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이 많은 중학생 시절, 내가 공부도 잘 안하면서 주구장창 독서실을 다녔던 이유는 단순했다.

 난 공부를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위 + 자존감이 제로였던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부라도 잘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목표.

희미한 목표의식만 보더라도 이건 성공할 수 없는 방법이야.. 질풍노도의 시기가 길어지면서 성적이 떨어지자 엄마는 날 억지로 학원에 등록시켰고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학원 친구(정확히는 학원 여자아이들. 참고로 난 남중이었다.)들과 어울리면서 바닥을 기고 있던 자존감도 조금씩 채워갔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다시 공부를 혼자하게 되었는데, 10시에 야자가 끝나고 졸더라도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더 하겠다고 앉아있던 이유역시 단순했다.

벗어나지 못한 중2병 허세를 채우려면 허울 좋은 대학 간판이 필요함 +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목표.

결국은 수능 두번 봤다. 첫 수능을 '운이 없었다'라고 이야기하고 다녔지만 그건 가슴 깊은 곳에 있던 패배의식을 수긍하기 싫어서 했던 변명이고.. 어쨌거나 힘들었지만 재수 생활은 나름 괜찮은 인생 경험이었다.


얼마 전까지 수능시험을 앞둔 학생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자기는 대학교 이름을 말했을 때, "아, 거기 있는 학교?"라는 대답이 듣고 싶지 그 학교가 어디에 붙어 있는 학교인지 설명해야 하는 대학교는 가고 싶지 않다고.

내가 저랬는데. 좀 짠했다. 



그리고 오늘, 한 아이가 느닷없이 나보고 꿈 좀 찾아 달란다.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다.




주의 : 영상은 제목 이외에 글과 전혀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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