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메보시 씨가 한국에 묻혀서 다시 열매를 맺으면 그건 우메보시라고 불러야 해, 아니면 매실이라고 불러야 해?"


 무한도전에서 하시마 섬을 갔다. 강제 징용된 사람들의 애환을 다시 한 번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충분히 보상 받지 못한 슬픈 역사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 굉장히 찝찝함이 남았다. 같은 날 이 연극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


 CCTV다. 연극에서는 끊임없이 CCTV를 언급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박기환은 계속해서 저 CCTV를 그대로 돌려본다면, 영화처럼 극적인 재구성을 하지 않아도, 있는 사실 그 자체로도 굉장히 감동적인 이야기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CCTV의 메모리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눈물을 흘리며 보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동안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건 얼마나 될까. 그냥 CCTV정도였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이니치들은 cctv를 보면서 이야기 한다. 자신들을,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잊지 말아달라고...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도의적인 책임은 회피하는 자본주의의 상징, 박기환이라는 인물이 악역이라면 악역을 맡았지만, 그에 대한 분노보다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 연극이었다. 물론, 박기환이라는 인물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속물이라는 점도 한 몫했지만.. 


 무한도전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돈이 되니까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게 될지도 모른다. 합리적인 자본주의지만, 역시 아름다운 체제는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빨갱이 새퀴라는 말을 듣겠지.......


 


 공연전에 찍은 사진이다. 무대 배치가 저렇다보니, 과감하게 관객을 등지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더군다나 배경음악도 하나 없고, 암전도, 아니 심지어 조명의 변화도 하나도 없다. 연출된 무대가 아니라, 현실적인 모습으로 무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마치 cctv로 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처럼.. 덕분에 관객과 무대는 더욱 멀게 느껴졌고, 그래서 마지막에 그들이 cctv에 대고 잊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할 때, 더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멀어진 배우와의 호흡이 이렇게 더 강렬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퇴장뒤에 남은 국화 꽃 다섯송이와 태극기에 쌓인 유골함. 한국인도,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그들을, 누가 감싸줘야 할까.



 연극속에는 분단의 역사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현실, 우리의 태도, 그리고 그들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는 많은 상징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더 쓰고 싶었는데, 막상 쓰려니 잘 안 써진다. 생각할 수록 좀 부끄러워서.. 어쨌거나 좋았다. 추천하고 싶다. 고등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왔던데, 더 많은 친구들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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