나 , 직접 대놓고는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면서 몰래 스토킹을 하면서 이것이 합리적인 것이라며 자위하는 스토커. 루저와 아웃사이더, 그 사이로 흐르는 냉소와 자조, 그리고 발칙함.. 마지막 2012년의 마지막 전자음 4분은 "지구 밖으로 내 보내는 전파가 50억 년동안 우주를 유영한다"는 이야기기 표현했다고 하는데, 인류가 멸망된 후에라도 그 신호를 발견한 생물체는 있을까.. 아니, 그게 아니라도 지금 당장 내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는 사람들은 있을까. 주변에 사람은 많아지는데, 그들과 나를 이어주는 끈은 점점 가늘어지는 기분이다. 인류멸망의 이야기는 곧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다.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는 듯 없는 듯 취급되거나 그들이 보내는 구원의 신호를 파악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달라질 게 있을까

더 나빠질 게 있을까


그 어느 때 보다 못 된

우리들을 이길 수 있을까.


 - 2012 中



 그렇다. 우리 모두는 피해자이자, 모두 악랄하기 그지 없는 악당이다. 노래가 끝나고 4분이나 이어지는 단조로운 신호음을 하염없이 듣고 있다. 듣게 된다. 이곳은 최악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끈을 아주 놓아버린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뭔 헛소리를 하냐. 앨범은 확실히 싱글들의 매력을 앨범으로써 어우르지 못했던 전작보다 잘 정돈되어있다. 전작은 가사도 튀고 음악도 튀고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앨범이었는데, 이 앨범은 흐름이 매끈하다. 너무 매끈해서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도 있긴 하지만 ㅎㅎ 앞쪽은 멜로디컬하고 댄서블한 노래들을 배치하고, 중반부부터 차분하게 침잠하다가 후반부는 직선으로 쭉 뻗어간다. 특히 중반부에 와이파이 - Hyperactivity - lowtension으로 이어지는 세 곡은 정말 울컥하게 만든다. 한 곡은 연주곡이고 한 곡은 가사가 얼마 없는데, 쉬어가는 타임이라기 보다는 다시 곱씹게 된다고 해야하나.. lowtension은 키보드 주자인 김경주님이 작곡하신 걸로 아는데, 멤버들의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앨범이 더 다양하고 풍성해진 느낌이다. 지난 EP에 수록된 Hyperactivity와 02시 무지개는 원래도 엄청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더 밴드편성에 맞게 편곡되었다. 사실 Hyperactivity는 개인적으로 지난 EP수록 버젼이 더 좋다. 


 아침의 앨범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보컬 권선욱의 노래다. 잘 부르는 노래 솜씨는 아닌데, 때로는 직선적으로, 때로는 체념조로 툭툭 내 뱉는 그의 보컬은 그야 말로 Chic 그 자체. 아, 어쩜 이렇게 이 노래들에 찰지게 어울리 수가 있을까.



권선욱님 in GMF 2011



 여전히 아침의 음악은 정확히 종잡을 수 없다. 아침이라 말 하지만 그 아침은 짙은 안개 자욱한 보라색 아침이고, 밖은 밝은 멜로디로 뒤덮여 있지만, 실상 그들은 우물속에 웅크리고 있다. 세상을 비관하면서, 그리고 땅바닥에 손으로 정체모를 그림을 그리면서.. 갑자기 그들의 공연장에서 손을 들고 신나게 춤추고 싶어졌다. 음악이 신나서는 아니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몸은 웃고, 마음은 울고. 





Sleigh Bells - Born to Lose


헤비한 기타리프에, 의외로 소녀스러운(?) 팝 보컬이 어우러진 록 혼성 듀오다. 지금 순식간에 많은 밴드의 이름들(록 혼성 듀오를 중심으로..)이 스쳐지나가는데, 이제 두번째 앨범을 발표한 슬레이 벨즈는 과연 어느 이름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과거의 재현과 새롭고 참신한 시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떠올릴만 하기는 한데... 물론 직접비교는 아직 불가하지만ㅎㅎ


 지난 첫번째 앨범은 안들어봐서 모르겠지만, 이번 앨범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헤비한 기타 리프와 걸그룹 출신의 조합이 전혀 안어울릴듯 자꾸만 잡아 끈다. 메탈의 강렬함만을 품고 있는게 아니라, 의외로 귀여운(?) 멜로디 라인과 P-Funk스타일의 샘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더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이건 틴팝도 아니고 메탈도 아니여...제목만큼이나 강렬한 가사들도 인상적이다. Road To Hell, D.O.A., Demons, Crush 등등.. 위 노래도 제목 봐. 태생적으로 루저의 운명이라는거 아냐. 음악도 러프하고 정신도 러프하다. 이런게 멋있는걸 보니 난 아직 낭만이 남아 있나보다. 



Sleigh Bells - Comeback Kid


 2집인 Reign of Terror는 헤비한 메탈의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고 하고, 1집은 힙합, 테크노를 포함한 일렉트로닉, 혹은 인더스트리얼 쪽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한다. 1집이 들어보고 싶어졌다. 


2집 앨범 커버.. 이.. 이거 상상하게 만든다...




이건 Official Video. 이상하게 라이브 영상이랑 다른사람 같다.....





'하루에 싱글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rio Adnet - Pedra Bonita  (0) 2012.04.16
Prince - Sometimes It snows In April  (2) 2012.04.03
Peter Broderick - http://www.itstartshear.com  (0) 2012.03.29
정차식 - 마중  (0) 2012.03.23
SAZA최우준 - Blue Gonna Blue  (0) 2012.03.21

칵스

하얗게 불태운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 공연

늦은 오후부터 속이 울렁거렸다. 급하게 먹은 점심이 체한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유난히 피곤했던 일주일이었기에 다크서클은 이미 허리춤까지 내려와 있었다. 아마 공연장 안에서 내가 제일 피곤해 보였으리라. 

여름을 페스티벌 하나 못 가고 이대로 보낼 순 없다며 벼르고 별렀던 공연이었는데... '이대로 뛸 수 있을까?' 공연장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사지 멀쩡한 남자가 혼자 와서 미친 듯이 뛰다가 앞사람 등에 토악질을 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머리에 스쳤다. 이 상태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뇌를 하얗게 불태워버린 공연

공연이 펼쳐지는 홍대 V홀에 공연 시작 30여분 전 도착해서 표를 받아들었다. 600번대. 보나마나 마지막 입장이다. 올라가서 바람이라도 더 쐬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계단을 오르는 동안, 계단에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던 백 여명 정도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여자였던 것 같다. 메스꺼운 속을 붙잡고 올라가던 그 와중에도 부러웠다. 짜식들. 잘 나가는구나. 밖에서 크게 한 숨 들이켜고 맘을 다 잡으며 공연 5분 전에 내려와 입장했다. 이미 공연장 안은 600명 가까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설렘과 흥분,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이윽고,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상영하고 있었던 듯한 스크린에는 The Koxx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 소개되었다.


"글래스톤베리에 보낼 유일한 한국 그룹!"과 같은 자기 자랑 식의 약간은 오그라드는 영상이 끝나고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그들이 등장했다. 망설임 없이 시작된 그들의 첫 곡 'XXOK'. 왼쪽 귀와 오른쪽 귀가 뚫려서 연결되어 버릴 것 같은 환호성, 공연장 천장을 뚫을 듯한 기세로 뻗어 올린 손, 신나는 기타와 파워풀한 드럼, 귓 고막을 자극하는 전자음, 격렬한 헤드뱅잉, 그리고 온 몸에 소름을 돋게하는 떼창까지. 소화가 되지 않아 울렁거리던 속은 이내 흥분과 설렘으로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2시간의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공연은 끝나 있었다. 5분 전까지 신나게 뛰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기어 올라가듯 겨우겨우 계단을 올라와 모자란 당분을 꿀물로 채우고 나니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하얗게 불태웠다며, 목표를 완벽하게 클리어 했다며 기뻐하는 도중에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공연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미친 듯이 뛰고 놀고 소리 지르느라 리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뇌까지 하얗게 불태웠나보다. 글을 쓸 생각에 가슴이 갑갑해왔지만, 이 날의 공연은 그만큼 열광적이고 열정적인 공연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는 신형엔진

공연을 본지 3일이나 되었건만 아직도 가시지 않은 통증으로 뒷목을 부여잡고 칵스의 1집과 EP를 무한 재생하며 그날의 조각난 기억을 하나씩 되새김질 해본다. 'XXOK'로 시작된 공연의 오프닝을 연달아서 1집 수록곡들인 'City Without a Star'와 'Fire Fox'로 이어졌다. 시작부터 혼을 쏙 빼놓는다. 칵스의 공연은 예열이 없다.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속력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레이싱 대회처럼 처음부터 최대 출력으로 달린다. 때로는 그것 때문에 엔진에 무리가 가더라도 말이다.(오늘 공연도 공연 말미에 일부 멤버가 산소호흡기로 충전을 해야 할 만큼 엔진에 무리가 갔다. 평균나이 22.5세의 신형 엔진도 소용없을 정도의 질주였다.) 

연달아 세 곡을 달리고 나서야 그들의 첫 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준비해온 멘트를 하다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서 첫 앨범, 그리고 제대로 준비한 단독 공연과 꽉 찬 객석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지도 못한 채, "감사합니다. 재밌게 놀다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Dreamer'와 'Refuse'가 연주 되었다. 댄서블한 리듬이 넘실대는 연주에 정신없이 쏘아대는 레이저, 간간히 터지는 싸이키 조명, 공연은 점점 더 가속도를 붙여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드러머 샤론의 드럼 솔로가 있었는데, 빠른 속도에서 조금씩 느려지다 드럼에 머리를 쿵 박고,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어찌 끝날까 살짝 걱정도 됐는데, 시선과 호응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A Fool Moon Night'로 이어졌다. 보면서 이들은 이제 정말 '루키'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어서 '12:00'와 '술래잡기'가 이어졌는데, '12:00'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꽤 좋게 들었지만 무작정 신나는 댄서블함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아 라이브에서는 아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한글로 쓰여진,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을 그 멜로디는 라이브에서 함께 부를 때 더 빛을 발했다. 


남성다운 임팩트의 후렴구가 돋보였던 'T,O.R.I'에 이어 '얼음땡'에서는 숀과 수륜까지 함께한 드럼 합동 연주 퍼포먼스가 재밌었고, 공연은 'ACDC'와 'Jump To The Light'으로 절정에 다다랐다. 공연이 시작하고 한 시간이 넘게 지났지만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달리는 이들의 연주에 나도, 혼자 온 옆의 남자도, 뒤에서 날 자꾸 밀치던 여자도, 앞에서 내 발을 계속 밟아대던 여자도 지칠 줄 모르고 손을 높이 뻗고 함께 뛰고 있었다. 이 곳이 바로 아픈 줄 모르고 뛰는 지옥불 속이요, 열정의 끝판왕이었다. "No one can control my R! P! M!" 그래, 달리는 걸로는 늬들이 짱이다.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곡이란다. 

앨범에서 가장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Oriental Girl'. 동양적 선율과 독특한 악센트가 인상적인 발음, 댄서블한 리듬, 그리고 중간에 템포가 한번 바뀌면서 빠른 BPM으로 가장 춤추기 좋고 신날 것 같았던, 집에서 음악 들으며 가장 날 들썩거리게 했던 그 곡. 마지막답게 유난히 큰 목소리로 질러대던 떼창과 더불어 밀고 밀리고 밟고 밟히고 뛰고 춤추고 하여간 집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 그곳에서 원 없이 할 수 있었다. 

앵콜곡으로는 세 곡이 이어졌는데, 1집 마지막 곡이었던, 'The Words'를 여자보컬과 함께 몽환적이고 차분하게 들려주고는 EP 수록곡인 'Trouble Maker'와 'Over and Over'로 칵스 답게 마무리하였다. 특히 이 날의 마지막 곡 ‘Over and Over’를 연주할 땐 바닥날 것 같은 체력을 붙잡고, 난 이 날을 위해서 그동안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며 체력을 길러왔던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끝까지 Over and over!를 함께 외쳤다. 후회없이. 화끈하게. 늘 흐리고 비 내리던 우울한 여름을, 꽉 막혀 답답하던 그 속을 온 몸에 흘러내리던 땀과 함께 조금도 남기지 않고 전부 배설한 기분이었다. 


그대들이 최고다. 칵스!

칵스의 보컬 현송은 공연 내내 "너네들 진짜 많이 늘었다. 정말 잘한다!"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이제 어리고 갓 데뷔한 애송이들이 아니다. 관객을 휘어잡는 노련미와 젊음의 패기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넘치는 밴드다. 농담 반 진담 반 이겠지만 과감하게 세계 제패가 목표란다. 적어도 그 날 그 공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 열정과 그 기운이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일단 확실한 건 500명은 무조건 제압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섬머소닉을 비롯해 싱가폴, 태국, 중국, 호주, 프랑스 등 다수의 해외 공연과 러브콜들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첫 정규 앨범을 통해 외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방향성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증거 아닐까. 아무리 The Foals나 Two Door Cinema Club과 비교가 되어도 어떤가. 내가 볼 땐 뒤에서 그들을 모방하고 쫓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이다. 글래스톤베리에 보낼 유일한 밴드라는 말, 아직은 이 글에 나온 호들갑보다 더한 오버라는 거 알고 있다. 그래도 좋다. 난 이들의 세계 제패를 응원하련다. 

※ 이 글은 2011년 9월, 싸이월드 뮤직에 기고한 글입니다.

 부쉬 내한공연의 마지막곡이었다. 아직도 너무 아쉬운게, 이 노래 후렴구에서 반주 끄고 마이크를 관객쪽으로 돌렸는데, 목소리들이 너무 작은 것이었다. 분명, 부쉬의 공연은 엄청났는데,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아서 그들도 조금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나도 못 불렀다. 부쉬가 다음에 내한한다면 이 노래를 꼭 외워서 누구보다 큰 소리로 외치리라.


 
Bush - Come Down


 정말 좋은 노래들이 많았고, 정말 훌륭한 무대매너를 보여줬다. 98년인가에 한 번 내한했었다는데, 제발 플리즈 한번만 더 내한해주세요. 아니면 내가 영국으로 날아가든지 ㅋㅋㅋㅋ


Bush의 첫 앨범 Sixteen Stone. 많은 명곡들이 수록된 이들의 명반이다. 얼터너티브 팬이라면 꼭 들어봐야..가 아니라 알고 있겠지 이미 ㅋㅋ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