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야기

이젠 좀 잘됐으면 좋겠다. Bilal - A Love Surreal

Musiq. 2013. 3. 29. 01:36



 십여년전 데뷔앨범을 내던 시절에 비하면 Bilal의 최근 행보는 꽤 긍정적이다. 로버트 글래스퍼를 비롯해 소울쿼리안의 많은 멤버들이 참여했던 그의 1집은 디안젤로, 맥스웰과 비견되며 R&B차트에서 탑텐안에 들긴했지만 제작자들의 구미를 확 당길만큼 매력적인 차트 성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2집의 준비과정은 훨씬 험난했는데, 2006년에 완성이 된 이 앨범은 첫 앨범과 마찬가지로 Jay Dee를 비롯해 화려한 참여진을 등에 업고 앨범 작업을 마쳤으나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작자들이 제작을 꺼려해서 발매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중에 불법유출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앨범 발매는 취소. 아.. 진짜 운도 징하게 없다. 거기서 음악생활을 포기하지 않은 Bilal느님께 감사드림.





 그리고 그의 커리어 상 정규 2집은 2010년이 되어서야 발매되었다. [Alright's Revenge]. 9년만에 발매된 정규 2집은 (작은 상이지만) 그래미에도 노미네이트 되고 평단으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앨범이었다. 다만, 장르상 네오소울로 규정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네오소울 음악을 기대하면 안되는 앨범이다. 앨범속의 음악은 묵직하지만 다이나믹하고, 빈티지하지만 미래지향적인, 상당히 진보적인 음반이었다. 이게 뭔 개소리냐하면 그냥 이쪽 음악 매니아가 아닌 사람이 들으면 몇 곡 듣다 이상하다고 걷어차버릴 앨범이란 소리다. 좀 평론가 선비st 앨범이라고... 듣자마자 확 꽂히는 그런게 없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굳이 들을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그런 앨범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 리스너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좋다는겨 안좋다는겨, 들으라는겨 말으라는겨... 뭐, 난 평론가 선비st을 추구하기 때문에(?) 좋게 들었던 앨범이다. 


 처음 하려던 이야기는 Bilal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이야기인데, 쓸데없는 이야기만 잔뜩이다. 아무튼 지난 로버트 글래스퍼 앨범에서 Bilal이 두 곡이나 참여했고, 두 곡다 상당히 괜찮았는데, 2집을 발표하고 3년이라는 짧은(?)기간만에 정규 3집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호들갑 조금 보태서 전작보다 좀 더 좋다. 좀 더 내 취향이다. 올해의 앨범급은 아니더라도 연말 결산에서 흔히 볼 수 있을만한 정도의 퀄리티는 된다고 생각된다. 요즘 계속 달고 살고 있다.





 인트로를 지나 첫번째 곡 'West Side Girl'를 듣자마자 일단 감탄했다. 아기자기한 비트와 여러겹 섬세하게 덧씌운 코러스라인, Funky한데다가 마디마다의 보컬의 마무리는 무성의하다 싶을정도로 간결하다. 프린스가 마구마구 떠오르는 곡이다. '7'이나 'The Ballad For Dorothy Parker'같은 노래.. 그리고 방금 무슨 노래가 또 한곡 스쳐갔는데!!!! 계속 생각하다가는 머리 터질테니 여기서 그만. 아무튼 듣자마자 빠져버린 첫번째 곡이었다. 이어지는 'Back To Love'와 'Winning Hand'도 역시 좋았는데, 왠지 모르게 과거로부터 이어온 '소울쿼리안스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Bilal이 작곡한건데 왜 'Winning Hand'에서는 The Roots의 냄새가 날까.. 리얼 드럼이라 그런지 왠지 퀘스트럽이 쳤을꺼 같은 느낌도 나고 그래 ㅋㅋㅋ


 앨범에서 'Astray'도 특별히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다. 엄청 블루지한데다가 완전 날것의 냄새가 난다. 마스터링도 거친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한 것 같다. 구석 높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먼지 가득한 창고에서 연주하는거 같은 느낌!! 공연이나 녹음도 아니고 그냥 연습하고 놀면서 녹음한 느낌!! 첫 기타리프부터 맘에 들었다.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her)가 참여한 발라드 트랙 'Butterfly'도 정말 좋다. 아득한 피아노 소리, 멀리서 긁히는 기타소리, 그리고 팔세토로 울리는 Bilal의 목소리.. 호접몽st.곡임 ㅋㅋㅋㅋ 특이하게도 로버트 글래스퍼의 느낌이 거의 없다.. 피아노도 엄청 정적이고.. 뒤쪽으로 갈수록 재즈의 느낌이 나긴하는데, 연주자체는 오히려 클래식하다. 아무렴 어때, 좋다!! 





 최근 트랜드와 관계없이 Bilal은 확실히 독보적인 음악관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빈티지하고, 버라이어티하면서, 과거의 그것들을 옮겨놓았지만, Bilal의 색을 덧씌우고 미래지향적으로 탁월하게 재가공하였다. 'Right At The Core'의 싸이키델릭하고 미래지향적인 음악, 어쿠스틱한 'Lost For Now', 힙합느낌나는 'Climb', 그리고 재지하면서도 Funky한 많은 곡들. 그리고 더욱 인상깊은건 노래마다 Bilal의 보컬도 다양하게 변한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프린스스럽기도 하다가, 짙고 몽환적인 팔세토창법을 쓰기도 하고, 여느 발라더처럼 부르기도 하고, 비음을 잔뜩 섞어 노래하기도 한다. 음악이 좋기도 하지만, 이런 다양한 음악과 보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진짜 좋은 앨범들이 쏟아진다 요즘. 그리고 Bilal의 음악도 그 중 하나다. 프로듀싱 능력도 굉장하지만 다양한 보컬스킬도 대단하다. 이 앨범은 Bilal의 광범위한 음악적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탐욕스러울 정도로 다양함을 갈구하는 그의 음악적 욕심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함이 모두 일정 성취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 빌보드에서 몇위까지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잘됐으면 좋겠다...ㅜㅜㅜㅜㅜ 앨범들 드럽게 안내는 네오소울 뮤지션들 사이에서 3년에 한 번 정도라도 앨범을 내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는데.... 


p.s. Bilal은 빌랄인가요 비럴인가요 비랄인가요 바이랄인가요.. 빌랄이라고 읽는데 맞나.. 눈치 챈 사람이 있나 모르겠는데 위에 보면 Bilal은 끝까지 한글표기 안함 ㅋㅋㅋㅋㅋㅋ



맥스웰만 빙구같은줄 알았더니 이 아자씨도 똑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