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2012)

In Another Country 
7.2
감독
홍상수
출연
이자벨 위페르, 유준상, 정유미, 윤여정, 문성근
정보
드라마 | 한국 | 88 분 | 201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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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챙겨봐오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였는데, 지난 영화였던 북촌방향부터 보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다른나라에서를 보게 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훌륭하단 말이야?!?! 아, 그게 아니고, 스타일이 늘 비슷하단 말이다. 예상치를 크게 빗나가지는 않는다는 말. 물론 나는 그 스타일이 너무 좋닼ㅋㅋㅋㅋ 찌질함이나 리얼리티가 불편한 사람들은 싫어하겠지만.





 출연진은 홍상수 감독에서 흔히 보던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문소리, 문성근, 유준상, 정유미 등. 연기력이야 뭐 더 말할 건 없지. 프랑스의 명배우 이자벨 위뻬르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나 이 사람 나온 영화 못봤어.... 여기서 첨 알았어.... 뭐 여하간, 정유미가 나와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쁘게 꾸민 것 보다 이 영화처럼 내추럴한 모습이 더 이쁘게 보인다. 얼굴도 말투도 귀엽고. 근데 서른살 ㅜㅜ 누나임 ㅋㅋㅋㅋㅋㅋ 이 영화에서도 구수한 콩글리쉬가 너무 귀여웠음.


 




 각설하고, 이 영화, 칸느까지 갔다가 상당히 저평가를 받고 돌아왔는데, 이 영화를 보는 순간 만큼은 우리나라 사람인 것에 감사해야했다. 물론 사람의 감정이야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비슷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감정선은 우리나라 사람이어야, 그것도 남자여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웃고 있지만 속 마음까지도 웃고 있지는 못하는 그 홍상수식 씁쓸함은 이 영화에서도 지속된다. 이 영화는 이자벨 위뻬르가 출연한 만큼 외쿡...아니 외쿡 백인 여자를 대하는 우리 나라 남자들의 심리, 그리고 엄청 현실적인 작업 멘트들이 돋보임 ㅋㅋㅋㅋ 오글오글하고 역겹고 거북해도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사는게 그렇다. 뭐, 사는건 아니더라도 우리네 사는 동안에 하는 생각이라도 그렇다. 아니라고?ㅎㅎ 당신네 삶을 찍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거북하고 오글거릴 것이다. 지금 내가 이 블로그를 작성하고 있는 내 모습도 마찬가지 일테고. 








 영화의 구성은 늘 그랬듯, 상황의 반복과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변주로 구성되었다. 다만 이번엔 반복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되어있다는 점 정도. 영화감독이 등장한 것도, 남녀 사이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도 비슷한데, 다만 영화에서 특기할 점은 유준상이 맡고 있는 안전요원과 반복해서 이자벨 위뻬르가 찾고 있는 '등대'일 것이다. 묘하게 비슷하지 않는가?


 상황만 주어지고 디테일은 그때그때 결정하는, 우연에 근거한 작업방식을 놓고 봤을 때 감독의 의도가 어느정도가 들어갔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낀바는 아래와 같다.



 안느가 끊임없이 찾고 있는 등대는 삶의 방향이나 목표다. 뚜렷한 그 무언가를 찾고 싶지만, 앞길을 훤히 밝혀줄 그것을 잡고 싶지만 안느는 결국 발견하지 못한다. 따뜻했던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것은 그 만큼 안느의 현실적 체감온도가 낮아졌다는 뜻이고, 스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구원을 바라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방황은 결심으로 이어져 안느를 바다로 향하게 만든다. 결심을 하고 바다로 찾아간 안느에게 어느 에피소드에서 나타났듯 안전요원인 유준상이 수영을 하며 등장한다. 삶의 결심을 실행하지 못하는 안전선, 결국 그녀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 안전선은 대단한 것도 아니고, 늘 하던 사람과의 평범한 대화, 그리고 섹스를 통한 감정(혹은 몸)의 교감이었다. 첫 에피소드의 깨진 소주병은 세번째 에피소드에 온전한 상태로 버려진 소주병으로 나타나고, 잃어버렸던 우산은 필요한 순간에 그녀 옆에 우연히 다시 나타난다. 삶이 지속되는 것은 이와 같은 평범한 대화, 평범한 관계,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도전, 그리고 실패, 그리고 우연처럼 나타난 소소한 행운과 같은 것들 때문이다. 세편의 반복속에 그들의 삶은 또다시 시작되고, 또 반복되고, 대단할 것도 없이 지나간다. 버려진 소주병이 다시 깨진병이 되고, 또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소주병이 다시 버려지듯이.




 안느는 가지 않은길에 대한 결심을 실행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마음속에 상상하는 등대처럼 환한 미래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닐 것이다. 돈, 명예,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들,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 대단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가지 않은 것,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일지도 모르겠다. 소주잔처럼 탁 털어버리고 어느 길이든 두 발로 세상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그게 삶이다. 라고 쓰기엔 내가 아직 어려서 이런말 써도 될랑가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 국민 사위던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홍상수 영화가 늘 그렇듯, 대단할 것도 없고 딱히 극적이지도 않다. 대부분의 우리 삶이 그렇지 뭐. 나쁜것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것들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 영화는 그것을 이야기 해준다. 이번에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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