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인 커버다. 여기 있는 이 관능적인 커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커버 가지고 하긴 뭘하냐. 아무튼 오늘 리뷰할 Rhye의 음악은 커버만큼 관능적이진 않지만, 정말로 매력 터지는 음악이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추천하고 다니고 있다.
처음 들었던 음악이 이들의 두번째 싱글이었던 'Open'이었다. 현악기의 선율이 지나고 나면 의외로 깊고 음습한 사운드와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헐, 완전 내 스타일인데???(내 스타일인게 너무 많다는게 함정) 특히나 '적당히 허스키한, 중저음이 섹시한 이 보컬 여성 진짜 맘에 들어!!'라고 생각하며, 또 이들의 커버에서 야릇한 상상을 해가면서 이들의 정보를 찾아봤다가 멘붕..... 아니 이미지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남자 두명밖에 안나오는거... 이게 뭐지?? 프로듀싱 그룹인가?? 객원 보컬인가?? 상상이나 했겠나.. Sade를 닮은 이 목소리가 남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렇다. 남자다. 성악으로 치면 카운터테너격인 거지. 진짜 사랑할 뻔한 목소리였는데, 아니 아직도 가끔 매력적이라 사랑에 빠질것 같은 목소린데 남자라니... 아직도 멘붕이다 ㅋㅋㅋ 남자였건, 여자였건, 고자건, 트랜스젠더건, 어쨌든 이들의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가 이 보컬의 목소리에 있다는 점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Rhye는 캐나다인 Mike Milosh와 덴마크인 Robin Hannibal으로 구성된, 미국의 인디 듀오다. 그리고 그 관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이 Mike Milosh다. 이 쯤에서 이들의 사진 몇 장 보고 가자.
세 장중 어느 사진을 봐도 이 목소리가 상상되는 얼굴은 없다. 아니라고 해줘....
앨범은 열 곡으로 채워져있다. 런닝타임도 35분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앨범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노래들과 매력적인 목소리로 가득차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는다면 밀로쉬의 '툭툭 어렵지 않게 내뱉지만 관능적인' 목소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그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들은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런 남자 목소리는 없다. 한숨과 섞여 나오는 듯한 이 보컬은 한편으로는 섹시하고,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쓸쓸함이 묻어난다. 물론 이들의 앨범이 좋았던 것은 곡도 좋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 특별한 보컬이 이들의 앨범을 확실히 '남다른' 앨범으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이 보컬은 앞서말한 'Open'이나 'Shed Some Blood', 'Major Minor Love'처럼 약간의 리버브를 준, 몽환적인 노래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재작년이었나, Jamie Woon의 리뷰를 썼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거 같은데, 여름 밤 바람. 딱 그거다. 시원하다기 보다는 미지근하고, 습하다. 살갗을 스치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지만, 상쾌하고 개운하다기 보다는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고 해야할까..
이들은 '몸'을, 특히 몸의 '선'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좋다.
앨범의 매력은 단지 '목소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The xx를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인 느낌에 은근히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목소리 때문에 다른 요소들이 좀 묻히는 감도 있지만. 어쨌든 앨범의 통일감은 목소리 때문에 확실하게 얻어냈다.) 이들의 첫 싱글이었던 앨범의 두번째 곡 'The Fall'은 평단과 대중들에게 상당히 큰 주목을 받았던 노래다. 편안하고 쉬운 멜로디에 악기들도 꾸밈없이 담백하고 로맨틱한 가사를 담고 있는 팝소울 곡이다. 그리고 여기에 밀로쉬의 보컬이 얹히면서 매력터지는 노래가 되었지. 'Hunger'에서는 펑키한 Disco느낌을 품고 있으며, '3 Days' 같은 노래는 드림팝 성향도 보여주고 있다. 확실한건 앨범 전반적으로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노래들이라는 점이다.
오랜만에 듣자마자 푹 빠져버린 매력적인 신인을 만난 것 같아 참 기쁘다. 특히나 마지막 곡 'Woman'은 허밍으로만 채워져있는데, 조금씩 고조되며 마무리 될 때 남게 되는 짙은 여운이 있다. 앨범의 플레이가 끝나고 한동안 즐기는 그 여운이 참 좋다. 그리고, 이들의 행보는 지금부터 시작이지. 사실 이 신선한 느낌이 사라지면 지금과 같은 감동은 없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는데, 뭐, 상관없을 것 같다. 여름 밤 산책할 때는 종종 플레이 하고 싶어 질 것 같으니까.
라이브는 그저 그렇다. 그리고 라이브는 남자목소리라는게 수긍이 가기도 함.
그래도 12분 25초경에 시작하는 Open은 이 불안한 라이브에서도 충분히 좋다.
특히 스트링 섹션이 참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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