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좀 다른 음반 리뷰를 해보려고 했는데, 최근 들었던 음반중에 딱히 리뷰하고 싶은 맘이 드는게 없는거다. 그동안의 플레이리스트를 쭉 돌려봐도 올해 나온 음반들은(아직 2개월 밖에 안됐다고쳐도) 확 끌리는게 없었다. 결국 결정한게 하던 시리즈나 마무리하자 ㅋㅋ 사실 이 시리즈 지난번 편을 쓰고 집착한다고 여기저기서 한소리씩 들었기 때문에 좀 자제하려 했지만 할 수 없다. 같은 제목으로 하면 재미없으니까 올해는 제발 신보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맥스웰 신보기원 리뷰ㅋㅋㅋㅋ
사실 음악적으로 본다면 1집보단 4집이 더 성숙하고 좋은 음반인거 같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문득문득 들곤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음반을 경험했던 소회나(워낙 충격적인 1집이었기 때문에) 네오소울의 시작점이라는 음악사적 성취를 놓고 봤을때 1집이 더 가치있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 두 음반은 같은 뮤지션의 최고 명반들이지만, 두장의 성향이 좀 달라서, 어느 음반이 상위에 있다고 이야기 하기 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갑자기 이 앨범을 받아보던 2009년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8년만에 나온 그의 신보소식에 흥분했고 선공개되었던 싱글 'Pretty Wings' 도입부의 차임벨소리를 들으며 한껏 설렜다. 웃긴게 8년만에 받아본 이 신곡에서 느낀 감정이 '갈증해소'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행운'을 마주한 기분이었다는 것 ㅎㅎㅎ 그만큼 맥스웰의 신곡은 한동안 포기상태였다. 그리고 트랙리스트가 나왔다. 9곡이네? 당시엔 9곡이고 나발이고 이미 흥분상태였던 데다가, 매년 한 장씩 트릴로지로 제작된다는 말에서 두 번 흥분했기 때문에 9곡의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사기꾼 커피새끼 나쁜놈. 이 앨범이 나온지 벌써 4년째다. 4집이 나올때 처럼 아예 떡밥이라도 없었다면 모를까.. 팬들은 생각할수록 아쉽기만 하다.
아무튼 이 앨범은 전작들과는 느낌이 꽤 다르다. 앞서 이야기 했듯 빅밴드로 라이브 레코딩 되었기 때문에, 전작들 같은 도회적인 느낌의 네오소울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소울'만큼은 확실히 어필한 앨범이다. 노래들이 스물스물 고만고만 한 듯 넘어가던 느낌도 사라지고 곡마다 확실한 포인트가 더 찍혀있다. 발라드 트랙들은 70년대의 그것을 닮아있고 빅밴드의 혼 섹션은 힘찬 소울음악을 비상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창법은 더더욱 달라졌다. 간드러지는 가성과 기교는 정직하지만 조금 거칠어졌고, 절정에서 멈칫하고 시선을 돌리면서 애태우던 창법은 필요할 땐 질러주는 정직한 보컬로 변화했다. 전에 '부드럽다 못해 잡아먹혀도 황홀할 것 같은 섹시함'이라고 맥스웰의 목소리를 표현했는데, 이 앨범에서 그의 목소리는 조금 더 터프하고 남성미가 느껴진다. 변성기를 잘 못 지난 어린 스타를 보는 것 같은 아쉬움도 살짝 느껴지지만 더욱 남성적이고 더욱 짙어진 소울음악과의 궁합은 오히려 더 좋다.
인상깊은 트랙을 몇 개 꼽아보자. 일단 맥스웰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가성으로 앨범의 첫 포문을 연 'Bad Habits'. 조금 거칠어졌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가성에 노래전체를 지배하는 혼(Horn)섹션, 그리고 "Make me crazy/Don't speak no sound /I want you to prove it to me in the nude/Addicted to the way you move"로 시작하는 아찔한 트랙이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Fistful of Tears'이다. 일단 "Open your eyes/See what’s in front of your face/Save me my fistful of tears"라는 애절한 가사에 이 부분을 부르는 맥스웰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그냥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인데, 어떤 저명한 프린스빠(?)께서 프린스의 "The Beautiful Ones"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애착이 더 커졌다.
음악적 변화를 확실히 감지 할 수 있는 트랙 'Help Somebody'도 좋아하는 노래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음악도 보컬도 진취적이다. 앨범에서 가장 빠른 템포이자 보사노바에서 자주 쓰이는 독특한 드럼 비트가 인상적인 'Cold',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차임벨 소리 하나로 날 홀렸던 'Pretty Wings',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보컬을 중심으로 잔잔한게 끌어가는 'Playing Possom'은 라이브로 꼭 듣고 싶었던 노래 중 하나다.(그리고 왠지 라이브로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고 드는 노래이기도 하다.) 마지막곡 'phoenix Rise'는 신디사이저 음으로 시작해 비상하는 느낌을 한껏 품은 연주곡이다. 앨범에서도 조금 튀는 곡이고 지금까지 그의 성향을 봐서도 절대 평범한 곡은 아니다. 다만 이 곡을 통해 조금씩 변화, 아니, 진화하는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
뭐 일단 곡이 9곡 밖에 되지 않는다. 위에서 얘기한 곡들이 아니어도 9곡 빠짐없이 좋다. 뭐 그럼 끝난 얘기지. 이 음반은 명반임. 땅!땅!땅! 그러니까 맥스웰 이 양반은 새 앨범을 내야한다, 이 얘기입니다. 이런 좋은 음반을 내놓고, 그리고 3부작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해놓고 이렇게 오매불망 4년을 기다리게 하면 어쩌라고. 네 편의 리뷰를 쓰는 동안 맥스웰횽 욕을 너무 많이 했더니 있던 정도 떨어져 나갈 판이다. 새 앨범만 내주면 다시 충성스런 팬이 될텐데..ㅋㅋ 올해는 꼭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네 편의 리뷰를 마무리한다. 커피횽 싸랑해.
"으헤헤 맥스웰 상탔다. 맥스웰 기쁘다." 빙구같은 매력의 맥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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