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다시 말해 늘 새로운 신보에 목말라하고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접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새로운 음악을 듣는 타이밍이 '국내 발매'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 국내 발매 기준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중에 하나다. 작년 부터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호세 제임스(Jose James)를 알게 된 것도 작년 11월에 그의 앨범 [Dreamer]가 국내에 서비스가 되던 시점이다. '재즈와 힙합을 아우르는', 'D'angelo와 비견될만한, 그러나 더 섬세한'이라는 식의 호들갑 섞인 소개글을 보고 들어봤는데, 좋긴 좋았다. 좋긴 좋았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는 이유는 왠지 저런 호들갑 섞인 소개글을 보면 반감부터 들어서 ㅋㅋㅋ 게다가 디하고 비교하잖아?! '에이.. 그래도 디하고 비교하긴 좀 그렇지'라는 아쉬운 소리를 속으로 해가면서 들었지만, 확실히 좋은건 좋은거다.
어쨌거나 [Dreamer]에서 디와 비견될만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다. 음악스타일도, 보컬도. 다만 디보다는 확실히 재즈쪽의 지분이 많다고 느꼈다. 재즈 연주곡 위에 노래를 덫씌운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앨범은 듣자마자 디의 향취가 강하게 와닿았다. 일전에 블로그에 싱글을 올리기도 했었지만, 앨범의 첫번째곡 'It's All Over Your Body'는 'Playa Playa'를 쏙 빼닮았다. 드럼비트나 분위기, 곡의 구성도 그렇지만 특히 혼 섹션ㅋㅋ 그래도 확실한건, 단지 닮았다고만 하기에는 노래가 썩 괜찮다는 것. 그러면 안되는데 디안젤로에 대한 갈증 해소용 같은 느낌도 있다 ㅋㅋㅋㅋ 신곡에 목말라 있어요...ㅜㅜ 이 외에도 'Make It Right'에서도 디안젤로 식의 네오소울의 향취가 풍기고 제목부터 디의 명곡 'Untitled'의 노골적인 오마쥬(혹은 레퍼런스 삼았던 건지 리메이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이나 음악스타일이나 완전 오마쥬라고 느꼈다. 앨범내내 디안젤로에 대한 동경을 느꼈던건 창작자의 의도였다고 나 혼자라도 생각하련다.)곡인 'Do You Feel'의 도입부는 디안젤로의 노래라고 해도 믿을정도다.
물론 위의 세곡만 놓고 이 앨범을 평가한다면 그저 디 안젤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류쯤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앨범이 디안젤로의 그것과 차별되는 점이라면, 재즈를 중심으로 꽤 많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Emily King이 함께한 'Heaven On The Ground'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따뜻하고 예쁜 팝-재즈 스타일의 곡이고, Robert Glaspher와 함께 만든 'Vanguard'는 1집 'Dreamer'의 노래들 처럼 굉장히 재지한 곡이다. 앞서 이야기한 'Do You Feel'도 중반부로 들어가면서 한동안 피아노 솔로가 이어질 정도로 재즈적 성향을 강하게 내비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성을 겸비한, 팝적인 노래들이 많이 도드라진다. 타이틀 곡인 'Trouble'도 그렇고, 두 가지 버젼으로 수록된 'Come To My Door'는 매우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가진 팝넘버다.(그리고 개인적으로는 Emliy King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어쿠스틱 버젼이 더 좋더라.) 독특한 드럼비트로 시작하는 'Sword+Gun'에서는 꽤나 이국적인 향취도 느낄 수 있으며, 느릿하지만 잘게 쪼갠 비트로 몽환적인 그루브감을 느낄 수 있는 'Bird of Space'는 앨범의 베스트 곡중의 하나다.
확실히 인상적인 앨범이다. 개인적으로는 더더욱.. 물론 디안젤로의 그 찰지는 레이백의 느낌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그렇지, 호세 제임스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고, 디의 앨범을 듣는것과는 또 다른 재미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재즈적인 어프로치도, 대중성도 이 쪽이 조금 더 낫다는게 내 생각이다. 목소리도 비교가 많이 되는데, 난 오히려 가끔 라울미동이 떠올랐다. 솔직히 디안젤로처럼 섹시하지는 않자나. 라울미동처럼 담백하고 따듯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목소리 자체는 비슷하지 않나?? 특히 어쿠스틱 기타가 등장하는 곡들은 더더욱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ㅎㅎ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그의 앨범중에서 가장 좋은 앨범이라고 느꼈다.
라이브들 참 좋다.
'앨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전히 고혹적인 그녀. 나윤선 - Lento (5) | 2013.03.21 |
---|---|
나의 상상을 깨지 말아 주오. Rhye - Woman (11) | 2013.03.16 |
[Maxwell 신보기원 Discography] 4. Blacksummers'night (2) | 2013.02.27 |
쓰지 않고 넘어가기엔 너무 좋은 앨범이야. Miguel - Kaleidoscope Dream (0) | 2013.02.26 |
[Maxwell 내한기원 Discography] 3. Now (0) | 2013.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