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결산에서 이미 이 앨범 좀 짱임!!이라고 외치긴 했지만, 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반응이 미지근한 것 같다는 아쉬움에 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슷한 류로 평가 되는 프랭크 오션이 워낙에 큰 임팩트를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고(비슷한 류라지만 둘은 또 많이 달라..), 일단 이런 스타일이 국내에서 잘 안먹힌다.... 이유는 프랭크 오션의 리뷰에서 썼으므로 생략... 좀 슬펐던 것은 그래미에서 프랭크 오션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6개부분 후보에 올랐고, 쩌리 상 두개 밖에 못받아 갔던 것을 아쉬워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미겔은 몇 개 오르지도 않고 쩌리상 겨우 하나 받아갔는데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프랭크 오션의 어메이징한 데뷔 앨범보다 이 앨범이 더 좋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프랭크 오션의 노래가 더욱 오랫동안 귀에 감길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미겔의 이 앨범에 상당히 애착이 많아... 이유는 잘 모르겠음... 그리고 마땅히 지금보다는 더 주목받아야 하는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드럼도 전자드럼을 쓰고 전반적으로 전자음들을 많이 썼기 때문에 좀 현대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악기들만 그렇게 썼을 뿐, 소울, 펑크, 싸이키델릭 록 등 과거의 장르를 현대적으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장르 규정은 조금 모호한 편인데, 일단 알앤비로 해두고, 음악적 특징을 보자면 악기들을 꽤 많이 덜어낸 편이다. 전자음과 더불어 겹겹히 쌓아올린 가성의 백그라운드 보컬, 사운드의 변형을 통한 공간감을 강조해서 몽환적인 느낌을 내는 와중에, 리버브를 머금은 명료한 보컬이 노래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에 위치해있다. 앨범에서는 목소리 피춰링이 한명도 없기 때문에, 앨범내내 미겔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 덕분에 이 앨범의 정체성이 미겔의 보컬하나로 통일된 느낌이다. 여러가지 매체에서 미겔의 음악을 프린스와 비교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일견 수긍할 수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모호한 장르와 독특하지만 독보적인 아이덴티티, 이것저것 복작복작하게 쌓아올리기 보다는 가볍게 덜어내고 각각 음악들의 엑기스만 채취해온 음악.. 프린스가 그간 해왔던 것들과 확실히 비슷한 지점이 있다.
앨범에서 추천할만한 트랙들을 훑어보자. 일단 첫번째 트랙이자, 많은 매체에서 2012 올해의 싱글들 중에 하나로 많이 꼽았던 'Adorn'. 사실 이 트랙 하나만 들어도 대충 미겔의 음악이 뭔지 대충 눈치까게 된다. 고전 소울을 모티브로 삼은 이 노래는 들으면서 안개낀 운동장 반대편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를 듣는 장면이 떠올랐다. 눈 앞은 희뿌옇지만 목소리만큼은 명료하게 알아 들을 수 있는??ㅎㅎ 통속적이고 돌려말하지 않는 가사가 오히려 더 진실되게 와 닿는 노래다. 음악적으로 봐도 앞서 얘기한 미겔의 음악적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악기들을 과용해서 압도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최대한 내려놓고 목소리에 집중한다. 어쿠스틱 기타한대로 단란하게 시작하는 'Do You..'는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였다. "Me too, Me too,"라고 반복하는 수줍어 보이는 가사도 그렇지만,
What about matinee movies, morning secrets
밝은 날에 영화 보는 것은 어때, 아침에 우리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고 말이야
Midnight summers, swim private beaches
한여름밤에는 우리 둘만을 위해 (빌린 or 사들인) 해변에서 수영을 해볼까?
Rock, paper, scissors, wait! best out of 3!
가위, 바위, 보, 잠깐, 삼세판이 좋을 것 같아!
특히 이 부분. 가위 바위 보 ㅋㅋㅋㅋㅋ 특별할 것도 없는 그 가사가 엄청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음악적으로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덜어낸 와중에서도 완급을 조절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덕분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심심하지 않은 트랙이 되었다.
앨범과 동명의 곡이자 힙합비트위로 싸이키델릭한 느낌을 머금은 'Kaleidoscope Dream'도 좋고, 메트로놈 소리로 시작해 신음소리를 덧댄 섹시한 베이비메이킹 쏭 'Arch & Point'도 빼 놓아선 안되는 트랙. 워낙에 미겔의 목소리에만 집중한 앨범이고 쓰인 악기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Pussy Is Mine'같이 잔잔한 노래들과 'Don't Look Back'같은 직선적인 노래들을 적절히 배치해 타이트하게 앨범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앨범의 가사는 앞서 이야기한 노래들로도 대충 눈치채겠지만 일상적이고도 헌신적인 가사들로 채워져있다. "내가 클럽에 한번 떴다고 해봐. 싹 죽어-'이런 거만한거 없다. '그대여, 나와 함께 해주오' 거의 뭐 이런 가사다. 스웩? 그게 뭐임. 'Pussy Is Mine'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Tell me that the pussy is mine/ 'Cause I don't wanna believe that anyone is just like me." 대충 뭐 제발 좀..ㅜㅜ 나만 좋아할꺼야. 이런거다. 이런 순수함이 미겔의 매력이다.
미겔의 음악은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 노래마다 가지고 있는 느낌은 분명 다른데, 앨범 전체에서 짙은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가사를 봐도 그렇다.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건 어렵지 않은 음악이라는 점.. 대부분의 팬들에게 이 앨범은 프랭크 오션의 'Channel Orange'와 묶어서(게다가 프랭크 오션의 앨범을 대표로 하고 이 앨범은 서브 정도로 생각한다.) 이야기 하는 앨범이지만, 그렇게 흘려보내기엔 진짜 좋은 앨범이다. 사실 두 앨범 다 진짜 엄청 앆는데, 프랭크 오션만 돋보이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니까.. 왠지 좀 앨범의 질에 비해 여기저기 얘기 나오는 횟수가 적은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이런 허접한 리뷰도 쓰게 되었고.. 아무튼 이 앨범 좀 알아줘요ㅜㅜㅜㅜ 프랭크오션에 묻히지 않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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