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재밌을 것 같아서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무겁지도 않으면서 생각할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곧 죽게될 사람들이 농담을 던진다는 것, 얼마나 신선한 발상인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건 장난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아닌데, 제주 4.3사건 때 진압을 거부하던 여수 14연대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주모자들이 처형당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처형당할 때 담배를 피면서 웃거나, 처형자들끼리 농담을 하거나, 심지어 처형을 집행할 군인에게까지 농담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 그리고 이 연극의 작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를 모티브로 삼아 대본을 만들었다고 한다.

 

 처형자들이 어떻게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었는지, 정확히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연극은 그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좀 억지스럽긴 했다. 어쩔 수 없는게 이미 주어진 상황자체가 별로 현실적이지 못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것 같으니 생략. 일단 상황 자체가 약간 꽁트 같은 설정이 있던지라, 마치 '웃으면 복이와요' 시절의 꽁트 느낌이 좀 배어 있었다. 그들이 던지는 농담이나, 상황이나.... 그리고 그 시절에 코미디 프로그램들에 담긴 사회 풍자나 블랙코미디처럼, 억지 농담과 흘러나오는 웃음들, 그리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은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선 역시 찾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신선한 소재에 비해, 이를 다루고 있는 시선 자체는 그렇게 신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남은 한 사람이 모노드라마처럼 펼쳐 놓은 극의 마지막도, 깊은 울림을 준다기 보다는 상황에서 오는(스포일러가 될까 차마 이야기 할 수는 없고...) 얕은 동정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무대 배경은 학교 교실 안이었다. 학교 교실을 포로 수용소로 썼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교실 창쪽에서 노을을 연상시키는 붉고 강한 조명을 쏘았다. 인생의 마지막을 연상시키는 그 조명 덕분에 쓸쓸하면서도 왠지 짠한 느낌이 무대 안에 가득했다. 음향이나 무대 의상도 적절했고, 배우들의 열연도 좋았다. 사실, 노인 역을 했던 배우는 대사를 꽤 자주 버벅여서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였고, 조금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나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잘 포장해서 연기한 배우들 덕분에 즐겁게 보고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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