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전부터도 기대되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보고나서도 작품 자체는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연출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만족감보다 실망감이 약간 더 컸다.


 다른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은 해설자가 등장한다. 무대의 암막들을 모두 제거하고, 무대 뒷편에서 대기하고 있는 배우들마저 그대로 노출한다. 마치 어떤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개의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 놓고 해설자가 하는 설명을 곁에서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은, 연극이 아니라 한편의 희곡을 읽고 있는 것 같이 연출하기도 했다. 어떤 방식이든 연출가는 관객들이 연극속에 개입할 여지를 굉장히 많이 오픈해두었다. 무대위의 소품은 최대한 간결하게, 음향은 전혀 없었고, 부족한 소품과 어울리지 않는 배역(예를들어 어린이 역할을 성인이 하는 등)은 해설자의 설명으로 대체하였고, 나머지는 관객들의 상상들에 맡겼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현명해지는 커녕 면피하는 법만 늘어가는 것 같다. 나의 잘못도 있지만, 또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기 보다는 책임을 피하는 요령만 늘어나는 것 같다. 진실을 좇아가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않던, 나 같은 '어른'들의 모습 역시 잘 표현되었다고 느꼈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웠다. 모두 그런것은 아니었으나 몇몇 배우들의 발음이 부정확했고, 대사를 외워서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호흡이 이어지지 못하고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배우들이 작품에서 겉도는 느낌이 들다보니 연극 자체가 산만해진 것 같았다. 


 나는 그래도 연극이 오픈한지 꽤 시간이 지나고 봤었는데, 오픈 초기에는 더 많이 안 좋았던 모양이더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예 장면 중간이 끊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어쨌거나 신선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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