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Light

아티스트
Zion.T
타이틀곡
Babay
발매
2013.04.09
앨범듣기


 진보와 자이언티 둘의 최근 행보를 비교해보면 재밌겠다 싶어 시작한 지난 글은 어느새 진보의 2집 [Fantasy]의 리뷰글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은 자이언티의 1집 앨범 리뷰가 되겠지. ㅇㅇ. 어릴 때 논술학원이라도 다니는건데.. 시작전의 주제와 글을 마친 후의 주제가 달라....... 





 피춰링으로만 알고 있던 자이언티가 유명해진건 프라이머리의 앨범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에 수록된 ?(물음표)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사실 몇년전만해도 자이언티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지금이야 그게 남들과는 다른 개성이고 매력이지만, 예전엔 그저 좀 특이한 목소리였을 뿐이다. 언제부터였는지 우리나라도 독특하고 개성있는 목소리들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그 수혜자 중의 한명이 자이언티가 아닐까 싶다. 호불호가 좀 갈리는 얄팍한 목소리지만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그가 참여한 많은 래퍼들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후렴구에 피춰링으로 참여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종종 남기곤 했다. 프라이머리의 앨범에서도 마찬가지 였는데, 노래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했을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의 인상을 결정짓기까지 했다. 참여한건 세 곡인데 확실히 세 곡 이상의 존재감이다. 게다가 최근에 인피니트H의 앨범까지 참여하면서 대중적으로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얻어냈다.


 그동안 자이언티의 싱글이라고는 2011년에 발매한 'Click Me'가 유일했는데, 프라이머리 앨범에서 그의 인지도가 올라가자 새 앨범을 발매하였다. 발매 소식을 듣고 새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봤는데, 왠지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이거 왠지 대중들에게서 잊혀지기 전에 눈도장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으로 급하게 낸 앨범의 냄새가 나.... 앞서 이야기한 Click Me와 두 곡의 인스트루멘탈을 제외하면 총 여덟곡... 아... 완전 안 땡겨... 게다가 선공개 된 싱글 '뻔한 멜로디'가 너무 뻔해서 별로 였다고... 오후내내 다른 음악들이나 돌려듣다가 밤이 되고나서야 편견을 거두지 못한채로 들었는데 왠걸 ㅋㅋㅋ 급하게 낸 감이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확실히 내가 가졌던 편견을 확실히 깰만한 퀄리티의 음반이었다.





 노래 실력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어릴 땐 고음이 짱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엇나가는 음정을 참지 못했는데 나이 들 수록 '리듬감'이 엄청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음정이야 부단한 연습으로 고칠 수 있다고 해도 리듬감은 타고나거나 어릴 때 부터 몸에 체득되지 않으면 쉽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리듬감은 사실 잘 부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나 리듬감이 좋은 가수의 음악은 그냥 '듣기 좋고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데, 이게 반대로 리듬감이 나쁜 사람들이 리듬감 있는 노래를 부르면 심각하게 티가 난다. 특히나 '그루브'를 강조하는 흑인음악의 경우 이게 더 심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릴때부터 '뽕끼'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흑인음악 특유의 '그루브'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뽕끼는 뽕짝스러운 노래에 부려야 제 맛이다. 흑인음악하고 어설프게 섞이면 ㅈㄴ 싫어요..... 김치찌개 먹던 중간에 초콜릿 씹는 느낌이야.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예상대로 자이언티의 리듬감이 확실히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런 비트감 있는 스타일의 음악을 거부감없이 부드럽게 소화할 수 있는 국내 뮤지션들이 많지 않다. (Crush와 함께 부른 '뻔한 멜로디'를 들으면 자이언티의 리듬감을 확실하게 비교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유니크한 목소리까지 지니고 있으니, 비슷한 노래를 불러도 느껴지는 '감칠맛'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자이언티는 이 부분을 먹고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Musiq Soulchild를 연상케하는 프로듀싱이 인상적인 첫 곡 'O'에는 '넌 너무 시각적이야'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리고 이는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섹시하고 차려입은 여자를 음흉한 눈빛으로 훑어보며 '너 ㅈㄴ 예뻐, 나와 만나줘'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가사 덕분인지 앨범이 엄청 시각적이라고 느껴졌다. '도도해'에서 '그래 너 예쁜거 알어/ 니 다리 예쁜거 알어'와 같이 무언가 상상하게 되고 그려지는 가사,(게다가 중간에 브릿지 부분에서 나오는 'She is a 도도'라는 추임새에서 빵터졌다.) 'Neon'의 '날 가지고 놀아줘, 정신 못차리게 해줘'나 'Babay'에서 '니가 누구 여자인지 말해'와 같이 가감없는 솔직하고 도발적인 가사, 그리고 흑인 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서까지 잘 품고 있다. 그리고 진짜 빵터졌던게, 레게 스타일의 '지구온난화'였는데, 진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가사다. 뜬금없이 환경운동이라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한데, '온도~ 온도~ 온도~', '온난화'를 비롯한 가사 하나하나를 신경써서 레게 느낌으로 발음하고 있다. 곡 자체는 앨범에서 좀 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싱글 단위로 본다면 상당히 재치있고 감각적인 시도였다고 본다.





 앨범은 대중성도 어느정도 고려한 모양새인데, 앞서 이야기한 '뻔한 이야기'는 도입부는 좋았지만 정말 좀 '뻔한 멜로디'를 품고 있는 느낌이고, 'Babay'와 같이 프라이머리 앨범에서 들었던 느낌과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가진 곡들이 꽤 있다.(프라이머리가 참여한 곡이니 어쩔 수 없지만.) 뭐,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비슷해도 좋으면 그만이지. 컨셉 좋고 노래 좋고.ㅎㅎ 특히 'Doop'같은 노래에서는 노래 전체에서 조금씩 밀리는 박자감에도 유연하게 리듬을 타는 자이언티의 강점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 이런 자연스러운 레이백, 확실히 센스있다. 두가지 버젼으로 실려있는 'Neon'은 섹시한 전자음을 앞세운, 진보의 이번 앨범이 떠오르는 곡이 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진보가 편곡에 참여했다. 그리고 날 걱정하게 만들었던 'Neon/Director's Cut'은 이 음악을 가사 없이 음악을 들어도 충분히 좋은 곡임을, 나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충분히 앨범에 따로 실을만한 곡이 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개코, 도끼, 빈지노, 버벌진트, 양동근 등의 피춰링도 다 적절하다.



Zion.T a.k.a 최번개



 아쉬운 점은 앞서도 이야기 했듯 조금 갑작스럽게 앨범을 발매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건데, 자이언티의 유니크한 목소리 이외에는 자이언티만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지는 못한게 아닌가 싶다. 그냥 그 쪽 사단의 거대한 프로젝트 중 일부같은 느낌이 가끔 든다. 풀-렝쓰 앨범치고 빈약하게 느껴지는 노래 수도 조금 그렇고.. 레전드급 데뷔 앨범이니 뭐니 하며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봤는데,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가지고 있던 앨범이라 더 아쉬움이 남는다. 


 진보&자이언티로 시작한 글이었으니 마무리도 그렇게 해야지. 진보의 경우 새 앨범을 발매하면서 확실히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더 보여주었다. 그동안 여러가지 많은 활동과 시도를 하였고, 자신의 색을 보여줄만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앨범을 발매한 느낌이다. 자이언티는 대중성을 겸비한 데뷔 앨범을 통해 자기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 것 같고.. 재밌는 점은 두 앨범 모두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섹시함'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진보의 앨범이 사운드를 통해 시각적인 섹시함을 감지했다면 자이언티는 목소리와 가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데, 둘 다 좋다. 섹시한거 너무 좋아하네..ㅋㅋ 어쨌거나 이번 앨범을 통해 둘 모두 평단과 대중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보는 그가 가진 음악적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고, 자이언티도 국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유니크한 목소리를 마음껏 뽐냈다. 둘 모두 확실한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오리지널리티 덕분에 활동도 꾸준히 이어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더욱 반갑다. 다음 앨범이 얼마나 지나야 발매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둘 모두의 다음 앨범은 어떻게 발매가 될 지(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매우 기대가 된다.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진짜 엄청나게 무진장 기대된다.

 


 




뮤비는 대중적인 노래로 정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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