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오랜만에 듣자마자 끝까지 집중해서 쭉 정주행했던 앨범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라빈 르네의 <HYPNOS>였다. 예전에 라빈 르네의 노래를 지나가듯 한 번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신보가 나왔단 말에 기대감 1도 없이 앨범을 플레이 했다가 일이고 뭐고 다 접고 오랜만에 집중해서 앨범을 끝까지 들었다. 이유는 첫 두 트랙 때문에.

 

 오프닝 트랙 'Cameo'는 찐득한 신디 베이스가 강조된 인트로격 짧은 노래였고, 다음 곡이었던 'Venom'은 아니 이건 너무 내 스타일 ㅋㅋㅋ 펑키하면서 사이키델릭한게 말 그대로 펑카델릭이나 아웃캐스트가 스쳤다. 거기에 올라간 보컬이 세련됐는데 또 클래식해.. Fka twigs와 알리야기 동시에 떠오르는 목소리. 게다가 섹도시발의 느낌도 가득하다. 특히 후반부 'Light Me Up'의 보컬과 분위기가 앨범의 정점. 

 

 분명히 내가 좋아하던 오래된 익숙함이 앨범에 가득한데 그게 꽤나 세련되게 가공되었다. 아쉽다면 노래들 사이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는건데, 덕분인지 첫 두 트랙의 흥분감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뭐 다 때려치고 한동안 느낄 수 없었던 진한 네오소울의 맛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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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집때만해도 그저 나름대로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좋은 뮤지션으로만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놀라운 행보를 보여준다. 지난 앨범에서 재즈적인 어프로치 뿐만 아니라 모던록에 심지어 덥 스타일의 음악도 보여주더니 이번 앨범에서는 작정하고 네오소울 스타일의 음악을 보여주었다. 음.. 재즈적인 어프로치, 덥 스타일, 네오소울 스타일..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쓰는 이유는 딱 한 장르로 규정하기 좀 애매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서사무엘의 보컬 스타일. 물론 그렇기 때문에 잡탕, 혼종 속에서도 앨범이 정체성이 생기는 것.

 어쨌든 결론은 이번 앨범 좋다. Misfit's Anthem을 듣자마자 베이스 라인과 겹겹히 쌓아올린 보컬 코러스에서 디안젤로의 냄새가 났다. 심지어 위 노래의 제목은 playaplayplaya ㅋㅋㅋ 물론 뭐, 노래는 디안젤로의 노래하고는 관계가 없지만.. 어쨌든 앨범 전체에서 초기부터 요즈음의 디안젤로를 연상케하는 지점이 있었다. 중간에는 맥스웰이나 라샨 패터슨이 떠오르기도 했고. 프린스도. 결정적으로 2집에 비해서 앨범 단위의 완성도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것 같다. 싱글보단 앨범 단위로 플레이하길 권함.

 선공개곡 Jungle Riot에서는 Funk를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진짜 신선하고 좋았는데.. 앨범에 왜 안실렸지 싶었다가 앨범 다 듣고나니 납득.  아무튼 좋다. 노래도 좋고, 뮤비도 좋아. 서사무엘을 보고 있으면 진짜 아티스트 같은 느낌이다. 왠지 좀 꼰대 같지만 이제는 프린스 같다는 말을 안쓰려고 했는데, 성향은 확실히 닮은 구석이 있어.. 장르 구분이 없고, 아이덴티티가 있다는 것. 앨범 프로듀싱 뿐 아니라 악기들도 대부분 직접 연주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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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검색도 안되는 소울라이즈드 글을 긁어와본다. 없어지기 전에 남겨두려고. 무려 8년전 글. 







 지금 들어보면 음악은 다소 과한감이 있고, 리뷰는 읽어보면 다소 과한감이 있다. 뭐, 다소 과한 소울음악이 이 뮤지션의 정체성이긴 하지만 ㅋㅋ 확실히 요즘 음악은 아니다. 그래도 좋아. 당시 한참 유행하던 레트로 소울 음악들하고도 또 다른 느낌이고.

 꼭 기억하라던 워렌 딘 플란데즈는 작년즈음 앨범을 내고 활동을 다시 시작하였다. 꼭 기억하라고 호들갑 떤 것 치고 너무 늦게 나온게 아닌가 싶다.




 이건 작년에 나온 앨범의 타이틀 곡, Born For Greatness. 여전한 보컬과 여전한 음악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좋았던 음악.




여기부터 8년전 글.


촉이 온다.

 앨범 커버를 보는 것은 그 뮤지션의 앨범을 즐기는 데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특히나 앨범 전체를 플레이 하고 나서 다시 앨범 커버를 봤을 때, 뮤지션의 의도를 깨닫는 즐거움은 정말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반전영화의 치밀한 단서 하나 발견한 기분?ㅎㅎ 며칠전에 싸이 뮤직의 신보들을 살펴보던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커버를 발견했다. 인상깊었던 이유는 아마도 특이한 헤어스타일이 Maxwell의 Embrya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 앨범은 맥스웰의 가장 실험성이 짙은 앨범이었는데, 낯선 긴장감이 날 매혹시킨 앨범이었다. 게다가 앨범 제목도 Vintage Love라니.. 최근 몇년간 복고 바람이, 그것도 7-80년대 느낌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 복고 앨범이 발매가 되고 호평을 받았는데, 이 앨범 제목은 그 열풍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듯한 노골적인 제목이었다. Warren Dean Flandez. 처음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었고, 검색해봐도 나오는게 별로 없는 신인 뮤지션의 데뷔 앨범이었다.

 

별 것 없는 커버인데, 괜히 들어봐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운명이었나..ㅎㅎㅎ


 알 수 있던 것은 싸이 뮤직에 소개된 정도. 마빈게이의 백업싱어이자 키보디스트였던 Checo Tohomaso가 이끌던 성가대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자, 그의 권유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릴 때 부터 Donny Hathaway나 Curtis Mayfield, Al Green 같은 소울 뮤지션을 동경하며 자라왔다는 것. 하여간 들어봐야 할 명분은 충분했다. 그리고, 촉이 온다.






고전 소울에 현대적 세련미를 더한 데뷔 앨범, Vintage Love.

 앨범은 인트로격인 Introduction로 시작한다. 사실 가끔가다 듣게 되는 "Let me introduce myself~"라는 가사만 들으면 아직도 너무 오글거린다. 특히나 한글로 번역해서 생각한다면 더더욱.... 여하간 오글거림도 잠시, 거침없는 팔세토 창법과 "Give you something, you can feel"을 외치며 시작된 첫번째 곡 Baby, Baby, Baby (I'm Checkin' In)은 그야 말로 그가 전해주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만한 트랙이다. 시종일관 노래를 감싸는 브라스와, Baby, Baby, Baby를 외치는 중독성 강한 후크, 1분45초부터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다가 중간에 한번 쉬어가는 완급조절, 온 몸으로 들썩 거릴 수 밖에 없는 그루브함, 전자음 없이 실연주로 진행되는 고전적 사실감, 그리고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여유있고 유연한 보컬. 신난다. 모두가 낯설어하는 뮤지션의 첫 공연에서, 낯선 모습을 극복하고 모두를 격렬한 흥분속에 빠뜨리는 멋진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짜릿함. 이들의 첫번째 노래는 그런 곡이라고 생각한다. 네번째 트랙인 Love You (Like You Do)도 마찬가지다. 고전 소울의 그루브함과 현대적 세련미의 교차점에 있는 이 노래 들은 그가 어릴적부터 Curtis Mayfield를 동경해 왔다는 것을 충분히 수긍하게 하는 트랙들이다. 신나는 로큰롤 리듬 위에서 거침없이 즐기는 그의 맛깔나는 보컬은 그를 주목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준다.

 

 앨범과 동명의 곡 Vintage Love에서는 워렌의 달달한 보컬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허스키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과하지 않고 느끼하지 않다. 가스펠 느낌 물씬 풍기는 Mayfield Park Free, He Ain't Heavy같은 노래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데, 특히나 코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코러스들을 여유있게 이끌어가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가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이력이나 Donny Hathaway를 좋아했다던 그의 과거를 수긍하게 만들어준다. Donny Hathaway만큼이라고 하면 조금 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워렌도 코러스를 이용해 사운드를 풍부하게 하는 능력은 꽤나 괜찮다.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더라도 말이다.

 

 

 앨범에서 주목해야할 몇곡이 더 있다. 일단은 Ginuwine의 2001년작 <The Life>에 수록되었던 Superhuman를 커버한 곡 Superhuman이다. 신인의 데뷔앨범에, 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적당한 커버곡치고는 완성도가 꽤나 높다. 후반부까지 곡을 힘있게 끌고가는 능력만큼은 원곡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피아노 한 대로 잔잔한 발라드 트랙처럼 시작되는 You Were My Life도 주목할 만 하다. 피아노에 조금씩 추가되는 현악기와 드럼,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 계속해서 절절하게 외치는 You were my Life. 그리고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구성. 떠날 것을 알지만,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이었다고 외치는 그의 가슴아픈 외침이 더 강렬하게 와 닿는 곡이다. 4분 10여초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런닝타임에서 변화되는 다양한 분위기에 따라, 워렌의 보컬도 음악과 어울리는 다이나믹함을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의 여성 싱어 Divine Brown과 함께한 Ungrateful도 전형적인듯 슬쩍 비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놓쳐서는 안 될 트랙이다.
 
 한가지 조금 아쉬운 점은 한 곡, 한 곡,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것은 알겠으나, 아직 이 뮤지션에 대한 색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색이라기보다는 개개인의 뮤지션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아우라가 조금 약하다. '좋은데?'하고 듣지만 훅 빨려들어갈 만한 치명적인 매력이나 정체성이 아쉽다. 게다가 앨범의 마지막은 More Than You Can Chew인데, 몽롱한 사운드에 잘게 쪼갠 비트가 앨범의 다른 노래와 약간은 괴리감을 준다. 사실 앨범의 다른곡들과는 다르게 일렉트로 사운드에 동양적인 느낌까지 집어 넣은 이 트랜디한 노래의 저의를 잘 모르겠다. 급격한 반전을 예고하는 다음 앨범의 예고편격인 트랙인지, 본인이 하고 싶었던 또 다른 실험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해도 이 뮤지션의 앨범을 듣고 즐기는데에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이미지 출처 : Warren Dean Flandez Official Site. http://www.warrendeanflandez.com/

 

기억하세요, Warren Dean Flandez.

 남자 소울싱어의 맥이 뚝 끊긴 것같은 이 상황에 참 반가운 뮤지션이다. 물론, Maxwell, Raphael Saadiq, Musiq 등의 뮤지션이 최근까지도 앨범을 발매하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아니, 아직도 끝을 모를정도로 진화하는 뮤지션임을)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얼굴은 아니었다. 뮤지션들의 1집이 뮤지션 커리어의 정점이되는 경우를 꽤나 많이 봐왔다. 정말 꽤 괜찮은 뮤지션의 데뷔작이지만, Classic이라 불리는 수많은 1집 앨범중에 이 앨범을 끼워 넣을 자격이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글쎄?"정도로 밖에는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앞으로 기대해도 될만한 뮤지션인가? 라는 질문에는 무조건 YESSSSS!!!!를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이름은 좀 길지만, 기억하세요, 꼭. Warren Dean Fland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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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이거 좋은데.. 벌써 나온지 한달도 넘은 앨범이다. Syd가 누구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The Internet 보컬이었구나. 이미 내한까지 했던 디 인터넷이 좋은거야 말하면 입 아프고..(그런 의미에서 서소페에서 한 번?!) 뭐 아무튼 새 앨범 나왔다고 챙겨들을 시간도 없었던 2월이었으니 그렇다치고 뒤늦게라도 제대로 들어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음악도 그렇고 사운드도 그렇고 디 인터넷보다는 더 팝적이다. 트랩 비트를 기본으로 하기도 했고, 유행하는 스타일을 그래도 많이 가져갔다. 어떻게 보면 요새 흔해빠진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다시 사골처럼 우려먹는 꼴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좋다. 일단 구성이 좋고 잘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런 사운드에 90년대 느낌을 잘 버무렸다. 두 번째 곡인 "Know"를 들어보면 그게 확 티가 나는데, 그냥 아무생각없이 플레이 시켰던 이 앨범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곡이다. 이거 너무 내스타일 ㅋㅋㅋㅋㅋ

 

Syd - Know

 

 전주부분부터 딱 알리야 느낌을 내더니 목소리도 그렇고, 느릿한 비트를 잘게 쪼갠것이 팀버랜드의 프로듀싱을 빼닮았다. 의도적으로 노렸다는 것이 느껴지는 오마주곡이다. 몇 번을 돌려들었는지 모르겠다. 느릿한 그루브의 "Smile More"도 그래. 자연스럽게 돈자랑을 늘어놓는 "Dollar Bills"도 마찬가지. 확실히 90년대 유행하던 곡들의 느낌이 난다.

 두 번째로 싱글컷 된 "Body"도 좋다. Melo-X가 만들었던데, 힘을 쭉 빼고 부른 보컬에는 관능미가 짙게 배어있다. 또 하나의 좋은 베이비 메이킹 트랙이 나왔다. 전형적인 트랩 사운드의 "All About Me"도 좋고, 1분짜리 인터루드인 "Drown In It"도 좋다. 더 끌고나가서 완곡 형태로 만들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뭐가 좋다 좋다 밖에 없어. 올해의 앨범 뭐 그정도는 아니지만, 좋은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무엇보다 디 인터넷에서 보여주던 음악과 다르다. 그래서 더 좋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잘 나타내면서도 팝과 트랜디함과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잘 버무린 것 같은 앨범.

 

Syd - All About Me

 

Syd -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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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티의 새 앨범이 나왔다. 4년만이라니.. 너무 오랜만인거 아니야?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그 사이에 자이언티는 대중에게 꾸준히 노출되었고, 싱글 발매도 꾸준히 해왔다. 물론 그마저도 2016년엔 없었다. 싱글보단 앨범을 더 좋아하는 나는 그냥 오랫동안 새 앨범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게다가 새로 나오는 싱글들이 100% 내 취향이라기엔 조금 부족했었거든... 그래서 새 앨범이 나왔을 때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그냥 나와주면 고마운거지 까다롭긴.

 

 

 예전에 썼던 1집 리뷰를 보다보니까 진보의 새 앨범이랑 같이 썼더라. 진보냐 자이언티냐 라고 물으면 난 무조건 진보편인데 ㅋㅋㅋㅋㅋ 노래는 자이언티가 훨씬 색도 있고 잘하지만,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진보가 훨씬 더 뚜렷하고 선명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던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특히 2집은 더 그랬다. 아직도 종종 들어.

 반면에 자이언티의 음악은 아쉬움이 남았다. 노래마다 선명하게 색감이 남아 있었고, 영화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정작 음악 전체가 가지고 있는 색이 서로 좀 달랐다. 뭔소리여..... 색감이 서로 잘 안어울려..는 또 아닌데. 그림이 이제 막 트기 시작한 화가의 초기작 같은 느낌. 잘하긴 잘하고, 누가봐도 잘하고, 잘하는게 티가 나지만 그속에 그 사람만의 향이 배어있지 않았다. 아, 정확히는 가사에 비해서 곡이나 앨범의 통일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가사가 주는 재치나 매력에 비해서 음악이 주는 매력은 그 아이덴티티가 좀 떨어졌다..정도로 정리하련다.

 

 

 1집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여자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가사를 듣고 음악도 듣지만 시각적인 자극이 굉장히 많았다. 음악도 감각적인 음악이 많았고.. 풋풋하지만 뚜렷한 개성이 좋았는데, 어느새부턴가 웰메이드 느낌이 강한 음악들을 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작은 자이언티가 하고 싶었던 착한노래 '양화대교'부터. 사실 이 노래 들으면서 친정집에 내려가면 괜시리 찡해지고 그랬다. 요즘은 너무 많이 소모된 것 같지만.. 아무튼 이 음악부터 날카로운 느낌은 많이 줄었지만 잘 정돈된 느낌이 있었다. 음악도 정돈되고 보컬은 특히 더 잘 정리되었다. 그게 사실 나는 좀 아쉬웠지만, 결국 자이언티는 이 쪽으로 노선을 잡은 것 같더라. 'No Make Up', '꺼내먹어요'까지, 사실 연달아 나오면서 실망도 좀 했었다. 난 좀 덜컹거려도 날 것 느낌이 더 좋은데. 예측불가능한 그런느낌.

 물론 여전히 그 가사가 주는 울림이나, 평범한듯 하지만 위로되는 느낌이 있다. 조금 다른 그런게 있어. 음악도 잘 정돈되어가고 가사도 좋은데.. 그냥 100% 내 취향은 아니야.... 한 6-70% 정도......

 

ㅇㅇ 이제 앨범얘기할꺼.

 

 아무튼 그 잘 정돈된 음악이 앨범으로 나왔다. 총 7곡. 일단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진짜 매끄럽다. 가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잘 정돈된 웰메이드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음악들도 종종 보인다. 첫 곡 '영화관'은 MPB 스타일의 음악을 섞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내면서도, 가사는 1집에서 볼 수 있었던 특유의 시각적인 자극을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잘 만들어진 음악.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한가지 특징은, Swag이 생겼다. 사실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도드라진 자이언티의 스웩이 느껴졌다. 특히 'Comedian'. 단순하면서도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 라인도 그렇지만, 가사가 주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그냥 한 순간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을 주절거린 느낌. Extended ver.이 하나 있었으면 싶을정도. 짧은 것도 나름 임팩트는 있지만.. 그리고 'Complex'. 가사가 진짜 좋다. 여전히 가사를 안보면 뭔소릴 하는지 모르는 지디의 랩도 참 잘 썼다. 가사야 원래 잘 쓰긴 했지만 자이언티가 가진 정서 자체가 훨씬 풍부해졌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예전보다 훨씬 잘 담아냈다. 솔직한 가사의 '나쁜놈들'도 좋다.

 나머지 노래들은 사실 좀 아쉬움이 있다. '노래'는 확실히 귀에 쏙 박히는 후렴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냥 거기까지. 위트있는 '미안해'는 귀여운 맛은 있지만 평범하고 밋밋하다. 색이 없잖아. '바람'을 넣은 의도는 알겠고 노래가 가지는 의미도 잘 알겠지만, 짧은 앨범 구성인만큼 좀 더 컴팩트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래된 팬들은 "변했다. 망했다."를 외치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사실 더 잘 어필할만한 음악들이다. 음악은 전작보다 더 쉬워졌고, 보컬은 더욱 정돈되었으며, 특유의 음색과 가사가 주는 개성도 유효하다. 아쉽다면 그것은 완벽하게 내 개인적인 취향탓. 7곡짜리 앨범으로 뭘 판단하기는 그렇고, 다음 행보가 자이언티에게는 어떤 기점이 될 것 같다. 사실 어떤 행보를 보이든 응원한다. 뭐 그렇다고 자이언티가 갑자기 록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을거 아니야. 흑인음악이 대중화 되는 날까지 자이언티만세 흑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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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뉴에이지 음반에 대해 블로그에 포스팅 할 날이 올 줄이야... 음.. 사실 음반리뷰라기 보다는 추억팔이 정도. 어느새 12월이다. 12월의 음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의 1982년작 <December>가 떠올랐다. 뉴에이지 음악은 사실 누가 들어도 좋고, 누가 들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음악이다. 태생적으로 명상이나 휴식을 위해 나타난 음악이다.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기뻐도 아름답고, 슬퍼도 아름답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음악적, 학술적 기준이 아니라 일상적 기준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을 가장 극대화 시키려고 노력하는 장르가 뉴에이지 아닐까. 하지만 그냥 아름답기만 하기 때문에 내 취향은 아님 ㅋㅋㅋㅋ 생각없이 듣게 되잖아. 너무 심심해. 가장 잘 어울릴 법한 곳은 역시 백화점 화장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니까 ㅋㅋㅋㅋ 섭식만큼 중요한 배변..

 

 

 

 

 초딩때까지는 내가 뭘 주체적으로 들은 게 없고, 누나가 듣는걸 듣던가, 아니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을 들었다. 이 음반도 역시 초딩때, 누나방에서 들었던 앨범. 당시에 들었을 때는 그냥 클래식인 줄 알았다. "피아노 음악 = 클래식" 뭐.. 그 나이 땐 다 그런거지. 인터넷이 있나 뭐가 있나. 하여튼 고급진 클래식 음악임에도 귀에 쏙쏙 들어왔던 게 신기했고(클래식이 귀에 쏙쏙들어오다니 내 귀 쫌 고급인듯, 올. 이랬을지도.) 당시에 듣기에도 멜로디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뉴에이지라는 음악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죠지 윈스턴의 음악이 클래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헐. 대체 클래식하고 뉴에이지는 뭔 차이야?? 하지만 관심이 없어서 알아볼 생각은 안했다.. 그 때 내 관심은 오로지 힙합.

 

 어쨌거나 이 노래의 세번째 곡인 "Joy"가 바흐의 칸타타를 편곡한 노래이고, 캐논 변주곡도 있기 때문에 뭐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지만.. 사실 이 음반은 캐롤음반에 가깝다. 완전히 캐롤이라기엔, 좀 겨울 헌정음반 같은 느낌이 있고. 겨울의 쓸쓸함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다. 사실 이 음반을 내기전에 <Autumn>과 <Winter into Spring>이라는 앨범을 냈고, 시리즈에 탄력을 좀 받아서 이 앨범 다음에 <Summer>도 발매했다. 이건 거의 비발디 사계. 물론 비발디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였던 <The Peanuts>의 OST인 <Linus & Lucy>도 연주한 앨범도 있다. 모르는 새 이것저것 많이 내셨구나 이 아저씨.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첫 곡인 "Thanksgiving". 고등학교 땐가 중학교 땐가, 이거 치려고 다 까먹었던 피아노 다시 연습했던 때도 있었는데.. 아련하다. 그리고 이 노래 속 아련함이 내 추억들과 연결되어 좀 더 짠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는 음.... 음... "Joy"도 괜찮고.. 음... 뭐..... 근데... 역시 다시 들어도 내 취향은 아니다. 간만에 들으려고 플레이 했는데, 역시나 끝까지 들을 수가 없다. 그냥 똥쌀 때 BGM이 아니라면 이걸 40분동안이나 듣기는 좀 힘들다. 나는 그래... 똥을 40분동안 쌀 것도 아니고... 이건 뭐 기승전똥이야; 뉴에이지 팬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개취니까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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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던 훵크 뮤지션중에 가장 아끼는 뮤지션이 바로 이 Dam Funk인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게 함정... 진짜 좋은데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훵크 자체가 '좋음'을 설명하기 어려운 장르다 보니까... 그냥 Chill하기에는 좀 쎄고,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루비하고 신나기는 한데 음악이 고만고만하게 흘러가다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그런 장르가 훵크다.  


 어쨌거나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무료로 공개된 댐 펑크의 새 EP는 곧 나올 솔로 정규 앨범을 충분히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최근에 스눕이랑 함께 만든 <7Days of Funk>도 충분히 좋긴했지만, 그의 1집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3년전인가, 처음 들었는데 진짜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Zapp도 떠오르고, 프린스도 떠올랐고, 국내뮤지션으로는 진보도 떠오르는데, 확실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냥 왠지 나한테 댐 펑크는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현대 뮤지션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과거의 전설적인 누군가들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또 그들과는 다른, 그 자체로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네 곡의 인스트루멘탈로 구성된 이 EP도 진짜 매력 터진다. 시원하면서도 뜨거운 여름 바닷가가 떠오르는 첫 곡 "Rise"를 지나면 G-Funk 스타일의 "Make it"이 흐른다. 다 내 스타일.. 프린스ish한 드럼소리와 함께 "From a G Perspective"를 지나면 8분짜리 "Free"가 나오는데 아 이 유연하고 물흐르는 듯한 구성과 그루브를 보라... 뜨겁고도 청량한 사운드 스케이프에 몸을 맡기다 보면 1분 여를 남기고 기타 솔로가 작렬.. 진짜 핫한 노래다. 하지만 아마 나한테만 핫하겠지.





빨리 정규 앨범 내줘요.. 콜라보는 이제 됐고 솔로 앨범으로다가 좀..

 힙합은 언제나 변두리였는데, 확실히 요즘은 이슈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Show Me The Money>에 이어 <언프리티 랩스타>마저 흥행을하며 힙합음악이 확실히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에 왔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리고 이 글은 피타입의 신보를 리뷰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굉장히 빙빙 돌다가 본문으로 들어갈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망글의 징조다.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았는데, 이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똥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손대지 않기로...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스웩은 부리고 싶은데, 어떻게 부리는 지도 모르는데다가 가장 중요한 건 실력들이 다 똥이다. 그래봤자 여전히 아이돌 래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민이나(뻐큐하나 하면 탈 아이돌인가.), 유망주에 불과한(스승이 심지어 허인창인) 육지담이나, 마인드만 좋고 발음, 발성, 캐릭터 다 꽝인 졸리븨, 모두까기로 프로그램의 재미만 올려주고 있는 타이미나, 귀여운 대학생 아마추어 동아리 수준의 래퍼 키썸이나.... 나머지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덕분에 래퍼로 자기 몫을 해내는 제시나 치타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고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피디는 '힙합'은 뒤로한 채 여전히 악의적 편집과 예능적 재미만을 좇고 있다. 더욱 기가찬건 자꾸 레전드급 뮤지션들이 이 프로그램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스 한게 아깝다.... 어쨌거나 그래서 안봤냐고? 아니 꼬박꼬박 챙겨봤다. 빡치는데, 그래도 재미는 있으니까 ㅎㅎ 뭐랄까, 여자들의 질투와 암투, 편가르기가 재밌어서?ㅋㅋㅋ 아님 랩도 예능같아서? 어쨌거나 잘 보고는 있다. 그리고 난 손대지 않기로한 똥에 손을 댄 듯.


 왜 이렇게 리뷰와 관련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느냐. 진짜 랩 같지도 않은 것들 듣다가 이 앨범듣고 진짜 귀가 정화되는 것 같았거든. 얼마전에 미용실에서 볼륨매직을 했는데, 차트 상위 노래들을 틀어놓다 보니까 본의아니게 키썸, 육지담 노래를 몇번이나 듣게 되었는다. 근데 진짜 녹음한게 저 정도면 대체 어쩌자는거..... 그런걸 듣다가 좋은 리듬감과 뚜렷한 딕션, 딱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이 있는 라임깎기 장인의 라임을 들으니 이 어찌 행복하게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약 내가 이 앨범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언프리티 랩스타>의 힘....





 어쨌거나, 결론은 이 앨범 굉장하다. 적어도 내가 듣기엔 그래. 최근에 90년대에 유치원이나 다니고 있었을 조이밷애스가 붐뱁을 훌륭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면서, 꽤 멋있다고 생각했었다.(왜냐하면 나는 힙합 꼰대거든. 90년대를 동경하는.) 요즘 그 흔한 트랩, 래칫 이런거 안하고 구닥다리를 꺼내든 것도 신기한데, 단순하게 주목받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진짜 잘하니까 ㅎㅎ 그리고 그게 우리나라에서도 먹혔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내 힙합 위인(?) 피타입이, 대한민국 레전드 힙합 앨범중 하나인 그의 1집 <Heavybass>를 충분히 능가할 만한 앨범을 발매했다...는 조금 오버. 말했잖아. 과대평가한다고.... 게다가 사실 난 피타입 빠. 내가 레전드 이런 표현 진짜 별로 안 좋아하는데 피타입이니까 쓴다.


 한국 힙합역사에서 한국말 랩을 굉장히 발전시켰다고 하는 사람을 꼽을 때, 버벌진트와 피타입은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재평가 되어야 되는 부분이 있긴 있다. 왜냐하면 버벌진트의 랩은 굉장히 많은 뮤지션들이 좇고 있는 반면 피타입의 랩은 여전히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얘기하면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 이래서 재평가 되어야 해... 발전은 했지만 그로인한 변화는 미비했어.. 확실히 피타입의 랩은 장단점이 도드라지는 스타일이긴 하다. 장점은 라임 깍는 노인이라는 별명답게 가능할까 싶은 단어들을 라임들로 촘촘하게 연결했고, 그렇게 촘촘한 라임속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피타입의 랩은 리듬감이 살아 숨쉰다. 랩 자체가 비트찍은 것 처럼, 비트하고 같이 타악기 같은 역할을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2집에는 힙합이 아닌 음악들에 랩을 얹었고, 그의 랩은 타악기와 비슷한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반면에 라임은 잘 깎지만 플로우는 좀 아쉬운데, 덕분에 그 랩이 그 랩이라는 반응들이 좀 있다. 사실 가사에 집중을 하지 않고 플로우만 들으면서 그의 노래들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런 점 때문에, 그게 아님에도 자기복제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하고.

 내가 피타입을 좋아하는 포인트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뚜렷한 딕션. 사실 1집의 노래를 들었을 때, 발음은 좋아도 특유의 톤이나 라임 때문인지 가사 전달력이 그렇게 좋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1집과 비교하면 발음도 더 좋아진 것 같고, 그래서 가사 전달력이 굉장히 좋아진 것 같았다. 둘째로는 우리말에 더 잘 맞는 랩을 구사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지만 영어는 음절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아서 라임이 훨씬 유연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데, 우리 말은 음절이 뚜렷하게 분리된 말이라서 억지로 발음을 흘리고 꼬아서 좀 더 영어스럽게(?) 랩을 하는 경우가 많다. 피타입은 좀 더 우리말에 맞게, 발음을 흘리고 꼬지 않고 또박또박 발음 하면서도 찰진 라임을 구사한다. 이건 보통의 연구와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취라고 생각한다. 세번째는 사실 좀 장단점이 있는 이야기인데, 피타입은 이렇게 자기 주장, 자기 스웩을 부릴 때 특화된 랩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일단 아무리 좋은 글도 맞춤법들이 다 틀리면 신뢰도가 확 떨어지잖아? 피타입의 경우 일단 기본을 잘 지킨다. 거의 모든 벌스가 우리말로 되어 있고, 발음도 라임도 억지스럽게 맞춰놓지 않았다. 게다가 피타입의 그 확신에 찬 톤을 들으면 왠다지 수긍해야만 할 것 같아. 안하면 혼날 것 같아. 사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상대적으로 좀 약한 느낌이 있기도 하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ㅇㅇ. 까지마.



 오랜만에 글을 쓰다보니 진짜 막 다 토해내고 있음 ㅋㅋㅋㅋㅋㅋ 어쨌거나 이 앨범은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앨범이다. 1집과 같은 붐뱁 스타일로 돌아왔고, 그의 전설과 같은 클래스도 돌아왔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돈키호테"의 시리즈 격인 "돈키호테 2"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 가슴에다 내가 쓴 내 가사인데 넘어서야 내가 산대. 10년 전의 전설이 내 상대." 슬픈 이야기지만 그의 1집이 워낙 명반이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은 피타입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긴 하다. 그가 말한대로 "턱 받치고 앉아있는 좆문가"들이 쫑알거리는게 굉장히 불편했겠지만, 결국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는 시도를 멋지게 성공하며 피타입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언제든 힙합의 멋을 제대로 부린 앨범을 발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증명했다.


 첫 노래 "폭력적인 잡종문화"부터 강렬했다. 첫 노래 듣고 진짜 한 대 맞은 것 처럼 멍해짐. "나는 목화밭고 못 봤고/ 피부 색깔 역시도 못 바꿔/코스프레 따윈 니년 오빠 거/ 이거부터 확실히 못 박고" 라고 귓구멍에 때려 박는 후렴구에 다 들어가 있다. 10여년 내가 늬들 하는 꼴들 봤는데 다 좆같아 좆밥들아. 뭐 이렇게 꼰대처럼 말하고 있는 노래인데, 이게 피타입이 하니까, 게다가 이런 노래에 이렇게 랩을 하니까 수긍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개인적으로 꼽는 앨범의 베스트곡은 "네안데르탈"이다. 예술에 조예가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빗대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스토리 전체가 은유를 품고 있는데다가 가사 속에 많은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빼곡하게 채워넣었다. 보통 래퍼들이 구사하는 펀치라인은 말장난 같은 느낌인데, 피타입의 랩은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 '시'다. 인트로부터 피타입의 첫 번째 벌스까지는 정말 들을 때마다 소름.. 하지만 이 노래의 피쳐링은 사실 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저스디스의 경우.... 아, 그러고 보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베스트곡이 아니라 베스트 벌스라고 해야 맞겠다.


  앨범의 가운데에 포진하여 광화문에 쓸쓸하게 덩그러니 서 있었던 스스로의 모습을 반추하는 "광화문"도 굉장히 좋았다. 앨범 가득 채운 힙합씬에 대한 날 선 비판들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푸념조로 풀어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자조섞인 말투속에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진달까. 그래서 선공개되었을 때보다 앨범 속에 들었을 때 더 좋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앨범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사야겠다. 차붐이 참여한 "이방인"도 좋았고, 마지막 곡 "Vice Versa"이건 대체 뭐야 ㅜㅜㅜㅜㅜㅜ 시가 피타입이고 피타입이 시가 되는 물아일체 뭐 이런건가 ㅋㅋㅋㅋ 시적 화자가 시가 된 노래다. 이 노래도 듣다가 소름 돋음 ㅋㅋㅋㅋ 선우정아가 곡 작업에 참여한 티도 확나고 후렴구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앨범은 10곡밖에 안 된다. 이 중에 작년에 발표된 곡이 세 곡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 진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앨범이다. 10곡, 게다가 겨우 7곡의 신곡은 분명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타이트하게 구성된다면 오히려 장점이다. 짧고 굵고 강렬하고! 그리고 플로우도 사람들이 지적하는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3집이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발표한 앨범인데, 왠지 2집과 3집을 거치면서 1집 들먹이면서 사람들이 좋지 않은 평가들을 하니까, 이런 좆밥들 뒤져봐. 뭐 이런 마인드로 만든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난 2집도 굉장히 좋았는데. 지나친 곡 설명만 제외한다면 ㅋㅋㅋㅋㅋ 어쨌거나 붐뱁으로의 회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왠지 다음 앨범은 또 다른 시도를 하는 피타입을 보게 되지 않을 까 싶은데.) 굉장히 반가운 앨범이다. 요즘 사운드는 신나지만 오래는 못듣겠고, 붐뱁은 그냥 처음부터 좋고 몇 번 들어도 좋아..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



나는 좋았던 그의 2집



 그리고 이게 피타입 앨범 리뷰인지 잡담인지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그냥 그만 써.....



+ 그리고 이 글을 편집해서 올리기 전에 오늘 피타입의 신보를 진짜 광화문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구매함 ㅋㅋㅋㅋㅋ


인증




 2000년에 낸 앨범을 2002년에 처음 들었고, 곧 발매 될 줄로 알았던 새 앨범은 그의 마약소식과 함께 잊혀졌다. 2012년즈음부터 공연장에서 노래를 하는 뚱뚱한 모습의 그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유투브 직촬의 조악한 음질 속에서도 여전히 섹시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서 새 앨범이 나온다는 얘기가 들렸고, 99%완성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이미 그의 앨범은 양치기 소년이 말하는 늑대와 같았다. 나올 때까지, 나온게 아니다. 근데 나옴 ㄷㄷ 





 디횽의 <Brown Sugar>와 <Voodoo>는 사실 내가 알앤비/소울 음악을 들은지 얼마되지 않아 듣게 된 음반이라서 그냥 '와 쩐다. 개 좋아.'였지, 이렇게까지 레어한 음반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네오소울류의 음악을 샅샅이 살폈지만, 디횽의 음악과는 스타일이나 느낌이 좀 다르거나, 혹은 그만큼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낸 두 장의 음반들은 모두 나에게 있어 10점만점에 수렴하는 음반들이라서... 씨디를 꺼내서 씨디 플레이어에 넣으면, 막 씨디에서 후광같은거 나오는 것 같아.. 씨디 케이스에서 씨디를 꺼내는걸 거의 성물 다루듯이 함 ㅋㅋㅋㅋ


 괴물같은 앨범을 두 장이나 발매하고 14년을 쉬는 바람에, 그의 앨범들은 그야말로 '전설'이 되었다. 앨범 작업이 미뤄질수록 그의 이전 앨범들은 점점 더 전설화가 되어갔을텐데, 그걸 바라보는 디횽의 부담감은 어땠을까.. 그런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디횽은 음악적인 자신감과 대중의 귀를 만족시킬 만한 확신을 가지고 앨범을 발매한 것 같다. 그냥 돈 떨어져서 추억팔이 해보려고 낸 음반이 아니라 이거지. <Black Messiah>. 다 듣고나니 이젠 진짜 그가 메시아로 보인다...ㅜㅜ 





 첫 곡 "Ain't That Easy"의 도입부 노이즈(?)는 그의 이전 앨범 <Voodoo>를 떠올리게 해서 반갑더니, 이내 시작된 느릿한 그루브와 기타리프 듣자마자 헐.... ㅉ..쩔어...... 훨씬 다듬어지고 부드러워진 슬라이 스톤의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에 쌓였던 분노(?)와 혹시 실망하면 어쩌나 싶었던 가슴 한 쪽 구석의 찝찝함은 단번에 날아갔다. 


 앨범에서는 'Black Messiah'에 관한 그의 생각들이 이어져있다. "1000 Deaths"에서는 굉장히 공격적인 드럼과 싸이키델릭한 사운드로, 그 동안 보지 못한 면모를 보여준다. "천번 죽는 겁쟁이가 아니라 한번 죽는 용사가 되겠다"는 그의 이야기는, 흑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한번 붉어진 지금 시점에서 본인의 다짐을 듣는 것 같았다. 이어지는 "The Charade"에서도 마찬가지고,"The Prayer"에서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확인할 수 있다. 멋있는 횽이야.. 


 타이틀 곡인 "Sugah Daddy"의 그루브.. 와.. 훵키하고 스윙스윙한 악기들, 음악 전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그의 보컬도 아니고 악기도 아니다. 그냥 그루브 그 자체. 그렇게 기다려왔고, 대안도 찾지 못했던 그의 음악 스타일 그대로...ㅜㅜ 선공개 된 이 곡 듣고 울 뻔..ㅜㅜ 이어진 "Really Love"는 주변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이다. 물론 나도 듣자마자 꽂힘 ㅋㅋ 플라멩고 스타일의 재즈 기타가 곁들여진 발라드 트랙으로, 기타도, 베이스 라인도, 혼 섹션도, 속삭이는 팔세토 보컬도 다 좋다. 찾는 사람이 많을만 하다. 나른하고 소울풀한 기타라인이 마음에 들었던 "The Door"도 좋았고, 재지하면서도 왠지 "Spanish Joint"가 떠올랐던 "Betray My Heart"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곡 "Another Life" 진짜 쩔.. 프린스의 "Adore"가 떠올랐던, 깊고 찐한 소울 곡이다. 그리고 그 어느곡보다도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로이 하그로브의 RH Factor 출신에다가 <Voodoo>를 비롯해 네오 소울 음악에 두루 참여한 베이시스트 피노 팔라디노, 룻츠의 퀘스트 럽, 그리고 로이 하그로브가 편곡으로 참여한 밴드의 힘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실제 합주를 통해 녹음을 했고, 그 생동감이 앨범에 그대로 살아 있는 것 같다. 앨범 사재기라도 해서 디횽과 이 밴드를 내한시키고 싶다..ㅜㅜㅜㅜ 그리고 무엇보다 디안젤로가 이 앨범을 위해 50곡을 추렸고, 그 중에 12개의 노래를 뽑아서 새 앨범을 발매했다는 소식을 보고 나니, 그의 앨범을 이제 좀 자주 볼 수 있나?하는 기대감이 살짝 생겼다.


 뭐랄까.. 14년만에 발매되었지만 전설급의 이전 앨범들과 나란히 놔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그리고 퀄리티면에서도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좋은 앨범이다. 이전 앨범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세기의 명반처럼 불리고 있고, 오랜 기다림과 더불어 그 후광효과 때문에 앨범이 더 좋아보이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아니다. 이 앨범 진짜 좋다. 14년의 기다림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그래도 이제 앞으로는 이러지 맙시다..ㅜㅜ)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를 가려본다면 2집 > 1집 > 3집 정도가 아닐까 싶다. 1집=3집 일지도 모름 ㅋㅋ 


 

 + 이건 여담인데, 커피새끼와 디횽에 대한 비교는 하고 싶지 않아도 누구나 다 하고 있을 것 같다. 갑자기 든 생각이 맥스웰의 경우는 진짜 장인정신이 (지나치게) 넘치는 노력파 뮤지션이라면 디횽은 그냥 천재같다. 타고난 것 같아.


 흑덕들에게 2012년은 잊지 못 할 해였을 것이다. 훌륭한 음반이 많이 쏟아졌고, 그 음반 중 많은 부분이 신인으로부터 나왔다. 프랭크 오션, 켄드릭 라마, 제시 웨어, 그리고 엘 바너까지.. 특별히 눈여겨볼 데뷔 앨범이 없었던 작년과 올해 초를 생각해보면, 올 여름부터 현재까지 제법 괜찮은 데뷔 앨범들이 발매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ep나 믹스테잎으로 꽤 이름을 알렸던 뮤지션이긴 하지만, 멋진 ep와 믹스테잎을 발매하는 것과 멋진 풀-렝쓰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니까.. 오늘 이야기할 뮤지션들은 후일 분명 멋진 데뷔작을 발매한 뮤지션들로 기억될 것이다.

 




앨범 커버부터 독특함.



FKA Twigs - <LP1>

 프랭크 오션, 켄드릭 라마와 나란히 놔도 이상하지 않을 어마어마한 데뷔 앨범이 발매되었다. 제시 제이와 카일리 미노그 등의 백업 댄서였던 그녀는 2012년부터 노래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는데, 두 장의 EP를 통해 이미 흑인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촉망받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데뷔앨범은 EP들을 쌈싸먹을 퀄리티의 '약 빨고 만든' 음반이다. 메이저 씬의 백댄서가 뮤지션으로 화려하게 돌아오다니.. 그것도 전혀 관계가 없는 스타일로 ㅋㅋㅋㅋ 굉장히 드문 일임에 틀림없다. 듀스는 춤추기라도 좋은 음악으로 나왔지 ㅋㅋㅋ

 

 앨범의 장르는 PBR&B정도로 해두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장르의 많은 음악들이 그러하듯, 후렴구와 멜로디는 가볍게 거세해버렸다. 오히려 불협화음들이 혼돈의 카오스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 영국 출신 아니랄까봐 R&B에 가깝긴 하지만 그 안에 포티셰드 류의 트립합의 기운이 강하게 자리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 블레이크, 제이미 운 같은 아티스트도 생각나고, 보컬이나 이미지에서는 피오나 애플이나 케이트 부쉬도 떠오른다. 온통 UK 아티스트.. 그것도 몽환적이거나 어둡고 음습하기 짝이 없는 뮤지션들만 죄다 모아놨다. 이런류의 아티스트들이 주로 그러하듯, 희뿌연 안개 사이로 흐릿했다가, 시야가 조금씩 확보되면서 받는 강렬한 충격 같은게 있다. 그리고 FKA Twigs는 날 서 있지만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애처롭다. 얼굴은 소녀처럼 생겨서, 하는 음악은 음울하면서도 치명적으로 섹시하다. 보듬어 주지 않을 수 없다.


 "Two Weeks"만 봐도 그 치명적인 섹시함을 느낄 수 있다. 듣고 있으면 강인한듯 여리기 짝이 없는, 그치만 독기 가득 품은 섹시한 여자가 생각난다. 치명적이고 아슬아슬한 여자. 독 인것 뻔히 알면서도 마실 수 밖에 없는 일요일 개콘 같은 가시내.... "Numbers"의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것 같은 신음소리는 섬짓하면서도 애처롭기 그지 없다. "Pendulum"의 주문과 같은 후렴구도 마찬가지다. 높은 음은 쓰지도 않는 신디사이저, 멍하게 두드리는 것 같은 808드럼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멜로디, 음산하게 속삭이는 보컬까지 완전 혼연일체... 그러고 보면 그냥 PBR&B라기 보다는 익스페리멘탈 음악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오래 듣기는 쉽지 않지만, 확실히 어떤 특별한 경험, 아니, 체험을 할 수 있는 음악이다. 

 








 

Luke James - <Luke James>

 루크 제임스의 데뷔 앨범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잘 빠졌다'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이미 'I Want You'로 그래미 알앤비 Song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결과는 낙방이었지만(당시 1위가 어셔의 Climax... 이건 웬만한 음악 들이대도 어쩔 수 없지..) 앨범 한 장 나오지 않은 신인에게는 그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굉장한 기회였다. 이후에 발매된 싱글들이 차트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데뷔 앨범 만큼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완성도 있는 앨범으로 발매가 되었다.

 

 앨범을 그저 '잘 빠졌다.'라는 말로 수식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완성도가 말끔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특별하게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없다는 점에 있다. 앨범의 장르는 그냥 컨템프러리 알앤비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조금 특이할만한 점이라면 전혀 트랜디 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레트로 소울이나 이런것도 아님.. 노래마다 다르지만, 90년대 알앤비와 네오소울, 그리고 팝적인 멜로디와 댄스 플로어에 어울릴만한 약간의 일렉트로 사운드가 앨범의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보컬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시원스럽고, 때로는 섹시한 가성을 강점으로, 화려하지 않아도 탄탄한 보컬 실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개성적'이라고 불릴만한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내가 이 앨범을 굉장히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1집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앨범의 통일성은 확실히 확보한데다가, 특별히 도드라지지 않는 그 보컬도 노래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컬이 굉장히 클래식함. 게다가 릭-로스를 제외하면 피쳐링도 없고 앨범 전체가 오로지 그의 목소리로만 채워져 있다. 변종, 별종들만 좋다고 나대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런 잘 만들어진 앨범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변종들만 듣다가 우울증 걸리겠음 ㅋㅋㅋ 시원스런 가성이 돋보이는 빌보드 노미네이트 곡 "I Want You", 얼마전에 포스팅했던 팝적인 멜로디를 가진 알앤비 발라드 "Exit Wounds", 몽환적인 댄스플로어 음악 댄싱인더 닭고기("Dancing in the Dark"ㅋㅋㅋㅋㅋㅋ는 진짜 저렇게 들림.),  릭 로스가 피쳐링한 어둠의 닭크 "Options", 네오 소울 스타일의 촉촉한 가성이 가장 도드라지는 "Glass House"까지, 대부분의 음악이 고르게 무난하면서도 좋다. 닭, 닭 하니까 치킨이 먹고 싶다. 루크 제임스가 혹시라도 내한한다면 치킨매니아에서 새우치킨을 대접해야지. 프린스의 음반이 나오기전까지 최근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이다. 최근 알앤비 씬에서 본다면 프랭크 오션이후로 가장 독보적인 남자 신인.





이 앨범 자켓만 크게 둔건 특별히 의미가 있는건 아니고 이뻐서..



Tinashe - <Aquarius>

 리아나와 리타 오라를 잇는 신인 뮤지션이란다. 흑인 음악, 이쁘장한 얼굴과 좋은 스타일, 그리고 대형기획사..정도가 이들을 묶을 수 있는 공통의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물론 리타 오라는 그냥 팝에 가깝긴 하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들어본 앨범이 없다. 리아나도 어느 노래가 몇집의 노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애정이 없다. 네이버 뮤직 앨범 정보에 리아나와 리타오라 얘기가 나오길래, 별거 있겠나 싶은 마음으로 클릭했다가 의외의 음악에 깜짝 놀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을 보고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디바형 보컬을 예상했다. 나이도 어리지는 않을 줄 알았고.. 근데 디바형은 개뿔ㅋㅋㅋ 처음부터 끝까지 속삭임 ㅋㅋㅋㅋ 게다가 93년생에 얼굴도 귀엽네???? 찾아보니 망한 걸그룹의 멤버였다더라 ㅋㅋㅋ 개인적으로 리아나와 리타 오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들정도로 티나쉬를 맘에 들어하고 있다. ㅋㅋㅋㅋㅋ 사실 티나쉬의 비교대상은 이들이 아니고 시애라가 아닐까 싶긴 한데...  알리야도 좀 생각나고.. 


 아이돌처럼 등장한 이 친구는 90년대 알앤비를 모티브로 하는 PBR&B를 내세웠다. 내가 좋아하는 시애라의 "Body Party'" 만들고 최근에 'Future'의 음반에도 참여하며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프로듀서 'Mike Will Made It'이 참여하였고, 요즘 꽤 각광받는 프로듀서 DJ Mustard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빵빵한 프로듀서진에 에이샙 롸키, 스쿨보이Q, 퓨쳐까지 피쳐링을 참여하며 참여진만으로도 "이건 존나 힙한 음반이야"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 와중에 더욱 놀라운 점은 티나쉬 본인이 작곡에 꽤 많이 참여했다는건데, 맨 앞쪽에 그녀의 이름이 올라간 곡들이 꽤 되는걸 보니 그냥 유명 프로듀서들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은 수준이 아닌거 같더라. 그냥 예쁘고 노래만 잘 소화하는 아이콘이 아니라, 그녀자체로 이미 아티스트로써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여기서 매력 폭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들을 때 티나쉬 목소리에 등골이 찌릿찌릿해서 플레이 하다가 몇번을 중지시켰다. 첫 곡 "Aquarius"부터 좋더니, 이어지는 "Bet"과 "Cold Sweat"에서 당황 ㅋㅋㅋㅋㅋㅋ 헐, 얘 뭐지?ㅋㅋㅋ 특히 "Cold Sweat"의 스산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섹시한 보컬에 넉다운. 숨소리와 가성을 참 잘 쓴다. DJ 머스타드가 만들고 스쿨보이 큐가 피쳐링한 "2 On"은 선공개 곡이였는데,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듣다보면 그녀가 존경하는 자넷 잭슨이나 알리야, 아샨티, 브랜디 등, 90년대 알앤비에 대한 동경 비슷한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현대적으로(때론 Futuristic하게) 잘 소화했다. 비슷한 장르의 즈네 아이코, 뒤에 이야기할 뱅크스나 뭐 쫌 더 쓴다면 FKA Twigs와 비교가 가능할 것 같은데, 트랜디한 프로듀서들의 빵빵한 지원이나, 비쥬얼과 음악을 고려했을 때, 가장 팝스타에 가까운건 티나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앨범의 자켓도 크기가 큰 이유는.....


Banks - <Goddess>

 앨범 제목이 여신이라니... 뭐, 여신까진 아니어도 아름답게 생긴건 사실이다. 몇몇 사진은 꽤 매력적임. 여신(?) 뱅크스의 음악도 역시 PBR&B에 가깝다. 이제 2세대 PBR&B뮤지션들이 만개를 하게 된건가...ㅋㅋㅋ 알게 된건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었다. 더 위켄드를 흡수한 플로렌스 앤 더 머신, 이라는 표현을 들었는데, 앨범을 듣고 보니 꽤 수긍이 가더라. 앞에서 얘기한거 또 얘기하는 것 같아서 좀 그런데, 역시나 알리야, 피오나 애플, 케이트 부쉬같은 뮤지션이 떠오른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서, 좀 더 자조섞인 서늘한 목소리가 더 도드라지게 다가온다. 피오나 애플과 왠지 많이 닮았어. 

 

  그리고 비슷한 음악들을 계속 들으면서 비슷한 글을 쓰는거 같아서 갑자기 더이상의 리뷰는 하기 싫어졌는데 내가 위에서 언급한 뮤지션들에 비해서 뱅크스를 덜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안쓰는건 아니야. 라나 델레이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면 이 앨범을 더 맘에 들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 음산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갖고 있던 앞의 뮤지션들에 비해 뱅크스는 가사부터 음악까지 쭉- 우울하고 다크하거든... 그래서 직접적인 비교를 피해갈 수 있는, 다른 매력을 가진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이 좀 들쭉날쭉한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긴 했지만, 그래도 좀만 듣고 자려다가 앨범 전체를 다 플레이를 하고 잔 걸 보면 분명 매력적인 음반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원래는 즈네 아이코도 쓸 예정이었으나 위에 이야기한 뮤지션들에 비하면 애정도도, 음악적 감흥도 덜했기 때문에 빼기로 했다......기 보다는 귀찮아서 ㅋㅋㅋㅋㅋ 즈네 아이코 음반도 제법 괜찮게 들었다. 루크 제임스를 제외한다면 비슷한 장르의 음악들을 하고 있는데, 앨범 전체를 플레이하면 그 아티스트 고유의 감성과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각각 모두 매력이 넘친다고. 그리고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던 레니 크라비츠의 음반이 좋아서 다음엔 그 앨범을 리뷰할 생각이다. 오늘은 급하게 마무리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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